유럽의 역사는 가문의 역사와 상통한다
동양의 봉건제와 유럽의 봉건제는 시작의 의미는 유사했을 수 있겠지만 세세하게 따져보면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그리고 다른 이유에서 유럽의 봉건제가 오래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은 가문의 혈연을 지키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들이 정통성이라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권과 비교해 보면 신기할 정도로 귀족적이며, 혈연 중심적이고, 또한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거기에서 시작점을 두었다고 생각한다.
유럽 왕가의 역사는 혈연이 말해준다. 그리고, 마지막 근대사까지 최종적으로 핏줄을 지킨 승리가문(이라는 표현이 적정한지는 모르겠지만) 여덟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부분이 이 책을 오해하지 않게 하는데 중요한 포인트다.
근대까지 최종적으로 왕가를 이끈 승리가문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이 책이 들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출발이다.
이 책의 가치
이 책의 가치는 말할것도 없이 유럽 왕가의 명실상부한 로열 패밀리의 핏줄 전략을 통해 유럽의 세력 판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 책에서 합스부르크 가문의 제일 첫장에 위치한 이유는 그런 관점에서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시작은 미약했을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피를 전 세계의 왕가에 말 그대로 뿌려서 명실상부하게 가장 세력을 넓힌 - 속된말로 땅따먹기에 승리한- 대표적인 가문이다.
이들은 결혼전략 만으로 발트해를 비롯해 프랑스, 북유럽 대부분의 땅들을 그 외 여러 유럽 곳곳의 땅을 자신들의 소유로 만들었다. 그리고 한번 빼앗은 땅을 지키기 위해 온갖 교회의 편법을 이용해 근친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덕에 지금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핏줄이 근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유럽의 역사에서 이들의 가문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영향력이 큰 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부분에서 가치를 발한다.
유럽의 방대한 역사와 사건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다루지는 못하지만, 반대로 전체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그 흐름이 피, 즉 혈연을 지키이 위한 가문의 노력이 가장 큰 목적이고 가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각 유럽 왕가들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간략하게 서술해 준다.
이것을 읽는 독자들은 각자만의 상상력을 더한다면 봉건제가 당연한 유럽 왕가의 복잡한 이해 관계를 잘 버무려 자신만의 세계를 상상해 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에서 삽입 되어 있는 가문의 가계도를 보면 흥미로운 점도 많이 볼 수 있다. 어떤 왕가는 놀라울 정도로 적통을 지켜 나갔고, 어떤 왕가는 사촌들간의 싸움이 매 세대 벌어지며 역시 왕의 지위를 위협하는 자는 가장 가까운 형제 자매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아쉬운 점
이 책이 기본적으로 세밀한 역사서를 목적으로 집필 된 것이 아닌, 가장 최근까지 유럽 역사에서 큰 영향을 미친 승리가문의 피의 역사서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면 어떤 면에서는 이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유럽 역사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주로 멸망한 가문의 역사에서 나온다.
영국의 튜더 왕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의 세조와 비견되는 영국의 헨리 7세 이야기 라거나, 거기서부터 시작된 장미 전쟁 이야기의 드라마틱한 스토리. 이런 것들을 이 책에서 기대할 수는 없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방대한 유럽의 모든 역사를 담은 책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알고 있는 유럽의 임팩트 있는 역사적인 사실이 담겨 있지 않을 수 있고, 그런 점에서 실망하는 독자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원래의 목적을 생각해 본다면, 이 책만큼 방대한 유럽의 피의 역사를 편안하게 상상할 수 있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에 비교될 만한 것이 있는지 내 짧은 독서 지식으로는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좋은 책, 틈틈히 읽어 보면서 상상을 돋궈 주는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