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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양장
푸른숲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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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가능성

1. 워디언 케이스의 탄생
2. 식물 상자의 짧은 역사
3. 세계의 식물원
4. 과학 탐사의 동반자
5. 제국의 팽창과 플랜테이션
6. 워디언 케이스라는 네트워크

2부. 파노라마

7. 아름다움의 이동
8. 큐 식물원의 워디언 케이스
9. 식민 통치의 도구가 된 워디언 케이스
10. 병충해와 소각
11. 워디언 케이스의 마지막

나가는 글
감사의 말
후주
그림 출처

저자 소개2

루크 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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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ke Keogh

세계 내 인간의 위치를 탐구하는 큐레이터이자 역사가.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를, 호주 국립 대학교와 그리피스 대학교에서 환경 과학 학사를 받았다. 야생 정원의 식물과 유물, 환경을 중심으로 한 역사를 연구하고 그와 관련된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아널드 수목원, 뮌헨 독일 박물관, 퀸즐랜드 박물관, 스위스 연방 수생 과학 기술 연구소를 비롯한 전 세계의 수집 기관과 협력하며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최근 기획한 전시 〈On the Land〉로 호주 국립 박물관 및 갤러리협회AMAGA상을 수상했다. 루크 키오는 전시회에서 우연히 식물 운
세계 내 인간의 위치를 탐구하는 큐레이터이자 역사가.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를, 호주 국립 대학교와 그리피스 대학교에서 환경 과학 학사를 받았다. 야생 정원의 식물과 유물, 환경을 중심으로 한 역사를 연구하고 그와 관련된 전시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의 아널드 수목원, 뮌헨 독일 박물관, 퀸즐랜드 박물관, 스위스 연방 수생 과학 기술 연구소를 비롯한 전 세계의 수집 기관과 협력하며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최근 기획한 전시 〈On the Land〉로 호주 국립 박물관 및 갤러리협회AMAGA상을 수상했다.

루크 키오는 전시회에서 우연히 식물 운반용 유리 상자 ‘워디언 케이스’를 발견하고, 이토록 중요한 물건이 어째서 잘 보존되지 않았는지 의문을 품었다. 이후 그는 큐레이터로서 워디언 케이스가 옮긴 식물, 식물을 옮기기 위한 수많은 시도, 식물 이식으로 인한 환경과 역사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는 그가 수년간 진행한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NSW 프리미어 역사상, 미국 CBHL 문학상과 원예사 도서상, 영국 가든 미디어 길드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 책은 워디언 케이스가 전 세계의 식물을 옮기며 세계사에 변혁을 일으킨 자취를 세밀하게 살핀다. 아름다운 식물을 곁에 두고 감상하고 싶다는 욕망과 유익한 식물을 재배해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제국주의의 열망, 이로 인해 이루어진 식물 이식, 그리고 인간이 감당해야 했던 환경의 변화까지 이 책은 꼼꼼하게 되짚는다. 한 식물 애호가의 호기심으로 탄생한 워디언 케이스가 식물과 관련된 모든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국외대에서 일본어와 영어를 전공하고 성균관대 번역대학원에서 문학(번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상 및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번역 일을 하며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책이 좋아 출판 번역의 길로 들어섰다. 옮긴 책으로는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변화를 바라보며》, 《우리 시대를 살아가기》, 《인간의 조건》, 《한 걸음의 법칙》, 《영혼의 연금술》, 《하이라인 스토리》, 《맥주의 모든 것》, 《칵테일의 모든 것》, 《이탈리아 할머니와 함께 요리를》, 《맥주의 정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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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2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722g | 150*225*32mm
ISBN13
9791156759805

책 속으로

1829년, 외과 의사이자 아마추어 박물학자인 너새니얼 백쇼 워드Nathaniel Bagshaw Ward는 밀폐된 유리 상자에서 식물이 물 없이 장기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유리 속에 식물을 넣고 본인의 런던 집에서 4년간 키운 끝에 워드는 전 세계 식물 운반에 쓰일 운반용 유리 상자를 만들었다. 아담하고 견고한 이 상자는 나무와 유리로 만들어졌고 흡사 이동용 온실처럼 보였다.
--- p.7

이 책은 1829년 첫 발명부터 1920년대 마지막 중요한 여정까지 이르는 워디언 케이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이 책은 살아 있는 식물이 어떻게 전 세계를 이동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워디언 케이스는 각종 식물의 운반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많은 과학자·역사가·원예작가 들이 식물을 전 세계로 운반하는 데 기여한 점에서 워디언 케이스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이 길고 유용한 상자의 역사를 모두 담아낸 이야기는 아직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
--- p.10

워디언 케이스는 단순한 운반 수단이 아니라 전 세계 환경 작동 방식의 큰 변화를 목격한 “핵심 운반 수단”이었다.
--- p.16

자연은 항상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우리 역사는 이 점을 반영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많은 역사적 기록에서 대체로 물류에 대한 관점은 빠져 있다. 하지만 식물을 운반한 상자에 초점을 맞추면 현대 역사에서 집단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세계적인 식물의 이동이 한눈에 파악된다. 전성기였던 19세기에는 수만 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천 개의 워디언 케이스가 전 세계를 누비며 식물을 운반했다. 마시고 먹고 냄새 맡고 입는 우리의 선택이 식물의 이동으로 변혁을 맞이했다. 이 모든 변화를 목격한 한 물건, 그것이 바로 워디언 케이스였다.
--- p.19

상자를 본 후 베를린에서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워디언 케이스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해보았다. 슈퍼마켓에서 종종 바나나를 산다. 바로 전날에는 자전거 바퀴를 바꾸었다. 다르질링 홍차를 즐기지만 보통 때는 커피를 마신다. 꽃 선물을 할 때는 난초보다는 국화를 산다. 그다지 즐기지 않는 게 있다면 작은 정원에서 잡초를 뽑아야 한다는 것. 워디언 케이스는 이와 관련된 모든 식물을 운반했고 이들을 해당 지역에 심어 번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p.20

박물관과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렇게 중요한 물건이 세계적으로 몇 개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은 깜짝 놀랄 일이다. 왜 박물관에 남아 있는 워디언 케이스가 이토록 얼마 안 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워디언 케이스의 길고도 유용한 역사 끝자락에서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
--- p.22

과거 두 세기 동안 종묘원과 식물원에 닥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살아 있는 식물을 성공적으로 가져오고 보내는 문제였다. 이 문제는 수입-수출이 많은 로디지스의 사업에 오랜 기간 걸림돌이었다. 식물이 유리 안에서 별도의 손길이나 관심 없이도 잘 자랄 수 있다면, 이런 특별한 상자에 식물을 담아 배로 보내면 어떨까?
--- p.40

워드의 발명품은 유럽 제국 곳곳에 전해지면서 빠르게 성공했고, 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가치 높은 도구로 입소문이 났다. 색다른 원예식물이나 농업에 필요한 식물을 바다 건너 다른 나라와 주고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앞에 이제 걸림돌은 거의 없어 보였다.
--- p.49

유럽의 경우 식물의 이동은 일찍이 사람들의 호기심이 자국 땅 너머로 부풀어가던 계몽주의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식물은 여행 동반자로서는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 친구였다. 하지만 신선한 물은 긴 항해에서 몸값이 귀했으므로, 바싹 마른 식물이 있어도 사람보다 먼저 물을 주지는 않았다. 이처럼 살아 있는 식물을 먼 곳으로 운반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과학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을 시도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식물을 수은에 묻는 것까지 고려했을 정도다.
--- p.52

식물을 운반하려는 욕망에는 항상 제국의 세계적 확장과 경제적 이득이라는 요소가 내재되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p.68

즉 워드의 발명품은 완성되는 데 두 세기가 걸릴 정도로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 기간 동안 식물을 운반하며 입은 손실도 상당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식물 운반이 어렵다는 정도로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외국 식물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기만 했다. 19세기 초까지도 이런 난제 극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1829년 워드가 선보인 발명품과 1834년 그가 시도한 실험은 식물이 장시간 밀폐된 용기에서 생존할 수 있음은 물론, 오히려 외부와 차단된 상태라 오랜 여정에서 더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p.76

워드의 상자 덕분에 식물에 열망이 있던 많은 사람들은 외국 땅으로 대규모 채집 탐험을 아무 걱정 없이 나설 수 있었다. 해외 채집 활동이 추진되면서 종묘상, 부유한 귀족, 영국 및 벵골 정부, 상선, 그리고 심지어 아삼의 지역 채집가까지 이르는 일련의 이익 집단이 모여들었다. 이들 모두는 새로운 식물의 탐사와 운반에 관여했다.
--- p.83

중요한 농작물을 성공적으로 운반한 워디언 케이스는 식물 이동 수단으로서 그 유용성을 더욱 확고히 했으며, 이렇게 이동된 많은 작물은 여전히 농업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그 영향이 장기적임을 입증했다.
--- p.132

워디언 케이스가 만국 박람회에 전시된 일은 상자가 더 많이 쓰이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주로 장식용, 특히 아마추어 원예가들이 응접실 중앙에 놓을 장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워디언 케이스는 식물 애호가들에게 심미적인 이유로 환영받았지만, 언론인들은 식물을 바다 건너로 옮기는 데 있어 워디언 케이스가 얼마나 중요한 기술인지를 빠뜨리지 않고 언급했다.
--- p.171

우리의 환경 정책은 식물의 운반에서 이제는 그 흐름을 규제하는 것으로 지난 2세기에 걸쳐 변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자연의 균형은 우리 인간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워디언 케이스로 식물을 운반한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 p.348~349

출판사 리뷰

한 식물 애호가의 호기심은 어떻게 세계 역사를 바꾸었나
워디언 케이스의 탄생, 번영, 쇠락을 통해 들여다본 식물 이동의 역사


1829년, 영국의 외과의사이자 식물 애호가인 너새니얼 백쇼 워드는 나방 부화를 관찰하기 위해 밀폐된 유리병에 흙, 마른 잎, 나방의 번데기 등을 넣었다. 그 과정에서 유리 용기에 담긴 고사리와 이끼가 물을 주지 않았는데도 오랫동안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그는 몇 년간 실험을 거듭하여, 적당한 햇빛만 있으면 몇 개월이고 식물이 생존할 수 있는 밀폐형 유리 상자, 워디언 케이스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워디언 케이스가 작은 온실과 같아 별도의 물 공급이나 난방 없이도 상자 안에서 열대 식물이 잘 자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외국의 희귀한 식물을 수입하고 싶어 하던 종묘업계에서 큰 관심을 보였다. 이후 워디언 케이스는 대양을 건너는 선박에 실려, 향신료로 쓰이는 바닐라와 후추부터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았던 소나무나 야자나무 등 각양각색의 식물을 유럽으로 들여오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워디언 케이스를 통한 식물 이식은 원예업계와 농업계에 변혁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산업 구조와 근대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워디언 케이스는 현존하는 수량이 매우 적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채 박물관 다락방에 방치되어 있었다. 큐레이터이자 역사가인 루크 키오는 전시회를 준비하던 도중 우연히 워디언 케이스를 발견하고, 이토록 중요한 유물이 어째서 주목받지 못했는지 의문을 품었다. 이후 키오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워디언 케이스와 관련된 사료를 낱낱이 살펴, 이 상자가 역사에 남긴 자취를 몇 년에 걸쳐 추적했다. 그가 이루어낸 방대한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 바로『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원제: The Wardian Case, 푸른숲刊)』이다. 이 책은 NSW 프리미어 역사상, 미국 CBHL 문학상과 원예사 도서상, 영국 가든 미디어 길드 어워드를 수상하며 식물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역사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너새니얼 워드가 상자를 발명한 날과 그의 업적으로 변화하며 발달한 식물 이식에 대해 서술한다. 식물을 이식하기 위해 인류가 해왔던 온갖 노력, 워드가 본인이 발명한 상자의 실용성을 시험해보는 과정, 워디언 케이스를 통한 식물 이식의 성공, 워디언 케이스가 식물 이동의 연결망을 구축하고 과학계와 원예업계의 중심에서 활약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2부는 워드 사후 워디언 케이스의 운용과 쇠락의 역사를 추적한다. 워디언 케이스가 본격적으로 식민주의 플랜테이션 구축에 이용된 이야기, 유럽의 식물원이 식물 이식을 통해 세계를 통제하려 했던 시도, 식물 이식으로 뒤바뀐 생태계, 뜻하지 않은 침입생물종과 병충해로 인해 워디언 케이스가 사라지는 과정까지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역사 전시를 둘러보는 것처럼, 워디언 케이스가 세상에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식물 이동과 얽힌 세계사를 흥미진진하게 여행할 수 있다.

열대우림 속 식물을 집안 창가로 들여오다
원예업계와 식물학계를 뒤바꾼 워디언 케이스의 업적


워디언 케이스에 담긴 열대식물이 장기간 문제없이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영국·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종묘업자, 식물원, 식물 애호가 상류층이 워디언 케이스를 즉각 도입하여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워드가 식물학계와 원예업계에 다양하고 넓은 인맥을 보유했고, 상자를 알리는 데 이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워드는 자택에 거대한 온실을 짓고, 식물과 관련된 인사를 무수히 초대해 자신이 꾸민 온실과 워디언 케이스를 보여주었다. 워드의 자택에는 희귀한 식물과 워디언 케이스를 직접 보고 싶어 하는 식물학자나 종묘상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이곳은 곧 식물 관련 업계 사람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처럼 되었다(157쪽). 즉 워드는 당대 식물 관련 업계의 중심을 차지하던 사람이었던 셈이다. 이 책은 식물 애호가였던 워드가 식물을 다루는 큰손들과 좋은 인맥을 유지하며, 어떻게 원예업계와 식물학계에 영향을 끼쳤는지 상세하게 다뤘다.

저자는 우리를 19세기 유럽으로 데려간다. 당시 워디언 케이스가 발명된 영국을 중심으로,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 등 나라의 종묘상들이 어떻게 아름답고 희귀한 열대식물을 가져오려 했는지 그 노력의 과정을 그대로 담았다. 특히 영국의 원예업계는 당시 유럽을 휩쓸던 열대식물 열풍에 맞추어 희귀하고 아름다운 온갖 외국 식물을 워디언 케이스를 이용해 자국으로 들여왔다. 특히 워디언 케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큐 식물원의 지위와 영향력 덕에, 워디언 케이스는 전 세계에 퍼진 각양각색의 식물을 들여오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103쪽).

큐 식물원의 운용 덕에 워디언 케이스가 보편적인 식물 운반 수단으로 자리 잡은 후, 온갖 식물이 유럽에 들어오게 된다. 호주의 깊은 밀림에 숨어 있던 작은 양치류부터, 상류층이 자신의 부를 뽐내기 위해 구입하던 인도의 난초, 정원용 식물로 각광받은 일본에서 들어온 인동덩굴, 커다란 크기와 화려한 색깔과 생소한 형태로 놀라움을 자아내는 말레이시아의 식충식물 등, 다양한 식물이 워디언 케이스에 담겨 바다를 건너왔다. 이는 새로운 식물을 찾아내고자 하는 식물학자, 아름답고 가치 있는 식물을 소개하려 했던 종묘상, 그리고 식물을 배로 운반하며 식물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던 선원들이 합심하여 이뤄낸 결과물이었다(110쪽).

또한, 당시 식물학계 역시 과학 체제 정립을 위해 식물을 들여오기 위해 워디언 케이스를 다루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프랑스, 영국, 미국의 과학 탐사대는 바다를 탐사하기 위한 원정을 떠날 때 선박에 반드시 워디언 케이스를 실었다. 탐사원들은 워디언 케이스를 세계 곳곳에서 채집한 식물을 담아 옮기는 과학 기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124쪽). 그 덕에 워디언 케이스는 유럽에서 가까운 아프리카 연안부터 남극 앞바다까지 다양한 장소를 누비며 식물을 옮겼다. 이로 인해 유럽과 미국의 식물학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으며, 특히 미국 과학이 전례 없는 성장을 이룩하게 된다. 이처럼 워디언 케이스는 먼 나라에 숨어 알지 못하던 식물들을 운반해, 우리가 친숙하게 여기고 가까이하는 식물이 되도록 한 도구였다.

“식물의 이동은 전 세계 생태계와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동사 뒤에 숨은 제국주의 확장과 경제적 이득을 향한 욕망


이 책은 워디언 케이스가 식물학계와 원예업계를 발전시켰다는 긍정적인 역사뿐 아니라, 제국주의 세력이 식민지 플랜테이션의 핵심적 요소로 상자를 이용했던 부정적인 역사도 함께 파헤친다. 당시 제국주의가 어떻게 워디언 케이스를 이용해 식민지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익을 창출하려 했는지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룬다. 워디언 케이스로 식물을 운반하는 것이 가능해지자, 상자의 발명지인 영국을 비롯해 다양한 유럽 국가들이 열대 식물을 들여오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이들이 열대 지방의 식물에 관심을 보인 것은 단순히 새로운 식물이 궁금하다는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다. 경제성이 높은 작물을 생산하여 이득을 창출하고, 현지인의 “미개한 마음을 위대하고 정당한 대의를 아는 상태로” 이끌며(166쪽), 자국의 위상을 떨치겠다는 제국주의적 목표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 바나나가 바로 이런 목적으로 이식된 작물로, 영국의 선교사 존 윌리엄스가 남태평양 제도에 유럽의 영향력을 퍼뜨리기 위해 뉴기니에서 채취한 바나나를 옮겨 심은 것이다(164~165쪽).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럽의 제국주의 세력은 경제성이 있는 식물이라면 무엇이든 채집해 워디언 케이스에 담아 도입하고, 타 식민지에 옮겨 심어 대규모로 플랜테이션 농업을 조성했다.

이 시기 제국주의 세력의 공격적인 플랜테이션 농장 건설로 인해 전 세계 농업의 구조가 뒤바뀌었다. 이전에는 자연스럽게 자생하던 식물을 소규모로 재배했으나, 19세기 이후로 경제성이 높은 식물을 대량으로 재배해 큰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 대표적인 농업의 방식이 되었다. 제국주의 열강은 인도에서는 차를,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는 고무를,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커피를 대규모로 농작해 식민지의 영토와 산업 체계를 장악했다. 이 영향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과거 식민지 시절에 플랜테이션이 이루어졌던 농산물이 지금도 각 국가에서 대표적인 수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변화는 결국 워디언 케이스의 존재로 인해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열대식물들은, 19세기에 워디언 케이스를 통해 이루어졌던 대대적인 식물 이식의 결과인 것이다.

워디언 케이스는 식물을 옮기며 농업의 구조를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식생과 환경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멀리 떨어진 땅에서 자생하다 다른 대륙으로 옮겨간 식물들은 새 터전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도 많았지만, 마구잡이로 번식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침입종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한 식물을 살아 있는 채로 옮기는 방식의 특성상 흙과 식물에 묻어 있던 병충해와 바이러스도 함께 옮겨오는 경우가 많았다. 아름다운 외양 덕에 일본에서 서양으로 들어온 인동덩굴은 미국 동부 삼림을 온통 뒤덮은 침입종이 되었고(202쪽), 흙 속에 숨어 들어온 뉴기니의 편형동물은 서양 토종 달팽이를 멸종시켜 흙 속의 생태계를 무너뜨렸다(315쪽). 이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하여 식물 검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 되었고, 워디언 케이스는 새로 정립된 검역 체제에 따라 식물을 운반하는 즉시 안에 담긴 흙과 함께 소각되었다. 현존하는 워디언 케이스의 수가 극도로 적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에 항공기가 편리한 식물 운반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워디언 케이스는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밀려나고, 한때는 필수적인 존재로 주목받았던 원예업계와 식물학계의 기억 속에서도 잊히게 된다.

워디언 케이스는 단순한 상자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환경, 그리고 역사까지 다양한 방면의 변화를 겪은 목격자였으며 동시에 그 변화를 일으킨 주체였다. 이 작은 상자로 인해 우리가 사는 환경과 영위하는 일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비록 워디언 케이스로 인해 생태계가 망가진 자리를 수습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다양한 식물을 매일 이용하는 현대 인류의 삶은 워디언 케이스가 온 세계를 누비며 식물을 옮겨온 덕분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되새기게 한다.

추천평

화단의 식물을 보며 아름다움을 즐기고, 식탁에 오르는 채소와 과일을 매일 먹고, 식물로 만든 약에 생명을 기대며 살고 있는 우리는 이 모든 식물들이 ‘어떻게’ 우리 곁에 오게 되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식물이 우리 곁으로 오게 된 여정, 더 나아가 식물을 향한 인류 내면의 욕망까지도 세밀하고 솔직하게 그려낸다. 이토록 식물의 이동 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한 책은 없었다. 읽은 후에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이야말로 저자가 우리에게 보내는 한 권의 식물 상자 그 자체라는 것을. -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 원예학 연구자, 『식물과 나』·『식물의 책』 저자)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벨의 전화, 라이트의 비행 기계는 세상을 변화시켰다. 너새니얼 워드가 만든 혁신적인 식물 상자도 그랬다.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는 식물의 도입과 그로 인해 들어온 의도치 않은 것까지 모두 보여주는 훌륭한 역사책이다. - 마이클 도스만 (하버드 대학 아널드 수목원 생물 부문 관리자)
이 책은 나무와 유리로 만든 단순한 상자가 어떻게 세계사를 바꾸었는지 탐구한다. 꼼꼼한 정원사와 자연사 애호가 모두를 만족시킨다. - [커커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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