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오늘의책
읽는 생활

읽는 생활

: 부지런히 나를 키우는

리뷰 총점9.6 리뷰 37건 | 판매지수 6,420
베스트
에세이 top100 5주
정가
16,800
판매가
15,120 (10% 할인)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50g | 118*188*20mm
ISBN13 9791168124912
ISBN10 1168124913

이 상품의 태그

세이노의 가르침

세이노의 가르침

6,480 (10%)

'세이노의 가르침' 상세페이지 이동

역행자 확장판

역행자 확장판

17,550 (10%)

'역행자 확장판' 상세페이지 이동

모든 삶은 흐른다

모든 삶은 흐른다

15,120 (10%)

'모든 삶은 흐른다' 상세페이지 이동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12,600 (10%)

'불편한 편의점' 상세페이지 이동

자본주의

자본주의

15,300 (10%)

'자본주의' 상세페이지 이동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15,300 (10%)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세페이지 이동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무삭제 완역본)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무삭제 완역본)

10,350 (10%)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무삭제 완역본)' 상세페이지 이동

불편한 편의점 2

불편한 편의점 2

12,600 (10%)

'불편한 편의점 2' 상세페이지 이동

부자의 그릇

부자의 그릇

13,500 (10%)

'부자의 그릇' 상세페이지 이동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15,120 (10%)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상세페이지 이동

타이탄의 도구들 (블랙 에디션)

타이탄의 도구들 (블랙 에디션)

16,200 (10%)

'타이탄의 도구들 (블랙 에디션)' 상세페이지 이동

꿀벌의 예언 1

꿀벌의 예언 1

15,120 (10%)

'꿀벌의 예언 1' 상세페이지 이동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10,350 (10%)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상세페이지 이동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15,480 (10%)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상세페이지 이동

꿀벌의 예언 2

꿀벌의 예언 2

15,120 (10%)

'꿀벌의 예언 2' 상세페이지 이동

회복탄력성

회복탄력성

13,320 (10%)

'회복탄력성' 상세페이지 이동

레버리지

레버리지

16,200 (10%)

'레버리지' 상세페이지 이동

부의 추월차선 (10주년 스페셜 에디션)

부의 추월차선 (10주년 스페셜 에디션)

15,750 (10%)

'부의 추월차선 (10주년 스페셜 에디션)' 상세페이지 이동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14,400 (10%)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상세페이지 이동

[예스리커버] 도파민네이션

[예스리커버] 도파민네이션

16,200 (10%)

'[예스리커버] 도파민네이션' 상세페이지 이동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오늘도 책이 있는 생활] ‘쓰는 독자’ 임진아 작가가 살면서 성실하게 쌓아온 책과의 기억들을 꺼내놓는다. 책을 찾고 만나고 읽는 과정은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그보다 훨씬 오래 읽는 이에게 남는다. 작가의 읽는 생활을 따라가는 동안 나만의 ‘책이 있는 생활’이 떠오르는 반가운 책 -에세이 P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부 접어둔 페이지

여름방학 속독 교실
혼자가 되면 리코더를 부는 어른
새로운 밤의 플레이리스트
울어도 되는 직업
나의 첫 우표 책
좋아하기에 절망할 수 있는
세 명 이상이 같은 걸 좋아할 때

2부 둥그런 책벌레

같은 줄, 같은 키
가끔 어딘가 망가진 기분이 든다
만화책을 기다리는 일
책으로 통하는 작은 문
좋아하는 책 속의 좋아하는 소품
책을 닮은 사람

3부 마음의 절취선

수수하다는 단어의 색
후기 읽기라는 위험한 취미
괜찮아, 살아 있고
아무런 취향
책에 닿지 않는 그늘
올해도 축하할 수 있어서 기뻐

4부 책으로 스트레칭

마음이 끓어오를 때
쓰는 독자가 된다면
실은 스트레칭 다음은
오늘의 단어
없지만 있는 책
오늘의 책을 만나러 간다
종이 세상에서의 상상의 너비
순서를 만드는 기분

5부 어제의 마음과 내일의 생각

외짝사랑의 고쳐 쓴 다짐
종이로 꾸는 꿈
평소의 시
빈 종이를 닮은 그림
책방 주인이 되어본 이틀
뒤축을 먼저 땅에 댑니다
내 글과 살아가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선생님의 리코더 연주 같은 글이 쓰고 싶어졌다. 쉬워 보이는 것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온기는 가만히 있는 개인을 움직이게 한다. 내 글의 모양은 평범한 누군가의 마음처럼 아주 흔했으면 좋겠다. 잠깐씩 피어났다 사라지는 그 쉬운 마음을 분명히 다잡아 표현해낸다면, 어쩌면 선생님의 리코더 소리처럼 찰나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서 작은 나아짐을 겪고, 당신의 자리로 달려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마음을 더듬어서 오늘의 마음을 괜히 기록해보기 시작하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가 되면 리코더를 부는 어른」중에서

온통 유리로 된 가구로 채워져 있던 우표 가게는 카운터 또한 유리 진열대를 썼다. 어린아이들이 손바닥을 대고 눕듯이 우표를 구경해도, 몇 십 장의 우표를 오래도록 구경만 해도 웃음으로 허용되던 곳이었다. 심지어 어린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환영받는 손님이었다. 우표를 한 장 한 장 즐겁게 모으며 가게를 정기적으로 찾는 손님은 어린이들이었다. 우표만 그득하게 채워져 있는 공간이라는 게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를 당시의 나는 몰랐다. 그 우표들 사이에서 내 것이 될 우표를 골라 작은 봉투에 담아 나오는 일이 얼마나 무구한 것인지도. 오늘의 추천 우표와 새로 나온 우표를 꺼내주면 하나하나 살펴보는 시선이 얼마나 당당했는지도.
---「나의 첫 우표 책」중에서

세 명 이상의 공통된 취향이 어른을 기른다. 인간으로 자라나면서 이런 장면은 언제까지나 필요하다. 혼자서 좋아하던 것들을 몇 명과 나눌 때면 분명히 환해진다. 나는 혼자만으로도 신이 나고 지루함 없이 노는 편이지만, 그것들을 속에만 깊고 깊게 담아둔 채로 지내다가 좋아하는 이들과 나눌 때면 새로운 숨이 쉬어지고, 그제서야 전에 없던 표정을 짓는다. 사람은 그렇게 환해지기도 한다.
---「세 명 이상이 같은 걸 좋아할 때」중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선뜩 답하지 못한다면, 어떤 책을 닮고 싶으냐고 조금 고쳐보자. 어쩌면 그리고 싶은 내 모습이 책으로는 금방 떠오를지도 모른다. 나는 서점의 작은 코너에서, 누구나의 생활을 응원하는 한 권의 책으로 언제까지나 꽂혀 있고 싶다. 그런 책을 닮은 나를 꿈꾼다.
---「책을 닮은 사람」중에서

여전히 듣고 싶은 노래를 진득하게 듣는 나는, 블로그에 노래를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한 곡을 틀어둔 채 노래 일지를 쓴다. 오늘 내 하루와 그날 좋다고 느끼는 곡 하나가 만나면, 오늘 못 다한 이야기가 생겨난다. 노래는 나에게 이야기의 첫머리를 주고, 나는 그저 별생각 없이 적어 내려간다. 원고를 쓰기 위해 빈칸을 열면 좀처럼 한마디를 시작하기 어려운데,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글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말이든 얼른 하고 싶어진다. 즐겁게 듣던 사람으로 오래 살아서인지 노래 곁에서는 쉬이 마음이 열린다. 오늘의 취향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날까지 기꺼이 손을 뻗는다. 그 손을 잡아도 좋고 잡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 시절의 내가 어딜 바라보며 웃었는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무런 취향」중에서

자기 전에 책장을 훑어보며 책등의 제목만 읽어보고 마는 것 또한 내 하루에 자국을 남기고, 읽을 줄 몰랐던 한 권을 몽땅 읽어버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내 안에서 스스로 피워낼 수 없던 언어를 만난다는 건 내 생활 속에 새로운 언어가 쌓이는 일. 그것들은 어떻게든 내 안에 머물다가 나를 통과해 세상 밖으로 다시 빠져나가기를 반복한다. 이는 독서 생활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호흡법이기도 하다.
---「실은 스트레칭 다음은」중에서

책을 알아가는 건 재미있는데, 아무래도 나를 알아가는 데에는 큰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나를 이렇게 보면 어떨까. 책을 대하듯이 나를 대하면 어떨까. 나는 왜 책 앞에서만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내가 되는 걸까. 나 스스로를 앞에 두고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선은 매일 아침 새로이 만나는 나를 느리고 낯설게 읽어나가면 어떨까.
---「오늘의 단어」중에서

오늘 다가온 잠잠한 마음은 오늘의 단어가 될 것이다. 그 단어들을 모아보면 그제서야 펼쳐지는 지난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그 이야기들을 책을 대하듯이 어루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나의 이야기 또한 아는 단어, 아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가 문득 멈추게 만드는 단어 하나가 있다면 읽기를 멈춰도 좋다. 대신 읽게 될 내 이야기가 내 안에서 펼쳐질 때, 나는 나에게 숙인다. 책을 읽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눈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순간 책은 그저 고마운 존재가 된다.
---「오늘의 단어」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7년 만의 본격 장편 출간. 2/24(금) 입고됩니다! 예약 접수 중입니다.” 손글씨로 쓴 한 장의 종이가 곧 나올 책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카운터에 둘 수도 있었을 텐데, 책 한 권을 위해서 서가를 미리 비워두고 있는 모습이라니. 책을 기다려온 책방의 커다란 환대였다. 출간 전부터 책의 자리를 만들어두는 일. 책의 세계에서 이것만큼 큰 환대가 또 있을까.
---「없지만 있는 책」중에서

지금은 시를 아프게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마음을 들키려들지 않는다. 나에게 다가오는 시를 기다리는 여유가 생긴 건지도 모른다. 나를 읽어내려고 시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않는다. 시와 나에게는 가끔은 가까운 거리가 필요하지만 평소에는 각자의 거리가 필요하다. 책을 아프게만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책을 평가하게 된다. 내 마음을 어디 한번 맞춰보라고 말이다.
---「평소의 시」중에서

나는 쓰면서 찾게 되는 내가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쓰면서 오늘을 겨우 살아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 않았던 생각, 했으면 좋았을 말, 이제야 정리되는 기억, 지난날 무지했다는 인정, 그리고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을 찾았다. 내가 나의 말을 들을 때면 내 눈은 몸 안을 바라보지 않는다. 지난 이야기를 하는 나의 온몸이 풍경처럼 다 보였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와 거리를 두게 되었고, 어떤 나와 멀어지면 이로운지를 알기 시작했다. 차마 말 못 하는 내 삶의 사고(事故)가 어쩌면 책 속의 사건이 될지도 모르는 희망을 가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건 사고를 사건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내 글과 살아가기」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임진아 작가가 읽고 그리고 쓰는 사람으로서 기록한 매일의 읽는 생활
어제의 마음과 오늘의 표정, 그리고 내일의 생각을 읽어가며 나를 기르는 시간

둥그런 책벌레처럼 몸과 마음을 스트레칭


때로는 글에 어울리는 삽화를 그리고 때로는 그림에 어울리는 글을 짓는 임진아 작가는 사실 자신은 “독자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결코 다독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굳이 따지면 애서가에 가까운, 책의 겉과 안을 전부 사랑해서 “책 안의 글자만 읽는 게 아니라 책 그 자체에서 읽어낼 수 있는 온갖 거리들을 죄다 읽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런 그가 ‘읽기’라는 행위에 관한 여러 모양의 사유를 담아낸 산문집 『읽는 생활』은 그래서 독서록이라기보다는 독서생활문에 가깝다.

카레를 끓이면서 국자로 휘휘 젓는 틈틈이 속독을 하기도 하고, 자기 전에 계란을 삶으며 부엌에 서서 소리 내어 책을 읽거나, 가장 읽고 싶은 책은 스트레칭을 하다가도 시선을 맞출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게 바닥에 펼쳐두기도 한다. 하나의 만화책을 두고 서로 좋아하는 장면을 펼쳐드는 달뜬 감정, 연작 만화의 다음 권을 기다리는 막막한 시간, 책에 따로 난 작은 문 같은 추천사 읽기, 우표 책을 채우기 위해 하교 후에 가게로 달려가던 숨 가쁜 추억까지, 둥그런 책벌레의 읽는 생활을 쫓다 보면 좋아하는 대상을 나누는 순간 사람이 얼마나 환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부지런히 챙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세 명 이상의 공통된 취향이 어른을 기른다. 인간으로 자라나면서 이런 장면은 언제까지나 필요하다. 혼자서 좋아하던 것들을 몇 명과 나눌 때면 분명히 환해진다. 사람은 그렇게 환해지기도 한다. 그러니 부지런히 나를 키울 순간들을 챙겨야 한다. 좋아하는 걸 어렵게 만나고, 시간을 들여 기다리고, 고르고 고른 순간을 충분히 누리는 정성이 필요하다.” (p.73)

가만히 들여다보고 부지런히 나를 기르는 시간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책을 보며 쉬는 사람이기도 하기에, 오래간만에 쉬는 날에도 저자의 마음은 책으로 향한다. 서점을 둘러보며 그간 완전히 잊고 지내던, 실은 향하고 싶은 주제들 안에서 마음껏 유영한다. 빵을 만들지 모르는 나, 소도시로 여행을 갈지도 모르는 나, 어쩌면 방 구조를 바꿀지도 모르는 나. 아직 앞날이 막연하던 대학생 시절, 서점에서 만난 실용서 속 사진들 덕분에 느긋한 미래의 장면을 그려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겠다면, 어떤 책을 닮고 싶은지 고쳐 생각해보면 어떨까. 저자 자신은 “서점의 작은 코너에서, 누구나의 생활을 응원하는 한 권의 책”을 닮고 싶다고 말한다.

책을 닮은 나를 상상하듯, 책을 읽듯 나를 느리고 낯설게 읽어가는 것도 자신과 가까워지는 또 다른 방법이다. 저자는 책을 읽다가 문득 멈추게 만드는 단어가 있다면, 잠시 읽기를 멈추고 그것으로부터 펼쳐지는 ‘나의 이야기’에 집중해보기를 권한다. 그간 정리되지 않았던 고민들을 알아차리게 될 수도 있고, 결정하지 못했던 문제에 답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음에 남은 자국이 언젠가의 나를 만들고, 부지런히 나를 길러낼 것이다.

“어떤 책은 마음을 잡아주는 돌이 되어준다. 휘몰아치던 생각들을 그 순간 돌아다니지 않게 하는 책이 있다. 평소엔 낯선 매일매일을 새로 마주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간 마음속에 어떤 바람이 불었는지, 어떤 고민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는지 알아채기가 어렵다. 책을 펼쳐서 남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제서야 내가 보인다. 어떤 문장은 지금껏 결정하지 못했던 나의 문제에 대한 답이 되어주기도 한다.” (p.39)

읽는 사람에서 쓰는 독자로, 내 글과 살아가기

회사에 속해 문구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이제는 책을 위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는 자연스레 읽는 사람에서 쓰는 독자가 되었다. 그 덕분에 책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에 속해 일하며,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서점, 동네 책방 같은 공간의 이야기를 더욱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는 태풍이 와도 묵묵하게 책방을 여는 사람이 있고, 책방에 가기로 마음먹은 날에는 무작정 그리로 향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미리 서가를 비워두고 투명한 점선으로 책 모양을 만들어 출간 예고를 알리는 서점이 있는가 하면, 서점 폐점을 앞둔 날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계산대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기에 앞서 책을 보는 사람이었기에, 책을 둘러싼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다정하면서도 애틋하다.

저자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다 같이 쓰는 독자가 되길 권한다. 오늘 하루에 어울릴 문장을 찾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이후로, 읽는 생활이 더욱 즐거워졌다고 말이다. 책에서 내 마음을 대변하는 타인의 문장을 발견했을 때, 물론 가장 쓰고 싶은 표현은 잃은 셈이지만 그 문장과 만났기에 알아차린 내 마음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계속해서 ‘전진하듯’ 쓰게 된다면, 삶에 ‘사고’처럼 일어난 일이라도 글에서는 ‘사건’처럼 여기며, 나 자신과 건강하게 거리를 둘 수 있게 된다. “언젠가 읽은 책이 아무런 날에 나를 찾아와 조용히 환기를 시키”듯, 『읽는 생활』은 책이 우리 곁에 난 작은 창문처럼 역할 하길, 그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우리의 매일을 가끔은 흔들고, 가끔은 다독이고, 가끔은 눈물짓게 하며, 또 가끔은 웃음을 주길 바라는 책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와 거리를 두게 되었고, 어떤 나와 멀어지면 이로운지를 알기 시작했다. 차마 말 못 하는 내 삶의 사고(事故)가 어쩌면 책 속의 사건이 될지도 모르는 희망을 가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건 사고를 사건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289쪽, 「내 글과 살아가기」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읽는 생활』은 둥그런 책벌레 임진아 작가가 어린이 시절부터의 추억을 담은 독서록이자 “쓰는 독자”가 되는 경험의 책이다. 느리지만 단단한 호흡으로 오늘의 성실을 전한다. “쉬워 보이는 것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온기는 가만히 있는 개인을 움직이게 한다. 내 글의 모양은 평범한 누군가의 마음처럼 아주 흔했으면 좋겠다.” ‘오늘’, ‘마음’, ‘서점’이라는 단어가 유달리 자주 등장하는데, 그 까닭은 임진아 작가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기 때문. 그것이 임진아 작가의 산문이다.

책 속 모난 데 없이 둥글려진 인물이 스트레칭을 하며 책을 읽는다. 그림과 같은 자세로 임진아 작가의 글을 읽어본다. 임진아 작가의 산문은 그림과 더불어 박동한다. 오늘의 좋은 점을 찾으려는 그의 태도가 페이지마다 빛나기 때문에 문득, 당신 역시 오늘의 작은 기적을 발견하며 반짝하고 미소 짓게 될 것이다. 『읽는 생활』이 좋은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얘기를 하는 중이라는 걸 알아서다.
- 이다혜 (작가, 『출근길의 주문』)

회원리뷰 (37건) 리뷰 총점9.6

혜택 및 유의사항?
이토록 멋진 만남이라니...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동***상 | 2022.11.22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읽는 생활이라는 것은 얼마나 멋진 로망인가?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자체가 생활이 되지는 못하는 나는 설렘으로 책을 선택했다. 동글동글한 그림들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읽는 것이 생활이 된 그녀의 생활 속으로 무임승차라도 한 듯 기쁜 마음을 멈출 수 없다. 누가 내리라고 하지는 않겠지?   저자 임진아는 읽고 그리는 삽화;
리뷰제목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읽는 생활이라는 것은 얼마나 멋진 로망인가?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 자체가 생활이 되지는 못하는 나는 설렘으로 책을 선택했다. 동글동글한 그림들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읽는 것이 생활이 된 그녀의 생활 속으로 무임승차라도 한 듯 기쁜 마음을 멈출 수 없다. 누가 내리라고 하지는 않겠지?

 

저자 임진아는 읽고 그리는 삽화가이다. 생활하며 쓰는 에세이스트, 만화와 닮은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다. 종이 위에 표현하는 일과 책을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 저서로는 <빵 고르듯 살고 싶다>, <아직, 도쿄>, <오늘의 단어>등이 있다. 어린이라는 세계와 올리브색이 없으면 민트색도 괜찮아에 삽화와 표지를 그렸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시작의 큰 제목은 접어둔 페이지다. 책을 읽다가 접어둔다는 것은 중요하거나 다시 보고 싶거나, 생각해 봐야 할 때 접어둔다. 저자는 어떤 책을 접어 두는 것일까? 사소한 들숨과 날숨에도 집중하게 되는 마음이다. 그녀가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짝사랑 책 읽기를 그녀에게 공감이라도 받는 것처럼 마음이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둥그런 책벌레라는 제목은 왠지 그녀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책으로 스트레칭은 나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된다. 한발 더 나아가 어제의 마음과 내일의 생각으로까지 펼쳐지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미소를 장착한다. 그녀와 나 오늘 만난다.

 

쉬워 보이는 것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온기는 가만히 있는 개인을 움직이게 한다. 내 글의 모양은 평범한 구군가의 마음처럼 아주 흔했으면 좋겠다. 잠깐씩 피어났다 사라지는 그 쉬운 마음을 분명히 다 잡아 표현해낸다면, 어쩌면 선생님의 리코더 소리처럼 찰나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글이 되지 않을까. (p23)

어린 시절 갈 곳 없어서 시간 때우기 식의 방과 후 수업 시간에 몰래 빠져나와서 듣던 리코더 소리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저자는 말한다. 흔하디흔한 리코더로 아름다운 연주를 하고 공간을 아름답게 물들이던 오빠의 담임선생님. 지루한 방과 후 수업 시간에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빈 교실을 어슬렁거리던 저자의 귀와 마음을 온통 채웠던 연주. 그때 저자는 깨달았다고 한다. 리코더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어떤 악기는 악기 자체가 주는 무게감과 아름다움이 있다. 가령 큰 몸집과 짙은 검은색으로 건반을 누르기 전에 먼저 말하는 피아노라던가. 어릴 적 실물로 한번 보기도 힘들었던 플롯이나, 드라마 속 부잣집 딸아이가 꼭 배우던 바이올린. 그런 악기들은 그냥 그 자체로 연주가 되고, 이미 아름다움이 된다. 하지만 흔하디흔한 리코더가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연주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쉬워 보이고 흔해 보이는 것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온기는 가만히 있는 개인을 움직이게 한다고. 그 움직임을 몸으로 경험한 저자는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읽히기를 소망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생각, 문장은 쉽지 않다. 다만 잠깐씩 피어났다 사라지는 그 쉬운 마음들을 멋진 문장으로 잡아내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고. 찰나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글을 생각할 때 어린 시절의 곤충 채집이 생각난다. 목표를 정하고 타이밍을 적당히 맞춰서 채 안에 잠자기를 가두는 일. 그 일처럼 문장도 그렇게 길어내야 하는 것일까? 그럼 어린 시절처럼 온 마음을 목표에 두고 집중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언제 멋진 녀석이 걸릴지 알 수 없으므로. 저자도 그런 마음으로 찰나의 아름다움을 위해 오늘도 집중하고 있겠지. 그녀가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만화책은 “읽다”라는 동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끼다”가 붙어야 한다.(p98)

그녀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찰나를 떠다니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듯 풀어간다. 서점에 대한 이야기, 서점에서 자신의 책을 보는 느낌 등이 솔직하게 이어진다. 문득문득 바쁜 그녀의 생활들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문장. 이 문장을 읽고는 그녀가 더 좋아지고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은 느낌이 된다. 그래. 만화책은 그렇다. 읽다는 동사로는 부족하다. 아끼다가 붙어야만 한다. 고등학생 때 처음 만화의 매력에 빠졌다. 고전 같은 순정만화를 모두 섭렵하며 그림체와 내용을 분류하기도 하고 작가별로 나름의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김혜린 작가의 불의 검을 보고는 가슴이 오래 아팠다. 마치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양. 연재가 되던 만화 잡지가 나오는 날을 손을 꼽아 기다렸고, 동생이랑 용돈을 합쳐 격 주간지를 사 모았다. 만화 잡지를 통해 작가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그러면 만화방으로 가서 그 작가의 작품을 모두 빌려 보았다. 용돈이라고 할 수도 없을 용돈으로 만화책을 빌려 무겁게 메고 오면서도 행복했다. 그때 그 많은 시간과 용돈, 정성을 쏟아도 아깝지 않던 만화다. 내가 자라서 다른 관심 꺼리가 생긴 것처럼 그 만화 잡지들도 어느새 사라졌다. 그렇지만 만화는 이후로도 피난처이자 힘이 되어 주었다. 힘겹고 지루한 일상 가운데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처럼 만화방을 찾았고, 다 가져올 수 없을 정도로 빌려 오던 만화를 비 오는 날 따뜻한 아랫목에서 읽는 기분은 새로운 힘을 주었다. 글쎄 그런 추억 때문인지 인터넷 만화는 왠지 만화의 느낌이 적다. 만화는 종이로 된 것을 손으로 넘기며 그 특유의 인쇄 냄새를 맡아야 하는 것이다. 그녀가 아끼는 만화책이 내가 아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만화를 아낀다고 표현한 그녀로 인해 잊고 있던 추억들이 둥실둥실 떠오른다. 이제는 없어진 만화방이 그리운 날이다.

 

지금은 무언가를 쓸 때 생각한다. 모르는 누군가가 보는 게 아니라, 적어도 내가 이걸 다시 본다고. 나중에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p143)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누군가는 말한다. 개나 소나 쓰는 에세이라고. 그렇게 책을 내는 일이 아주 많이 쉬워졌고, 방법도 다양해졌다. 최소한 나무에 부끄럽지 않은 책과 글을 써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 크게 베스트셀러가 되거나 세기의 문장을 쓰겠다는 포부를 말하지 않는다. 나무에 부끄럽지 않는 글이란 자신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글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는 것은 좋지만 서평을 남기는 일은 쉽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써야만 하니 그때의 그때의 감정과 느낌으로 후다닥 쓰고는 과제를 제출하듯 올린다. 그러고는 읽어보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으므로. 하지만 지난번에 읽은 <어른의 문장력>이라는 책에서는 최소한 2번은 퇴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린이의 문장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오늘 쓴 이 글은 몇 번을 읽어 볼지 모르겠다. 전처럼 한 번만 대충 읽고 제출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만을 읽는 것이 아니다. <문장과 순간>에서 박웅현 작가는 말한다. 문장을 삶에서 살아내야 한다고. 문장을 살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라도 부끄럽지 않은 글보다는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글이 되기를 그녀처럼 바라본다. 가능할까?

 

책을 읽으면서 참 행복하고 기뻤다. 오랜 짝사랑 같은 책 읽기를 공감받은 느낌이라서. 그녀의 마음이 나도 그랬는 데라는 공감과 위로로 다가왔다. 책방에서 하루 종일 서성 거려도 지루하지 않고, 만화책을 애지중지하면서 귀하게 보관한다. 도서관에 가서 빌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고민을 하고 무거워진 가방을 메고 금세 후회를 한다. 오늘 잡은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피곤하지만 밤잠을 미루게 된다. 고민하고 있던 일들의 정답을 찾기도 하고, 누군가의 문장에 심쿵 하듯 멈춰 서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이런 느낌을 쓸 수가 있을까 감탄하면서 오래 무언가를 쓰는 것을 시도하지 못한다. 책 읽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누군가는 말했다. “책 읽는다고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차라리 청소를 해라!” 그때마다 속으로 울면서 얼마나 다짐했던가? 보여줄 것이라고. 책 읽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삶을 얼마나 깊이 있게 바꾸고 만들어 가는 것인지를... 이런 나의 마음들이 그녀와 함께 따라가며 치유받는다. 물론 내 책 읽기는 그녀의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마음만은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면서.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위로를 받는다. 책을 사랑하고 만화를 아끼며, 책방을 여행의 목적지로 삼는 사람이. 그녀가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오래 목소리를 내기를 응원한다. 그래야 나도 일상에서 읽는 생활들을 이어가며 힘을 낼 테니까. 마치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고 일상에서 힘을 내는 것처럼 그녀로 인해 내 생활들이 의미를 갖고 예쁜 옷을 입는다. 그녀의 책장이 너무 궁금하다. 내가 아는 책이 있을까? 이사를 갈 때마다 가장 먼저 챙긴다는 만화책은 무엇일까? 스트레칭을 하면서 읽으려다 모두 읽어 버린 책은 무엇이었을까?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것이라던 말을 체험한다. 그녀를 만남으로 책을 더 새롭게 깊이 만났다. 이렇게 멋진 만남이라니. 감사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명료하고 빠른 세상 속 알듯말듯하고 느린 [읽는 생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낙****에 | 2022.11.30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한 번 스르르 읽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책이 있다. 내겐 이 책이 딱 그랬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꼼꼼히 읽는 노력을 들여야지만 그제야 온전히 읽어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달까. 책의 표지엔 땅바닥에 배를 붙이고 엎드려서 평온하게 책을 읽는 인물이 그려져 있다. 나는 마치 그 사람처럼 샤락샤락 책장을 넘겨 가며 태평하고 편히 책을 읽고 싶었다. 그렇게 기대를 했;
리뷰제목

   한 번 스르르 읽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책이 있다. 내겐 이 책이 딱 그랬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꼼꼼히 읽는 노력을 들여야지만 그제야 온전히 읽어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달까. 책의 표지엔 땅바닥에 배를 붙이고 엎드려서 평온하게 책을 읽는 인물이 그려져 있다. 나는 마치 그 사람처럼 샤락샤락 책장을 넘겨 가며 태평하고 편히 책을 읽고 싶었다. 그렇게 기대를 했던 탓이다. 나는 단숨에 읽히지 않고 자주 턱턱 막혀서 결국 내내 집중을 요하는 책 속 문장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별로인 책 처음이라며 지인에게 욕을 하기도 했다. 책과 독서에 관한 저자만의 사색과 사연을 가득 담아 엮은 책이면서, 어째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겐 책이 술술 읽히는 기쁨을 주지 않은 것일까 생각했다. 부지런히도 읽는 생활을 해온 저자는 턱턱 막히는 문장들이 정녕 좋은 걸까.

 

   밥을 먹다 턱턱 막힐 때가 생각난다. 가령 밥 속에 있으면 안 될 무언가를 씹어서 소름이 돋았거나, 식감이 거칠었다거나, 예상 밖의 맛이 났던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무언가 분명히 이상하지만, 갸우뚱거릴지언정 뱉지는 않고 결국 삼키는 때가 있다. 한 번 막히긴 했어도 계속 먹게 될 만한 매력이 있었다는 뜻일 거다. 읽는 생활이 정말 그렇다. 막히는 감이 있어 매번 공들여 읽는 게 수고스럽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읽게 되긴 한다. 저자가 이렇게 기묘한 문장들을 가져다가 궁극적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궁금해진다. 참 요상한 이 매력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익숙지 않은 문체라 언뜻 비문 같아 보이는데 결코 비문이 아니라 어이없다는 느낌이 들었고, 어째서 문장 내의 단어들을 이런 식으로 배치한 건지 당최 알 수 없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책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문장만 알쏭달쏭한 것도 아니었다. 뻔히 최단 경로가 있는데도 둘레둘레 둘레길을 걷듯 한참을 돌아 걸어 정말 이상한 경로로 이야기의 끝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겹겹이 접힌 종이는 몇 번이나 펼치고 또 펼쳐야 그 안에 적힌 내용을 발견할 수 있듯, 한 편의 이야기가 과연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기 위해선 종이를 한 번, 두 번 계속 펼쳐야 했다. 우리 어른들은 가장 소중한 걸 가장 잘 보이게끔 과시할 때가 있는데, 어린아이들은 아무도 못 찾는 비밀 장소에 애장품들을 꼭꼭 숨겨 놓곤 한다. 억지로 한 번 엮어보자면, 저자가 어린이라는 세계의 삽화가여서일까? 저자는 어린이처럼 핵심을 꼭꼭 감췄다. 독자인 나는 뒤적뒤적 끝까지 살펴봐야 했다.

 

   자기소개서는 두괄식으로 핵심부터 먼저 말해야 좋다고 평가받는다. 그런 자기소개서를 일주일에 몇 편씩이나 쓰는 취준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 참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 끝에나 가서야 핵심이 나와서 어리둥절 거리겠지만, 핵심까지 가는 길이 여기저기 볼 게 많은 둘레길을 걷는 기분이 드는 글이라면, 신기하게도 그 글이 끝까지 읽히는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두괄식도 결국은 명료한 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터. 단어도 명료하고, 글의 구성도 명료하기를 추구하는 취준생들이 이런 글도 좀 읽어야 비로소 불명확하고 불확실하기 그지없는, 그래서 무척 사람다운 사고 활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나, 어디 그런 게 취준생뿐인가. 짧디짧은 유튜브 영상도 핵심부터 때려줘야 하는 요즘을 사는 우리. 그런 우리라면 아마 인내심이 부족해서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읽어야 하는 것 같다. 길을 잃는 것 같은데, 어째선지 이야기의 끝에 도달하게 되는 경험을 해보자. 지체 없이 최단 경로로만 가는 삶은 우리 이미 풍부히 경험하고 있으니, 어이없도록 턱턱 막히는 이 책에 몸을 맡겨보자.

 

   시쳇말로다가 참으로 킹 받는책이라 말해볼까. 킹 받는다는 말은... 과연 칭찬인지 욕인지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기엔 오묘한 구석이 있지만, 긍정적인 뜻에 가까운 편이다. ‘열 받는다라는 말에서, '열' 대신  대단하다는 뜻을 가진 접두사 이 붙어 결국 최고로 열 받는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이유를 알 수 없이 자꾸 찾게 되고 끊어낼 수 없는 대상을 향해 쓰이는 말이기 때문이다. 읽는 생활, 이 책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인 명료함, 그리고 빠름과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말도 알쏭달쏭하게 해놨고, 이야기도 참 느릿하고 이상한 걸음으로 풀어간다그래서 읽는 내내  참 적잖이 킹 받지만, 누구나 한 번쯤 이 킹 받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듯하다.

 

YES 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구매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하* | 2023.06.07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얼마나 멋진 삶인지.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책을 곧잘 읽곤 했다. 꾸준히 오래오래 읽었다기보다 좋아하는 책을 조금씩 읽어가다보니 지금의 내가 되어있었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해서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흔들리고 한치앞도 모르겠고 부족한 것 투성;
리뷰제목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얼마나 멋진 삶인지.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책을 곧잘 읽곤 했다. 꾸준히 오래오래 읽었다기보다 좋아하는 책을 조금씩 읽어가다보니 지금의 내가 되어있었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해서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흔들리고 한치앞도 모르겠고 부족한 것 투성인 사람이라는 사실이 씁쓸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놓지 못하는 것은 책이 나를 살리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이 곳이 현실이 아니게 된다. 어쩌면 책으로 도망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늘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에서 본 좋은 구절들을 쓰고 보여주며 내 마음이 이렇다고 조심스레 그러나 어저면 대놓고 알렸던 거 같다.

 

이제는 사람들이 읽지 않는 시대라고 했다. 하지만 읽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다. 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오롯이 즐거움이 아니더라고 괴로움과 슬픔이 있더라도 읽는 생활을 놓고 싶지 않다. 나를 부지런히 키우지는 못해서 천천히 조금은 키우고 있다고 믿고 싶다.

 

책을 읽으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걸까? 나를 알아가고 나를 표현하고 나를 다독이는 그런 쓰기를 하고 싶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선뜩 답하지 못한다면, 어떤 책을 닮고 싶으냐고 조금 고쳐보자. 어쩌면 그리고 싶은 내 모습이 책으로는 금방 떠오를지도 모른다. 나는 서점의 작은 코너에서, 누구나의 생활을 응원하는 한 권의 책으로 언제까지나 꽂혀 있고 싶다. 그런 책을 닮은 나를 꿈꾼다.

책을 닮은 사람중에서

 

책을 알아가는 건 재미있는데, 아무래도 나를 알아가는 데에는 큰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나를 이렇게 보면 어떨까. 책을 대하듯이 나를 대하면 어떨까. 나는 왜 책 앞에서만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내가 되는 걸까. 나 스스로를 앞에 두고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선은 매일 아침 새로이 만나는 나를 느리고 낯설게 읽어나가면 어떨까.

오늘의 단어중에서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한줄평 (9건) 한줄평 총점 9.8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5점
우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최애 작가님 신간 이라니! 벌써 기대되고 아껴두고 싶은
4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4
YES마니아 : 골드 티*노 | 2022.10.25
구매 평점5점
기다렸어요... 작가님의 글과 그림은 최고예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p*****9 | 2022.11.18
평점5점
조용히 다가와 마음을 밝혀주는 책. 좋아하는 사람과 나누고 싶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파****트 | 2022.11.09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5,12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