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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의 물건들

: 옛 물건은 훗날 역사라 부르는 모든 사건의 ‘씨앗’이다

주용의 고궁 시리즈-0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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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650g | 153*215*25mm
ISBN13 9791186536865
ISBN10 1186536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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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몇천 년 전 청동기가 청색이 아니라 구리색, 즉 황허와 황토가 뿜어내는 찬란한 금황색인 것을 몰랐던 것 같다. 이것은 도금한 것이 아니라 동과 주석 합금의 본래 색이었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청동을 ‘금(金)’이라 하고 청동기에 새긴 명문을 ‘금문(金文)’이라고 불렀다.(…) 9개 솥이 화로에서 금방 나온 모습을 상상해보자. 육중하고 단단한 형체 위에 정교하고 섬세한 무늬가 가득하다. 9개 솥이 일자로 종묘에 늘어서 있다. 복도 기둥을 통과한 햇빛이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처럼 솥의 측면을 비추면 무늬가 부각되면서 찬란한 금색이 그윽하게 반사된다.
---「국가의 예술」중에서

주전자 배에 네 마리 비룡이 기어올라가고 있다. 주전자 목에 붙은 양쪽의 귀는 벽에 붙어서 고개를 돌린 용 모양의 괴수다. 가장 절묘한 부분은 주전자 뚜껑인데, 두 겹의 연꽃잎이 차례로 피어나며 두 개의 동심원을 이루고 있다. 그 동심원 안 겹겹의 연꽃잎에 둘러싸인 원 안에 학이 서 있다. 학의 가벼운 자태가 지구의 중력에 저항하며 주전자를 하늘로 끌어올리는 듯하다. 작은 학 한 마리가 주전자의 무게를 허무로 만들었다.
---「동물의 매혹」중에서

박산 향로의 가장 핵심장치는 저렇게 사람의 이목을 끄는 부분이 아니라 바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 즉 연기가 통과하는 미세한 구멍이다. 향로 배 안에 넣어둔 향료가 타면 ‘해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작은 구멍을 뚫고 나와 산 사이를 떠돌아다닌다. 그 ‘해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은 작은 구멍으로 조절할 수 있었는데, 줄기줄기 이어지고 끊이지 않아 선산의 몽환적인 효과와 딱 맞아떨어진다.
---「책상 위의 선경」중에서

오랫동안 순수한 혈통을 유지한 단일민족은 이런 대융합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가 중국에 준 큰 기회였다. 중국 문명은 정적인 수성(守成)이 아니라 동적인 경쟁과 융합으로 더욱 강해졌다. 초두가 객지를 떠돌며 고생하는 동안 민족을 초월한 문화체가 비밀리에 주조되고 있었다. 300년에 이르는 불안정과 고통이 없었다면 수나라와 당나라 두 제국의 광활함과 호탕함도 없었을 것이다.
---「말등의 솥」중에서

〈채색한 도기 여성 인형〉은 중국 문명의 비너스이자 당 제국의 요염한 풍격을 대표한다. 그 시대의 중국은 광대했지만 오만하지 않았고 요염하지만 경박하지 않았다. 이런 시대 기질이 〈채색한 여성 도기 인형〉의 얼굴에서 실현되었다. 그녀의 미소는 은근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이 유연함과 자신감은 장훤, 주방 같은 저명한 화가의 그림에서 마음껏 표현되었다. 불교 조각상에도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온화함과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부여했다.
---「여성의 역습」중에서

당나라의 기질은 외향적이고 확장하는 반면 송나라의 기질은 내향적이고 수렴적이라 서로 반대다. 송나라 때는 영토도 줄어들어 당나라의 확장성, 포용성은 없었다. (…)당나라는 넓게 갔고, 송나라는 깊게 갔다. 당나라 때 넓게 불교를 발전시키고 유학을 발전시켰기에 송나라가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변화는 시와 사, 그림에 반영되었고 기물에도 반영되었다. 그래서 “만당 이후 청록색을 칠하는 산수가 극히 성했다가 쇠락했고 수묵산수가 이를 대신한 것처럼 찬란한 당삼채가 깊은 시간 속으로 숨고 하늘색 송나라 자기가 형이상의 희미한 빛을 뿌리며 부상했다.”
---「비 갠 후 푸른 하늘」중에서

구름처럼 많은 조포(朝袍), 조군(朝裙), 조관(朝冠), 조주(朝珠) 등 진귀한 것들이 왕조의 번화와 흥성을 유지해주었지만, 이 화려함 뒤에 거대한 허무와 환멸이 숨어 있었다. 내가 본 것은 한 왕조의 뒷모습이었다. 화려한 옷을 입은 뒷모습, 그 뒷모습은 화려함 때문에 더욱 스산하고 황량해 보였다. 모든 것이 뜬구름이었다. 〈홍루몽〉의 첫부분에서 부른 “낡고 빈집이지만 한때는 화려했으니….”라는 노래 같다.
---「천조의 옷」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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