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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의 그림들

: 나의 생명이 그림으로 연결되어 어느 날 당신과 만날 것이다

주용의 고궁 시리즈-02이동
주용 저 / 신정현 역 / 정병모 감수 | 나무발전소 | 2022년 10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11건 | 판매지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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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1022g | 153*215*30mm
ISBN13 9791186536872
ISBN10 11865368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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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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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책상머리에서 단번에 그려지지 않는다. 한 세대 한 세대 사람들의 주시와 애무와 평가와 해석을 받으며 조금씩 완성된다. 명작이 완성되는 데 백 년, 천 년이 걸린다. 명작은 한 명의 천재가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체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께 감사를 표해야 한다. 여러분이 내 그림을 보아준 순간부터 나의 생명이 그림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만남」중에서

선은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이다. 대지의 끝은 원래 선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세상 만물은 모두 원래는 존재하지 않는 선 위에 존재한다. 최소한 그림에서는 그렇다. 선은 또한 중국인이 세계를 보는 방식이다. 중국인은 농부처럼 땅에 엎드려 가까운 거리에서 세계를 감지한다. 중국인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고 말한다. 땅은 네모다. 두루마리 그림 같다. 산맥과 강은 그 위를 들락거리는 선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중에서

바둑판 위의 별그림은 권력의 시작을 말한다. 또한 권력의 마지막도 예고한다. 일단 이경적의 손에 있는 돌이 놓여지면 권력의 별그림이 완성된다. 완벽하다. 처음부터 저 그림은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정치 의식이었던 것이다. 주문구는 궁정화원의 화가였기 때문에 황제의 뜻을 받들어 〈중병회기도〉를 그려서 (원본은 이미 사라졌다. 고궁박물원에 있는 것은 후세의 모본이다.) 이 정치적 약속의 증거를 남긴 것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중에서

부자는 누구인가? 죽자고 돈을 쓰는 사람은 부자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돈을 태우는 사람이 부자다. 더 많이, 더 철저하게, 더 무섭게 불태우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 지금 부자들이 사는 방법을 보면 한희재도 부끄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희재야연도〉에서부터 〈홍루몽〉에 이르기까지 ‘최후의 만찬’은 중국 예술이 쉼없이 반복하는 ‘영원한 주제’다.
---「한희재, 최후의 만찬」중에서

영웅의 이야기는 천편일률이다. 그러나 평민의 이야기는 변화무쌍하다. 장택단은 그 사람들을 전부 도시의 공간에 넣었다. 이 도시의 진정한 매력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장택단이 어느 정도 계급의식을 가졌기 때문에 초점을 노동자에 맞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친 표현이다. 보통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 그들의 운명에 담긴 희극성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야기꾼의 본능이다. 그가 마주한 것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계, 변화하는 공간이었다.
---「장택단의 봄날 여행」중에서

수금체는 전형적인 제왕의 서예다. 제왕의 극단주의적인 미학과 연계되어 있다. 황제 전용이었다. 심지어 황제도 쓰기가 힘들 정도였다. 중국 역사상 수십 개의 왕조, 수백 명의 황제가 있었는데, 송 휘종 한 사람만 이렇게 붓글씨를 썼다. 그 누구도 송 휘종처럼 강력하고 풍요롭고 아름다운 에너지를 갖지 못했다. 또한 누구도 조길처럼 방대한 에너지에서 서예의 금단을 연금해 내지도 못했다. 수금체는 중국 예술의 독보적인 작품이 되었다.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으며 절대적으로 뛰어났다. 궁전, 화원, 옥새에서 독보적인 황제의 휘장이 되었고 심지어는 군주의 권세보다 더 오래갔다.
---「송 휘종의 영광과 치욕」중에서

조맹부가 있어서 중국문화가 원나라를 지나면서도 소위 말하는 ‘단절’이 발생하지 않았다. 진나라와 당나라에서 흘러온 맥이 조맹부를 지나 명나라와 청나라로 흘러갔고, 심주, 당인, 문징명, 구영과 청나라 때 ‘왕가 화가 4인’과 ‘승려 화가 4인’이 나왔다. 조맹부는 단순히 원나라 때의 화가가 아니다. 그는 원시적인 추동력이 있는 화가이며 ‘화가 중의 화가’였다. 중국그림에서 그의 지위는 세계문학에서 노벨과 같다. (…) 〈조량도〉와 〈욕마도〉는 조맹부의 정신세계의 양극단을 보여준다. 한쪽은 초조, 방황, 발버둥이고 다른 한쪽은 평온, 자유, 평탄이다. 오랜 시간 동안 조맹부의 예술세계는 이 두 극단 사이를 배회했다.
---「풍류, 오늘 밤은 누구와 즐길까」중에서

러시아 이동파 화가 쉬스킨(Ivan I. Shishkin)은 생동감 있는 필치로 러시아의 대자연을 그려냈다. 위대하고 우울하다. 그러나 그가 그린 것은 단순한 풍경이다.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했다. 그에 비하면 중국 산수화는 과학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 산수화에는 극단적인 사실이 없고 극단적인 추상이 없다. 중국 산수화가 그리는 세계는 2차원과 3차원 중간에 있다. 서양 풍경화는 하나의 초점으로 투시한다. 화면이 아무리 커도 자연의 한 조각(한 장면)만 묘사한다. 중국 산수화는 초점이 여러 개다. 위에서 보고 나란히 보고 멀리 본다.
---「빈 산」중에서

만당, 오대의 과도기를 거치면서 이런 상황은 송나라 때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전통적인 인물화가 산수화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사람은 점점 작아지고 점점 간단해졌다. 예찬의 붓에 와서는 사람은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멀고 광활한 산수세계만 남았다. 이 산수세계는 사람의 세계와 평행하지도 않고 대응하지도 않았다. 노자와 장자가 만들었던 ‘자연’의 본래 의미를 회복했다. 그것은 사람에 의지해서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의 정신세계에 비교되지도 않고 흥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정신이 기탁하는 목적지가 되었다. 사람을 아주 작게 그린 것은 사람이 자연세계의 벌레나 꽃보다 낫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예찬은 자신의 붓으로 자연의 힘을 회복했다.
---「가을 구름은 그림자가 없고 나무는 소리가 없네」중에서

주첨기의 〈무후고와도〉는 (잠을 주제로 한) 그림 중 가장 뛰어난 그림 중 하나다. 그림 속 제갈량은 웅장한 자태와 장엄한 복장을 한 모습이 아니라 배를 드러내고 반라로 누워 있다. 제갈량을 그렸지만 인재를 부르는 그림 같지 않고 오히려 소극적이고 세상을 혐오하는 염세주의 같다. 네티즌이 이것은 역사상 가장 못생긴 제갈량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런 소탈한 표현은 나무랄 데가 없다. 이 그림이 주첨기 자신이 처한 환경을 환상적으로 설정하고 만족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옛사람의 몸을 빌려 완성한 자기 해탈이다.
---「그 가족의 혈연 비밀」중에서

궁정의 길고 긴 복도 깊은 곳에서 루이 14세가 상류층 귀부인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웅장하게 등장하자마자 경탄하는 소리가 울렸다. 중국 문화의 열혈 팬이었던 그가 중국식 긴 두루마기를 입고 8명이 메는 중국식 가마에 탄 채 등장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등불과 사람들의 웅성거림, 중국에서 온 글과 그림, 음악, 기물들은 파리 귀족들에게 무한한 기쁨과 무한한 환상, 무한한 소유욕을 안겨주었다. 당시 패션의 중심은 파리가 아니라 베이징이었다. 중국식이 유럽을 휩쓴 그 시절, 동풍이 서풍을 압도하던 시절, 발전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증명했던 대청제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었다.
---「꽃 같은 아름다움도 물에 흘러가고」중에서

〈강희남순도〉, 〈옹정평회도(翁正平准圖)〉, 〈건륭남순도〉와 같은 그들의 작품은 웅장한 기세를 내세우지만 세밀하고 허례적이며 구도가 획일적이어서 장택단의 〈청명상하도〉, 마화지의 〈시경도〉처럼 삶의 원형을 묘사하고 흙냄새와 땀자국이 배어 있어 보통사람들의 가장 진실한 정서를 보여주는 작품들과는 시작부터 아주 다르다. 이런 예술상의 집권과 형식화는 제국의 현실을 가장 잘 묘사하고 있다.
---「길 위의 건륭」중에서

그림을 그린 사람에 대해서 깊이 파고들어가고 그가 살았던 시대를 이야기한다. 이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공부했을까 싶다. 그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그림을 보여준다. 그가 가리키는 그림을 보는 일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지루함의 반대말은 즐거움인가? 아니다, 그것은 즐거움이 아니다. 그 그림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행복에 겨워서 그림을 그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모두 외롭고 슬프고 절망한다. 풍성한 모란꽃이 수놓아진 비단 장막을 걷고 어두운 공간을 보는 느낌, 그림의 맨 얼굴을 보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어둡고 슬프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다른 이름을 붙여보자면 ‘시대’라고 할 것이다.
---「역자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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