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잠자는 모습을 떠올릴 때 침대에 혼자 또는 둘이 누워서 자는 것을 생각하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중세에는 머리와 등을 일으켜 세운 채로 잤다. 반쯤 앉아서 자는 이런 자세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는데, 속을 꽉꽉 채운 베개를 여러 개 쌓아 올리고 자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목받침을 쓴다. 기사가 활동하던 시대에 가난한 사람들은 잠자리가 좁아서 여럿이 모여서 잤다. 또 18세기와 19세기까지 옷장 같은 가구 안에 들어 있는 형태의 침대가 있었는데, 이것이 진화해서 나중에 알코브가 되었다.
오랫동안 침실은 사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왕은 침실에서 손님을 맞이했고, 때로는 하인들이 침실 바닥에서 자기도 했다.
--- 「1. 잠은 죽음의 축소판? 그럴리가!」 중에서
어째서 수면은 모두에게 강요되는 걸까? 잠은 동물계 전체가 공유하는 행위인 만큼,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모든 동물에게 보편적으로 해당한다. 흔히 이야기하듯 에너지 절약이라는 개념 안에 그 답이 있을까? 이러한 경제 이론의 주된 근거로, 서파수면 동안 뇌에서 포도당과 산소가 가장 적게 소모되고 온몸의 근육 긴장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든다.
이외에도 이 이론의 바탕에는 온도 조절 장치를 멈추는 효과도 있다. 각성 상태에 있는 동안 항온 동물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를 위해 동물은 각자 지방 비축량과 털 두께, 주변 온도, 외형에 따라 체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질량에 비해 몸의 표면적이 클수록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체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서파수면 단계와 속파수면 단계가 번갈아 나타나면 몸의 온도 조절 장치는 작동을 멈춘다. 그러면 체온이 내려가고, 에너지 소모가 줄어든다.
--- 「3. 왜 자야 하지? 풀리지 않은 최대의 미스터리!」 중에서
최초로 공인된 수면 박탈 기록은 1963년에 미국의 랜디 가드너라는 청소년이 세운 것이다. 당시 17세였던 그는 스스로 최대한 잠을 자지 않고 버티는 실험에 뛰어들었다. 결국, 그는 11일 25분 동안 자지 않고 버텼다.
실험이 진행되는 처음 7일간은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먼저 가벼운 기억력 장애를 겪다가, 짜증스러워지더니 구토를 느꼈고, 환각이 일어나고, 유머 감각이 없어졌다. 몸을 떨며 뇌의 알파파가 사라졌다. 그러다가 7일째부터는 상태가 안정되었다. 놀 수 있고 심지어 회의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실험이 끝난 후에는 금세 수면 부족을 회복했고 어떤 후유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결과, 장시간 수면이 박탈되더라도 일단 수면이 회복된다면 반드시 정신적 또는 육체적 장애가 유발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 「6. 시차부터 스마트폰까지, 잠을 방해하는 것들」 중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가설 가운데 하나는 핀란드의 인지신경과학자 안티 레본수오의 가설이다. 그는 꿈이 ‘총 리허설’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꿈은 여러 상황을 모의 실험하여 우리가 잠에서 깼을 때 더 높은 능률을 올리도록 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 꿈이 자는 동안 기억을 강화하는 데 일조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유망한 가설은 꿈이 감정 조절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꿈이 이런 기능을 한다는 주장은 여러 관찰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다. 먼저, 꿈은 감정적 기억과 자주 합쳐진다. 그리고 꿈으로 나타난 기억, 즉 기억의 꿈 버전에서는 현실에서 결험한 실제 버전과 비교했을 때 감정의 정도가 완화된다. 마치 꿈이 정서가 밖으로 나타나는 것을 늦추고 부정적인 감정이건 긍정적인 감정이건, 강렬한 감정을 소화하는 것 같다.
--- 「9. 꿈이라는 세계」 중에서
시장에서는 수면을 새로운 수익 창출 분야로 보고 있다. 수면을 억제하는 흥분제건, 수면을 유도하는 수면제건 다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미 사회는 기지를 발휘해 사회가 받는 타격을 해소할 새로운 기적의 제품을 제시하고 있다고 자부할 지도 모른다. 자기계발, ‘자연 친화적’ 건강 유지, 긴장 완화 등이 숙면의 비법으로 팔리고 있다. 부유층에서는 짓밟힌 영토를 되찾듯 불면에서 회복하기 위해 매진 중이다. 한때 우리는 수면을 가리켜, 없어도 사는 데 지장 없는 사치품으로 여겼다. 이제 잠은 다시 사치품이 되어가는 것 같다. 다만, 실제로 그 누구도 없으면 살 수 없는 사치품 말이다.
--- 「10. 잠을 가로막는 사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