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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있어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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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00g | 120*188*20mm
ISBN13 9788932923024
ISBN10 893292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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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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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를 마친 성지는 거울 앞에 바싹 다가서서 발진이 돋아 울긋불긋한 볼과 목덜미를 비추어 보며 병원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 문장」중에서

그 점은 성지에게 묘한 안도감을 선사했다. 언젠가는 지금의 이 지난한 매일매일도 그저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어렴풋이 기억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니까 이 장갑을 보면서 사람들이 전에는 이런 장갑을 뭐라고 불렀더라, 하고 기억을 더듬어 볼 즈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선물이 있어」중에서

그해 내내 모니터로 바라보며 증오해 온 악당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던 순간, 그들이 쓰러지던 시점에 퍼져 나간 매캐한 화약 냄새를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날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인생에서 가장 자주 되짚어 보며 음미한 날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변함없는 일상에서 에이미는 때로 용납하기 힘든 불친절이나 무례한 상대를 만나면 속으로 나는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어, 하는 생각을 했다.
---「인재를 찾습니다」중에서

어머니는 누구도 엿듣지 못하도록 허 씨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중에는 반드시 남다른 문이 하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문이 될지 모르므로 안채뿐만 아니라 집 안의 모든 문을 샅샅이 확인해야 한다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 문을 열면 아무도 모르게 특별한 마실을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의 어머니도, 그 어머니도 그 덕에 견딜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프 더 레코드」중에서

한 계절쯤 과거의 방을 드나들며 자고 오는 일을 반복한 후에 그는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후회를 품은 채 과거에 머물러 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연스레 현재에 충실하자는 마음도 피어났다.
---「실패한 농담」중에서

그러니까 희영 씨, 언제라도 치앙마이로 떠나기 전에는 꼭 살펴보라고. 떠나기 좋은 시점인지, 지금 가도 안전할지 알아야 하니까. 거기 사는 사람들은 과연 안전한지, 용케 버티고 있는지, 그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던 거를 조금이나마 손에 넣었는지도 알아 둬야 하니까. 그래, 그 얘기 하려고 건 거야. 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만나서 하자.
응, 나도 기다릴게. 마스크 벗고 만날 수 있는 날!
---「밀크티 동맹」중에서

한동안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광화문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정치 성향이 대체로 맞는다는 데 안심하면서도 초를 챙기는 일은 나란히 잊곤 해서, 민주의 집에는 LED 초만 열 개가 넘게 모였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그 초들을 창가에 일렬로 세워 놓고 분위기를 냈다.
---「이번 주말에 뭐 할까」중에서

그 사진 덕분에 나는 한 가지 당연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해가 저무는 모습과 가장 닮은 풍경이 있다면, 다름 아닌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라는 사실이었다.
---「결말 닫는 사람들」중에서

기사는 해외의 어느 양 연구소에서 관찰한 내용을 전했다. 2년간 지켜본 결과, 수컷 5백여 마리 중에 암컷과만 교미한 양은 절반 정도에 그친다고 했다. 그중 10퍼센트가 넘는 양은 암컷에게도 수컷에게도 어떠한 성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은우의 주의를 끌었다.
---「584마리의 양」중에서

실상 누구나 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지만, 때로 은우는 그런 관점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었다. 남들이 호소하는 외로움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결은 다른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은우는 아직 그 차이를 명확하게 짚어 낼 말을 찾지 못했다. 뭐든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이 직업이자 특기인데도 그랬다.
---「584마리의 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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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모든의 소설은 속 깊고, 다정하고, 위트 넘치는 친구 같다. 그는 평범한 일상에 숨어 있는 다양한 보물을 찾아 우리에게 건네준다. 그에 더해 이 소설집에는 겨울이기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손모아장갑처럼 두 손을 모아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싶은 마음도. 우리는 그런 마음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 최진영 (소설가)
이토록 세심하게 관찰한 일상에 깔끔한 유머 감각, 때로 대담한 상상력까지 가미해 빚어낸 이야기들이라니. 시대는 쌀쌀맞고 우리 행성은 병들었으며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화가 나 있지만, 다행히 여기 선물이 있다. 어린이도 아니고 그다지 착하게 지내지 못했어도 좋다. 어디에 있었든 어떤 계절이든, 메리 크리스마스.
- 박서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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