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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하나 가 온나 글·그림 최범수
불 주사 글·그림 양길석 엄마, 저도 아들은 처음입니다 글·그림 이대일 따뜻한 말 한마디 글·그림 서민호 작가의 말 & 셀프 포트레이트 기획자의 말 맹현 추천의 말 권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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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황이 어찌나 불편하던지 아예 아빠에 대한 기억을 싹둑 잘라 내 한쪽에 치워 버렸다. 그러고는 기일에나 한 번씩 꺼내 보며 십, 이십 대를 보냈다. 그런데 나를 들여다 보면 볼수록 많은 부분이 그때의 일들과 연결되어 있고 내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빠에 관해 말하기가 불편해 외면했던 것도 내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서였다.
--- p.167 나는 거북이처럼 느렸다. 그렇다고 토끼처럼 빨라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난 느긋했고 두렵지 않았다. 어릴 적 산골 마을에서 행복하던 그 아이가 여전히 내 안에서 뛰어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69 한 번도 타인에게 말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 말할까?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아름다웠던 이야기로 꾸밀까? 하지만 이 과정 없이는 지금보다 발전된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별것 아닌 이야기를 가지고 호들갑 떤다고 할지 모르지만 고생하신 엄마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이 될까 봐 글을 쓰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 p.171 숲에서 나무들이 서로 가지를 부딪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긴장하고 있던 내 몸도 이완되고, 큰 호흡으로 숨을 쉬면 몸에 신선한 기운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바닷가를 걸으며 종종 경이로운 자연과 마주할 때는 작은 나를 인정할 수 있었다.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서니 침묵하며 드러내기를 두려워했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의 반복은 온전히 나를 마주할 수 있게 하였다. --- p.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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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쉽게 말하지』는 출판사 핌의 두 번째 동화에세이입니다. 첫 책은 배우 송선미 씨를 비롯한 6인의 여성 작가 그룹 D,D의 『어쩌면 너의 이야기』였는데, 많은 분들이 내 이야기 같다고 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어쩌면 너의 이야기』의 시작은 '나를 스토리텔링하는 동화쓰기' 워크숍이었습니다. 아이가 있어 공동육아를 하며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엄마'로 불리던 여성들이었지요. 아내 혹은 엄마로 불리던 여성들의 ‘온전한 내 이야기’인 『어쩌면 너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온전한 그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이번 『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쉽게 말하지』는 남편 혹은 아빠로 불리던 4명의 작가들의 '내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쉽게 말하지』 독자님들과 나누고 싶은 것 워크숍을 진행했던 저는(맹현, 작가 / 출판사 핌 대표)평소, 남편과 아빠이기 전에 남자였던, 남자이기 전에 아들이었던, 아들이기 전에 아이였던 그들의 서사가 결혼을 하면서 사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는 하였습니다. 남편과 아빠로 살다 보면 어느새 아저씨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는 단순한 서사 속에 들어가는 그들을 보면서, 마음 한 구석에 균형이 맞지 않아 생기는 삐거덕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쩌면 너의 이야기』 저자들이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과정 그 자체에서 큰 위안을 얻고, 독자들 역시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 받는 것을 보며 기획자로서 많이 뿌듯했는데요. 저는 이런 작업이 아빠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강사로도 오랜 시간 지내오면서 남성들에게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다독이고 단단히 세우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쉽게 말하지』의 네 명의 저자 역시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온전히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아들들이었습니다. 내면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동안, 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최범수 작가는 〈맥주 하나 가 온나〉를 통해 유년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미처 다독이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불러냈습니다. 아내를 따라 창작을 시작하게 된 물리학과 교수 양길석 작가는 불 주사〉를 통해 내면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고, 시행착오 투성이었지만 치열했던 어린 나를 만납니다. 공동체카운슬러 이대일 작가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어른이 된 후에도 나를 무겁게 눌렀던 엄마 대한 책임감을 〈엄마, 저도 아들은 처음입니다〉로 풀어냈습니다. 고성능컴퓨터 전문가 서민호 작가는 보수적인 고장 안동에 자라면서 '너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틀에 갇혔던, 자유롭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내면의 자아와 마주합니다. ‘온전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어쩌면 너의 이야기』에 담았던 것처럼 ‘온전한 그들’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님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건져내고 마주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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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메시지는 도리어 더 단단하고 힘 있게 전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작고 여린 존재에 대한 존중, 화해와 수용, 자유와 생기, 나다움을 갈망하는 유연함, 내면의 평화’ 같은 것임을 깨닫는 순간, 제 마음은 뛰기 시작했습니다. - 권현실 (작가, 심리상담사, 『어쩌면 너의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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