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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는 사이보그

[ 양장 ] 환상 책방-14이동
남유하 저 / 센개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0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6건 | 판매지수 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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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248g | 130*190*13mm
ISBN13 9788962682885
ISBN10 8962682885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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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일부터 일 년 동안 화성으로 파견을 간다.
나 때문에 줄곧 미뤄 왔는데, 올해 가지 않으면 내년에 승진을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화성에 가는 다른 이유도 알고 있다. 화성에서 일하면 특별근무수당이 나온다. 엄마는 항상 할머니의 낡은 ‘바디’를 신형 모델로 바꿔 주고 싶어 했다. 그렇다. 우리 할머니는 사이보그다.
올해 예순다섯 살인 할머니가 사이보그가 된 건, 8년 전. 내가 네 살 때의 일이다. 할머니는 궤도를 이탈한 자기부상열차가 나를 덮치는 걸 막느라 몸이 으스러지고 말았다. 남은 건 머리와 목신경, 심장 같은 몇몇 장기뿐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기계로 바꿔야 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쓰던 중고 바디로 말이다. 우리 집은 엄청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유로운 편도 아니어서, 비싼 소프트 바디를 이식할 형편은 못 되었다.
--- p.8~10

나는 밥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할머니가 발라 주는 살코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할머니 손이 떨리는 바람에 양념만 식탁 위에 점점이 튀었다.
“에구, 이놈의 손가락이 왜 이런다니.”
할머니가 겸연쩍은 듯 갈비를 내려놓았다.
“괜찮아, 할머니. 나 젓가락질 잘해.”
젓가락으로 고기 조각을 쿡 찍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부드러운 고기가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것 같았지만,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아직도 달달 떨리는 할머니의 손 때문이었다.
엄마랑 할머니가 통화하던 내용이 떠올랐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돈 아끼지 말고 사이보그 병원에 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사이보그가 된 사람들은 적어도 석 달에 한 번은 사이보그 병원에 가서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데, 할머니는 자꾸 멀쩡하다며 핑계를 댔다.
할머니는 식탁 아래로 손을 감추더니 공연히 허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냉장고로 걸어가는 할머니가 오른쪽 다리를 절룩거렸다. 손만 떠는 게 아니라 다리까지 문제라니, 큰일이다.
--- p.25~27

나는 할머니에게 달려가 다리를 살폈다. 오른쪽 무릎이 닳아 전선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이렇게 될 때까지 병원에 안 갔어? 빨리 병원 가자.”
마음은 속상한데 목소리는 퉁명스럽게 나왔다. 나는 홀로폰으로 드론 택시를 불렀다.
“목적지를 말씀하세요.”
할머니와 내가 타자 드론 택시에서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가까운 사이보그 병원으로…….”
“황 박사네 정비소로 갑시다.”
할머니가 내 말을 막고 목적지를 말했다. 사이보그 병원이 아닌 정비소에 간다니, 기가 막혔지만 일단은 할머니가 하자는 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황 박사네 정비소는 시의 경계에 있었다. 예전에는 할인 매장이었는지 허름한 건물 유리창에 빨간색 페인트로 ‘세일’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나는 입구에 걸린 ‘황 박사네 정비소’라는 간판을 쳐다봤다. 하얀 아크릴판에 손으로 쓴 것 같았다. 입구 옆으로는 고철 덩어리가 된 로봇들이 망가진 인형처럼 쌓여 있었다. 로봇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별로 보기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 p.34~35

나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허둥대다 공구 가방을 놓치는 바람에 요란한 소리가 났다. 휘익, 검은 그림자가 차도로 뛰어들었다. 고양이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새도 없었다. 두 눈을 부릅뜬 듯 헤드라이트를 켠 트럭이 고양이를 향해 빠른 속력으로 다가왔다.
“안 돼! 위험해!”
고양이를 구하려 손을 뻗으며 달려가다 그대로 얼어붙었다.
빠아아앙!
순식간에 가까워진 트럭이 길게 경적을 울렸다.
“엄마!”
나는 눈을 감으며 또다시 소리쳤다. 트럭이 고양이를 친 줄 알았다. 난 몰라, 어떡해. 다리가 후들거려 길가에 주저앉았다. 차마 눈을 뜰 용기가 없어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있는데 야옹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 보니 길을 건넌 고양이가 나를 한 번 돌아보고 풀숲으로 사라졌다. 다행이야, 살았어. 그제야 굳었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팔뚝을 꼭 감싸 안는데 그날, 8년 전 일어났던 사고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 p.79~80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내 이름은 김유나. 엄마의 유전자를 복제해 태어났다. 이제 나는 곧 화성으로 파견을 가는 엄마와 떨어져 소도시에 사는 외할머니댁에서 지내야 한다. 엄마가 화성에 가는 이유 중 하나는 할머니의 낡은 ‘바디’를 신형 모델로 바꿔 주기 위해서다. 그렇다. 우리 할머니는 사이보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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