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옮겨 적을 수도 없을 만큼 젠더 이슈는 게임판을 여러 차례 흔들었다. 사실 젠더 이슈라고 말하기도 좀 어색한데, 이는 ‘남녀 간의 갈등’ 문제라기보다 대개는 게임판의 ‘여성’ 문제였기 때문이다. 게임 세계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이었다. 이 세계에서 남성은 당연한 존재였고, 여성은 예외적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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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 시리즈가 주 고객층을 솔로 남성, 기혼자 남성, 여자 친구가 있는 남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는 사실은 게임 산업이 남성과 여성을 각각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모든 광고는 남자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고 있으며, 여성들은 게임에 관한 한 주요 의사 결정권자 가 아니다. 각 광고에서 여성들은 (존재하지 않는) 여자 친구, 게임을 방해하는 아내 그리고 우유부단한 연인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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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남자보다 게임을 못한다.”라는 주장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내 주변에서 게임 잘하는 여자를 본 적 없다.”거나, “프로 게이머 중에 여자 선수가 없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와 같은 근거가 붙는다. 정말 그런가? 상위 레벨 프로 게이머 선수들 중에 여자 선수가 적다면 그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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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e스포츠의 현실에도 차별적인 구조는 여전히 강력하고, 이 구조에 균열이 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남성의 게임 아이큐가 더 높다든지 공간 감각이 더 뛰어난다든지 체력의 우위를 무시할 수 없다든지 하는 남성 e스포츠 선수의 신화는 반복,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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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염색체는」은 몸의 움직임이나 행동만으로 상대의 성별을 추리할 수 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기획되었지만, 오히려 반대로 ‘여자다움’ 혹은 ‘남자다움’의 기준이 확실하게 합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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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본 사람들은 미야의 몸매가 비현실적이고, 옷차림이 선정적이며, 걷는 방식이 우스꽝스럽다고 비판했다. 일부는 강남역을 배경으로 하는 해당 영상이 당시 사회적인 이슈였던 ‘강남역 살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게임업계가 여성 유저를 잠재적 고객층에서 배제하면서 오랜 시간 여성 이슈에 둔감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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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남성이었던 것처럼, 과거 많은 게임 속 여성들은 조연에 불과했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 여성 주인공을 플레이어 캐릭터로 설정한 게임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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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비가 던졌던 “우리는 누구의 눈으로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가?”라는 페미니즘적 질문은 이후 50년 가까운 기간동안 영화의 여성 재현과 관객성에 관한 여러 질문과 논쟁들을 이끌어냈다. 게임에 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영화와 아주 많이 다를까? 게임에서도 같은 논쟁이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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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은 젤다 공주를 더 현실적으로 만들었지만, 사회·문화적 변화는 그를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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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인 성별 기호가 없는 팩맨은 어느 날 남성이 돼버렸고, 누가 봐도 여성 같던 포이즌은 성별이 불분명해졌다. 당신은 게임 캐릭터의 성별을 어떻게 판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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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소 불가피할 수도 있는 ‘정형화’가 위험한 이유는 현실의 다양한 군상의 미묘한 차이를 모두 제거하고 한가지 모습만을 대표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머지 모습은 비정상적이거나 주변적인 존재가 되어버린다. 가끔씩은, 아니 종종 히로인의 반란을 반겨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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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이 발달하고 성평등 의식이 높다고 평가받는 스웨덴에서조차 여성 게임 제작 노동자의 능력이 과소평가된다는 비판과 반성이 있었다. “게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와 “여성은 진짜 게이머가 될 수 없다.”는 믿음이 결합해 남성 중심의 노동 문화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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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세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게임 밖 현실, 특히 정치 문화의 흐름과 단절적이지 않다. 게임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우리는 더 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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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산업 내의 성차별적 현실은 두 가지 모순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게임 산업이 기본적으로 남성 중심적이어서 여성 노동자들의 위치는 주변적일 수밖에 없고, 경제적 · 비경제적 대우 역시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우울한 그림이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게임 산업이 비교적 젊고 변화에 민감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차별적 문제들은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는 분홍빛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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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생래적으로 특정 장르의 게임만 좋아한다는 것 역시 오해다. 즉 여성은 게임에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기에 필요한 흥미 수준과 숙련도에 이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지 못함으로써 아예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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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롤 모델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면 더 많은 여성들이 게임 산업 커리어를 시작하고, 나아가 더 많은 여성들이 관련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동시에 여성 게임 노동자의 증가가 가져올, 생산 과정에서 조직 문화의 변동은 더 많은 (‘너드’가 아닌) 여성들을 소비자로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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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신화가 지탱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요구된다. 여성이 있어서는 안 되는 ‘분리된 폐쇄 공간’과 여성을 대상화하는 문화적 태도와 관습이다. 게임 커뮤니티는 이러한 조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킨다. 실제 여성이 게임의 영역으로 진입해 동등한 참여 권력을 요구하면 여성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여성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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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도 초기에는 전형적인 남성적 매체였고, 텔레비전 채널권 역시 가장인 아버지가 쥐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다. 게임도 비슷한 경로를 겪고 있다. 연령 분포도, 성별 차이도 줄어들었으며, 최근의 통계치는 공통적으로 게임의 ‘보편적 오락화’ 경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일상적 여가·오락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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