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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아틀리에

장인의 아틀리에

[ 양장 ]
이지은 저 / 이동섭 사진 | 모요사 | 2023년 04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4 리뷰 9건 | 판매지수 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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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604g | 148*198*25mm
ISBN13 9788997066827
ISBN10 89970668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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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를 잡은 손, 공구를 다루는 손가락의 각도와 어깨의 움직임, 주형을 온몸으로 미는 다리 동작……. 18세기의 장인들이 내 눈앞에서 되살아난 것처럼 『백과전서』 속의 기술이 기나긴 시간을 통과해 21세기에도 여전히 생생하게 숨 쉬고 있었다. 이 책에서 각 장의 말미마다 『백과전서』의 관련 도판과 기술을 실어 소개한 이유이기도 하다.
--- p.6~7

세상 그 무엇도 이길 수 없다는 시간을,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시간을 이긴 기술이라니. 나에게 장인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메신저다.
--- p.7

그들의 아틀리에에는 세상에서 잊혀진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 흥분과 차분하게 일상을 가꾸는 잔잔한 마음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도 직공들과 장인들은 쉼 없이 일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낸다.
--- p.7

자칭 ‘장인 순례’라 이름 붙인 이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장인들 사이에 얽힌 촘촘한 직업적 관계의 끈은 여행의 가이드북이었고, 장인들의 추천과 소개는 나의 여권이었다.
--- p.7~8

그때 우리가 잠시나마 함께했던 기억들, 그때 아틀리에의 공기와 냄새, 지금은 지나가버린 이 책 속의 모든 추억들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한때 내 삶의 봉우리 같았던 그분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과거와 현재를 잇는 메신저로 존재하시는 그분들께 바치는 나의 찬사다.
--- p.9

장인을 가장 장인답게 만드는 것은 기술이다. 그런데 기술은 예술이 아니다. 기술은 흔히 하는 말처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같은 일을 끝없이 반복해 마침내 그 일이 떼어낼 수 없는 몸의 일부가 될 때가 돼서야 비로소 경지에 이를 수 있다. 그러니 장인이란 민들레 솜털 같은 수많은 나날을 쉼 없이 통과해 기술과 한 몸이 된 사람이다. 이미 태산처럼 명성이 높아진 후에야 그들을 만났기 때문에 그들의 시작이었던 하루하루, 지겹다고밖에 할 수 없는 매일매일의 시간들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일 뿐.
--- p.14

사랑에 빠진다는 프랑스어식 표현에는 ‘떨어지다’라는 동사를 쓴다. 병에 걸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인들은 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병에 떨어지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떨어진다고 말한다. 병이나 사랑 모두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되니까.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측면에서 정말이지 통찰력이 빛나는 표현이다.
--- p.22~23

그렇게 그들이 살려낸 것은 단지 죽어버린 악기뿐만이 아니었다. 클라브생이라는 악기는 19세기 초반까지 유럽 음악에서 시멘트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벽돌과 벽돌을 이어주는 시멘트 없이는 어떤 담벼락도 세울 수 없듯이, 수천 개가 넘는 바로크 음악은 클라브생 없이는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 바흐와 헨델과 어린 모차르트가 들었던 바로 그 소리는 되살아난 클라브생 덕분에 20세기로 회귀할 수 있었다. 본 나젤과 그의 스승은 시간이라는 빛을 타고 우주로 날아가버린 소리를 고스란히 되살려 전해주는 ‘소리의 타임머신’을 만들어낸 것이다.
--- p.26

그런 면에서 기술을 체득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지겨움을 친구로 삼아야 가능한 일이다. 기술을 몸에 착 붙이기 위해서는 같은 공정과 같은 동작을 무수히 반복해야 한다. 그래도 좀처럼 늘지 않는다. 더욱 정밀하고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 경지에 이르는 기술은 쑥쑥 자라지 않는다. 기술은 매일 1밀리미터만큼만 자라 몇십 년이 지나서야 거대한 나무가 되는 묘목이다. 거목이 되었다 해도 생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생장을 멈춘 나무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 p.31

처음의 설렘은 온데간데없는데도 본 나젤을 50년이나 아틀리에에 계속 잡아두었던 건 이걸 넘어서면 또 다른 경지가 펼쳐지리라는 희망이었다. ‘더 딱딱 들어맞는 소리를 낼 수 있을지도 몰라.’ ‘완벽한 440헤르츠의 라 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 ‘보다 편하게 손을 펴고 연주할 수 있도록 건반을 단 클라브생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세 가지 음역대를 심을 수 있을지도 몰라.’ 지겨움을 방석처럼 깔고 버틸 수 있었던 건 그놈의 ‘몰라’ 때문이었다.
--- p.31

코미자에서 파리로 돌아온 이후에도 나는 이 섬을 떠난 많은 이들처럼 그 종소리를 잊지 못했다. 종소리는 네가 이곳을 떠난다 해도 너를 위해 기도하며 이 자리에 영원히 있겠다는 약속이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소나무와 자갈이 깔린 아름다운 해변과 고양이를 살뜰히 보살피는 마을에 소박하고 오래된 교회가 있어, 매일 누군가가 그곳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를 올린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작은 담요를 덮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종소리란 그런 것이다. 그게 어디든, 언제든, 당신이 누구든, 상념과 그리움을 부르는 소리. 우리를 삶이 시작된 그곳으로 부르는 소리. 그리고 먼 곳을 헤매고 있을 우리를 위해 기도한다는 약속.
--- p.45

종소리는 개인의 역사이자 가족의 역사이면서 또 그 모든 것이 한데 모인 더 큰 줄기의 역사이기도 했다. 신문도 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하다못해 책 한 권도 너무 귀했던 긴 세월 동안 한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칠 정치적, 사회적 사건들은 모두 종소리를 통해 전달되었다. 전쟁, 왕자의 탄생, 국왕의 죽음, 새 국왕의 즉위 같은 시사 정보가 종소리를 타고 세상에 알려졌다. 그리하여 종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 p.46~47

짙은 연기와 심장이 터질 듯한 이 열기를 느껴보지 않고서는 종소리를 이야기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가모의 잘 다듬어진 수염은 흘러내리는 땀으로 어느새 풀썩 주저앉았다. 그의 눈썹에도 땀방울이 고드름처럼 주르륵 매달렸다. 직공들의 눈에도 마치 눈물처럼 땀방울이 고였다. 그 땀방울이 어쩌면 진짜 눈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가 절로 손을 맞잡고 안절부절못할 만큼 간절했다.
--- p.64~65

알랭 드 생텍쥐페리는 목재 가공 전문 장인이자 자물쇠 복원 전문 장인이다. 또한 헬기 제작 기술 보유자이기도 해서, 현재 기계의 전당이라 불리는 파리의 국립 기술공예박물관에 소장 중인 블레리오 11호를 복원하고 세팅했다. 블레리오 11호? 그렇다, 최초로 영불 해협을 건넌 전설적인 비행기다!
--- p.76

“자물쇠로 보호받고 있다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모든 것은 다른 사람이 다시 만들어낼 수 있죠. 열쇠는 수천 번이고 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물쇠를 달아서 무엇인가를 보호하겠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세상의 모든 비밀은 비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밀이 아니기도 하죠.”
--- p.87

“진짜 이 헬기를 타고 다니시는 거예요?”
헬기에 그려진 그림처럼 어린 왕자가 행성을 떠나 여행을 시작할 때 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앙증맞은 헬기 앞에서 내가 묻자 그는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이며 말했다.
“지난주에도 탔는걸요.”
비행하다가 혹시나 어린 왕자를 만났느냐고는 차마 묻지 못했다. 하지만 가족 사진첩 속의 일그러진 풍선 기구 아래에 ‘보아뱀이 들어 있어요’라고 씌어 있는 글귀는 틀림없는 알랭 드 생텍쥐페리의 필적이었다.
--- p.102

부채는 대놓고 드러내기에는 곤란하거나 미묘해서 도저히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들을 은근히 전해주는 도구였다. 그러니 그 시절 ‘부채의 언어’, 즉 부채를 쥐고 펼치는 우아하고 작은 제스처는 옛 여인들의 속마음이었다. 오래된 책에서 처음 부채의 언어를 발견하고 하나하나 익혀갈 때쯤 나는 18세기 회화 전시장에서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 p.108

그러고 보니 전시장 여기저기서 그림으로 박제된 여인들이 나에게 부채로 말을 걸고 있었다. ‘이리로 오세요.’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 초대를 알고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가끔은 ‘요즘에도 저런 부채가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말로 하기 어려운 속 이야기나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마음을 잠시 잠깐의 제스처로 보여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하지 못한 말들을 쌓아두고 살다가 마음의 병이 생기는 일은 없을 텐데.
--- p.109

좋은 재질의 나무를 능숙한 솜씨로 깎아 만든 격자무늬의 천장과 금박으로 장식한 고풍스러운 초록색의 가죽 벽, 벽난로의 소녀상, 예전에는 분명 가스 조명이었을 아르누보풍의 샹들리에, 살뜰한 걸레질로 아직도 윤기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 서랍장, 지난 세기에 누군가의 얼굴을 비추었을 거울……. 문 너머의 그곳은 ‘19세기’였다.
--- p.115

그렇다. 진짜 그곳은 존재한다. 생루이 앙 릴 성당의 파이프오르간 소리를 들으면 그제야 확신이 찾아온다. 이 소리는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파이프오르간이라는 수도원에서 수도원장 오베르탱이 나에게 보내준 소리니까. 어쩌면 파이프오르간의 성지로 가는 지도는 현실에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 지도는 구글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멀리서도 그 장소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속에 있는 건지도.
--- p.139

이럴 수가. 파이프오르간의 대가라면 고등학교 음악실에 걸려 있는 바흐의 초상화처럼 근엄하리라 생각했는데! 내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어느 한 부분도 바흐와 닮지 않은 산골 할아버지였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곱슬머리, 발그스레한 볼, 통통한 배, 짧은 다리…… 동화책에 나올 법한 사람 좋아 보이는 산골 할아버지는 그 옛날 유행했던 양배추 인형을 똑 닮았다. 이분이 파이프오르간 제작의 대가라고?
--- p.144

오베르탱은 긴 바게트를 쥐듯이 파이프를 양손에 한 개씩 들고 입으로 불어 소리를 냈다. 깊고도 청아한 소리였다. ‘푸우’ 하며 연신 볼을 부풀리고 얼굴이 벌게지도록 파이프를 불 때마다 그의 입을 통해 나간 바람이 파이프를 타고 소리가 되어 방 전체에 울려 퍼졌다. 오베르탱은 파이프를 들었다 놨다 하며 바이올린 소리에 사람의 목소리를 한 스푼 첨가하고, 플루트 음에다 바순의 음을 섞어 흔들었다. 그 소리의 어울림이란 여느 악기에서 나는 것과는 달랐다. 이건 단지 들어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구나. 내 몸과 방 전체가 하나의 울림판이 된 듯이 소리가 나를 통과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와 오베르탱과 방을 통과한 소리의 바람은 창문을 통해 하늘로 올라갔다.
--- p.155/157

나폴레옹이 생전에 가장 아꼈던 시계 메이커인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켈레톤 시계는 시계 안의 수많은 부속품들이 한눈에 보인다고 해서 해골이나 뼈를 뜻하는 스켈레톤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아름답고 기능적인 무브먼트를 자랑하기 위해 최적화된 시계라고나 할까.
--- p.178

“시계공의 일은 상상력을 실현시키는 기계를 만드는 거야.”
프뤼트네의 고객들 역시 엉뚱한 상상력으로는 그에 못지않다. 개중에는 에나멜로 만들어진 개구리를 가져온 이도 있었다. 금도금에 보석으로 장식된 개구리는 오랫동안 책상 위를 지키던 문진이었다.
--- p.187

아틀리에의 천장으로 쏟아져 내리는 오후의 햇살에 필름을 비춰보던 그가 눈을 감는다. 마치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듯이, 시간을 몸 안에 가두듯이. 그 순간 프뤼트네는 인생의 길이를 재는 하나의 시계였다.
--- p.199

가끔 그 앞을 지날 때면 버려진 건물의 부연 유리창에 손을 대고 창 너머 그늘을 가만히 바라본다. 유리창 앞에 놓여 있던 ‘미셸 제르몽, 에베니스트’라는 가죽 간판이 거짓말처럼 그대로 놓여 있기를 바라면서. 영화에서처럼 거기서 보았던 광경들이 둥실 떠오르고, 유리문을 열면 양복을 차려입은 제르몽이 당장이라도 뛰쳐나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손을 들어 인사해줄 것만 같다. ‘미셸 제르몽, 당신이 많이 그립습니다’라고 작게 말해본다.
--- p.204

다리가 부러지고 등받이가 휘어지게 된 사연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그리운 이가 걸어온 지난한 세월의 질곡이다. 어떻게 견뎌냈냐고, 수고했다고 덥석 손을 잡듯 부분 부분을 어루만지고 토닥여준다. 특히 역사의 일부분이 된 가구들, 그래서 고통과 절망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가구들을 만나면 더욱 그렇다.
--- p.228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레미 브라제의 아틀리에나 그녀가 손바닥에 올려놓았던 작은 리본 같은 것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그건 스노볼을 좋아하는 마음과 같다. 유리 구 안에 들어 있는 작지만 완결된 세계, 평범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그 세계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 p.237

여기 입이 벌어질 만큼 값비싼 패브릭과 값비싼 의자가 있다. 기술이 뛰어나 공임이 남들의 몇 배가 되는 장인들도 있다. 하지만 패브릭과 의자 틀, 그리고 타피시에의 손과 눈이 만나 만들어지는 극상의 아름다움에는 가격을 뛰어넘는 무엇이 있다. 단지 비싸고 귀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키워낸 기술과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소중한 가치는 큰 우물 속에 돌 하나를 던진 것처럼 마음에 물결을 일으킨다. 만든 이의 정성과 공력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 남지 않은 세상에서 말이다.
--- p.261

흔히들 기술은 쌓인다고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의 기술은 깨끗하게 잊혀진다. 과거의 기술을 되살린다는 건 층층이 쌓여 굳어버린 지층에서 콕 집어 몇백 년 전의 퇴적층을 파내는 일이나 다름없다. 국립도서관의 고문서에서 한두 줄이나마 그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면 다행이랄까.
--- p.289

크리스티앙 티로, 그는 미친 것이 맞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나 누군가가 티로의 수첩을 발견한다면 사람들은 뒤늦게 그를 천재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그렇게 부르는 것처럼.
--- p.291

기술은 지식과는 달리 종이에 적힌 몇 마디 말로는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다. 칼을 잡는 손의 모양새와 힘, 어깨의 기울기와 허리의 각도 같은, 기술을 완성하는 수많은 디테일들은 글로 적으려고 해도 적을 수 없고 설령 적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수영에 관한 글을 수백 장 읽고 수십 개의 영상을 본다고 해서 펠프스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듯이. 기술은 사람의 손에서 손으로, 몸과 머리와 가슴으로 전수된다. 그래서 특정 시간 동안만 향기가 지속되다가 홀연히 사라지는 향수처럼 휘발성도 강하다. 기술을 이어받아 후대에 전해줄 사람, 즉 기술의 운반자인 장인이 없으면 기술은 언제 존재했느냐는 듯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하여 어느 날엔가는 아무도 그런 기술이 있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때가 온다.
--- p.300~301

“나에게 안경테는 삶의 고집이야. 나는 이 두 손으로 안경테를 다듬고 만지면서 살아왔어. 그래서 내가 만드는 안경테에는 내 삶의 결정이 들어 있지. 고집이 없는 인생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작지만 내 삶의 일부이기에 마음을 다하는 것이 고집이야.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게 고집이지.”
--- p.319

니콜라와 르네의 대립은 첨예했다. 은을 다루려면 끈기와 강인한 힘이 필요하다. 만다랭에 은판을 씌워 은판이 마침내 주전자가 될 때까지 망치질을 멈추지 않는 끈기, 손톱 밑에 검은 때가 박히고 온 손에 굳은살이 박여 저절로 힘의 강약을 부릴 수 있는 내공이 쌓일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강단, 사람의 손을 거부하는 은을 휘고 구부리는 힘……. 그래서 오르페브르는 전통적으로 남자들의 세계였다. 용호상박이라고 할까. 고집으로 뭉친 아버지와 아들의 대립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이 싸움이 일단락 지어진 것은 아버지 르네가 세상을 등지면서였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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