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3년 05월 04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10g | 135*197*16mm |
ISBN13 | 9791191824216 |
ISBN10 | 1191824217 |
포함 국내도서 2만원 이상 구매 시, 문장&천선란 작가 사인 인쇄 유리컵 증정(포인트 차감)
발행일 | 2023년 05월 04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410g | 135*197*16mm |
ISBN13 | 9791191824216 |
ISBN10 | 1191824217 |
MD 한마디
[우리의 슬픔으로 서로를 구할 수 있다면]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천선란 작가만이 구현할 수 있는 ‘구하는 이야기‘. 지하 도시로 추방된 인류. 그중 여섯 친구들이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저마다 이별, 죽음 등 뼈아픈 성장통을 겪는다. 슬픔을 멈추지 않고,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장면들이 빛나는 소설. - 소설 PD 김유리
바다눈 13 우주늪 101 이끼숲 135 해설 | ‘닫힌 세계’ 너머를 그려보는 일 소유정(문학 평론가) 258 작가의 말 277 |
미래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책에서 만나는 미래의 도시는 찬란하고 아름답기보다 우울하고 암울하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의 미래가 암울한 것만은 확실한데 어떤 모습이 될지 상상할 수 없다. 해저 도시에 살게 될지 지하 도시에 살게 될지. 지상이 아닌 세상은 그 자체로 다 우울하다. 그런 세상에도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고 슬픔은 존재하겠지? 이번에 만난 책은 천선란 작가의 책이다. 세 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지상이 멸망한 후 지하 도시로 추방된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첫 번째 ‘바다 눈’은 마르코의 이야기다. 마르코는 지하 도시의 연구소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이끌린다.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소녀 은희. 마르코는 은희를 좋아하게 된다. 지하 도시에서 부당한 노동 환경에 맞서 파업에 나선 선배 커커스. 중간에서 마커스는 혼란을 겪는다. 어떤 판단도 내리지 못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은희에게 슬픈 일이 생기는데. ‘우주 늪’은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증오하는 쌍둥이 자매인 의주에게 보내는 의조의 편지다. 지하 도시의 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아 좁은 방에서 숨어 사는 의조. 그녀는 쌍둥이 자매 의주가 부럽고 밉다. 자신이 의조였다면 자유롭게 지하 도시에서 이동하고 배우고 일할 텐데. 의조는 배관 통로를 발견하고, 이 통로를 통해 의주의 삶을 추적한다. 어느 날 환풍구에서 의주의 친구 치유키를 만나게 되는데. ‘이끼 숲’은 붕괴 사고로 사랑하는 유오를 잃은 소마의 이야기다. 소마의 친구들은 유오의 클론을 훔쳐 지하 도시 밖으로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유오를 닮았지만 유오는 아닌 존재. 소마는 친구들 덕분에 지하 도시의 맨 위층, 지상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조용하게 뻗어 나가는 나무의 뿌리를 떠올린다. 인간 몇십 명이 붙어 뚫는 땅을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가르는 뿌리는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답다. (173)
모든 생명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씨앗처럼 뿌린다는 걸, 비록 나는 없더라도 내 삶은 이 행성 전체에 퍼져 다른 생명을 꽃피우게 한다는 걸 잊지 마. (239)
미래의 노동도 역시 힘든가 보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는 게 아니라 착취하는. 초과 근무를 하지만 그에 따른 돈을 주지 않는. 정당하지 않지만 아직은 참을 수 있는 마르코. 그래서 마르코는 파업에 나선 선배를 이해 못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은희를 통해 마르코가 느끼는 고통은 무엇이었을까? 사랑과 노동. 둘 다 지키는 건 역시나 쉽지 않다. 지금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결혼도 출산도 힘든 세상이니까.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의조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했다. 쌍둥이지만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좁은 방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없다. 같은 날 태어났지만 자신 대신 의주가 선택됐다고 생각했을 의조의 마음. 의주의 삶을 따라가며 의조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그게 삶이라면 언제든 내려놓고 싶을 것 같은데, 그래도 살아가는 의조가 대단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상상하기 싫다. 그래서 슬픔이 유별나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었던 것인지. 이렇게 슬퍼하고 나면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미래의 세계가 모두 이런 모습일까? 우리와는 다른 가치관과 생각 그리고 행동을 하는, 지금의 우리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세상. 조금. 나도 슬펐다.
'뼈의 기록'을 읽고 천선란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소설을 통해 미래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는 천선란 연작소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또다른 경험을 더하고 싶었다. '바다눈', '우주늪', '이끼숲' 세 단편소설은 각각의 이야기로 하나의 장편소설을 만들어낸다.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작가의 글처럼 마지막은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로 종착된다.
SF라는 장르소설의 옷을 입고, '이끼숲'에서도 인간 깊숙히 내면을 만지는 미래에도 변치 않는 따뜻함이 있어 더 좋았다고 해야할까?
바다눈이라는 제목이 결론을 짐작하게 한다. "바다눈이라는 건, 커다란 바다 생물의 사체에서 나오는 배설물이나 미생물이 눈처럼 내려서 붙여진 이름이야. 죽음의 잔해라는 거지."
식물이 자랄수없는 환경과 지하세계에서 살아야만하는 미래, 철저한 인구계획에 의해 출산이 관리되고, 능력기반으로 직업에 배치되고, 지하세계 거주로 인한 우울증방지를 위해 약을 섭취하고...이런 세계가 앞으로 우리에게 당면할수 있다 생각하니, 미래가 더 쓸쓸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쓸쓸하고 삭막할듯한 미래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하고, 결국은 인간이 있는한 시간, 공간을 막론하고 결국은 사랑이 있기에 살아갈수 있다는 불변의 진리가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은희와 마르코의 감정이 더 극대화되어 애틋하고, 안타깝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고...
우주숲은 출생인구를 관리하면서 인구까지 계획하는 미래!
출산후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 어떻게해야할까?
있지만, 있어서도 않되고 없는 아이가 되어버린 아이!
신고된 '의주'라는 이름을 갖지못한 아이는 평생을 없는 아이로 숨죽여 살아가고있는 현실이 그려진다.
마지막 이끼숲이다.
작가의 말처럼 구하는 이야기다.
"만약 네 앞에 아몬드가 있어. 근데 이게 독이 있는 야생 아몬드인지 독이 없는 아몬드인지 몰라. 그럼 너는 어떡할 거야? 그 아몬드를 먹어볼 거야?"
미래 지하세계에서 지상을 나가는건 야생의 독이있는 아몬드인지 독이없는 아몬드인지, 모르는 아몬드를 먹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먹어보는것으로 택한다. 지상으로 나가고싶어 지상탐사대를 꿈꿔왔던 유오! 오로지 지상에서 자라는 식물의 뿌리를 경험할수 있다는 생각으로 건설회사에서 일하다가 죽음을 당한 유오~ 유오의 영혼은 담겨있지 않음에도 유오의 클론에게 마지막 소원과같은 지상을 보여주기위해 지하세계 탈출이 계획된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지상의 세계. 무모한듯하지만 도전이 있어서, 모험이 있어서, 사랑이 있어서 더 깊게 다가온 이야기가 아닐까?
이끼의 생존은 신비로운 강인함이라기 보다 생태의 흐름에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고 치사하게 빌붙어 사는 느낌이 든다. 마치 나처럼.
이끼가 아니기에 살아가는 시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대결한 주인공들 사이에 사랑이 있어서 더 따뜻하게 젖어든다.
#이끼숲 #천선란 #자이언트북스
사실 이끼숲은 희망찬 이야기가 아닌, 어찌 보면 상실의 이야기에 가깝다. 이끼숲은 어떠한 감정을 깨닫자마자 그 사람을 잃게 되는 마르코, 나를 타의로 뺏겨버린 의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싶은 슬픔에 빠진 소마의 이야기이자 여섯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상실하는 사람, 상실조차 상실한 사람, 상실된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 상실의 이야기가 어떻게 구하는 이야기가 될까? 의문과 호기심으로 이끼숲을 읽었다.
*기계실 정비공 의주, 의사 치유키, 통신국 소마, 경비원 마르코, 씨앗 저장고 지킴이 톨가, 지상 탐사원이 되고 싶었지만 건설회사에서 일하게 된 유오.
<바다눈>
-p.39 은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마음에 있던 은희가 빠져나감과 동시에 그 자리에 더 단단한 은희가 들어찼다.
-p.51 굳이 세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은희가 무한한 밤하늘이었고 미러볼의 빛이 은하수였다. 콧등과 광대의 굴곡을 타고 지나가는 빛과 그 빛보다 더 반짝이는 은희의 눈동자, 그리고 심장에 내려앉는 악기의 울림이 마르코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 놓았다.
-p.53 ‘거대한 고래의 울음 같았어. 영상 자료실에서 우는 혹등고래 울음을 들은 적이 있는데, 꼭 그 소리 같았어. 대답해주는 고래가 근처에 없는데, 혼자 계속 우는.’ 그날 마르코가 바라보던 스페이스 스카이의 밤하늘은 컴컴한 심해 같았고, 빛나는 별은 잘게 부서진 은희의 목소리 같았다.
-p.69 태어나보니 이곳이었다. 마르코의 삶 전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든 선택권이 결여된 순간이 그때일 것이다. 탄생. 그것만큼은 마르코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의 감정만으로 삶 전체를 설명하는 건 마르코에게 어려웠다. 어떤 순간은 마르코를 살고싶게 했고, 어떤 순간은 마르코를 죽고 싶게 했다. 살아가는 건 징검다리 건너듯이 원치 않아도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불행의 디딤돌을 밟아야만 하는 것 아닌가.
-p.89 패배의 반대편에는 승리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회사는 승리라는 단어를 거머쥐기에는 정당하지 못했다. 커커스가 바랐던 것은 노동의 대가였고, 회사가 쥐고 있던 것은 커커스의 목숨이었다. 정당한 전투가 아니었다. 무기가 달랐고, 걸어둔 것이 달랐다. 회사는 승리하지 않았다. 커커스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밟혔다.
모든 순간은 제 선택이 아니다. 소설에서 말했듯, 모든 사람은 타의로 ‘태어남’을 당한다. 그리고 주어지는 상황도, 사람도 모든 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그 안에서 내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특히 ‘살아가는 건 징검다리 건너듯이 원치 않아도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불행의 디딤돌을 밟아야만 하는 것 아닌가.’란 이 문장을 읽고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결국 건너게 되더라도 그것을 지나쳐가는 나 자신만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마르코는 결국 은희를 잃고, 선배 커커스를 잃게 되지만 그 안에서 마르코는 배우고, 깨달았다. 노조의 파업이 불편하고 피하고만 싶었던 마르코는 마지막에 현실의 부당함을 깨닫고 성장하는 사람이 된다.
<우주늪>
-p.105 증오에는 웃음이 필요해. 대상을 우습게 만드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 효과가 길지는 않아. 웃음 뒤에는 더 큰 증오가 오니까.
-p.108 나는 가끔 이럴 때마다 단어를 갈기갈기 찢고 싶어. 다른 사람에게도 자유가 나와 같은 의미였으면 해. 날숨이 벽에 들러붙는 공간에서 느끼는 편안함, 가능성을 향한 헛된 바람, 까지 전까지 알 수 없는 상상의 무한함. 모두에게 자유가 같다면 지하도시가 답답하다는 투정을 안 할 텐데 말이야.
-p.115 나는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 내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줄 거라고. 내가 살아남는 건 너무 당연해. 세상은 나를 죽였지만 나는 살아 있잖아. 이보다 강한 게 어디 있겠니?
-p.120 눈이 마주쳤을 때, 그러니까 지금 나를 본 건가? 싶었을 때 울고 싶었어. 일초가 지나도 눈을 돌리지 않고 나를 바라보며,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그 눈이 나는 너무 좋았어. 당장 환풍구 문을 뜯고 달려나가 끌어안고 싶었단다, 무작정.
-p.130 죽고 싶다는 마음은 가볍고 산뜻해. 땅에 발이 닿지 않아서 어떠한 무게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날아가고 싶은 거야. 더 드넓은 곳으로. ···치유키의 몸에는 그래서 흔적이 많아. 날아가고 싶을 때마다 몸에 표시를 해 두었거든. 나이테 같은 거.
-p.133 그러니까 너도 이제 마음껏 행복해 봐, 어디. 있는 힘껏.
-p.133 나는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걸 계속해나갈 거야. 나는 고마워요 씨를 만날 거야. 엉금엉금 기어서, 가끔 내가 보고 싶을 때는 천장을 올려다보렴. 그 모든 곳에 내가 있을 거라 상상해. 그렇지만 의주야. 그러고도 내가 보고 싶어질 때는 말이야 좁은 방안에 웅크려 앉아 거울을 봐. 그게 내 얼굴이야.
이미 지하로 추방되어 자유를 잃은 인류, 그 알량한 자유조차 가지지 못한 존재들이 있다. 의조는 의주의 쌍둥이이며 미입력자이다. 이 지하세계 시스템에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끝을 알 수 없는 늪, 그 무엇도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우주, 늪’ 아마 의조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우주 같은 늪에 빠져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다른 곳으로 배출되듯, 배관통로를 통해 치유키를 만났을 것이다. 치유키는 의조가 마주한 또 다른 늪이다. 치유키는 의조에게 글을 알려주고 눈을 맞춰주고,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주었다. 그러면서 의조의 마음은 건물을 짓듯이 지어지고, 견고해진다. 의조의 첫울음은 아이가 세상에 나왔을 때, 나를 보는 타인을 마주했을 때,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인식됨을 알았을 때의 본능적인 울음이었을 것이다. 세 걸음이 전부였던 의조가 새로운 존재를 만나고 분노에 갇혀있지 않고 결국 의주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을 보며 나 자신도 단단해지고 견고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끼숲>
-p.137 뜬금없이 달려가 너를 와락 끌어안아버리고 싶던 충동, 그걸 억누르느라 꽉 쥐었던 주먹. 그건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처음 자각한 순간이야.
-p.147 땅콩의 다른 명칭은 낙화생이다. 지상에 노란 꽃을 피웠다가 그 꽃이 떨어질 즈음 씨방 자루가 땅을 파고들어 열매를 맺는데, 그 열매가 땅콩이기 때문이다. 땅속으로 기어들어 가야만 자랄 수 있는 땅콩은 땅속이어야만 살 수 있는 인간과 닮았다. 지금 우리의 삶은 예전 문명으로부터 떨어진 꽃처럼 느껴진다.
-p.153 두 명인 것보다 온전히 한 명이 낫지 않아
-p.153 그 애는 그렇게 나에게 불안을 선물 했다. 나는 사랑을 줬는데.
-p.162 유오처럼 말을 하지도 않고, 유오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면 그럴 유오라고 할 수 있나? “그냥 우리의 미련인거지.”
-p.170 무모하고 위험한 건 싫다. 따분하 f만큼 평온한 일상을 원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어떤 것도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걸, 그게 평화의 기본 조건이라는 걸 그 애를 좋아하고 나서야 알았다.
-p.173 치열하게 싸울 권리도 잃고 태어난 우리는 식물의 열매나 꽃처럼 황홀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을 테니까.
-p.175 내 몸은 아직 그 애를 안았을 때의 온도를 잊지 못했다. 그 애가 여전히 내게 안긴 채 내 체온을 앗아가고 있었다.
-p.197 ‘소마, 너도 이제 이해할 거라고 믿어. 친절하지 않게 찾아오는 감정들이 있다는 거. 굴복하면서도 정복해야만 하는 그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느라 온 기력을 다 쓴다는 거. 사랑은 정말 체력이 필요한 일이야, 여러모로.’
-p.203 “살아 있는 모든 작은 것들은 강해, 그 어느 것보다.”
-p.226 유오, 그리움은 가끔 변명이 돼. 그걸 잊으면 안 돼.
죽음이 끝이 아니라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이끼숲은 상실을 한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유오의 죽음은 소마에게 오랜 슬픔, 어쩌면 끝나지 않을 슬픔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소마도 클론을 진짜 유오가 아니라고, 진짜는 하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했었다. 근데 유오의 클론, 결국 유오가 아닌 존재를 구하려던 건 왜였을까? 그건 미련이었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으면 충분히 보내고 애도할 수 있어야한다. 어쩌면 슬픔이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은 어디일까? 모험과 발견과 미지의 세계일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그것은 꼭 도전적이지 않아도 되고, 그저 내 슬픔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리 현실은 그런 곳일까? 이끼숲 마지막에서는 위원장이 슬픔이 유별나면 일은 누가하냐며 따져 묻는다. 이것은 인류가 산송장으로 살아가는 지하세계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작가님은 우리의 산송장 같은 현실에서의 모습을 보고 충분히 슬퍼할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선물해주신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무리하며,
이끼숲의 가장 큰 키워드는 ‘그럼에도’라고 생각했다. 상실의 이야기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사랑과 우정과 별을 이야기한다. 상실의 이야기가 이다지도 희망스러울 수 있을까? 희망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희망을 잃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다시 어디로 향하게 될까? 그건 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에게 다른 결말로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선란 작가님만이 그릴 수 있는 물결같이 아늑하고 힘 있는 이야기, 이끼숲이었다.
(제공받은 도서이며, 주관적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