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들 닫아, 창문도 닫아, 전부 닫아라! 투명인간이 오고 있다.”
그의 푸른 안경 위 이마 전체가 흰 붕대로 덮여 있었고, 다른 것이 귀를 덮고 있었는데, 핑크빛 뾰족한 코를 제외하곤 얼굴이 전혀 드러난 곳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밝은 분홍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높고 검은 리넨 깃이 목까지 접혀 올려진 어두운 갈색 벨벳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 두꺼운 검은 머리칼은, 가로지른 붕대 사이로 빠져나와, 마치 이상한 꼬리와 뿔의 이미지를 가진,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기이한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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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러고 있는 사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이불이 스스로 한데 뭉치더니, 갑자기 봉우리처럼 솟구쳐 올랐다가는, 침대 가로대 너머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연이어, 이방인의 모자가 침대 기둥에서 떠오르더니,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며 나는 모습을 보이더니, 홀 부인의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다음엔 세면대로부터 스펀지가 빠르게 날아왔다. 그러고는 의자가, 이방인의 외투와 바지를 아무렇게나 한쪽으로 내팽개쳤고, 이방인의 것 같은 기이한 목소리가 건조하게 웃는 중에, 의자의 네 발이 홀 부인에게로 돌아서서, 잠시 그녀를 노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돌아섰고, 의자 다리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녀의 등을 찔러대며 그녀와 홀을 그 방 밖으로 내몰았다. 문이 쾅 하고 세차게 닫히고는 잠겼다. 의자와 침대가 잠시 승리의 춤을 추는 듯했고, 그러고는 갑자기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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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사람들은 거리로 뛰어나와 소리를 질러댔고, 그것은 본능적으로 언덕 아래로 전해졌다. 마블이 얼마 가지 못해 거리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소식과 함께 사람들은 집 안으로 뛰어들어 문을 꽝 소리가나게 닫고는 걸쇠를 걸어 잠갔다. 마블은 필사적으로 마지막 박차를 가했다. 그를 앞질러 돌진해온 공포는 성큼성큼 다가와 순식간에 마을을 점령했다.
“투명인간이 오고 있다! 투명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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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지나갔소. 자살행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소. 나는 그 새벽을 영원히 잊지 못할 거요. 내손이 흐린 유리처럼 되어가는 것을 보고, 시간이 지날수록더 맑고 옅어져 마침내 투명해진 눈꺼풀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통해 엉망으로 어지럽혀진 내 방을 볼 수 있는그 이상한 전율을. 내 팔다리가 유리처럼 되었고, 뼈와 동맥이 흐릿해지다 사라졌고, 작고 하얀 신경이 마지막으로 사라졌소. 나는 이를 앙다물고 끝까지 남아 있었소. 마침내 죽은 손톱 끝이 창백하고 하얗게 남았고, 내 손가락에 묻은 약간의 산酸이 갈색 반점처럼 남아 있었소.
--- p.195
“문들 닫아, 창문도 닫아, 전부 닫아라! 투명인간이 오고 있다.” 즉시 그 집은 비명과 지시하는 소리, 당황해서 내달리는 발소리로 가득 찼다. 그는 스스로 열려 있는 프랑스식 창문을 닫기 위해 베란다로 달려갔다. 그가 그러고 있는 동안 켐프의 머리와 어깨, 그리고 무릎이 정원 울타리 가장자리에 나타났다. 다음 순간 켐프가 아스파라거스를 헤집고, 그 집 테니스장을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었다.
“당신은 들어올 수 없소.” 힐러스 씨가 빗장을 채우면서 말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저자가 당신을 쫓는 거라면 당신은 들어올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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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은 움켜쥐어 있었고, 눈은 크게 떠져 있었으며, 표정은 분노와 낙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얼굴을 덮어요!” 한 사내가 말했다. “제발, 그 얼굴 덮어!” 그리고 세 명의 작은 아이들이, 군중들 속을 헤치며 밀고 들어오다가는 갑자기 몸이 돌려져서 다시 내보내졌다.
누군가가 〈즐거운 크리켓터스〉에서 시트 하나를 가져와서 그를 덮었고, 사람들은 가게 안으로 그를 옮겼다. 그리고 거기엔 모든 인간 중 처음으로 자신을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던 그리핀이, 불도 켜지 않은 침실의 지저분하고 허름한 침대 위에, 무지하고 흥분한 사람들 무리에 둘러싸여, 깨어지고 상처입고, 배신당하고 동정받지 못한 채로 놓여 있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재능 있는 물리학자 그리핀은 자신의 이상하고 가공할 생애를 끝없는 참사로 끝마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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