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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88쪽 | 610g | 118*185*35mm
ISBN13 9791190710633
ISBN10 119071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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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에 갇힌 사람이 집에서 흔히 보던 거미보다 그곳에서 만난 거미를 더 특별히 여기듯이 내게는 도시 사람들보다 이곳 사람들이 더 가치 있어요. 난 원래 어떠한 사랑도 1년을 넘길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인데 여기서라면 평생을 가는 사랑도 가능할 것 같아. 시골은 배고픈 사람이 한 가지 요리를 놓고 집중해서 참맛을 음미하는 격인 반면 도시는 프랑스 요리사들이 차린 식탁에 앉는 격이랄까. 주린 배를 채우기야 매한가지겠지만 요리 하나하나에 할애하는 관심과 기억은 미미할 뿐이지.”
--- p.110~111

“저기 저 사악한 인간이 히스클리프를 비천한 신세로 끌어내리지만 않았어도 난 이런 혼인은 할 생각조차 안 했을 거야. 그렇다고 지금 상태로 히스클리프랑 혼인하면 내 격이 떨어지고. 그러니까 내가 걜 얼마나 사랑하는지 걔는 절대 알면 안 돼. 걔가 잘생겨서가 아니야, 넬리.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야. 무엇으로 만들어졌건 간에 걔와 나의 영혼은 같아.”
--- p.142~143

“내 삶의 중대한 생각은 그 애 자체야. 만일 다른 모든 게 소멸하고 그 애만 남는다면 난 그래도 계속 존재할 수 있어. 만일 다른 모든 게 남고 그 애만 사라진다면 이 우주는 지극히 낯설어질 거야. 내가 그 일부라는 느낌이 없겠지. 린턴을 향한 내 사랑은 숲속 나뭇잎 같아서, 겨울이 되면 나무들이 변모하듯 시간이 흐르면 그 사랑은 변하리란 걸 난 잘 알고 있어. 히스클리프를 향한 사랑은 나무들 아래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행복의 근원은 아니어도, 필연적인 거라고. 넬리, 내가 곧 히스클리프야! 그 애는 언제나,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에 있어. 고작 내게 기쁨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나 그 자체로 내 안에 있단 말이야.”
--- p.145~146

“내가 널 죽였다고? 그럼 귀신이 돼서 날 찾아와! 살해당한 망자는 자길 죽인 사람을 반드시 찾는다지. 난 믿어 ? 유령들이 지상을 떠돌아다닌다는 걸 알아. 나한테 와. 귀신이든 사람이든 어떤 모양으로든 나한테 들러붙어서…… 날 미치게 하라고! 떠나지만 마. 네가 없는 이 나락에 나만 두고 가버리지 마! 오, 제길! 이건 말도 안 돼! 내 생명인 네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 내 영혼 없이 어찌 사냐고!”
--- p.292

“자, 요 귀여운 녀석, 이제 네놈은 내 거다! 똑같이 호된 바람을 맞고도 한 나무는 다른 나무처럼 휘지 않고 자라나 어디 두고 보자꾸나!”
--- p.325

“히스클리프 씨 당신을 사랑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아무리 당신이 우릴 비참한 지경에 빠뜨린대도, 우리는 당신이 더 비참하기 때문에 그토록 잔인하게 구는 거란 생각으로 대갚음하겠어요. 당신 정말 비참하잖아, 안 그래요? 악마같이 외롭고 악마같이 시기하고.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당신이 죽을 때 울어줄 이도 하나 없겠지! 나더러 당신이 되라면 곧 죽어도 싫다 할 거야!”
--- p.498

“내게 그 애와 연관되지 않은 게 있을까? 내가 뭘 본들 그 애를 안 떠올리겠어? 바닥만 내려다봐도 판석마다 그 애의 형상이 보이는데! 모든 구름, 모든 나무에 그 애가 있어. 밤이면 날 에워싼 공기 속에, 낮이면 눈길 닿는 모든 것에 걔가 있단 말이야! 지극히 평범한 남자와 여자의 얼굴에서 ? 심지어 내 얼굴에서도 ? 어딘가 꼭 닮은 데가 나타나 날 조롱해. 온 세상이 한때 그녀가 존재했고 이제 내 곁에 없다는 사실을 기록해 놓은 끔찍한 비망록이야!”
--- p.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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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브론테는 어떻게 이렇게까지 연약하고 남루한 인간의 내면을 낱낱이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일까. 고작 서른 살에 요절한 작가의 유일한 소설이라는 사실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간 내면의 극한을 그려내었고, 인간의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간악한 인간에게 현혹되는 경험과 광적이고 야만적인 감정이 지극한 사랑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동시에 하게 되었다.
- 백온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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