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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 엄마이자 나로 성장하는 일상 루틴

최다희 | 뜻밖 | 2023년 09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47건 | 판매지수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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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118*188*170mm
ISBN13 979117080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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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띠에 의지해 품에 잠든 셋째 아이와 함께 베란다로 나가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적당히 시원한지 순간 유명한 영화 대사가 생각났다.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나만 빼면 모든 게 적당하던 그날, 나는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을 하고 말았다. 직업군인인 남편의 해외파병이 결정타가 되어 돌아왔다.

화장실에서 처음 유축하던 날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불어난 가슴 통증을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나는 화장실에서 유축을 해보기로 했다. 가로세로 1미터 남짓한 공간에서 그날 내가 느낀 감정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 과연 유축한 모유를 아이에게 먹일 수 있을까? 수차례 마음속에 갈등이 일어났다.

“엄마는 왜 나를 화내면서 키워?”
첫째는 작정이라도 한 듯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어른이 되면 아이들한테 착하게 대할 거야!”
아이의 더 큰 한 방에 나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얼얼해졌다.
‘나는 나쁜 엄마야. 아이에게 친절하지 않은 엄마!’
그간 아이들에게 한 내 행동과 말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제야 아이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엄마, 나 좀 사랑줘!’
사정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들과 대화 중에 나만 빼고 그들끼리 밥을 먹으러 갔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무너져내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외로움으로 타인에게 의지했던 마음의 균형을 잡기로 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엄마들과 너무 친해지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꽉 쥐고 있던 관계의 끈을 놓자 신기하게도 멀어질까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그쯤 나는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 것 같다. 고용이 중단된 여성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말이다. 비록 사회적 경력은 육아로 공백기를 맞이했지만, 육아를 하면서 또 다른 능력과 경력이 생겼다고 같은 엄마들에게도, 세상에도 알려주고 싶었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도 그중 하나였다.

내가 육아로 힘들 때마다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였다. 나는 그렇게 끊임없이 나를 의심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남편의 해외파병이 내 인생을 360도 바꿔놨다. 그것도 아주 긍정적으로 말이다. 남편 없이 세 아이를 척척 키우고, 장거리 이사도,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도 잘 해내는 내 모습에서 나는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그렇지만 아이와 함께한 날 중 지나고 보면 그 어느 날도 행복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아이와 내가 처음으로 눈을 맞춘 날, 뒤집기를 시도한 날, ‘엄마’라고 부르던 날, 스스로 땅을 딛고 일어선 날, 그리고 자박자박 걷던 날 등 하루하루가 다 좋은 날이었다. 우리는 아이와 함께한 그 수많은 날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육아의 고통을 이겨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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