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경계재회P의 파티밝은 집Ⅱ계단Ⅲ택배 수취행렬쪽지단테 알리기에리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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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umpa Lahi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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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두 이방인이다미묘한 차별의 풍경과 경계에 선 인물들줌파 라히리의 인물들은 유동하는 정체성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 불안 앞에 놓인 인물들은 타자를 배제하면서 내집단을 강화하거나 세계 바깥을 유랑한다. 『로마 이야기』는 이방인이라는 정서의 내부와 외부를 입체적으로 포착한다.소설에는 로마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 주로 화자로 등장한다. 그들의 시선을 통해서 은근하고도 집요하게 행해지는 차별의 풍경이 그려진다. 피부색이 다른 이민자 여성이 식당에서 화장실에 가려고 하자 소녀가 발을 쭉 뻗고 앉아서 길을 막고(「재회」), 초등학교 보조 교사로 일하는 이주자 여성에게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내용의 종이쪽지가 전해진다(「쪽지」). 고국에서의 전쟁을 피해 이주해 온 난민은 힘겹게 얻은 집과 가족을 지키려다가 주위 이웃들의 핍박으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쫓겨난다(「밝은 집」). 소설은 차별의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도 그려내면서 서사를 복합적으로 확장한다. 「P의 파티」의 화자인 중년 남성 작가는 로마에서 태어나 쭉 살아온 로마 사람이다. 그는 외국인을 그저 대상화하며 바라보는 편견 어린 인물이지만, 관심이 있는 외국인 여성에게는 이방인처럼 소외당한다. 줌파 라히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국 누구나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름 붙여진 정체성 너머의 인간 조건을 탐구한다. 그들은 내가 속한 그룹과 너무나 달랐다. 즉 로마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걱정스러운 로마의 쇠퇴를 한탄하면서도 절대 로마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달랐다. 서른 살에 단순히 사는 동네를 바꾸고, 새로운 약국에 가고, 새로운 신문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고, 새로운 바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 하나의 출발, 하나의 큰 움직임, 하나의 일탈을 의미하는 사람들과 말이다._『로마 이야기』, 「P의 파티」에서줌파 라히리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로마한 폭의 프레스코화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로마 이야기』에 담긴 아홉 편의 소설들은 로마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로마라는 도시의 심장 박동을 공유한다. 같은 도시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다른 작품에서도 스쳐 지나간다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택배 수취」의 이주자 여성이 타고 있는 버스에 「경계」에 나오는 가족의 어머니가 타고 있을 수 있고, 「쪽지」에서 외국 출신 여성에게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종이쪽지를 주는 초등학생이 「계단」의 불량한 청소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무엇보다 이런 상상이 가능한 이유는 소설에서 장소의 지명과 인물들의 이름, 국적, 나이 등의 구체적인 정보가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실제 로마의 지명이 아닌 ‘계단’, ‘광장’, ‘거리’ 등으로 표현된다. 등장인물들은 이름이라는 고유명사가 아닌 ‘어머니’, ‘외국인’, ‘형제’와 같은 보통명사로 지칭된다. 구체적인 정보가 사라지면서 장소와 장소, 인물과 인물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아홉 편의 단편소설은 로마라는 도시를 한 폭의 프레스코화처럼 재구성한다.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라히리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와 중요성을 알고 있다. 이름은 규정하고 구체화한다. 이름은 우리의 태생이나 모국어처럼 부과된다. 라히리는 이름이 부여하는 정체성 너머에 있는 개인의 또 다른 본질에 관심을 가진다. 이름을 제거하는 것은 라히리에게 어떤 무게에서 자유로워지는 걸 의미한다. 이름이 없으면 경계가 허물어지고 의미가 확장된다. _「옮긴이의 말」에서『로마 이야기』는 ‘단편소설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얻은 줌파 라히리답게 지극히 명징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경계를 오가며 자신만의 언어를 탐구하는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를 동시대에 읽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매혹적인 폐허와 생동하는 삶으로 가득한 로마라는 도시와 닮아 있는(〈보그〉)” 이번 소설집은 줌파 라히리의 신작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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