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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이야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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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48g | 128*188*16mm
ISBN13 9788960908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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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로마라는 이름 뒤에 숨은 이방인의 노래] 줌파 라히리 4년 만의 신작 소설. 그가 모국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쓴 세 번째 작품이다. 라히리의 주요 주제의식인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번에는 수년간 거주했던 로마를 배경으로 총 아홉 편의 단편소설에 담았다. 이방인이 느끼는 감정과 경계선을 입체적으로 포착해낸 수작.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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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더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 몇 가지를, 잊었는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남겨두고 떠났고 나는 그 물건들을 보관한다. 소녀들이 그린 그림, 해변에서 모은 조개껍데기, 몇 방을 남은 향긋한 바디워시. 소녀들의 어머니가 두고 간 수첩에는 작고 흐릿한 필체의 쇼핑 목록, 그리고 우리에 관한 모든 것이 적혀 있다.
--- p.30

어쨌든 세상에 많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그리고 천천히 밝혀질 비밀과 발견 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이 도시에 사는 것이 참 좋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 p.41

그들은 내가 속한 그룹과 너무나 달랐다. 즉 로마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걱정스러운 로마의 쇠퇴를 한탄하면서도 절대 로마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달랐다. 서른 살에 단순히 사는 동네를 바꾸고, 새로운 약국에 가고, 새로운 신문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고, 새로운 바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 하나의 출발, 하나의 큰 움직임, 하나의 일탈을 의미하는 사람들과 말이다.
--- p.50

나는 아들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을까 봐, 아들이 속으로 슬퍼하고 있을까 봐, 어떤 곤란한 문제에 휘말렸을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미숙하고 연약한 이는 내 아들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내가 실현할 수 없었던 나의 다른 모습, 내가 무시하고 막았던 나의 다른 모습,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패배시켰던 나의 다른 모습이었다.
--- p.69~70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이전의 삶을 떠올렸다. 성취할 것이 아직 남은 삶, 우스꽝스러운 삶, 정돈된 삶, 화려한 삶. 나는 내숭 떨지 않고 춤추는 여인들, 자신을 잘 관리하는 여인들을 가만히 관찰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젊지 않았고, 이제는 균열, 건강 문제, 실망을 가득 안고 있었다.
--- p.78

지하도는 앞뒤로 거대한 창문이 항상 열려 있는 길고 좁고 큰 건물 같았다.
--- p.114

형제는 아직 젊었던 아버지, 지금 두 사람보다 더 젊고 호리호리했던 아버지와 공원으로 놀러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던 그 일요일을 조심스럽게 재구성해본다. 그때 형제가 다니던 학교의 또 다른 아버지가 강변을 달리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두 아버지는 계단을 내려가고 올라가며 서로 만났고, 서로를 알아보자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 약속을 잡았다. 형제는 공원에 가려고 서둘렀다. 장례식이 끝난 후 F는 “내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계단에서의 짧은 대화를 통해 두 남자는 아직 어떻게, 언제일지는 알지 못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사실은 명확히 깨달았다.
--- p.161

나는 해가 지고 해변에 있는 사람들의 피부가 똑같이 황금빛을 띨 때까지 그곳에 머문다.
--- p.187

길을 가고, 갈망하고, 결정을 내리다 보면 반짝이는 기억 혹은 깨우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기억이 생겨난다. 그러나 오늘 대성당에서는 숨겨진 기억이 지배한다. 그 기억이 바위 아래에서 기다린다. 기억을 들추면 생생히 살아 있고 불안한 나 자신의 조각들이 펄쩍 뛰어오른다.
--- p.261

살아남는 법을 배우려면 얼마나 오래 살아야 할까? 몇 번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여자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할 계획이다. 광장 위로 밝은 하늘이 펼쳐진다. “참 엿같은 도시야.” 우리 중 한 명이 침묵을 깨고 말한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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