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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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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로마라는 이름 뒤에 숨은 이방인의 노래] 줌파 라히리 4년 만의 신작 소설. 그가 모국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쓴 세 번째 작품이다. 라히리의 주요 주제의식인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이번에는 수년간 거주했던 로마를 배경으로 총 아홉 편의 단편소설에 담았다. 이방인이 느끼는 감정과 경계선을 입체적으로 포착해낸 수작.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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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관련 동영상

목차



경계
재회
P의 파티
밝은 집



계단



택배 수취
행렬
쪽지
단테 알리기에리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2

줌파 라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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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umpa Lahiri

1967년 영국 런던 출생. 벵골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곧 미국으로 이민하여 로드아일랜드에서 성장했다. 바너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보스턴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같은 대학에서 르네상스 문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을 출간해 그해 오헨리 문학상과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002년 구겐하임재단 장학금을 받았다. 2003년 출간한 장편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이 ‘뉴요커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로 꼽혔고 전미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2008년
1967년 영국 런던 출생. 벵골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곧 미국으로 이민하여 로드아일랜드에서 성장했다. 바너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보스턴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같은 대학에서 르네상스 문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첫 소설집 『축복받은 집』을 출간해 그해 오헨리 문학상과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002년 구겐하임재단 장학금을 받았다. 2003년 출간한 장편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이 ‘뉴요커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로 꼽혔고 전미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2008년 출간한 단편집 『그저 좋은 사람』은 그해 프랭크오코너 국제단편소설상을 수상했고 <뉴욕타임스> 선정 ‘2008년 최우수 도서 10’에 들었다. 2012년 미국문예아카데미 회원으로 임명되었다. 2013년 두 번째 장편소설 『저지대』를 발표해 “보기 드물게 우아하고 침착한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고, 맨부커상과 미국 내셔널북어워드 최종심에 각각 오르며 또 한 번 저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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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탈리아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한국외국어대학교scienze psicologiche 이탈리아통번역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어서 와! 세계 도시』, 『내가 있는 곳』,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테아시스터즈의 판타지 모험』, 『우리는 모두 인권이 있어요』, 『책이 입은 옷』, 『순수한 삶』(민음사), 『잭 푸르시안테가 그룹을 탈퇴하다』(고려원), 『하늘을 나는 케이크』(비룡소), 『시티』(바다출판사), 『천사의 간지럼』(고려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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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48g | 128*188*16mm
ISBN13
9788960908444

책 속으로

그들은 더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 몇 가지를, 잊었는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남겨두고 떠났고 나는 그 물건들을 보관한다. 소녀들이 그린 그림, 해변에서 모은 조개껍데기, 몇 방을 남은 향긋한 바디워시. 소녀들의 어머니가 두고 간 수첩에는 작고 흐릿한 필체의 쇼핑 목록, 그리고 우리에 관한 모든 것이 적혀 있다.
--- p.30

어쨌든 세상에 많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연히, 그리고 천천히 밝혀질 비밀과 발견 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이 도시에 사는 것이 참 좋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 p.41

그들은 내가 속한 그룹과 너무나 달랐다. 즉 로마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걱정스러운 로마의 쇠퇴를 한탄하면서도 절대 로마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달랐다. 서른 살에 단순히 사는 동네를 바꾸고, 새로운 약국에 가고, 새로운 신문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고, 새로운 바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 하나의 출발, 하나의 큰 움직임, 하나의 일탈을 의미하는 사람들과 말이다.
--- p.50

나는 아들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을까 봐, 아들이 속으로 슬퍼하고 있을까 봐, 어떤 곤란한 문제에 휘말렸을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미숙하고 연약한 이는 내 아들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내가 실현할 수 없었던 나의 다른 모습, 내가 무시하고 막았던 나의 다른 모습,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패배시켰던 나의 다른 모습이었다.
--- p.69~70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이전의 삶을 떠올렸다. 성취할 것이 아직 남은 삶, 우스꽝스러운 삶, 정돈된 삶, 화려한 삶. 나는 내숭 떨지 않고 춤추는 여인들, 자신을 잘 관리하는 여인들을 가만히 관찰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젊지 않았고, 이제는 균열, 건강 문제, 실망을 가득 안고 있었다.
--- p.78

지하도는 앞뒤로 거대한 창문이 항상 열려 있는 길고 좁고 큰 건물 같았다.
--- p.114

형제는 아직 젊었던 아버지, 지금 두 사람보다 더 젊고 호리호리했던 아버지와 공원으로 놀러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던 그 일요일을 조심스럽게 재구성해본다. 그때 형제가 다니던 학교의 또 다른 아버지가 강변을 달리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두 아버지는 계단을 내려가고 올라가며 서로 만났고, 서로를 알아보자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 약속을 잡았다. 형제는 공원에 가려고 서둘렀다. 장례식이 끝난 후 F는 “내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계단에서의 짧은 대화를 통해 두 남자는 아직 어떻게, 언제일지는 알지 못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사실은 명확히 깨달았다.
--- p.161

나는 해가 지고 해변에 있는 사람들의 피부가 똑같이 황금빛을 띨 때까지 그곳에 머문다.
--- p.187

길을 가고, 갈망하고, 결정을 내리다 보면 반짝이는 기억 혹은 깨우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기억이 생겨난다. 그러나 오늘 대성당에서는 숨겨진 기억이 지배한다. 그 기억이 바위 아래에서 기다린다. 기억을 들추면 생생히 살아 있고 불안한 나 자신의 조각들이 펄쩍 뛰어오른다.
--- p.261

살아남는 법을 배우려면 얼마나 오래 살아야 할까? 몇 번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여자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할 계획이다. 광장 위로 밝은 하늘이 펼쳐진다. “참 엿같은 도시야.” 우리 중 한 명이 침묵을 깨고 말한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 p.279

출판사 리뷰

인간은 모두 이방인이다
미묘한 차별의 풍경과 경계에 선 인물들


줌파 라히리의 인물들은 유동하는 정체성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 불안 앞에 놓인 인물들은 타자를 배제하면서 내집단을 강화하거나 세계 바깥을 유랑한다. 『로마 이야기』는 이방인이라는 정서의 내부와 외부를 입체적으로 포착한다.

소설에는 로마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 주로 화자로 등장한다. 그들의 시선을 통해서 은근하고도 집요하게 행해지는 차별의 풍경이 그려진다. 피부색이 다른 이민자 여성이 식당에서 화장실에 가려고 하자 소녀가 발을 쭉 뻗고 앉아서 길을 막고(「재회」), 초등학교 보조 교사로 일하는 이주자 여성에게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내용의 종이쪽지가 전해진다(「쪽지」). 고국에서의 전쟁을 피해 이주해 온 난민은 힘겹게 얻은 집과 가족을 지키려다가 주위 이웃들의 핍박으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쫓겨난다(「밝은 집」).

소설은 차별의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도 그려내면서 서사를 복합적으로 확장한다. 「P의 파티」의 화자인 중년 남성 작가는 로마에서 태어나 쭉 살아온 로마 사람이다. 그는 외국인을 그저 대상화하며 바라보는 편견 어린 인물이지만, 관심이 있는 외국인 여성에게는 이방인처럼 소외당한다. 줌파 라히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국 누구나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름 붙여진 정체성 너머의 인간 조건을 탐구한다.

그들은 내가 속한 그룹과 너무나 달랐다. 즉 로마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걱정스러운 로마의 쇠퇴를 한탄하면서도 절대 로마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달랐다. 서른 살에 단순히 사는 동네를 바꾸고, 새로운 약국에 가고, 새로운 신문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고, 새로운 바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이 하나의 출발, 하나의 큰 움직임, 하나의 일탈을 의미하는 사람들과 말이다.
_『로마 이야기』, 「P의 파티」에서

줌파 라히리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로마
한 폭의 프레스코화처럼 펼쳐지는 이야기


『로마 이야기』에 담긴 아홉 편의 소설들은 로마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로마라는 도시의 심장 박동을 공유한다. 같은 도시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다른 작품에서도 스쳐 지나간다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택배 수취」의 이주자 여성이 타고 있는 버스에 「경계」에 나오는 가족의 어머니가 타고 있을 수 있고, 「쪽지」에서 외국 출신 여성에게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종이쪽지를 주는 초등학생이 「계단」의 불량한 청소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상상이 가능한 이유는 소설에서 장소의 지명과 인물들의 이름, 국적, 나이 등의 구체적인 정보가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실제 로마의 지명이 아닌 ‘계단’, ‘광장’, ‘거리’ 등으로 표현된다. 등장인물들은 이름이라는 고유명사가 아닌 ‘어머니’, ‘외국인’, ‘형제’와 같은 보통명사로 지칭된다. 구체적인 정보가 사라지면서 장소와 장소, 인물과 인물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아홉 편의 단편소설은 로마라는 도시를 한 폭의 프레스코화처럼 재구성한다.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라히리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와 중요성을 알고 있다. 이름은 규정하고 구체화한다. 이름은 우리의 태생이나 모국어처럼 부과된다. 라히리는 이름이 부여하는 정체성 너머에 있는 개인의 또 다른 본질에 관심을 가진다. 이름을 제거하는 것은 라히리에게 어떤 무게에서 자유로워지는 걸 의미한다. 이름이 없으면 경계가 허물어지고 의미가 확장된다.
_「옮긴이의 말」에서

『로마 이야기』는 ‘단편소설의 대가’라는 수식어를 얻은 줌파 라히리답게 지극히 명징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경계를 오가며 자신만의 언어를 탐구하는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를 동시대에 읽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매혹적인 폐허와 생동하는 삶으로 가득한 로마라는 도시와 닮아 있는(〈보그〉)” 이번 소설집은 줌파 라히리의 신작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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