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11월 5012월 90작품해설 118작가의 말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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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이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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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만들어낸 이해의 순간 타자와 유대의 온기를 나누며 공존하는 삶에 대한 희구! 작품의 첫 문장은 “모르는 사람들이 내게 괜찮다, 말해주네.”인데 여기서 목적어는 의도적으로 생략되어 있다. (……)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든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든 공통적으로 ‘내가 살아온 삶의 내력’에 대해서는 무지할 수밖에 없다. (……) 그렇지만 여기서 그 문장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괜찮다는 말을 내뱉는 타자의 폭력을 고발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타인의 앎의 수준이 아니라 어쩌면 모든 무지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무지를 기꺼이 딛고 발화되는 위로의 건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동안 유리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았던, 그 수많은 “모르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한영인, 「작품해설」 중에서“하나의 이야기로 묘하게 궁굴려지는 한결같은 작품세계” 2012년에 등단한, 11년차 소설가 이주란은 그동안 두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소설을 상자했다. 〈김준성문학상〉과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은 이주란은 삶의 구석구석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뻔뻔스러운 농담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능청스러움이 믿음직스럽다는 극찬을 받은 첫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 “상실과 외로움 속에서도 회의에 빠지지 않고 어떤 희망을 발견해내는 인물들을 통해 위로받는” 두 번째 소설집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시 없이 시로 가득하고, 청승 없이 슬픔의 끝점을 보여준다”(박연준)는 평을 받은 첫 장편소설 『수면 아래』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은 작품세계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작가가 되었다. 그의 소설들은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고, 결정적인 사건도 없으며, 심지어 연계된 줄기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란 소설이 보여주는 묘한 끌림의 배후에는 각각의 이야기들 안에 내재된 풍성한 서사와 그것들을 그러모으면 신기하게 하나의 이야기로 만나 이루는 조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 소설 『어느 날의 나』에서도 그런 이주란 소설의 특징을 만나볼 수 있다. 오늘의 나는, 그 어느 날의 나보다 괜찮다유일한 혈육인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빚더미에 앉은 유리에게 선배 언니는 3등에 당첨된 복권을 내밀며 방을 얻으라고 했다. 출구 없어 보이던 유리의 삶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고, 지금은 그 선배 언니와 함께 살며 가족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유리와 언니는 동거하지만 서로의 삶에 깊이 개입하지는 않는다. 영화관에 같이 가기는 하지만 서로 다른 영화를 보고, 같이 산책에 나서지만 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런 그들의 삶에 유리가 일하는 카페의 단골인 싱글 대디 재한 씨가 등장한다. 재한 씨는 금세 그들 사이에 스며들어 함께 식사를 하고 캠핑도 같이 가지만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어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재한 씨는 퇴장한다. 생일도 아닌 유리에게 생일 선물을 마지막으로 건네며.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고, 그게 사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거나 대단한 미래를 꿈꾸며 살지는 않지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어차피 바꿀 수 없고 오늘 나는 그 어느 날의 나보다 괜찮으니까. 가진 것을 생각하면.”(113-114쪽) 삶을 계속 살게 하는 힘은 완벽한 이해나 뜨거운 사랑이 아닌, 어떤 존재를 염려하는 애틋한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작품이다. “불행은 동행을 좋아한다. 유리의 곁에도 자신의 불행을 고백하며 동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다른 누구도 아닌 유리 자신의 고백이라는 것, 괜찮을 게 하나도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금 어느 정도 괜찮”다는 이 무심한 고백이야말로 이주란이 그려내는 사소하지만 지속적인 연대라는 것. 아무도 유리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지만, 어쩌면 누군가에게 무심하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유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직은 아니지만 그런 기적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임현(소설가)작가의 말아주 가끔이지만 어느 날엔 혼자서 미래를 그려볼 때가 있다. 그런 일은 없을 거라 단언해왔기 때문에 그때마다 낯선 기분이다. 저곳이었나.우연히 길을 지나다 그 골목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어느 정도 나아진 후에야 그 골목을, 내 미래를 바로 보게 되었다. 이 정도까지 나아져야 했구나. 나라는 사람은 이 정도에서 미래를 꿈꿔보는구나. 처음 알게 되었고 그 후로는 대체로 좋은 기분이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나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비슷한 다른 기분들이 들긴 하지만 수용소에서 풀려났기 때문에 그 후로는 대체로 좋은 기분이다.현대문학 × 아티스트 이동기「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이동기한국 현대 미술에 만화 이미지를 본격적으로 도입했으며, 1993년에 창조한 캐릭터 ‘아토마우스’가 등장하는 일련의 현대 미술 작품들로 알려진 작가이다. 2000년대 세계 미술의 ‘네오 팝neo-pop’적 흐름을 예견한 그의 작품들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요소들을 다루고 있는데, 만화, 광고, 인터넷부터 고전 회화와 추상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적, 문화적 요소 들을 통해 실재와 허구, 무거움과 가벼움, 물질과 정신, 동양과 서양 등 이질적 영역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베를린의 마이클슐츠갤러리, 암스테르담의 윌렘커스 붐갤러리, 서울의 일민미술관 등에서 3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부대전시 ‘퓨처 패스Future Pass’, 2005년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의 ‘애니메이트Animate’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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