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이 모임에서 총 세 권의 책을 읽으며 음식에 관해 공부할 텐데요. 굉장히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책들에서 말하는 해답은 다 정해져 있어요.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하고, 채식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거죠. 근데 제 입장에서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좀 성질이 납니다. 막말 로 유럽-미국-백인들은 지금까지 세계를 식민지화해서 편하게 잘 살고, 환경오염도 자기들이 실컷 다 해놓고 이제 와서 ‘잘 살려면 이렇게 해야 돼’라고 얘기하는 것 같으니까요. 못 마땅하죠. 그런 점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이 책들이 말하는 것들을 우리 일상생활에서 구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중략) 사실 이러한 책들이 말하는 내용들을 저는 다 알지만, 한편으로 그것들을 실천하는 것이 엄청나게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을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지 설명하고, 책의 내용과 우리 일상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 안내하는 게 이 모임에서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임장 이용재의 서문」중에서
본격적으로 《식사에 대한 생각》 얘기를 해보죠. 책은 모두 어떠셨나요? 저는 읽으면서 ‘우리가 이 책을 우리 모두의 식생활을 위한 거울처럼 생각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저야 이런 책에 동의 안 할 수가 없죠. 다만 저는 이 책의 주장들 가령 ‘개인이 할 수 있다’, ‘요리를 하자’, ‘입맛을 바꿔보자’라는 메시지에 동의하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은 있어요. 예를 들어 당장 오늘 직장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되는 직장인이 이런 얘기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이 책은 어느 정도는 잘 나가다가 그 결론을 개인의 선택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개인의 선택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즉, 정부와 사회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에 관한 내용이 결론에 빠져 있어서, 약간 문제 해결의 논지를 흐린 느낌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아요. 지금 나의 식생활이 어떻고, 우리의 현실이 어떻고, 이런 얘기들을 편하게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나 : 음식과 요리에 관한 자의식 찾기’ 中 이용재의 말」중에서
이 책(《식사에 대한 생각》)에 ‘고기 없는 월요일’이라는 내용이 나오잖아요. 저는 원래는 주말 채식주의자를 하고 싶은 사람이었거든요. 주중 채식주의자는 힘든 게, 저희 남편이 육식을 많이 좋아해요. 그래서 주말만이라도 채식을 하고 싶었는데, 주말에는 또 외식을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주말 채식주의자도 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게, 주중도 주말도 채식주의가 어렵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고기 없는 월요일’이라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서 이 얘기를 남편하고 했어요. 남편이 ‘그 정도는 괜찮다’고 해서, ‘그러면 이틀 정도는 괜찮을까?’ 다시 물어봤는데, ‘뭐, 월, 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거든요. 이 정도의 변화라도 개인적으로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나 : 음식과 요리에 관한 자의식 찾기’ 中 이하림의 말」중에서
사실 우리의 위기를 말하는 책들은 많아요. 그리고 그 책들을 읽고 있으면 정말 많은 위기의식과 더불어 죄책감까지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의식 없이 선택하면 안 되겠구나’ 근데 그렇다고 우리가 아주 의식 없이 생각하냐면, 또 그렇지도 않아요. 지난 번 읽은 《식사에 대한 생각》에서도 ‘음식과 식사에 대한 선택을 완전히 내려놓은 사람은 사실 없다’는 내용이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생활 여건이나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건강에 대해 선택하고, 건강에 대해 의식을 하고, 최소한의 자기방어 체제를 유지하고 살고, 그리고 그러한 자기방어 체제가 사실은 이 책에서 얘기하는 어느 정도의 지구와 환경을 위한 방어 체계가 되긴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초가공식품 피하라’ 이런 것들이니까요. 근데 또 우리가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한다고 막 얘기를 하지만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맞는 표준 건강 식단이랄지, 이런 것들을 만들어낼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다 너무나 다른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음식 : 나의 모든 선택은 정치적이다’ 中 이용재의 말」중에서
저는 일단 책 자체는 재밌게 읽었어요. 음식 자체를 과학적·역사적·정치적 맥락을 엮어서 폭넓게 조망한다는 점에서 재밌게 읽었고. 저자의 주장에 대체로 동의를 하지만 결론에서 결국에는 고양이 목에 방울 걸기로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을 좀 많이 받았어요. (중략) 그러니까 여기 책에서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설명을 하는데 초가공식품에 대한 규제가 대부분 자율적인 권고 조치에 끝나는 바람에 실질적으로는 미국인의 식습관이나 삶이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되지 않는다고 평가를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결국에는 초가공식품이나 그런 몸에 안 좋은 물질들을 첨가하거나 혹은 토양을 병들게 하는 방식의 공급망을 규제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대기업을 규제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근데 현실적으로 그 주장에 과연 얼마만큼 동의를 하고 또 지금 좌우 이념의 대립이나 경제적인 이익과 무관하게 이걸 동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기더라고요. 결국에는 음식이라는 것을 상품이 아니라 물이나 공기 같은 필수재로 이해하고, 인간의 보편적인 권리로 받아들이는 공감대 형성이 먼저인데, 현실적으로 사회에서 하려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의 이야기가 음식으로 출발을 했지만, 그 결론에서는 정치적 맥락과 역학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그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 것인가?”라는 생각이 드는거죠.
---「‘음식 : 나의 모든 선택은 정치적이다’ 中 김남윤의 말」중에서
우리가 지난 1월부터 가졌던 모임을 쭉 돌아보 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습니다만, 궁극적으로 개개 인의 요리 역량이 어느 정도 갖춰지는 것이 지속가능한 식생활의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그래서 마지막 책은 우리가 직접 요리를 하기 위한 레시피 책이었습니다. (중략) 요리에 관해 사람마다 저마다의 다른 시각과 방법들이 있습니다만, 사민 노스랏은 소금과 지방, 산, 열 이렇게 네 가지의 요리의 기본 요소로부터 접근을 시작하는거죠. 이 책은 그냥 책만 읽는 건 의미가 없죠. 제가 책을 읽어오시는 한 달 동안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따라해보는 과제를 드렸죠. 모두 너무 잘 해주셨어요. 일단 책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돌아가면서 편하게 얘기를 좀 해볼까요?
---「‘요리 : 삶의 감각을 익히는 최고의 방법’ 中 이용재의 말」중에서
저는 요리책도 써봤으니까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는 조금 알아요. 레시피를 만드는 게 상당히 힘들거든요. 2번부터 해도 상관 없는데, 요리책에서는 또 순서대로 해야 하고, 그 순서에 맞춰 촬영을 하니까 정해진 대로 만들어야 하고요. 또 사진 촬영을 위해서 레시피 자체가 바귀는 경우도 더러 있고요. 그래서 여기 레시피 전개하는 스타일이 저는 좋았고, 저는 언제부터인가 레시피를 책대로 하진 않아요. 책을 보고 그냥 ‘이거 들어갔구나’ 이러고 내 마음대로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삽화만 넣어놓고, 순서 없이 줄글로 설명해놓은 방식이 좋더라고요.
---「‘요리 : 삶의 감각을 익히는 최고의 방법’ 中 송원경의 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