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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감정, 클래식

: 기분 따라 듣는 42가지 클래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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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6쪽 | 374g | 140*205*18mm
ISBN13 9791193296219
ISBN10 1193296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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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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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과 음악은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느리고 우울하게 시작된 음악이 빠르고 경쾌하게 바뀌고, 무거운 단조가 밝은 장조로 바뀌고, 느린 템포가 빠르게 바뀌는 것처럼 우리의 삶 역시 언제든 크고 작은 변화를 맞으며 보다 입체적으로 변해갑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펜을 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 인생의 악보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그릴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법이니까요. 지금까지 여러분의 음악은 어떤 조성과 박자, 빠르기와 지시어로 작곡되었나요? 그리고 앞으로의 음악은 어떻게 진행되길 원하나요? 조성과 박자, 빠르기는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단, 삶의 ‘지시어’를 설정하는 데 이 책에 담긴 42가지 감정과 음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프롤로그」중에서

‘황홀’은 ‘희(기쁨)’에서 다룰 수 있는 절정의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워낙 강렬하다 보니 특별한 경험이 아니고서야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정이죠. 하지만 누구에게나 황홀함을 느낄 만한 순간은 있습니다. 이제 막 사랑이 피어오르려는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 순간의 그 황홀한 기억을 떠올리며 들어보세요.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입니다. (…)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이 오페라를 대표하는 아리아입니다. 가짜 묘약에 속고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군 입대까지 불사한 네모리노의 진심을 알게 된 아디나는 눈물을 흘리는데요.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본 네모리노가 이제 그녀도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확신하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애절한 선율이 돋보여서 자칫 슬픈 이별 노래로 착각하기 쉽지만 그녀가 나를 사랑하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냐는, 그녀의 사랑을 얻었으니 이제 죽을 수도 있다는 황홀함에 가득 차 부르는 노래입니다.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가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빼자고 제안했지만, 확신을 가지고 그대로 발표한 도니체티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곡이죠. 행복은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행복이었음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황홀은 그렇지 않죠. 어느 순간 황홀함이 느껴진다면 그 순간을 마음껏 만끽하길 바랍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찰나의 순간이니까요.
---「황홀: 내가 사랑하는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중에서

“저들은 여전히 나에게 ‘바이올린 협주곡 1번’만을 외치고 있어. 마치 내가 작곡한 협주곡이 1번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난 그따위 타령이 지긋지긋해 미칠 지경이야. 내 생각엔 2번이나 3번 협주곡도 1번만큼 훌륭한데 말이지.”

브루흐는 바이올린 협주곡 외에도 교향곡, 실내악, 오페라 등 200여 개가 넘어가는 작품을 작곡했지만 대중은 언제나 그를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의 작곡가’로 기억했습니다. 짜증 섞인 그의 푸념이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는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작곡가로 기억되고 있죠. 삶은 언제나 뜻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습니다. 하루, 한 달, 일 년, 나아가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짜증을 내야 했을까 싶은 순간이 많습니다. 브루흐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클래식 음악사에서 단 한 곡도 기억되지 못하고 사라진 작곡가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최고의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을 남긴 브루흐는 어쩌면 짜증이 아닌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할 작곡가가 아닐까 합니다.
---「짜증: 삶은 언제나 뜻대로 되는 법이 없기에」중에서

여러분은 적극적으로 슬퍼하고 있나요?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표현하는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슬픔’에서 말이죠. 슬퍼도 내색하지 않고, 새어 나올까 억누르고 들킬까 숨기는 등 유독 ‘슬픔’에 대해서는 소극적이고 부끄러워하고, 심지어 자책까지 합니다. 하지만 슬픔이야말로 온전히 느끼고 분출해야 합니다. 슬픔을 그대로 마주하고 겪어낸 사람만이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후에야 비로소 다른 감정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슬픔은 다른 감정을 집어삼키는 속성이 있어 그것이 남아있는 상태에서는 다른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가 없습니다. 슬픔을 온전히 겪어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눈물’입니다. 눈물이 곧 슬픔을 가리키지는 않지만 슬픔에는 대부분 눈물이 따라옵니다. 눈물을 흘린 뒤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졌던 경험, 다들 있지요? 눈물은 슬픔을 분출하는 데 매우 효과가 큽니다. 한바탕 눈물을 흘리고 슬픔을 씻어내야 세상을 더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Lagrima는 스페인어로 ‘눈물’이란 뜻입니다.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죠. 타레가라는 이름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나요? 아마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작품은 들어봤을 겁니다. 이 곡 또한 타레가가 작곡한 클래식 기타 연주곡입니다.
---「슬픔: 온전히 느끼고, 그대로 마주하고」중에서

앞서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불행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이별의 말을 듣는다면 이 또한 큰 고통이자 불행일 겁니다. 마침 여기 불행에 빠진 한 청년이 있습니다. 뼛속까지 시린 겨울, 이별한 연인에게 안녕을 고한 뒤 정처 없는 여정을 떠나는 그의 이야기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작곡한 《겨울 나그네》는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24곡 구성의 연가곡입니다. 실연당한 청년의 여정을 그린만큼 작품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한데요. 대부분 단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병증이 심해져 죽음이 머지않았음을 짐작한 당시 슈베르트의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죠. 그는 마치 자신이 눈과 얼음, 차가운 바람뿐인 삶의 끝자락을 헤매는 듯 《겨울 나그네》의 선율을 더욱 절망적으로 표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불행: 불행한 나그네의 정처 없는 여행길」중에서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듯한 술과 안주를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자리마다 술집을 방문한 누구든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는 조그만 방명록이 놓여있습니다. 기쁨과 슬픔, 후회와 걱정, 사랑, 그리고 그리움…. 먼저 다녀간 사람들이 적어놓은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감정이 쓰여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구나’라고 생각하며 방명록을 넘기던 중 제 마음에 묵직하게 문장 하나가 다가왔습니다.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 감탄해야 할 풍경입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습니다. 앞으로 삶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고민하며 떠난 제주에서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 감탄해야 할 풍경’이란 글을 만나다니요. 손에 쥔 펜을 그대로 움켜쥐고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주문한 술이 나오기 전까지 말이죠.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며 취기가 오르는 중에도 마음 한구석에선 여전히 저 문장이 일렁였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 문득 슈만의 〈어린이 정경〉이 떠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저 놀이에 즐거워하고, 주어진 것에 기뻐하고, 보이는 풍경에 감탄하며, 삶을 무한히 긍정하고 유희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사라지고, 언제부턴가 삶을 풀어야 할 숙제로만 여기던 내 모습이 한 줄의 문장으로 더욱 선명해진 탓이겠죠. 기분 좋게 취해 문장을 곱씹으며 슈만의 〈어린이 정경〉을 듣던 밤.
---「유희: 무한히 긍정하는 어린아이처럼」중에서

‘치고이너바이젠’은 ‘집시’를 뜻하는 독일어 Zigeuner와 ‘선율’을 뜻하는 Weisen의 합성어로 ‘집시의 선율’이란 뜻입니다. 사라사테가 헝가리를 여행하며 수집한 집시의 선율을 주제로 작곡한 곡이죠. 집시 음악은 그들의 민족성답게 직설적이고 감정적입니다. 아주 격하게 기뻐하거나 반대로 온 힘을 다해 슬퍼하는 극한의 표현이랄까요. 집시의 대표 춤곡인 ‘차르다시’의 구성을 살펴보면 바로 이해가 됩니다. 차르다시는 느린 템포의 ‘라싼’과 빠른 템포의 ‘프리스카’ 단 두 부분이 번갈아 등장하는데요. 먼저 라싼은 집시의 애환과 우울 등의 감정을 담고 있는 부분입니다. 우울하고 애수 넘치는 선율이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죠. 반대로 프리스카는 원시적이고 야성적인 기질과 열정, 기쁨, 환희 등을 담고 있습니다. 빠른 템포에 맞춰 격정적인 선율이 휘몰아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감정은 물론 음악적으로도 양극단에 있는 부분이 번갈아 등장하며 음악의 분위기를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마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열정: 인생사 새옹지마, 집시의 마음으로」중에서

당연히 미움받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때때로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나의 행복을 위하고 나를 지켜내기 위한 결정이라면 타인의 미움을 기꺼이 감내해야겠죠. 진정한 의미의 행복은 내 삶이 오롯이 내 것일 때 찾아오는 법이니까요. 여기 누구보다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한 작곡가가 있습니다. 파니 멘델스존. 네, 맞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작곡가 멘델스존의 친누나죠. 세상과 가족의 미움을 받지 않으려 꿈을 포기했던 그녀. 그러나 미움받을 용기, 그 작고도 커다란 벽을 깨뜨린 이후 그녀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면, 그리고 그 미움이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그냥 ‘그러라 그래’ 해보는 건 어떨까요? 사회가 정의 내린 여자의 소명과 평생 싸운 파니가 기어이 자기 뜻을 이루어냈던 그해, 동생 펠릭스에게 ‘그러라 그래’라며 보낸 편지의 내용과 함께 글을 마치겠습니다.

“네가 기뻐할 일이 아니란 것을 아는데 막상 진행하려니 조금 어색하구나. 비웃고 싶으면 비웃으렴. 마치 열네 살 때 아버지를 무서워했던 것처럼 나이 마흔에 남동생을 무서워하고 있구나. 긴말할 것 없이, 나는 지금 출판을 준비 중이란다!”
---「미움: 미움받을 용기」중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접할 때 우리는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낍니다. 원시시대부터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 인간의 본능이죠.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새로움을 창조하고 이를 거부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불의 발견이 그랬고, 증기기관차의 발명이 그랬고, 스마트폰의 등장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도 그렇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음악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이내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직감하며 받아들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낭만시대는 저물고 그 자리엔 현대라는 이름의 거대한 새 시대가 찾아왔지요. 그 중심에 스트라빈스키와 〈봄의 제전〉이 있었고요. 그 어떤 작품보다 원시적이고 야성적이고 강렬한 동시에 파괴적인 음형과 리듬의 향연이 여러분의 감각을 깨워주리라 확신합니다.
---「거부감: 그러나 연주는 계속되어야 한다」중에서

매년 여름 영국 런던에서 약 두 달에 걸쳐 진행되는 세계적인 클래식 페스티벌 BBC Proms의 ‘마지막 밤Last Night’ 공연에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연주되는 것이 하나의 관례입니다. 이때 관객은 모두 일어서서 국기를 흔들며 ‘희망과 영광의 나라로’를 부르죠. 이 공연 영상을 보면 영국인도 아닌데 애국심이 차오를 정도로 웅장함이 느껴집니다. 이렇듯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은 영국인의 제2의 국가로 일컫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엘가는 이 곡에 대해 ‘일생에 단 한 번밖에 나올 수 없는 곡’이라 했습니다. 실제 그는 같은 이름의 작품을 5번까지 작곡했지만, 이 1번 곡을 뛰어넘는 곡은 탄생하지 못했습니다. 이 곡으로 엘가는 국왕의 총애와 국민의 존경을 받으며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를 부여받아 엘가 경Sir Elgar으로 불리게 됩니다. 아무리 작은 열망일지라도 한번 일렁인 열망의 불씨는 우리에게 지치지 않을 힘을 줍니다. 시골 마을의 어느 촌뜨기의 열망도 시작은 작은 불씨와도 같았죠. 하지만 그 작은 불씨가 있었기에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현명한 아내를 만나 재능의 꽃을 피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품고 있는 열망은 어떤 모습인가요? 혹시 남보다 크기가 작다고 숨기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그 작은 열망을 믿고 위풍당당하게 나아가보길 바랍니다. 그 끝엔 웅장한 피날레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열망: 촌뜨기의 열망, 태도가 되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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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친해지고 싶은데 어려웠던 사람이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것처럼 클래식에 성큼 가까워진 기분이다. 희로애락애오욕, 일곱 종류의 감정마다 더해지는 작가의 경험은 내 감정까지 몽글하게 만들었다. 이 책으로 클래식을 제대로 ‘마음 공부’한 느낌이다.
- 안주희 (MBC 아나운서)
이 책에서 권한 것처럼 하루의 시작에 음악 지시어를 넣어보면 어떨까? ‘명랑하고 생기있게’,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천천히’, ‘친구와 함께 산책하듯이’ 매일매일은 도돌이표로 반복되지만 우리는 음악과 함께 즐겁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 책이 당신에게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 차영은 (유튜브 [차차와 피아노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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