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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비밀 수영 클럽

VivaVivo(비바비보)-5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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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324g | 152*210*10mm
ISBN13 9788958079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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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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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너 1등 못 해. 아니? 지금으로선 대회에 나가는 것도 기적이야. 혼자 헤엄이나 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수영을 시작한 사람들 중 과반수가 한 달이 돼도 킥판을 떼지 못한다. 보조 도구 없이는 헤엄을 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고작 한 달 배워서 대회에 나가 1등을 하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타고난 수영 천재면 모를까.
“아니, 할 수 있어.”
재현은 내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 p.11

“왜 벌써부터 못할 걸 생각해? 잘할 생각을 해야지. 저번부터 느낀 건데, 넌 묘하게 부정적이더라.”
“…부정적인 게 아니라 현실적인 거거든?”
“네네, 그러세요.”
또 한 번 심기가 뒤틀린 나는 재현을 매섭게 노려봤다. 시합 공포증을 전혀 극복하지 못한 지금, 경기를 망칠 확률이 가장 높은데도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되레 나를 비난하는 그가 괘씸하게 느껴졌다. 나는 하릴없이 물장구를 치고 있는 재현에게 잔소리를 날렸다.
--- p.67~68

어제 재현과 다투며 알았다. 사랑받지 못하는 삶도 원치 않은 기대와 관심을 받는 삶만큼 힘들고 괴롭다는 걸. 나는 지금껏 내 고통과 슬픔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여기며 살아왔다는 걸. 어디선가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재현을 보며 어쩌면 그 말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100

나는 점점 더 메말라 갔다. 숨 쉴 구멍을 잃은 나는 뭍 위의 물고기나 마찬가지였다. 천천히 숨이 멎어 가는 물고기. 숨통이 조여 올 때마다 아빠에게 묻고 싶었다. 대체 무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거냐고. 이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고. 매 순간이 힘겹고 고통스럽다면, 그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게 아니냐고.
--- p.123

선수 생활을 하며 깨달은 게 있다. 노력과 결과는 별개라는 것. 시합에 나온 선수들이 모두 최선을 다하지만, 결국 성적은 나뉘어지니까. 하지만 그런 점을 알면서도 나는 재현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 간절함과 절박함을 알기 때문에.
--- p.159

탈의실에서 나와 수영장 불을 키니 전등이 파바박 소리를 내며 하나씩 켜졌다. 고요한 수영장을 바라보던 나는 4번 레인 앞에 섰다. 눈앞에 물살을 헤치며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던 재현의 모습이 일렁거렸다. 호흡을 가다듬고, 팔을 곧게 뻗어 물속으로 그대로 다이빙했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껴안듯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부드러운 물의 감촉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갔다. 바다를 유유히 유영하는 청새치 떼처럼 더없이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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