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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간 해부학자

: 그들의 뼈는 어떻게 금메달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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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688g | 150*210*20mm
ISBN13 9791192229393
ISBN10 1192229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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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가 입버릇처럼 말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얘기는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나비처럼 날아서’는 알리 특유의 경쾌한 풋워킹을 가리킨다. 하지만 해부학자의 눈에는 벌침처럼 날카로운 스트레이트의 원천이 되는 알리의 유연한 날개뼈, 즉 앞톱니근이야 말로 나비의 우아한 날개짓 그 자체다. 복서의 날개뼈가 치명적인 무기, 리썰웨폰(lethal weapon)이 되는 순간이다.
---「복서의 날개뼈」중에서

학창시절 주먹으로 전교 순위를 정하던 사내아이들 사이에는 제법 진지한 철칙 같은 게 있었다. 누군가와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이 불가피하더라도 상대방이 ‘만두귀’라면 자리를 피하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만두 모양으로 일그러진 만두귀는 레슬링선수들의 상징이다. 정상적인 귓바퀴는 연골과 연골막 그리고 피부가 잘 붙어있는데, 귓바퀴에 부딪힘, 쓸림, 마찰 등의 외상이 발생하면 연골막과 연골 사이가 벌어지면서 그 부분에 혈액이나 물이 찰 수 있다.
---「레슬러의 만두귀에 새겨진 피와 땀의 나이테」중에서

세상을 살다보면 티격태격 다툼이 생길 때가 있는데, 아무리 불가피한 싸움이라도 멱살 잡(히)는 일은 피해야 한다. 멱살 잡기에서 시작해 더 과격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멱살은 말 그대로 멱 부위에 있는 살인데, 멱은 목의 앞쪽 부분을 가리킨다. 그런데 멱살을 심하게 잡히면 큰 싸움으로 나아갈 것도 없이 그 자체로 위험할 때가 있다. 목에 심각한 압박이 가해져 후두와 기관이 좁아지고 이로 인해 공기가 폐로 들어가지 못해서 호흡을 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유도에서 뇌 손상을 일으키는 멱살잡기의 해부학적 속내」중에서

호날두의 무회전킥 동작을 해부학적으로 살펴보면, 공을 향하는 강력한 임팩트가 단지 발목이나 발등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회전킥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골반에서 허벅지근육을 지나 종아리근육에 이르기까지 어디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위가 없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종아리근육에 주목한다. 그 이유는 종아리근육이 발등은 물론 발가락의 움직임에까지 깊게 관여하기 때문이다.
---「무회전킥과 호날두의 종아리근육」중에서

농구에서 키와 속근육 못지않게 중요한 신체적 특징 가운데 하나로 팔의 길이가 꼽힌다. 슛을 쏘고 패스를 하고 블록이나 인터셉트를 하는 것은 (손을 포함한) 팔이다. 농구에서의 승패가 키와 점프력은 거들 뿐 결국 팔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던이 농구황제가 된 이유 중 하나도 긴 팔이었다. 양팔을 벌린 길이를 윙스팬(wing span)이라고 하는데, 보통 이 길이는 키와 비슷하다. 흥미로운 건 농구선수들 중에 다빈치의 인체비례를 깬 이들이 유독 많다는 사실이다.
---「키와 점프력은 거들 뿐 결국 팔에 달렸다」중에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는 탁월한 스포츠심장과 폐활량의 소유자였다. 황 선수의 동료이자 마라톤 한국기록(2시간7분20초) 보유자인 이봉주 선수는 한 인터뷰에서, “그의 강심장이 미치도록 갖고 싶었다”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몬주익의 영웅은 20대의 나이에 이른 은퇴를 해야만 했다. 원인은 발바닥이었다. 스피드형 마라토너인 황 선수는 앞꿈치로 밀어주는 ‘킥’ 때문에 유독 발바닥 부상이 잦았고, 이로 인해 선수시절 2번이나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강심장을 품은 마지막 황제들」중에서

해부학에서 말하는 ‘근력’ 즉 ‘힘’은 인류에게 필요악 같은 존재다. 힘은 맹수나 자연재해로부터 인간 스스로를 보호해왔지만, 계급을 나누고 착취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힘에 얽힌 우여곡절은 때로는 종교와 신화로 다뤄지거나 역사로 기록되었다. 골리앗의 힘은 두려웠고, 삼손의 힘은 가혹했으며, 헤라클레스의 힘은 경이로웠다. 힘은 권모술수의 자충수에 빠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는데,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아틀라스(Atlas)도 그랬다.
---「아틀라스의 정신을 들어올리는 역사(力士)에 관하여」중에서

동체시력은 비단 클레이 사격에서만 강조되는 건 아니다. 야구와 테니스, 탁구 등 구기종목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내려면 동체시력이 발달해야 한다. 일본인 메이저 리거 스즈키 이치로(鈴木一朗)는 강속구 투수의 공에 대처하기 위해 평소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차창 밖 다른 자동차들의 번호판을 읽는 방식으로 동체시력을 높이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사격선수가 윙크를 하지 않는 이유」중에서

“양궁경기에서 화살을 조준할 때 선수들은 항상 같은 입술 부위에 활시위를 고정하는 연습을 합니다. 이때 1밀리미터만 위치가 바뀌어도 화살이 과녁으로부터 크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양궁선수들이 항상 강조하는 ‘1밀리미터의 마법’이다. 선수들은 화살을 조준할 때 항상 얼굴의 같은 위치에 활시위를 고정하여 앵커링 한다. 그런데 하필 활시위가 입술 부위에 와 닿는 이유는 왜일까. 입술 주변은 감각이 매우 예민한 부위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화살을 조준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되는 데 안성맞춤이다. 입술 부위의 턱끝신경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궁수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이유」중에서

수영종목에도 인종차별적 편견이 존재한다. 흔히 흑인선수들은 인체과학적인 이유라면서 높은 골밀도와 근육질 때문에 수영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미국의 한 언론에서는, 흑인은 타고난 근육질 탓에 물에 뜨는 부력(浮力)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기사를 출고해 주목을 끌기도 했지만, 이 역시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 수영종목에서 흑인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이유는 미국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제에서 비롯했다고 보는 게 설득력 있다.
---「물살에 가려진 편견과 차별」중에서

화가 호크니는 그의 작품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에서 다이빙을 한 인물을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다이빙선수가 아니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다이빙선수라면 저렇게 요란한 물보라를 일으키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다이빙경기에서 입수자세는 중요한 채점요소다. 입수할 때 물이 덜 튀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작품의 제목은 ‘풍덩’도 아닌 ‘첨벙’이다. 심지어 ‘더 큰 첨벙’이다. 다이빙경기에서는 ‘풍덩’이나 ‘첨벙’이 아닌 ‘퐁’의 느낌으로 경쾌하게 입수해야 한다. 입수가 ‘퐁’이 되려면 물에 들어가는 순간 다이버의 몸이 물과 수직을 이뤄야 한다.
---「추락하는 것에도 날개가 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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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위를 영원히 평정할 것 같았던 마이클 조던이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지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다. 순간 조던이 속한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 건너갔지만, 해부학자인 저자는 그의 무릎에 찬 물에서 세월의 흔적을 읽는다. 인간의 몸은 유한하다. 조던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던을 비롯한 스포츠 영웅들의 몸에 새겨진 나이테를 해부학의 언어로 풀어낸 이 책은, 의학의 강을 풍요롭게 한다.
- 정용욱 (대한해부학회 회장,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고대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이 벌거벗은 채로 경기에 출전했다. 체조를 뜻하는 gymnastics는 ‘벌거숭이’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gymnos에서 유래했다. 해부학의 탐구대상도 벌거벗은 인간의 몸이다. 그렇게 올림픽과 해부학은 인간 본연의 몸이라는 근원적인 공통분모 위에서 진화해 왔다. 올림픽이 인간이 표출하는 가장 이상적인 몸짓의 향연이라면, 해부학은 인간의 상처가 시작되는 통증유발점을 찾는 여정이다. 올림픽을 향한 해부학자의 시선은 우리 몸의 명과 암을 되돌아보게 한다.
- 최형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올림픽과 해부학이라! 낯설지만 그만큼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책은 올림픽 종목마다 경이로운 성과를 거둔 선수들의 몸을 통해 스포츠에 담긴 의학적 지식은 물론 인문학적 교양까지 종으로 횡으로 펼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의 몸을 가장 아름다운 예술 그 자체로 여겼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 올림픽은 신이 빚어낸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을 뽐내는 전시장이었다. 저자는 마치 미술관의 도슨트처럼 인간의 몸이라는 예술작품을 해부학적 관점으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 이대택 (국민대학교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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