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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미친 사람들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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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카렐 차페크 산문의 새로운 여정] 체코의 대작가 카렐 차페크의 여행 산문.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여행기로 당시 미지의 나라였던 영국과 스페인을 경험하며 남긴 기록을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전한다. 작가 특유의 풍자와 유머는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다채롭고 유쾌한 시선을 담아낸 차페크 산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 - 에세이 PD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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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남과 북 급행열차 _7
독일, 벨기에, 프랑스 _15
올드 카스티야 _20
푸에르타 델 솔 _25
톨레도 _32
포사다 데 라 상그레 _42
벨라스케스의 위대함에 대하여 _47
헌신자 엘 그레코 _52
고야 예술의 상반된 두 가지 _57
그 밖의 다른 사람들 _63
안달루시아 _69
세비야의 거리들 _73
창살과 안뜰 _80
히랄다 _87
알카사르 요새 _95
정원 _101
만틸라 _107
트리아나 _115
투우 _120
일반적인 투우 _135
플라멩코 _152
보데가 _170
카라벨라 _176
종려나무와 오렌지나무 _182
티비다보 _190
사르다나 _196
펠로타 _200
몬트세라트 _208
부엘타 _214

해설 | “눈이 자신의 비전에 열정적으로 고정된 사람은 모두 조금 미친다” _221

저자 소개3

카렐 차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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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el Capek

체코의 극작가·소설가. 체코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G.K.체스터턴보다 자유롭고, 조지 오웰보다 낙천적인, 체코의 몽테뉴(「데일리 텔레그래프」). 카프카,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의 길을 낸 작가로 체코 SF의 대부로 불린다. 1890년 1월 9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보헤미아 북동부 지역에서 태어났다. 명문 아카데미 김나지움을 전 과목 A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프라하 카렐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베를린과 파리의 대학들을 오가며 수학했고, 미국 실용주의를 수용, 1915년 25세의 나이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체코의 대표적인 일간지 『리도베 노
체코의 극작가·소설가. 체코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G.K.체스터턴보다 자유롭고, 조지 오웰보다 낙천적인, 체코의 몽테뉴(「데일리 텔레그래프」). 카프카,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의 길을 낸 작가로 체코 SF의 대부로 불린다. 1890년 1월 9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보헤미아 북동부 지역에서 태어났다. 명문 아카데미 김나지움을 전 과목 A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프라하 카렐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베를린과 파리의 대학들을 오가며 수학했고, 미국 실용주의를 수용, 1915년 25세의 나이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체코의 대표적인 일간지 『리도베 노비니』에서 편집자 겸 기고가로서 평생에 걸쳐 활동하였으며 일생에 걸쳐 다양한 주제로 철학적ㆍ풍자적인 작품들을 썼다. 일찍이 현대사회의 병폐에 눈을 돌렸던 그는, 희곡 『R.U.R』(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1920)과 『곤충극장』(1921)을 통해 사회적 병폐를 통렬하게 풍자하였다. 『R.U.R』은 기술의 발달이 거꾸로 인간을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점을 경고한 작품으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로봇’이라는 말은 이 작품에서 유래했다. 『곤충극장』은 화가이며 작가인 그의 형 요제프 차페크(1887~1945)와의 공동창작으로, 현대생활의 획일주의·물질주의를 풍자한 걸작이다. 같은 시기의 장편소설 『압솔루트노 공장』(1922)과 『크라카티트』(1924)는 후일의 『도롱뇽과의 전쟁』(1936)과 더불어 SF(과학소설)적 수법으로 현대를 비판하여, 사회적 SF의 선구적 작품이 되었다. 단편 소설집인 『오른쪽-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1929)은 추리소설 형식으로 쓰인 작품이다. 철학소설 3부작인 『호르두발』(1933), 『별똥별』(1934), 『평범한 인생』(1934) 같은 철학적·신비적 작품과 『위경 이야기들』 같은 상상 저널리즘을 구현한 소설도 썼다. 1930년대 후기 작품에는 정체성, 자아, 인간 동기 등에 대한 탐구가 나타나 파시즘과 나치즘을 경고하는 『첫 번째 구조대』(1937), 『하얀 역병』(1937), 『어머니』(1938) 등을 썼다.

작품 활동을 하는 동시에 「나로드니 리스티」, 「리도베 노비니」와 같은 체코의 유력 일간지의 편집자로 일했고, 체코 민주주의와 반(反)파시즘의 선봉장이자 문화적 선각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일곱 차례나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나치스 독일에 저항하는 정치 성향 때문에 끝내 수상자가 되지는 못했다. 독일이 프라하를 점령하기 몇 달 전인 1938년 12월 25일 인플루엔자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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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번역가. 주로 문학을 번역하며 KBS 더빙 번역 작가로도 활동했다. 『마션』, 『이카보그』,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아이 러브 딕』, 『내 아내에 대하여』, 『맨디블 가족』,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12월 10일』 등의 소설 외에도 『슬픔의 해석』, 『작가의 시작』, 『내 옷장 속의 미니멀리즘』을 비롯하여 70권이 넘는 다양한 분야의 영미 도서를 번역했다. 2018 GKL 문학번역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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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고, 십여 년 동안 영한출판번역을 했다. 지난 삼십여 년의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삼십 년 이상 글 쓰고 소통하며 살고 싶다.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게 훨씬 많지만, 특유의 끈기와 의외의 모범생 기질로 많은 것을 극복해가고 있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뭔가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부추기고 본다. 거리가 멀고도 멀었던 스쿠버다이빙, 수영, 해녀학교에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모든 사람이 숨겨진 감수성을 발현해가며 삶을 향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컬
십여 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고, 십여 년 동안 영한출판번역을 했다. 지난 삼십여 년의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삼십 년 이상 글 쓰고 소통하며 살고 싶다.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게 훨씬 많지만, 특유의 끈기와 의외의 모범생 기질로 많은 것을 극복해가고 있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뭔가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부추기고 본다. 거리가 멀고도 멀었던 스쿠버다이빙, 수영, 해녀학교에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모든 사람이 숨겨진 감수성을 발현해가며 삶을 향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컬처클럽향유」를 운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4월의 유혹』 『내 인생의 모든 개』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음식의 위로』 『징구』 『루시 핌의 선택』 『셜록 샘 시리즈』 『애거사 오들리 시리즈』 등이 있으며, 테마소설집 『당신의 떡볶이로부터』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제7회 섬 여행 후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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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09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04g | 120*188*18mm
ISBN13
9791170872399

책 속으로

골목길에서 길을 잃어도 후회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도 우리는 날렵한 발굽으로 돌길을 재빠르게 걷는 당나귀를 피할 테고, 열린 안뜰과 마졸리카 계단을 볼 것이며, 무엇보다 현지 사람을 만나게 될 테니까.
--- p.37

살아 있는 사람들의 거리야말로 가장 좋은 박물관이다.
--- p.41

내가 다른 시대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다른 시대가 아닐 것이다. 그저 몹시 아름답고 숭고한 모험일 뿐이다. 톨레도처럼, 스페인 땅처럼 말이다.
--- p.41

모든 나라는 고유한 혀, 그리고 실로 고유한 미각을 가지고 있다. 그 나라의 혀를 알아보라. 그 나라의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셔보라.
--- p.44

이 그리스인은 압도적인 천재였다. 어떤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한다. 눈이 자신의 비전에 열정적으로 고정된 사람은 모두 조금 미친다.
--- p.55

스페인 미술은 인간을 있는 그대로, 무시무시한 강조와 거의 웅변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을 특기로 삼았다. 이것이 바로 돈키호테다! 이것이 바로 왕이다! 이것이 바로 불구자다! 바로 이것이 인간이로다!
--- p.67

어떤 상투적인 문구와 수식어들은 끔찍하고 성가실 정도로 적절한 때가 있다. 그렇게 말하는 나를 때려눕히거나 요설가 또는 뻔뻔한 수다쟁이라 부를 수 있겠으나, ‘웃는’ 세비야는 정말 웃고 있는 세비야다. 어쩔 수 없다. 사실 이 도시를 묘사할 다른 방법이 없다. 그냥 ‘웃는’ 세비야일 뿐이다.
--- p.73

이제 나는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그 아름다움과 나의 고단함에 눈물을 흘린 것이 부끄럽지 않다. 노란색과 빨간색 정면, 그리고 중앙에는 깔끔한 녹색 정원이 있다. 정원에는 파이앙스 도자기와 회양목, 아이들, 협죽도, 양각된 십자가와 저녁 종소리가 있다. 그리고 나처럼 무가치한 인간은 모든 것의 가운데에 서서 어안이 벙벙해진 말투로 중얼거린다. ‘맙소사, 이렇게 꿈같고 동화 같은 곳이 또 있을까!’
--- p.77

우리는 그저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을 움켜쥐고 만지작거린다.
--- p.98

스페인 정원만큼 놀랍도록 집약되고 강렬한 것은 본 적이 없다. 영국의 공원은 경작된 풍경이다. 스페인 정원은 인공적인 낙원이다. 프랑스의 공원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다. 스페인 정원은 은밀한 꿈이 담긴 곳이다.
--- p.106

무엇보다도 그들은 대단히 유쾌한 사람들이다. 안달루시아 스타일의 넓은 챙 모자를 쓴 청년, 만틸라를 두른 여성, 귀 뒤에 꽃다발을 꽂고 늘어진 눈꺼풀 아래로 까만 눈동자를 가진 소녀. 그들이 비둘기처럼 뽐내며 얼마나 경쾌하고 민첩하게 처신하는지, 어떻게 서로에게 교태를 부리는지, 그리고 그들의 끊임없는 구애가 얼마나 열정과 품위로 가득 차 있는지 보는 것은 정말 즐겁다!
--- pp.111∼114

두 번째 창이 황소의 목에 꽂혀 바닥에 고정된 펜촉처럼 떨렸다. 황소는 목구멍에 파고든 것을 떼어내려고 필사의 노력을 다했다.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고, 뒷다리로 일어섰다. 그러나 창은 튼튼한 근육 덩어리에 더 단단하게 박혔다. 황소는 자신을 파묻으려는 듯 발로 모래를 파내며 고통과 분노로 울부짖었다. 입에서 거품이 부글거렸는데 그것이 황소가 눈물을 흘리는 방식 같았다.
--- p.125

사람은 말을 지배하고, 야망은 사람을 지배한다. 그러나 황소가 원하는 것은 오직 투우장에서 혼자가 되는 것뿐이다.
--- pp.126∼127

오른편에는 바다, 왼편에는 산이 있다. 아무것도 놓치지 않으려면 어디를 보아야 할까? 아, 저 바다 위를 떠다니거나 저 산 위에서 은둔자로 살고 싶다.
--- p.188

지나치기와 물러서기는 할 만큼 했다. 오자마자 미끄러져 사라지는 이 모든 장소도 충분히 봤다. 지금 원하는 것은 집으로 돌아가 땅에 박힌 말뚝이 되는 것뿐이다. 아침저녁으로 익숙한 것을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 그렇다. 그러나 세상은 너무나 크다!

--- p.215

출판사 리뷰

때때로 우리에게 잘못된 일이 생길 때마다
한 걸음 더 스페인 쪽으로

《조금 미친 사람들》은 화가, 건축가, 만틸라를 걸친 여인, 플라멩코를 추는 집시, 광란의 투우사, 경이로운 구두닦이 등 열정적이고 어딘가 조금 미쳐 있는 듯한 스페인 사람들을 따르는 여행기다. 차페크는 관광객의 시선이 아닌 이웃 주민의 시각으로 스페인을 바라보았다. 특히 플라멩코나 투우 같은 스페인 고유의 문화를 각별히 존중했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발을 부딪치는 딱딱 소리가 들릴 것처럼 플라멩코 댄서들의 움직임을 리드미컬한 문장으로 그려냈고, “책에서조차 죽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에 조금의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차페크답게 투우가 주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묘사했다. 황소의 목에 창을 꽂아 넣는 투우장의 풍경은 분명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만, 모래 위로 엉키는 수많은 관중의 함성과 감정을 세밀하고 속도감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솜씨는 그가 왜 세계적인 작가인지 단번에 증명해준다.

바로 그 순간 안달루시아 기수는 이미 말을 돌려 버터 덩어리에 나이프를 꽂듯 황소의 목에 창을 박아 넣었다. 그러자 관중이 일어나 환호했다. 그리고 책에서조차 죽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에 조금의 매력도 느끼지 못하는 나는, 죽음이 농담도 구경거리도 아니라고 여기는 나는 목에 무언가가 걸린 것 같았다. 물론 이는 공포의 결과였지만, 감탄도 포함하는 것이었다.(133∼134쪽)

차페크에게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다른 문화와의 진정한 만남을 의미했다. 이는 오늘날 SNS에서 누가 더 화려한지, 누가 더 좋은 것을 가졌는지, 얼마나 많은 곳을 가고 맛난 음식을 먹었는지를 자랑하고, 다양한 포즈를 뽐내며 ‘좋아요’를 수집하는 자극적인 여행과는 사뭇 달라 한층 인상적이다. 벨라스케스, 리베라와 함께 스페인 바로크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무리요가 그린 소년들은 전 세계 박물관에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지만, 차페크는 박물관 대신 땀 흘리는 광장과 산책로에서 이 소년들을 발견해낸다. 비록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그들에게 동전을 갈취당할지라도 무리요가 만난 소년들의 얼굴이 바로 이들과 가장 닮아 있음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차페크에게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거리야말로 가장 좋은 박물관”이었다. “당나귀가 귀를 뒤로 바짝 붙여야”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골목이나 “허름한 벽과 창살 달린 창문 사이로” 설핏 비치는 하늘이나 “자수를 놓거나 금으로 세공하거나 보석을 박는 등 모든 방식으로 미친 듯이” 장식한 교회들을 지나치다보면 박물관에서만큼이나 걸음을 자주 멈출 수밖에 없음을 유쾌하게 드러낸다. 나아가 “알라신의 격렬한 글씨와 그리스도의 십자가, 잉카의 황금, 다양한 시대와 신들, 문명과 인종들의 삶”이 엉킴 없이 조화를 이루는 광경을 마주할 때면 “꿈속을 걷듯이” 스페인 땅을 거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조금 들뜬 목소리로 확신한다.

당신은 포도주나 기름을 실은 당나귀를 피해 가며, 창문의 아름다운 하렘 창살을 훔쳐보고 꿈속을 걷듯이 걸어간다. 꿈속을 걷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은 일곱 걸음마다 멈춰 서게 될 것이다.(33∼34쪽)

차페크와 함께 관능적이고 매력적이며 아늑하고 다정한 세비야 거리를 걷고, 곳곳에 무어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알카사르 정원을 방문하고, 만틸라를 두른 까만 눈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다보면 알게 모르게 우리가 스페인을 꿈꿔왔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조금 미친 사람들》은 웃고 춤추고 채색하고 사유하며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여행기이자 녹아내릴 듯 강렬한 매력의 스페인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만드는 책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가닿을 수 없는
아름답고 숭고한 모험의 땅

거리는 그저 지나가는 곳이어서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는”(《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영국인들과 다르게 스페인 사람들은 삶의 매 순간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스페인의 거리는 “포도주로 가득 찬 술잔처럼 생기 넘치”고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다. 스페인에 발을 내디딘 순간 이 사실을 깨달은 차페크는 거리와 광장, 골목과 정원에서 끊임없이 스페인을 마주한다. 태국의 전통 춤처럼 우아하고 기품 있는 동작으로 신발을 문지르는 구두닦이부터 캔버스 밖에서 살아 움직이는 벨라스케스와 고야의 인물들, 자정에야 문을 여는 극장과 새벽 2시에도 북적이는 댄스홀, 가우디처럼 “열정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끌어올린 기발한” 도시의 건축가들까지 자신의 삶과 열정을 막다른 길로 내몰길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을 만난다. 차페크는 이들의 생활에 찬찬히 녹아들어 “눈이 자신의 비전에 열정적으로 고정된 사람은 모두 조금 미친다”라는 자명한 삶의 진실에까지 가닿는다. 미치지 않고서야 온전히 세계를 살아내기 힘든 우리의 시선이 스페인에 자꾸 머무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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