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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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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카렐 차페크 산문의 새로운 여정] 체코의 대작가 카렐 차페크의 여행 산문.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여행기로 당시 미지의 나라였던 영국과 스페인을 경험하며 남긴 기록을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함께 전한다. 작가 특유의 풍자와 유머는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다채롭고 유쾌한 시선을 담아낸 차페크 산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 - 에세이 PD 이주은

상세 이미지

책소개

목차

잉글랜드 _7

첫인상 _9
잉글랜드 공원 _15
런던 거리 _20
도로와 거리 사정 _26
하이드 파크 _32
자연사박물관에서 _39
우리의 순례자,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을 훑어보다 _44
우리의 순례자, 동물과 유명 인사들을 보다 _49
클럽 _54
최대 규모의 견본 박람회 또는 대영제국 박람회 _60
이스트엔드 _71
시골 _76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_82
우리의 순례자, 성당들을 찾아가다 _88

스코틀랜드 여행 _95

에든버러 _97
테이호 _103
“비노리, 오, 비노리” _110
테라 히페르보레아 _117
“하지만 저는 로얀호의 애니인걸요” _123
호수 지방 _130

북웨일스 _137

아일랜드에 관하여 _145

다시 잉글랜드 _153

다트무어 _155
항구들 _159
즐거운 옛 잉글랜드 _164
우리의 순례자, 사람들을 살피다 _170
그래도 몇 사람은 _174
탈출 _182
배에 오르다 _186

영국인들에게 _191

영국 라디오 방송용 연설문 _199


해설 | 생경하게 채색된 익숙한 풍경들 _214

저자 소개3

카렐 차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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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el Capek

체코의 극작가·소설가. 체코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G.K.체스터턴보다 자유롭고, 조지 오웰보다 낙천적인, 체코의 몽테뉴(「데일리 텔레그래프」). 카프카,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의 길을 낸 작가로 체코 SF의 대부로 불린다. 1890년 1월 9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보헤미아 북동부 지역에서 태어났다. 명문 아카데미 김나지움을 전 과목 A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프라하 카렐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베를린과 파리의 대학들을 오가며 수학했고, 미국 실용주의를 수용, 1915년 25세의 나이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체코의 대표적인 일간지 『리도베 노
체코의 극작가·소설가. 체코가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G.K.체스터턴보다 자유롭고, 조지 오웰보다 낙천적인, 체코의 몽테뉴(「데일리 텔레그래프」). 카프카, 쿤데라와 함께 체코 문학의 길을 낸 작가로 체코 SF의 대부로 불린다. 1890년 1월 9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보헤미아 북동부 지역에서 태어났다. 명문 아카데미 김나지움을 전 과목 A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프라하 카렐 대학 철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베를린과 파리의 대학들을 오가며 수학했고, 미국 실용주의를 수용, 1915년 25세의 나이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체코의 대표적인 일간지 『리도베 노비니』에서 편집자 겸 기고가로서 평생에 걸쳐 활동하였으며 일생에 걸쳐 다양한 주제로 철학적ㆍ풍자적인 작품들을 썼다. 일찍이 현대사회의 병폐에 눈을 돌렸던 그는, 희곡 『R.U.R』(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1920)과 『곤충극장』(1921)을 통해 사회적 병폐를 통렬하게 풍자하였다. 『R.U.R』은 기술의 발달이 거꾸로 인간을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점을 경고한 작품으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로봇’이라는 말은 이 작품에서 유래했다. 『곤충극장』은 화가이며 작가인 그의 형 요제프 차페크(1887~1945)와의 공동창작으로, 현대생활의 획일주의·물질주의를 풍자한 걸작이다. 같은 시기의 장편소설 『압솔루트노 공장』(1922)과 『크라카티트』(1924)는 후일의 『도롱뇽과의 전쟁』(1936)과 더불어 SF(과학소설)적 수법으로 현대를 비판하여, 사회적 SF의 선구적 작품이 되었다. 단편 소설집인 『오른쪽-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1929)은 추리소설 형식으로 쓰인 작품이다. 철학소설 3부작인 『호르두발』(1933), 『별똥별』(1934), 『평범한 인생』(1934) 같은 철학적·신비적 작품과 『위경 이야기들』 같은 상상 저널리즘을 구현한 소설도 썼다. 1930년대 후기 작품에는 정체성, 자아, 인간 동기 등에 대한 탐구가 나타나 파시즘과 나치즘을 경고하는 『첫 번째 구조대』(1937), 『하얀 역병』(1937), 『어머니』(1938) 등을 썼다.

작품 활동을 하는 동시에 「나로드니 리스티」, 「리도베 노비니」와 같은 체코의 유력 일간지의 편집자로 일했고, 체코 민주주의와 반(反)파시즘의 선봉장이자 문화적 선각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일곱 차례나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지만, 나치스 독일에 저항하는 정치 성향 때문에 끝내 수상자가 되지는 못했다. 독일이 프라하를 점령하기 몇 달 전인 1938년 12월 25일 인플루엔자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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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번역가. 주로 문학을 번역하며 KBS 더빙 번역 작가로도 활동했다. 『마션』, 『이카보그』,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아이 러브 딕』, 『내 아내에 대하여』, 『맨디블 가족』,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12월 10일』 등의 소설 외에도 『슬픔의 해석』, 『작가의 시작』, 『내 옷장 속의 미니멀리즘』을 비롯하여 70권이 넘는 다양한 분야의 영미 도서를 번역했다. 2018 GKL 문학번역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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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고, 십여 년 동안 영한출판번역을 했다. 지난 삼십여 년의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삼십 년 이상 글 쓰고 소통하며 살고 싶다.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게 훨씬 많지만, 특유의 끈기와 의외의 모범생 기질로 많은 것을 극복해가고 있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뭔가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부추기고 본다. 거리가 멀고도 멀었던 스쿠버다이빙, 수영, 해녀학교에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모든 사람이 숨겨진 감수성을 발현해가며 삶을 향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컬
십여 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고, 십여 년 동안 영한출판번역을 했다. 지난 삼십여 년의 경험을 기반으로 앞으로 삼십 년 이상 글 쓰고 소통하며 살고 싶다.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게 훨씬 많지만, 특유의 끈기와 의외의 모범생 기질로 많은 것을 극복해가고 있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뭔가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부추기고 본다. 거리가 멀고도 멀었던 스쿠버다이빙, 수영, 해녀학교에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모든 사람이 숨겨진 감수성을 발현해가며 삶을 향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컬처클럽향유」를 운영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위로를 주는 빵집, 오렌지 베이커리』 『4월의 유혹』 『내 인생의 모든 개』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음식의 위로』 『징구』 『루시 핌의 선택』 『셜록 샘 시리즈』 『애거사 오들리 시리즈』 등이 있으며, 테마소설집 『당신의 떡볶이로부터』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제7회 섬 여행 후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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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09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96g | 120*188*17mm
ISBN13
9791170872382

책 속으로

오래된 나무와 오래된 사물에는 요정이, 별나고 익살스러운 정령이 깃들어 있습니다. 영국 사람들에게도 이런 요정이 깃들어 있답니다. 그들은 대단히 진지하고 무뚝뚝하며 근엄하다가도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기괴한 말과 악동 같은 유머를 뿜어내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오래된 가죽 의자처럼 진지한 얼굴이 되거든요. 아마 영국인들도 오래된 목재로 만들어진 모양입니다.
--- p.17

깊이 생각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의식하는 순간, 사악하고 괴물 같은 무언가, 처참한 무언가를 느끼며 괴로워할 테고 끝내 위안을 찾지 못할 테니까요. 그러고 나면 견딜 수 없이 외로워지겠죠.
--- p.29

런던의 거리는 그저 삶이라는 물줄기가 집에 닿기 위해 거쳐가는 홈통 같은 곳입니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삶을 살지 않거든요. 무언가를 보거나 얘기하거나 서 있거나 앉아 있지 않아요.
--- p.22

좋아요. 시원하게 인정할게요. 솔직히 무서웠어요. 길을 잃을까봐,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을까봐, 무슨 일이 생길까봐 겁이 났죠. 저주가 내려진 건 아닌지, 인간의 삶이 무가치해지는 건 아닌지, 인간이 그저 흰 곰팡이 핀 감자에 들끓는 수백만 마리의 거대한 박테리아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혹시 이 모든 게 지독한 악몽에 불과한 건 아닌지, 어떤 무시무시한 재앙이 닥쳐 인간성이 말살되는 건 아닌지, 인간이 무력해지는 건 아닌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뜬금없이 눈물이 터져 모든 사람이, 그러니까 칠백오십만 명의 사람이 나를 비웃는 건 아닌지 두려웠습니다.
--- p.28

자연을 따라가려면 정확해야 합니다. 수학적이고 기하학적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수적 정확성과 상상력, 규칙, 양적인 풍부함은 자연의 강력한 힘입니다. 자연의 일부가 되려면 푸른 나무 아래 앉아 있을 게 아니라 수정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규칙과 모양을 부여하고 눈부신 섬광의 신성한 수학적 원리로 현상을 탐구해야 합니다.
--- p.43

과거에든 미래에든 인간이 완성되고 완벽해지는 지점, 이상적인 지점, 평형을 이루는 지점은 없습니다. 어디든 될 수 있고 어디든 되지 않을 수도 있죠.
--- pp.46∼47

영국의 가장 아름다운 조형미술은 기관차와 배, 보일러, 터빈, 변압기, 이마에 뿔이 두 개 달린 이상한 기계들, 회전하거나 진동하거나 두드리는 온갖 종류의 기계더군요. 자연사박물관의 파충류보다 훨씬 더 기이하고 아주 우아한 괴수들입니다. 이름도 모르고 용도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무척 아름답습니다.
--- p.63

인간의 완벽함을 드러내지 않는 물질의 완벽함, 희망 없는 고된 인생이 만들어낸 눈부신 기계들에 마음이 몹시 산란하노니. 아, 에든버러행 급행열차여, 오늘 내게 성냥을 판 눈먼 걸인이 그대 옆에 선다면 얼마나 초라해 보일까? 눈이 멀고 괴혈병을 앓는 사람이었으니. 찢어지게 가난하고 결함 많은 기계였으니. 그저 한낱 인간이었으니.
--- p.65

영국인은 대체로 재미없고 조용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인지 함께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술집 대신 선 채로 술을 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바를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수다스러운 사람들은 로이드조지처럼 정계로 나가거나 작가가 됩니다. 그래서 영국의 책들은 400쪽을 가뿐히 넘어가죠.
--- p.172

영국 요리는 훌륭한 것과 보통의 것, 두 종류로 나뉩니다. 훌륭한 영국 요리는 한마디로 프랑스 요리입니다. 보통의 영국인을 위한 보통 호텔의 보통 요리를 맛보면 영국의 우울함과 과묵함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죠. 압축한 소고기에 맛없는 머스터드를 발라 씹어 먹으면서 어느 누가 환하게 웃고 떠들 수 있겠어요?
--- p.183

영국의 거리에서는 향락을 느낄 수 없죠. 흥겨운 소란이나 다양한 냄새, 각종 볼거리가 보통의 평범한 삶에 섞여 들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우연이나 웃음, 뜻밖의 사건이 될 만한 계기가 보통의 나날을 장식하지도 않고요. 거리나 사람들, 떠들썩한 목소리에 어우러질 수도 없습니다. 대놓고 다정하게 윙크를 건네는 이도 없을 겁니다.
--- p.184

여러분, 이처럼 작고 불편한 고물 선박으로 살아가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나라가 가난하다고 불평하지 마세요. 감사하게도 우리나 대영제국이나 같은 우주에 존재하고 있잖아요. 작은 증기선은 대영제국처럼 커다란 배만큼 많은 짐을 실을 수 없죠. 하하, 하지만 작은 증기선도 큰 배와 똑같이 멀리까지, 혹은 그와는 다른 곳까지 항해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거기에 누가 타고 있느냐입니다.
--- p.187

제가 영국을 좋아하는 것은 세계성 때문만이 아니라 개별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누군가가 제게 어떤 나라를 가장 좋아하냐고 물었을 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본 최고의 풍경은 이탈리아입니다. 최고의 삶은 프랑스에서 보았죠. 최고의 사람들은 잉글랜드에서 만났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뿐입니다.”

--- p.213

출판사 리뷰

인간이 무력하게 느껴지거나
뜬금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는 모든 사람에게
차페크가 부치는 유쾌하고 무해한 영국 편지

런던에서 창립한 국제 문학가 단체인 펜클럽과 프라하에서부터 알고 지낸 체코의 교육자 겸 언어학자 오타카르 보차들로의 끈질긴 초대로 영국을 방문한 차페크는 두 달여 동안 영국의 곳곳을 여행하며 여러 문학계 인사를 만난다. 문학계의 계속된 권유가 아니었더라도 조국이 나아갈 방향의 길잡이가 되어줄 민주주의 국가를 탐방하는 일은 지식인으로서 깊은 책임 의식을 느끼고 있던 차페크에게 간과할 수 없는 의무였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유쾌하고 무해하기만 한 이 여행기는 나치 독일과 공산주의 정권의 폭압에 시달려야 했다. 정확히 100년 전인 1924년에 출간된 이 책은 1939년 나치 독일이 체코를 침공하면서 금서가 되었고, 1946년 복간되었으나 얼마 후 공산 정권에 의해 또다시 금지되었다.

영국에 도착한 며칠 후부터 펜을 든 차페크는 자신이 편집자로 일했던 체코의 일간지 《리도베 노비니》에 여행기를 연재했고, 이후 단행본으로도 출간해 즉각적인 인기를 얻었다.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평단에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영국의 주간지 《펀치》는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 이래 우리 민족에 관해 쓴 최고의 책”이라고 극찬했다.

잉글랜드부터 스코틀랜드, 북웨일스, 아일랜드까지 아우르는 차페크의 영국 여행기는 지루함과 떠들썩함, 인공과 자연, 부와 빈곤이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영국의 면면을 시니컬하지만 유머러스하게 파헤친다. 숨 막힐 듯 복닥거리는 런던의 거리와 정체가 일상인 도로를 보면서 인간성의 말살을 눈물겹게 걱정하고, 우울할 정도로 지루한 일요일을 견디기 위해 정처 없이 걷다가 하이드 파크 앞에서 다양한 연설자와 추종자들을 만나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특히 뛰어난 정원 에세이를 써낸 작가답게 “잉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나무”라는 사실을 발견해내며 영국의 공원이 지닌 안정감, 어디로든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기적 같은 가능성’에 감탄한다.

잉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나무가 아닐까 합니다. 초원도 아름답고 경찰관도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등이 떡 벌어지고 풍성하며 자유로울 뿐 아니라 품위 있고 커다란, 오래된 나무들입니다.(15쪽)

차페크는 펜클럽과 보차들로의 주선으로 G. K. 체스터턴, 조지 버나드 쇼, 허버트 조지 웰스 같은 영국의 유명 작가들을 두루 만났는데, 짧은 인상기와 캐리커처 속에 담긴 작가들의 면면이 그들의 작품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버나드 쇼에 대해서는 “초인에 가까운 인사”라거나 “반은 신이요, 반은 (……) 사악한 사티로스” 같았다고 묘사하며 두려울 정도로 “비범한 존재”였다고 회상한다. 어쩐지 ‘우물쭈물하다가’ 생을 망쳐버린 것은 아닐지 의심하게 되는 버나드 쇼가 실제로는 자신의 원칙을 고수할 줄 아는 생기 넘치는 인물이었음을 발견하는 일이 흥미롭다.

영국에서의 여정을 마친 책의 후반부에는 차페크가 《데일리 헤럴드》에 기고한 〈영국인들에게〉, 영국의 라디오에서 연설한 〈영국 라디오 방송용 연설문〉을 수록해 영국에 대한 차페크의 시선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영국의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은 이 책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여행기이지만 “중유럽 문화의 기록으로서 매우 중요하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책” 가운데 하나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가벼우면서도 온화하며 어떠한 선동의 의도도 없는 이 책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불안하고 힘든 시기를 겪는 이들에게 인간성을 잃지 않는 법을 일깨워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은 인간이 무력하게 느껴지거나 뜬금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는 모든 사람에게 차페크가 부치는 가장 유쾌하고 무해한 답신이다.

‘길 위에서’ 탄생한 편지들에 담긴
가장 아름다운 시절

제1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영국은 서서히 패권을 잃어갔지만, 동시에 전쟁으로 무너진 일상의 균형을 되찾으려는 영국인들의 의지는 삶의 구석구석에서 귀중하게 빛났다. 더불어 차페크의 조국인 체코 역시 독립국가로서 불안하지만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차페크는 발전된 영국의 정치와 경제, 산업, 그리고 재건에 대한 희망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마냥 동경하거나 체코의 현실에 좌절하지만은 않았다.

영국에서 저는 거대함과 막강함, 부유함, 번영, 비할 데 없는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직 작고 미완성의 상태라는 사실이 결코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작고 어수선하며 불완전한 것은 그 나름대로 용감한 사명이거든요.(186쪽)

“비할 데 없는 발전상”에서 인간의 미래를 되짚고, “작고 어수선하며 불완전한 것”에서 희망을 포착해내는 일은 차페크 문학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점 중 하나다. 차페크는 발전된 사회를 덮어놓고 찬양하거나 무기력하게 자신의 시공간을 폄하하지 않는다. 그래서 차페크에게 여행이란 어쩌면 지금 자신이 속한 공간과 현실을 재발견하고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차페크와 함께 영국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걷다보면,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언제나 여기서 멀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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