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혀끝으로만 맛봐서는 안 된다. 귀에서 눈으로, 다시 코로 온 감각을 동원해 ‘미美’와 ‘맛味’의 조화를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요리’다. 아름다운 요리는 색채, 배합, 재료 상태, 담아내는 모양에 의해 완성된다. 물론 영양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오늘날 요리인과 요리연구자는 ‘맛’만을 내세우고, 그 이면에 있는 ‘미’의 영향력에는 둔감한 것 같아 안타깝다. 출판되는 요리책도 대부분 그 점에 무관심하거나 부족하기만 하니 씁쓸할 따름이다.
요리를 마음으로 즐기는 사람은 운치에 무게를 두고 자연을 소중히 여긴다. 그래야 식도락의 ‘락樂’이 제구실을 한다. ‘식도食道’도 마찬가지다. 약간 극단적 표현이지만, 요리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주인이 던져주는 대로 가만히 받아먹으며 행복해하는 개나 고양이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물론
사람마다 즐거움의 정도가 다르기에 견해 차이는 있으리라. 그러나 될 수 있으면 뜻을 크게 품고 요리를 맛보며 인격을 높여야 마땅하다. ---「서문을 대신해」중에서
맛있는 요리의 근본은 재료다. 능숙한 솜씨는 그다음이다. 중국에서는 요리의 공을 재료 6할, 솜씨 4할로 돌린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과 달리 재료가 월등히 뛰어나다. 그래서 재료 9할, 솜씨 1할이라고 생각한다. 재료의 질이 중국을 이기는 까닭이다. 달콤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콤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는 단맛, 매운맛이 아니라 맛있는 요리의 9할을 차지하는 재료의 본맛을 살펴보자. 맛있는 스키야키는 질 좋은 쇠고기가 바탕이다. 맛있는 메밀국수는 메밀가루의 품질이 좌우한다. 스파게티는 당연 밀가루가 좋아야 한다. 여러 지역에서 새우가 나지만, 본고장 새우는 맛이 다르다. 과연 듣던 대로라고 생각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엉뚱한 새우로 아무리 교묘하게 궁리한들 본고장의 그저 그런 새우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료일까, 요리일까」중에서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주문을 종종 받는다. 맛없는 것을 맛있게 만드는 비결은 없다. 그런 마술도 없지 않을까. 맛없는 쌀은 결국 맛없다. 고기도, 생선도, 푸성귀도 모두 마찬가지다.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맛있게 보이도록 꾸미는 방법은 있다. 이것은 거짓의 맛이지, 본연의 맛은 아니다. 속임수를 써서 아이를 달래는 방법과 비슷하달까.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묘안이 있지 싶겠지만, 진짜로 불가능한 일이다. 요리의 명인이라도 ‘맛없는 것을 맛있게’ 하지는 못한다. 억지로 궁리를 짜내면 헛된 비용과 수고만 든다. 고생에 비해 결과도 형편없다. 본디 요리의 맛은 대부분 식재료의 질에 달려 있다. 요리인의 공은 1할이나 2할, 많아야 3할 정도다. 또 본연의 맛이 좋냐, 나쁘냐는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맛없는 쇠고기로 훌륭한 스테이크를 만들지 못하듯이 말이다. 이 간단한 사실을 의외로 잘 모른다. 괴이한 세상이기 때문일까. ---「미각논어」중에서
냄비요리는 갓 준비하고 갓 끓인 신선함이 생명이다. 어묵꼬치집이 유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사하지도 않고 값도 싼 어묵을 맛있게 느끼는 건 갓 만든 신선한 요리이기 때문이다. 사실 감탄을 자아낼 만큼 맛이 월등히 뛰어나진 않다.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운 상태에서 먹는 덕에 맛있다고 평가받는 것인데, 알고 보면 어묵만큼 보잘것없는 먹을거리도 없다. 그런 어묵조차 갓 익은 상태라는 이유로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하니, 집에서 갓 끓인 냄비요리는 얼마나 더 큰 만족을 선사하겠는가. 길거리에서 어묵이나 튀김을 먹어본 나는 그 맛이 대충 어떤지 아는데, 그것보다 냄비요리는 훨씬 고급음식이다. 만드는 방법 또한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다. 냄비요리는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초대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북적이며 먹을 수 있는 최고의 가정요리라 할 수 있다. ---「냄비요리 이야기」중에서
어린 시절부터 도미에 대해 익히 들은 것은 현해탄을 건너온 도미만 맛있다는 말이다. 현해탄을 통과해온 도미의 뼈는 사마귀와 같이 돌기가 구슬처럼 나 있다. 나는 쇼와 3(1928)년, 옛 가마터 탐사와 도자기 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조선에 갔다. 그 기간이 마침 5월 1일부터 30일까지였다. 여정의 시작은 한반도 경성이었다. 그때 목포 조금 앞인 강진의 고려청자 가마터에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돌아오는 길에 암초가 많은 해안의 꾸불꾸불 후미진 길을 따라 순천, 마산, 부산 방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여기서 뜻밖에도 정말 맛있는 도미회를 듬뿍 먹었다. 내가 이제껏 맛본 아카시 도미보다 훨씬 나았다. 나는 가는 곳마다 먹고 또 먹으며 그 맛에 감탄했다. 이 지역에 이주해온 일본인과 현지 지역민만 맛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울 정도였다. 일본에서는 쉬이 혀에 올릴 수 없는 맛이었다. 나는 그 맛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아카시 도미보다 뛰어난 조선 도미」중에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6월부터 7월 초순까지가 제철이다. 고등어처럼 너무 큰 것은 맛이 없고, 알을 품고 있을 때가 가장 맛이 있다. 여러 산지에서 제고장 맛이 최고라고 뽐내지만 누가 뭐래 해도 갓 잡은 싱싱한 은어가 제일이다. 창자를 안 빼고 먹어야 오래도록 배가 든든한데, 도쿄로 들어오는 은어는 99퍼센트가 창자를 뺀다. 구입할 때 이 점을 유의하자. 산 은어는 냉회의 최고 재료로 보통 한 마리에서 네 조각이나 여섯 조각이 나온다. 세꼬시는 그다음이다. 물이 좋으면 소금구이로, 그렇지 않으면 양념구이가 좋다. 소금구이는 진액이 일품인 머리부터 먹는다. 창자는 말할 것도 없다. 뼈는 씹어 뱉는다. 은어 잡탕죽은 복어 잡탕죽 다음으로 맛있다. 기후 지방에서 자주 해먹는다. 죽에 은어를 넣고 끓인 뒤 젓가락으로 머리를 잡고 살을 긁어내며 뼈를 바른다. 구이가 식었을 땐 구운 두부와 함께 조리하면 맛있다.
---「은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