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4년 10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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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68g | 132*224*20mm |
ISBN13 | 9788937461088 |
ISBN10 | 8937461080 |
발행일 | 2004년 10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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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2쪽 | 368g | 132*224*20mm |
ISBN13 | 9788937461088 |
ISBN10 | 8937461080 |
1월 크리스마스 파이 2월 차벨라 웨딩 케이크 3월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 4월 아몬드와 참깨를 넣은 칠면조 몰레 5월 북부식 초리소 6월 성냥 반죽 7월 소꼬리 수프 8월 참판동고 9월 초콜릿과 주현절 빵 10월 크림 튀김 11월 칠레고추를 곁들인 테스쿠코식 굵은 강낭콩 요리 12월 호두 소스를 끼얹은 칠레고추 요리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멕시코 작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김탁환 작가의 <읽어가겠다>에서 이어진 책읽기였습니다. 김탁환 작가는 이 소설의 소제목은 일월부터 십이월까지 열두달에 어울리는 요리들이 소개된다고 했습니다. 식욕과 성욕은 통하는 바가 있지요. 주인공 티타가 조리한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성욕이 발동해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표지 뒤에 숨겨진 부제를 ‘식탁과 침대로의 단 한 번의 초대’라고 적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소제목에는 요리가 아닌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6월에 만든 전통성냥입니다. 당연히 성냥은 요리가 아닙니다만,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이 먹고 온몸을 불태워 사랑하는 이를 따라가는데 사용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또다른 의미의 먹을거리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김탁환 작가와 다르게 읽은 부분은 데 라 가르사 가문에 전통으로 전해온다는 막내딸은 결혼을 하지 않고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보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전통이 마치 멕시코의 전통인 것처럼 소개하였는데, 모든 멕시코 가정의 전통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데 라 가르사 가문의 막내딸 티타입니다. 그런데 티타는 페드로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티타의 어머니 마마 엘레나는 청혼하러온 페드로에게 티타 대신 둘째 언니 로사우라와 결혼하라고 요구합니다. 페드로는 티타의 곁에 머물러 있으려고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두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두 사람의 암묵적인 약속은 지켜졌을까요? 결국 마마의 고집으로 두 사람은 떨어져 살아야 했고, 티타는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런 티타를 구원해준 사람은 상처를 하고 혼자된 의사 존입니다. 존의 지극한 사랑으로 페드로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티타는 마음을 추스릴 수 있게 되고, 존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티타는 존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작가는 물 흐르듯 두지 않았습니다. 약혼자 존이 이모를 모시러 간 사이에 티타를 범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존으로 마음이 기운 티타를 비난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새로운 사랑을 발견한 티타를 축복해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페드로와의 예기치 못한 관계가 생기면서 티타는 존에게 파혼을 선언하게 됩니다. 티타와 페드로의 사랑은 페드로가 잘못된 결혼을 선택하면서 어긋났다고 해야 할 것인데도 어긋난 사랑을 굳이 이어 이어 붙이려다보니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정황을 만들어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마마 엘레나가 죽은 뒤에도 유령처럼 등장해서 티타와 페드로 사이를 감시한다거나, 이야기의 마지막에 성냥을 먹고서는 불을 붙여 인신공양을 하는 장면과 같은 것입니다.
김탁환 작가는 낄낄 웃으면서 이 책을 통독했다고 합니다만, 저는 불편한 심경 가운데에서도 전통 멕시코 요리를 일상에 잘 녹여낸 작가의 역량에 놀랐습니다. 요리법이 이야기 속에 뒤섞여서 정리가 잘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책을 열면 1월의 요리로 나오는 크리스마스 파이를 만드는 법이 소개됩니다. “양파는 아주 곱게 다진다. 양파를 다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다면 자그마한 양파 조각을 머리 위에 얹는다.(11쪽)”라고 시작하는데, 1월에는 티타가 눈물을 흘릴 일이 많았습니다. 눈물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도 흥미로운 달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매달 소개되는 요리 제목은 계절과는 전혀 무관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전개상 필요해서 만드는 요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오랜 식민지 시대에서 벗어나려는 멕시코 혁명의 시기라서 세상은 뒤숭숭한 가운데 가문의 전통을 지키려는 마마 엘레나의 뚝심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큰 딸은 혁명군의 장군이 되었고, 막내 딸은 마마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변하는 세상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감추어두었던 마마의 비밀을 알고보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전이라면 약간 고루할 것 같고 졸릴 것 같고 벽돌책으로 베게 삼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다.
(적어도 책을 많이 보는, 읽음 아니고 바라보는 나도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으니 아이들이야.)
그런데 내가 읽었던 고전 중 , 실은 몇 권 안되지만 최고로 리얼 재미있었다.
진짜 신박하고 마술적인 서사와 표현에 헛웃음을 웃었다가 깜짝 놀랐다가 그래 "마음의 병이 몸으로 가지"혼자 맞장구 쳤다가 작가와의 교감이 이렇게 큰 책은 오랜만이었다.
최근에 "형따라 마야로"에서 차승원이 마야문명을 탐험하기 위해 멕시코에서 여정을 시작하는 장면을 봤다. 마야 문명과 음식을 계승하고 있는 멕시코 가정인 시나깐딴 쏘칠족의 음식 하는 장면을 봤다. 또르띠야 만드는 방법을 보고 간단하게 생겼는데 엄청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 음식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티타는 마마 엘레나의 막내딸로 그 집안의 전통으로 내려오는 부모공양으로 시집을 못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하게 된다. 말도 안되는 전통으로 자신의 삶이 묶일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니...
그녀의 탄생은 운명을 예감하 듯 눈물로 시작하고
젖도 물지 못하고 부엌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 집안의 전통 음식을 다 배우고 물려받으면서
지금으로 치면 멕시코 음식문화 전통 계승 쉐프가 되어갔다.
요리책도 쓰게 되는데 이 요리책은 요리법만 나온 것이 아니라 요리에 담긴 추억과 삶이 담겨져있는 매우 생생한 고증이 되는 책이 되어간다.
그 시절 페미니즘적인 아이템이 요리라고 여겨지는 것 같다.
그런 평론들이 많다.
암튼 티타는 페드로라는 이웃의 청혼을 받게 된다.
불꽃이 쌍방으로 팡팡 튀기며 서로 상대편만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엘레나는 티타의 결혼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언니인 로사우라와 결혼을 제안한다. 이게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전개인가?
로사우라는 왜 이 결혼을 허락했을까?
둘의 관계를 눈치 못채서?
페드로는 한 집에 티타와 있고 평생 볼 수 있다는 생각 만으로 결혼을 승낙한다.
티타는 이들의 결혼식 케익을 눈물로 준비한다.
그리고 모두 이 케익을 먹고 배탈이 난다. (설정 보소)
구조가 1월 부터 시작해서 각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함께 에피소들이 나오면서 티타와 얽힌 스토리가 전개되는 시스템이다.
음식도 흥미롭고 정성도 대단하지만 이들의 사랑과 멕시코의 전통, 문화,민간 요법을 경험할 수 있는 신선한 시간이었다.
문장도 어찌나 진솔한지 때묻지 않은 느낌이었다.
"커다란 별들은 세계 곳곳에서 연인들이 밤마다 보내는 강렬한 시선을 한번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저렇게 수 백만 년을 지탱할 수 있었으리라. 만일 한 번이라도 받았더라면 그 시선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열기 때문에 벌써 수천 조각으로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68"
"티타는 그제서야 자신의 몸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모든 물질이 왜 불에 닿으면 변하는지 , 평범한 반죽이 왜 토르티야가 되는지, 불 같은 사랑을 겪어보지 못한 가슴은 왜 아무런 쓸모도 없는 반죽 덩어리에 불과한 것인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75"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잇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 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125
음식에는 추억에 담긴 시간이 있고 그 맛과 향에는 저마다 스토리가 있다.
작가는 자연스럽게 음식과 사랑을 묘하게 조리할 수 있는 탁월한 솜씨가 있다.
그냥 따라 읽는 것 만으로도 멕시코 음식을 먹고 그 지역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