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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리마스터판)
초판한정 인쇄 사인본
김애란 저
창비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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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4부
에필로그
두근두근 그 여름 | 한아름
새로 쓴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Ae-Ran Kim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이중 하나는 거짓말』,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최인호청년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Prix de l’inapercu)’을 받았다. 2015년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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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128*188*22mm
ISBN13
9788936440008

책 속으로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나는 무럭무럭 늙는다.
누군가의 한시간이 내겐 하루와 같고
다른 이의 한달이 일년쯤 된다.
이제 나는 아버지보다 늙어버렸다.
아버지는 자기가 여든살이 됐을 때의 얼굴을 내게서 본다.
나는 내가 서른넷이 됐을 때의 얼굴을 아버지에게서 본다.
오지 않은 미래와 겪지 못한 과거가 마주 본다.
--- p.7~8

바람이 불면, 내 속 낱말카드가 조그맣게 회오리친다. 해풍에 오래 마른 생선처럼, 제 몸의 부피를 줄여가며 바깥의 둘레를 넓힌 말들이다. 어릴 적 처음으로 발음한 사물의 이름을 그려본다. 이것은 눈〔雪〕. 저것은 밤〔夜〕. 저쪽에 나무. 발밑엔 땅. 당신은 당신…… 소리로 먼저 익히고 철자로 자꾸 베껴 쓴 내 주위의 모든 것. 지금도 가끔, 내가 그런 것들의 이름을 안다는 게 놀랍다.
--- p.12

“어…… 나는 얘가 꿈이 있는 아이였음 좋겠어. 너는?”
“음…… 나는 얘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였으면 좋겠어.”
(…)
“뭘 잘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말이야,”
“응.”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어머니는 잠시 눈을 굴렸다. 그러곤 너무 차분해서 어딘가 서글프기까지 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거면 되겠다.”
--- p.45~46

부모는 부모라서 어른이지, 어른이라 부모가 되는 건 아닌 모양이라고. 그러고는 사진 속 두 사람의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눈도 어리고, 목도 어리고, 머리카락도 어린 내 부모. 그들은 어딘가 불량해 보이고 가슴이 시리도록 젊었다.
--- p.98

어머니는 나와 함께일 때 어디서든 서둘러 걷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을 텐데, 지하철이든 재래시장에서든 당신 보폭을 지키며 자연스레 걸었다. 오히려 재촉을 하는 것은 내 쪽이었다. 어머니의 곤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어, 걸핏하면 치맛자락을 잡아끌곤 했다. 오늘도 나는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으니 빨리 좀 가자고 어머니를 채근했다. 그런데 그게 좀 부자연스러웠는지, 어머니는 가던 길을 멈추고 상체를 숙여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름아.”
“네?”
“너 언제부터 아팠지?”
“세살요…… 엄마가 그렇다고 했잖아요.”
(…)
“근데 그동안 씩씩하게 정말 잘 견뎌왔지? 지금도 포기 않고 이렇게 검사받고 있지? 다른 사람들은 편도선 하나만 부어도 얼마나 지랄발광을 하는데. 매일매일, 십사년. 우린 대단한 일을 한 거야. 그러니까……”
“네.”
어머니가 목소리를 낮추며 부드럽게 말했다.
“천천히 걸어도 돼.”
--- p.125~26

“그애들, 앞으로도 그러고 살겠죠? 거절당하고 실망하고, 수치를 느끼고. 그러면서 또 이것저것을 해보고.”
“아마 그렇겠지?”
“그 느낌이 정말 궁금했어요. 어, 그러니까…… 저는…… 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
“실패해보고 싶었어요. 실망하고, 그러고, 나도 그렇게 크게 울어보고 싶었어요.”
--- p.214

“그래서 뭐가 되고 싶어요, 아름인?”
“저는……”
한참 뜸을 들이다 나는 수줍게 입을 열었다.
“웃기는 자식이 되고 싶어요.”
(…)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 생각해냈어요. 그럼 나는 재밌는 자식이 되자고.”
--- p.215~216

어쩌면 내가 이 아이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 때문에. 그리고 어떤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된 탓에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겐…… 자격이 없어 보였다.
(…)
‘남들은 너를 조로라고 부르지만, 나는 너를 산이라고 부를래.’
--- p.234~235

“사람은 언제 어른이 돼요?”
“엥?”
“주민등록증이 나올 때예요, 군대에 다녀온 뒤예요, 결혼한 다음이에요?”
“그야…… 물론 애를 낳은 다음이지.”
나는 곰곰 고민하다 괜히 할아버지에게 까불고 싶은 마음이 들어 앳된 소리를 냈다.
“어? 그럼 할아버지도 아직 어린애게요?”
--- p.365

출판사 리뷰

“웃기는 자식이 되고 싶어요”
서툰 부모와 능청스러운 아들, 슬픔보다 농담이 먼저인 가족


대수와 미라는 아름을 낳으며 하루아침에 부모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곧장 능숙한 어른이 된 것은 아니다. 대수는 여전히 허풍이 세고 철이 덜 들었으며, 미라는 지치고 화내고 웃으며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젊은 엄마다. 아름 역시 병만으로 설명되는 아이가 아니다. 책과 농담과 팥빙수를 좋아하고, 부모의 허점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 놀려먹는 영리한 소년이다. 아름의 가장 가까운 말벗은 옆집 장씨 할아버지. 예순이 넘었는데도 아흔살 아버지에게 걸핏하면 야단을 맞고 대문 밖에 나와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이 ‘늙은 아들’ 곁에서 볕을 쬐며, 아름은 늙는다는 것과 자식이라는 것에 대해 곰곰 생각한다.

그런 아름에게는 남몰래 품은 계획이 하나 있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 아직 엄마와 아빠가 아니었던 대수와 미라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열여덟번째 생일에 선물하는 것이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아름은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자신을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다. 받은 사랑을 반대편에서 헤아려보고 싶은 이 마음이, 아들이 부모의 젊은 날을 써내려가는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다.

그러나 아름의 몸은 빠르게 쇠약해지고, 집안 형편으로는 더이상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아름은 성금 모금 프로그램 ‘이웃에게 희망을’에 출연하기로 한다. 카메라 앞에서 가족은 저마다 서툴고 솔직하다. 아름의 병을 처음 알았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대수는 무엇을 느껴야 할지 몰랐다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점심때가 됐으니 애 밥을 먹여야겠다”라는 것이었다고 털어놓는다. 세상이 무너지는 소식 앞에서도 밥때는 돌아온다. 김애란은 이처럼 비극과 생활이, 슬픔과 웃음이 한자리에 놓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장래희망을 묻는 질문에 아름이 내놓은 대답도 그렇다. “웃기는 자식이 되고 싶어요.” 건강하게 자라는 일도, 결혼해 아이를 낳는 일도, 부모보다 오래 사는 일도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것 같으니 대신 “재밌는 자식”이 되겠다는 것이다. 할 수 없는 일을 세는 대신 아직 해줄 수 있는 일을 궁리하는 아이. 그 천연덕스러운 대답 앞에서 독자는 웃다가 이내 목이 멘다.

방송은 큰 반향을 불러온다. 모인 성금으로 아름은 입원치료를 받게 되고, 화면 속 아름을 본 낯선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말을 걸어온다. 병원과 집이 세계의 거의 전부였던 아름에게 처음으로 바깥의 목소리들이 도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지면 어쩌나”
아름의 첫 설렘, 그리고 되살아나는 엄마와 아빠의 여름


그 목소리들 가운데 유독 아름의 마음을 흔든 것은 자신과 같은 나이라고 소개하는 ‘이서하’의 편지다. 서하는 힘내라는 말 대신, 너무 빨리 먹어버린 시간들이 속에 구겨져 있다던 아름의 말을 기억한다며 그 시간에 새 이름을 붙여준다. 고도마다 다른 꽃이 피어 한 몸에 사계절을 품은 높은 산. 남들이 ‘조로’라 부르는 아름을 서하는 ‘산’이라 부르겠다고 말한다. 편지에 딸려 온 노래를 몇번이고 되풀이해 들으며, 아름은 한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그려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자신이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사로잡힌다. 아름을 겁먹게 하는 것은 “어떤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된 탓에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다. 답장을 썼다 지우고, 연락이 늦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상대의 마음을 짐작해보는 아름은 영락없는 사춘기 소년이다. 방송에서 “실패해보고 싶었어요”라고 고백했던 아이에게는 설렘은 물론 기다림과 서운함까지, 처음으로 제 몫이 된 삶의 일부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좋아하는 마음을 알게 되면서, 아름이 써내려가는 부모의 이야기에도 한층 생기가 돈다. 오래된 사진 속, 지금의 자신과 같은 나이의 대수와 미라를 들여다보며 아름은 “눈도 어리고, 목도 어리고, 머리카락도 어린” 두 사람이 어떻게 부모의 얼굴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는 부모라서 어른이지, 어른이라 부모가 되는 건 아닌 모양”이라고 적는다. 자신을 돌봐온 두 어른에게도 불안하고 설레던 한때가 있었다는 발견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아름이 완성한 소설 「두근두근 그 여름」이 실려 있다. 아직 누구의 엄마도 아빠도 아니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식하고 부딪치고 가까워지는 한철의 이야기다. 대수와 미라가 아름을 세상에 낳았다면, 아름은 글로 두 사람의 젊은 날을 다시 낳는다. 한 생이 끝을 향해 갈수록 이야기는 그 생이 시작되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슬픔으로 닫힐 것 같던 소설은 한 가족의 가장 눈부신 첫 장면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이제는 다시 갖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마음”
읽는 나이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소설


김애란은 ‘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이번 작업이 “오래전 어떤 출발선에 선 저의 숫된 얼굴과 눈빛을 들여다보는 일”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처음 장편을 쓰던 시절의 자신과 다시 마주하며 이제는 다시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마음이 그 안에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리마스터는 지나간 작품을 현재의 감각에 맞춰 고쳐 쓰는 일이라기보다 그때만 쓸 수 있었던 마음과 지금의 작가가 다시 만나 오래된 작품의 결을 새삼 살펴보는 작업에 가깝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까닭도 어쩌면 그 안에 한가지 감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여러 얼굴이 함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어른이 되기도 전에 부모가 된 대수와 미라가 있고, 부모보다 먼저 늙어가는 아름이 있으며, 아흔의 아버지 앞에서는 여전히 자식인 장씨 할아버지가 있다. 병원비와 생계가 걱정되는 와중에도 밥때가 돌아오고 농담이 터지며, 죽음을 가까이 둔 소년에게도 누군가의 답장을 기다리는 설렘과 실패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리고 아름은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부모의 젊은 날을 상상하며 한편의 이야기를 쓴다. 누가 더 어른인지, 무엇이 한 사람의 삶을 온전하게 만드는지,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디까지 알 수 있는지. 소설은 웃음과 슬픔 사이를 오가며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건넨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읽는 사람의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다른 곳에 마음을 붙들어놓는다. 처음에는 아름의 특별한 운명에 눈길이 가다가도 어느 순간 대수와 미라의 서툰 부모 노릇이 보이고, 또 어느 때에는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이나 늙어간다는 일, 누군가를 기다리고 이야기를 남긴다는 일이 새삼 깊이 다가온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인물과 시간의 자리를 오래 따라가다보면 결국 하나의 마음에 닿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어하는 일이라는 것. 부모가 되기 전의 부모를 궁금해하고,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람의 마음을 상상하며, 곁에 있는 이의 지나온 시간을 헤아려보려는 마음 말이다. 한 시절의 화제작을 넘어 세대를 바꾸어가며 꾸준히 새로운 독자를 만나고 김애란의 대표작으로 오래 기억되어온 힘도 바로 그곳에 있을 것이다. 삶을 향한 그 두근거림은 몇번을 다시 펼쳐도 바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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