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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음, 형사

기억나지 않음,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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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64g | 140*200*18mm
ISBN13 9788959759590
ISBN10 8959759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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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여자 위에 엎어져 있다. 마치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칼날을 막아선 모양새다. 하지만 남편의 노력도 헛되이 두 시체에는 칼에 찔린 상처가 가득했고, 피 때문에 옅은 색 잠옷은 선홍색이 되었다. 남자의 얼굴에는 절망의 표정이 떠올라 있다. 자신의 무력함에 슬픔까지 느끼는 듯하다.
두 사람이 흘린 피는 방바닥에 어두운 붉은색의 웅덩이를 만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붉은색 액체는 그들의 몸속을 휘돌며 세 사람의 목숨을 지탱해주었을 것이다. 배 속의 아이까지 말이다.
--- p.9

나는 돌연 잠에서 깨어났다. 시야에 쑥 들어차는 것은 천장이 아니라 바깥 공기를 막고 있는 유리와 핸들이다. 왼쪽 차창에 햇빛이 비친다. 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초봄의 싸늘한 공기 속에서 약간의 햇살이 피부에 닿아 현실감각을 일깨운다. 나는 구깃구깃 주름진 흰 와이셔츠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서 양말도 벗지 않은 채 등받이를 거의 수평으로 넘긴 운전석 시트에 몸을 둥글게 말고 누워 있었다. 몸 위에는 남회색 재킷이 덮여 있다.
--- p.15

저녁식사를 하던 중 벌어진 사건 때문에 단란한 식탁은 곧 가정불화의 자리로 바뀌고 말았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뤼슈란은 당연히 크게 화를 냈고, 어린 딸은 문 밖에서 난리를 치는 린젠성 때문에 겁을 먹고 빽빽 울어댔다. 뤼후이메이는 린젠성이 가고 난 뒤 조카 정융안을 7층의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동생 부부가 냉정을 되찾을 때까지 자리를 피해준 것이다. 말하자면 뤼후이메이와 정융안은 운이 좋았다. 7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시체 네 구와 다섯 목숨 관련된 일가족 몰살사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음 날 아침 뤼후이메이는 조카딸을 데리고 여동생 집으로 돌아갔다가 살인사건 최초 발견자가 되었다.
--- p.20

“하지만 그거 알아요? [The Man Who Sold the World]의 가사는 무척 재미있어요. 인터넷에서 읽은 건데, 이 곡의 가사가 현대사회의 붕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대요. 가사 속 주인공이 또 다른 자신을 만나는 상황을 추상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거지요. 독일어 단어 중에 도플갱어(Doppelganger)가 있는데…….”
아친이 막힘없이 데이비드 보위의 곡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았지만, 나는 제대로 듣지 않았다. 사실 나는 아친이 말하는 것처럼 시간터널을 넘어 6년 후에 도착한 것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인간이 시간의 속박을 넘어 과거를 바꿀 수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그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이 1973년으로 돌아가서 젊은 시절의 부모와 아직 아기였던 자신을 만났듯이…….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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