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고 있다. 친구랑 노는 것처럼 재미있고, 생각이 자라는 데 도움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지은 책으로는 『와글와글 할 말 많은 세계사 2』, 『사회랑 놀자-욕심쟁이 영감이 웬일이래』, 『인물로 읽는 한국사-근현대』, 『코칭 동화-이것은 무엇일까요?』,『떴다! 지식탐험대-민속』, 『떴다! 지식탐험대-인성』, 『엄마, 수학 공부 꼭 해야 돼?!』 등이 있다.
그림 : 안경희
그림 그리는 것이 가장 즐거운 그림장이다. 따뜻하고 유쾌한 그림으로, 보는 사람까지 즐거워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꿈이다. 그린 책으로는 『동화로 읽는 2학년 땅 짚고 한자』, 『물리야 물리야, 나 좀 도와줘』, 『커서 뭐가 될래?』, 『선생님은 너를 사랑해, 왜냐하면』 등이 있다.
"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더니…… 이거야?" 식탁에는 쇠고기를 우려낸 국물로 만든 베트남식 쌀국수 '퍼보'가 놓여 있었다. 사실 한국의 여느 집에서라면 쌀국수는 특별한 요리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민이네 집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일주일에 너덧 번도 넘게 먹는 음식, 말하자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처럼 흔히 먹는 음식이었다. (중략) 베트남으로 일하러 간 아빠는 그곳 회사에서 한국어 통역 일을 하는 엄마를 만나 결혼했다. 민이는 베트남에서 다섯 살 때까지 살다가 부모님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 11년 동안 약 절반은 베트남에서, 나머지 반은 한국에서 보낸 셈이다. 민이네 식탁에 베트남 음식이 자주 오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민이네 가족은 늦은 저녁을 먹은 뒤에도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었다.
"야, 너 베트남 사람이라며?" 2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현우가 느닷없이 민이에게 물었다. 현우의 말에 와글와글 떠들던 반 아이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이들의 눈은 일제히 민이를 향했다. "아니. 난 한국 사람이야. 엄마가 베트남에서 태어나셨지. 하지만 귀화해서 한국 사람이 되셨어. 우리 아빠는 한국에서 태어나셨고." 민이는 차분하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민이에게는 꽤 익숙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아하.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구나." "아니. 엄마도 이젠 대한민국 국적을 받아서 한국 사람이 되셨다니까." 민이는 다시 한 번 야무지게 현우의 말을 바로잡았다. 그러나 현우는 민이의 말을 제대로 듣는 것 같지 않았다. "음. 김민이 베트남 사람이란 말이지." "야, 나랑 엄마는 한국 사람……." 현우는 민이의 말을 무시하고 휙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반 아이들이 민이 곁으로 몰려들었다.
엄마는 민이를 따뜻한 눈길로 쳐다보며 전에 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민이야, 이 세상 사람은 모두 달라. 그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 하지만 사람들은 때때로 그 당연한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잊어버리기도 해. 그러고는 '다르다'는 걸 '틀린 것', '잘못된 것', '나쁜 것'으로 오해한단다. 너도 그랬잖니. 다르다는 말이 싫다고." "그럼 엄마도 나랑 준호가 아이들과 다르다고 생각해?" "응. 그리고 너랑 준호랑도 다르다고 생각해." "그래. 나랑 준호가 좀 다르기는 해. 준호는 키가 큰데 난 작고, 난 말이 많은데 준호는 말이 별로 없어. 하지만……." 민이는 엄마의 말이 맞는 것도 같고 틀린 것도 같았다. "그럼 엄마, 다르다는 건 나쁜 게 아니라 좋은 거야?" "그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야. 그냥 다른 것일 뿐이지. 눈동자가 까만색이면 좋고, 파란색이면 나쁠까? 한국말은 좋고, 베트남 말은 나쁠까? 한국의 김치는 좋고, 인도의 카레는 나쁠까?" 민이는 '다르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가 갔다. 지금이라면 현우가 "넌 나와 달라!" 하고 말해도 별로 화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민이와 영어 책에 쓰인 대화를 유창하게 주고받았다. 준호의 목소리는 막히지도 떨리지도 않았다. "와!" 아이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준호, 영어 발음이 끝내준다." 영어 시간이 끝나자 아이들은 단박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너 영어를 왜 그렇게 잘하냐?" 아이들의 질문에 준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꾸했다. "인도는 힌디어를 쓰지만 영어도 써." "오! 그래?" "준호야, 넌 영어를 잘해서 좋겠다. 난 영어 때문에 완전 골치 아픈데."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의 주인공, 지대한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렇게 밝기만 한 아이들에게 다른 피부색이며 부모의 출신 나라가 그리 중요할까? 부모가 외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차별과 왕따를 당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문화 2세라는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며 친구관계를 맺는다. 이 책이 다문화 친구를 둔 한국 아이들에게 글로벌한 시각을 갖게 하는 동시에,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할 것이란 기대감을 가져본다. 김해성 (목사,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쑥쑥 자라 학교에 가게 되었다. 이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과연 어떠할까? 아직 어린아이들이니 다 함께 격의 없이 잘 어울릴까? 하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다문화 가정 아이를 보면, 다른 아이들의 마음도 많이 닫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학교에 간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야말로 훨씬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용기와 자존감을 갖고 더 즐겁고 당당하게 학교생활을 하길 바란다. 손현주 (연기자, 장애인청소년 사회문화센터 에반젤리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