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8년 03월 28일 |
---|---|
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336g | 140*198*20mm |
ISBN13 | 9788991931381 |
ISBN10 | 8991931383 |
발행일 | 2008년 03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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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8쪽 | 336g | 140*198*20mm |
ISBN13 | 9788991931381 |
ISBN10 | 8991931383 |
제1화 외잎 갈대 제2화 배웅하는 등롱 제3화 두고 가 해자 제4화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 제5화 축제 음악 제6화 발 씻는 저택 제7화 꺼지지 않는 사방등 옮긴이의 말 편집자 노트 |
미야베 미유키,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 중 '헤이시로와 유미노스케'의 활약이 돋보이는 '얼간이-하루살이-진상'을 차례대로 만나보고는 그 이야기에 흠뻑 빠져 에도 시리즈라 할 수 있는 소설은 다 꼭 한번쯤 만나보고 싶었다. 헌데 단편을 엮었다해도 방대한 분량의 책들이 많아 좀처럼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 이야기는 여타 다른 책들에 비해 분량도 작고 그 전부터 궁금했던 소설이기에 먼저 만나보게 되었다.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일본의 혼조라는 지역에는 '일곱가지 불가사의'가 있다고 한다. 각 단편의 제목이기도 한데 차례로 언급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외잎 갈대
2. 배웅하는 등롱
3. 두고 가 해자
4. 잎이 지지 않는 모밀잣밤나무
5. 축제 음악
6. 발 씻는 저택
7. 꺼지지 않는 사방등
대개의 이야기는 혼조 일대의 어느 가게를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지며 그걸 혼조 일대를 담당하고 있는 수사관(=오캇피키, 하급 관리 밑에서 범인의 수색, 체포를 맡았던 사람 p10)이라고 할 수 있는 '에코인의 모시치'가 해결해나간다. 하지만 그는 전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단 도움을 주는 역할에 가깝고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 흘러가는데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한편, 으스스한 소름이 느껴져 살짝 무서우나 뒷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지는 나머지 술술 잘 읽혔는데 등장하는 인물도 그렇고 일곱가지 불가사의와 관련해 하나같이 안타깝고 애잔하지 않은 사연이 없었다.
"외잎 갈대네."
오소노가 문득 중얼거렸다.
"신기하네요. 어째서일까?"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마음에만 남아 있는 추억을 나타내듯이, 한 쪽에만 잎이 나는 ㅡ.
"모르기 때문에 좋은지도 모르지요." p43~44
한 사람은 돌아서서 잊어버린다해도 또다른 한 사람은 꽤 오랫동안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때 그 일을... 너무나도 소중히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
일본의 에도 시대의 이야기는 역사서를 읽어도 단편적인 것들만 알 뿐 잘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고 어떤 부분은 좀처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소설 역시 그랬다. 하지만 역자가 꼼꼼하게 달아놓은 주석 덕분에 어느 정도는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다. 거기다 등장인물도 꽤 많은 편이라 이번 소설은 줄거리도 생략하고 리뷰도 건너뛸까 했었는데 그들의 안타깝고 애잔한 마음은 기억해두고 싶어 끄적여보았다.
이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를 읽으며 불가사의는 불가사의일뿐 어쩌면 이 불가사의도 사람이,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은데 혹 사람의 마음을, 그 숨겨진 이면을 엿보고 싶다면 한번쯤 만나봐도 좋겠다.
2019년 독서 목표인 ‘미야베 월드 2막 완전정복’의 네 번째 작품입니다.
앞선 3작품(‘말하는 검’, ‘흔들리는 바위’, ‘미인’)이 신비한 능력의 소녀 오하쓰 시리즈였다면
이 작품은 혼조 일대를 담당하는 오캇피키인 모시치가 주인공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오하쓰 시리즈와는 달리 모시치는 적극적인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매 작품마다 ‘설명역’ 또는 ‘차분한 조연’ 정도로만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 출간일 기준으로는 이 작품이 ‘미야베 월드 2막’의 첫 작품입니다.)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돼있는데,
현재 도쿄 스미다 구에 해당하는 혼조 일대에 떠돌던 일곱 가지 불가사의를 소재로
무척이나 애잔하고 가슴 아픈 사연들을 미스터리와 함께 녹여내고 있습니다.
미스터리 자체도 그다지 긴박하거나 대단한 반전을 지니지 않았고,
주인공 모시치 역시 (능력자인 건 분명하지만) 그 캐릭터가 예리한 명탐정보다는
마음씨 좋고 정의로운 이웃집 아저씨에 가깝습니다.
그래서인지 매 작품마다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관심은 (후기에 실린 편집자의 말대로)
미스터리보다는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사연과 안부에 더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적 먹을 것을 적선해줬던 생명의 은인에 대한 흠모와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는 남자,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뒤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는 아내,
너무나도 아름다운 새어머니를 흠모했지만 그녀의 과거와 비밀을 알게 된 후 충격에 빠진 딸,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깊은 나머지 집착과 의심에 이르지만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되는 처녀,
어린 딸을 잃은 뒤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기며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온 부부 등
남녀노소는 물론 빈부의 격차와 상관없이 각자의 지난한 사연들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거기에 미스터리와 판타지(혼조의 일곱 가지 불가사의)가 끼어들면서
각자의 오랜 사연들은 더 절절하고 애틋하게 현실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홀로 밤길을 떠다니는 등롱, 지나는 어부에게 말을 거는 해자, 꺼지지 않는 사방등,
연주자 없이 밤새 울리는 축제 음악 등 모두 일곱 개의 불가사의가 등장하는데,
대단하거나 기괴하진 않아도 이야기 규모에 알맞은 소소한 판타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야베 월드 2막’의 전반적인 느낌이 높은 수위의 미스터리와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즈의 포문을 연 이 작품의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하고 애잔한 편에 가까운데,
그런 탓에 독자에 따라 좀 간이 덜 된 심심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사랑, 흠모, 집착, 증오, 회한 등 다양한 감정과 사연들이
소소한 미스터리와 판타지 속에 잘 녹아 있는데다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기지를 발휘하는 오캇피키 모시치의 캐릭터 덕분에
안 그래도 짧은 단편들이 더 짧고 속도감 있게 읽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작품으로 ‘미야베 월드 2막’을 처음 접한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매력적인 시리즈를 성급하게 예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작품마다 편차는 있지만 에도 시대의 미스터리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그려진,
즉 미미 여사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작품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 경우, 다시 읽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미야베 월드 2막’ 중에도 나름 고유한 미덕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