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악마 신부 세르게이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저레프 톨스토이
관심작가 알림신청Lev Nikolayevich Tolstoy,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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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이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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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생각한 것은 그로 인해 생길 자리 이동과 승진이 전부는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 그들 역시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그들 모두 생각하거나 느낀 건 이런 거였다. ‘아, 그는 죽었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 있어!’ 하지만 이반 일리치와 비교적 가까웠던 이른바 친구라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장례식에 참석해 미망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는 아주 성가신 일이 남았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중에서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다 하면서 살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그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가 바로 다음 순간 삶과 죽음의 모든 수수께끼를 풀 단 하나의 해답을 마치 절대 있을 수 없는 것인 양 머릿속에서 몰아냈다. ‘지금 네가 원하는 건 대체 뭐지? 사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인가? 교도관이 ‘재판이 시작됩니다!’라고 외치는 법정에서의 삶이 네가 원하는 삶인가?’ 재판이 시작된다, 재판이 시작된다, 이반 일리치는 이 말을 입 속으로 되뇌어보았다. ‘그래, 재판이 시작되었어! 그리고 난 아무 죄가 없어!’ 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중에서 예브게니는 생각했다. ‘그저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뿐이야. 그래, 이건 옳지 못한 일이고, 입 밖에 내서 말하지 않는다 해도 다들, 아니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거야. 스테파니다와 같이 다니던 여자도 알고 있잖아. 알고 있으니 보나 마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얘기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뭘 어쩌겠어? 내가 추악한 짓을 하고 있다 한들, 뭘 어쩌겠어? 어쨌거나 오래가진 않을 거잖아.’ ---「악마」중에서 ‘저 여자가 나갔으니 이제 스테파니다가 들어오겠군. 혼자서 말이야.’ 예브게니 마음속에 있는 누군가가 불쑥 이런 생각을 했다. ‘맙소사!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대체 뭘 하자는 거야?’ 예브게니는 장화를 움켜쥐고 도망치듯 복도로 뛰어나와 장화를 갈아 신은 뒤 옷을 털어내고 테라스로 갔다. 테라스에서는 두 어머니가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바로 그때 리자도 다른 문을 통해 테라스로 들어온 걸로 보아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아, 세상에! 나를 이토록 정직하고 순결하고 결백하다고 믿는 아내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예브게니는 이런 생각을 했다. 리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환한 얼굴로 남편을 맞았다. 하지만 예브게니의 눈에는 아내가 그날따라 유독 창백하고 얼굴빛이 누런 데다 길쭉하고 힘이 없어 보였다. ---「악마」중에서 그녀는 그가 수도사가 된 것이 자신에게 우월감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보다 높은 위치에 서고 싶어서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그를 정확하게 이해했다. 수도사가 됨으로써 그는 군복무 시절 자신과 다른 모든 이가 그처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보여주었으며, 예전에는 부러워했던 사람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하지만 누이 바르바라의 생각처럼 이런 감정만이 그를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그의 내면에는 바르바라가 알지 못하는 다른 감정, 즉 진실한 신앙심도 있었다. 이 신앙심이 자존심 그리고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망과 서로 얽혀 그를 움직인 것이다. 천사라고 믿었던 약혼녀 메리에 대한 환멸과 모욕감이 너무도 커서 그는 절망에 이르렀다. 이 절망에서 그가 향한 곳은 어디였을까? ---「신부 세르게이」중에서 |
◆ 피터 박스올,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의 책
“어쩌면 나는 내가 살았어야 하는 방식으로 살아오지 않은 것일지도 몰라” 대문호 톨스토이가 노년에 이르러 깨달은 삶과 죽음의 진실한 의미를 담고 있는 책! 세계적 문호이자 대사상가인 톨스토이가 평생에 걸쳐 삶과 죽음, 사랑과 고통, 선과 악이라는 문제에 천착하고 이를 녹여낸 작품인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문예 세계문학선 122권으로 출간된다. 이 책은 영어 책을 재번역한 것이 아닌, 러시아 원전을 직접 번역한 것으로 원작의 의미를 더욱 충실히 전달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 책에 실린 세 작품에는 톨스토이의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그의 중단편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 소설로, 현대적 죽음의 의식을 본격적으로 파고 든 작품이다. 죽음 앞에 서 있는 자의 두려움, 혼란, 좌절을 생생하게 표현하면서 삶의 궁극적인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탐구했다. <악마>는 톨스토이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성적 욕망이 강해질수록 금욕주의와 청교도적 삶을 강조한 그의 의식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신부(神父) 세르게이>는 진리와 종교, 도덕적 자기완성에 대한 주제를 다룬 이야기로, 그의 후반부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톨스토이주의’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톨스토이의 삶과 인생관이 투영된 작품 톨스토이는 세 살 때 어머니를, 열 살 때는 아버지를 잃었다. 서른다섯 살 때는 사랑하는 큰형을 하늘로 떠나보냈으며, 쉰여덟 살 때에는 그 자신이 마차에 치어 죽음 직전까지 갔다. 이런 경험들은 톨스토이를 자연스레 죽음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는 죽음이 주는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종교와 철학 공부에 몰두했고, 그렇게 찾게 된 생각들을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담았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죽음의 문턱에서 느낄 수 있는 두려움, 분노, 고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무의미하고 허무한 삶의 끝에 서 있는 자의 고뇌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악마>는 톨스토이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결혼 전 톨스토이는 농부의 아내인 악시냐 바지키나와 사랑에 빠졌다. 소피아를 아내로 맞고 난 뒤 톨스토이는 속죄의 의미로 어린 아내에게 악시냐 바지키나와의 일이 적힌 자신의 일기를 읽게 했고, 아내는 두 사람의 관계를 몹시 질투하며 괴로워했다. 이 모든 경험이 소설 <악마>에서 줄거리의 기초를 이룬다. 때문에 <악마>에서는 평생을 욕망과 금욕주의, 그리고 청교도적 삶 사이에서 갈등한 그의 의식 세계가 담겨 있다. <신부 세르게이>에서는 신부가 되어 평생을 자기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세르게이의 모습에서 톨스토이를 볼 수 있다. 톨스토이는 예민하고 불안한 감정들 속에서도 종교적으로 완전한 자아의 완성을 이루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신부 세르게이>는 이런 그의 후기 작품의 특징인 ‘톨스토이주의’ 가 잘 나타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독자들은 이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작품에 투영시킨 예술가이자 사상가로서 삶과 죽음, 욕망과 종교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자 노력한 톨스토이의 세 작품을 통해 그의 후기 작품 세계와 인생관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