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이렇게 보시다시피 부평초마냥 정처 없이 돌며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까요, 당연히 여기저기 떠돌면 무서운 이야기나 기이한 소문도 이래저래 듣지요.
네? 내가 무엇으로 밥벌이를 하냐고요?
보다시피 인형사, 산묘회지요.
산묘라. 참, 산묘는 사람을 홀린답니다. 알고들 계시려나? 예, 족제비, 오소리, 여우에 너구리. 인간을 홀리는 짐승은 많고도 많지만요, 산묘도 홀린답니다.
거짓말이라고요? 천만의 말씀. 기르는 괭이도 홀리는걸요. 그 왜, 괭이는 기르기 시작할 때 기한을 말하지 않으면 해코지를 한다든가, 나이를 먹으면 둔갑을 한다지 않습니까?
그래, 네코마타라고 하던가요.
나도요, 예, 에도에 있던 시절에요, 신나이 스승님을 따라서 어린 삼색괭이를 길렀지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이라 삐이 삐이, 생쥐처럼 울어대더군요. 나도 요런 것이 무슨 둔갑을 하겠냐고 생각했지요.
그래도 왠지 좀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고 녀석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삼 년만 있으렴, 그리 말을 했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은 금세 잊어버렸지요. 어느 날 느닷없이 고것이, 예,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마루 밑부터 천장 위까지 찾아봤지만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도무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게 바로…… 그거지요.
그때가 마침 삼 년 되던 날이었던 겁니다.
으스스하다고요? 예에, 암요, 그렇고말고요. 나도 그때는 아주 오싹했지요. 그처럼 괭이란 녀석은 사람을 홀린다니까요.
왜, 시신이 나왔을 때 옷을 뒤집어 입히고 이불 위에 빗자루며 국자를 올려두고 머리맡에는 식칼 같은 걸 두잖아요. 그게 바로 마물 괭이를 막는 방법인 거지요. 예에, 병풍을 거꾸로 세워두는 것도 바로 그거고요. 다 괭이가 죽은 이 곁에 얼씬하지 못하도록 그렇게 하는 거예요. 모르고 계셨나요, 오라버니? 저기 계신 스님은 알고 계실걸요. 예에, 암요. 어머나, 스님은 고양이를 싫어하시나?
네? 왜냐고요? 어째서 괭이가 시신 옆으로 오면 안 되냐, 오라버니는 그렇게 말씀하고 싶은 건가요? 그야 괭이가 시신에 못된 짓을 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렇지요, 스님? 괭이의 혼이 말이죠, 스윽, 하고 빠져나가 시신의 몸속으로 들어가거든요. 괭이의 혼이 들어가면 게으름뱅이도 부지런히 일을 한다잖아요. 죽은 이도 움직이기 시작한다고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벌떡 일어나 쿵덕쿵덕 춤을 추거나……. 뭐, 저도 본 것은 아니지만요, 예에. 예? 어머나, 거기 어행사 분은 본 적이 있으신지? 정말로요?
그것 보셔요, 오라버니. 저기, 어행사 나리, 시신은 역시 움직이던가요? 발이 비어져 나와요? 관에서? 추욱 늘어진 발이? 어머나, 무서워라. 으스스해요.
어머나, 세상에. 처음부터 꺼림칙한 이야기를 하고 말았네요.
예,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말이죠, 내가 실제로 보고들은 일이니까 손톱만한 거짓도 하나 없는, 아주 진실한 이야기랍니다.
그게 벌써 이래저래 한 십 년은 된 이야기일까요.
나는 아직 젖내나 나던 계집애였는데, 열셋 남짓이었을 거예요.
나한테는 두 살 터울인 언니가 있었지요.
리쿠라는 이름이었는데, 정말이지 인물이 고왔어요.
동생인 제가 이리 말하는 것도 쑥스럽지만요.
살결이 희면 일곱 가지 결점이 가려진다고들 하지만, 정말로 새하얀 살결이었지요. 음식을 먹으면 목에 고스란히 비쳐 보일 정도……라고 하면야 당연히 과장이지만요. 예? 나도 그렇다고요? 어머나, 세상에. 언니는 나처럼 되다 만 미인이 아니었답니다. 청초한 용모라 고을 안에 이만한 미인이 없을 거라고 소문이 자자했거든요. 동생인 나에게도 일단 자랑거리였고, 좀 더 자라면 나도 언니처럼 될 거야, 그리 생각하고 있었지요. 뭐, 결국 요 모양으로 낙착되고 말았지만 말이죠.
예? 예. 동경했었답니다, 나는. 언니를.
그런 언니가요, 시집을 가게 되었어요.
음, 그 이야기가 정해졌던 때가 한여름 무렵이었나.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