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6년 05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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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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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0.84MB ? |
ISBN13 | 9788956603681 |
KC인증 |
발행일 | 2016년 05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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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0.84MB ? |
ISBN13 | 97889566036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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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어둠 속의 부름 2부 나는 누구일까 3부 포식자 4부 종의 기원 에필로그 작가의 말 |
# 작가의 다른 작품 7년의 밤28
내 심장을 쏴라
이별보다 슬픈 약속
열한 살 정은이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향
# 읽고 나서.
인간은 본래 선한가 악한가. 나야 같은 종으로 당연히 선하다고 믿고 싶지만 인류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아 하면 악한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수도 없이 올라오는 범죄 뉴스만 봐도 그렇고, 눈앞에서 사탕을 빼앗으려고 하는 아이를 봐도 그렇다. 살아남기 위해 욕심이라도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악해질 수밖에 없는 건 생태계에서 가장 높은 먹이사슬에 있는 인간의 위치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이게 마음으로도 이해가 되나. 내 가족이, 내 아이가 만약 '악인'이라고 낙인이라도 찍혀지면 그걸 이해할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유진이는 포식자야.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프레데터.”
유진은 피로 흠뻑 젖은 옷이 딱딱하게 굳어진 채로 잠에서 깨어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할 수 없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어머니의 시체가 보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주변 상황을 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보려 하지만 모든 증거는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 본인이 엄마를 아무리 싫어했기로서니 목을 그어 어머니를 살해할 정도였던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내 머리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패이기도 하다. 어젯밤 나는 멀쩡한 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고, 해결책으로 망각을 택했으며, 내 자신에게 속아 바보짓을 하며 하루를 보낸 셈이었다.
어떤 생각 하나가 퍼뜩 머리를 스쳤다. 하나에 몰두하느라 간과해버린 또 다른 하나. 내 기억은 완전히 살아난 게 아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분명하게 드러났으나 ‘왜’는 여전히 장막 뒤에 숨어 있었다. 가까스로 기억해낸 개 같은 진실이 그나마 반쪽짜리였던 셈이다.
그는 가지고 있는 퍼즐 조각을 열심히 짜 맞춘다. 짜 맞추는 과정에서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머니가 나에게 하려던 말은 무슨 의미였던지. 나를 그리도 싫어했었던가.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우선 처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노트를 읽으며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며 기억을 더듬는다.
인간이 늘 ‘정답’을 선택하지 않는 건 그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의 눈금을 조금 낮추자 간단한 해결법이 보였다.
평범한 인간은 시간당 평균 열여덟 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솔직’에 취약점이 있는 나는 평균보다 수치가 좀 높을 것이다. 수치의 우위만큼 솜씨도 능란하다. 마음만 먹으면 이야기는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유진은 확실히 동물과 같은, 포식자 같은 단순한 사고를 한다. 물론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쪽에 속하지만, 도덕, 관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가장 쉬운 살아남기 결정을 내릴 줄 안다. 기존에 생각했던 사이코패스처럼 감정이 없는 것은 또 아닌듯하다. 희열을 느끼고, 짜증을 느낀다. 단지 타인의 감정을 고려한다기 보다 눈치껏 이용하는 사람이다. 성인의 유진은 확실히 누가 봐도 무서워할 사이코패스 악인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계속 '만약'이 떠올랐다. 끔찍한 사건이 사고였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어느 어머니나 물론 그랬겠지만 그 사건이 없었다면 평범한 인간으로 기능하고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약을 먹고 무언가를 누르면서 오히려 본성이 더 살아난 것은 아닐까 하는.
절반은 타고나고, 절반은 의도치 않게 만들어진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론 어머니의 입장에서, 그녀의 마음과 고통은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어머니가 이걸 감당할 수 있을지.
<7년의 밤>을 읽고 정말 놀랬던 정유정 작가. <28>은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많이 실망을 했었더랬다. 걱정반 기대반으로 읽었는데 재미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7년의 밤>을 읽었을 때의 그 감동은 없었지만. 누가 어떻게 라기보다는 어떻게 왜에 더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들, 매력적이다. 인간의 악을 접하는 건 매번 어려운 일이지만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3월을 기준으로 한달에 한번은 꼭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실패할 확률이 좀 크긴 하지만
평소에 책을 종종 읽는 편이었지만 기록은 하지 않았는데 이번부터 기록을 좀 해보려고 한다
글을 몇명이나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스포가 아주 많아요 ..^^
첫번째 책은 정유정 작가님의 『종의 기원』
사실 다윈의 『종의 기원』 에 관심이 있어서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알게된 책이다
거의 실수로 산 책이었는데 흥미로워서 끝까지 무사히 읽은 책이다.
등장인물로는 주인공 유진, 죽은 형 유민, 유민과 똑닮아 유진의 어머니가 입양한 해진,
유진의 이모가 등장한다.
소설의 시작은 유진의 살인으로 시작한다. 피비린내를 맡고 눈을 뜬 유진의 눈에 보인 것은
피투성이가 된 방과 어머니였다. 유진은 발작 때문에 약을 복용하며 살아왔고 발작할 때 그는
피비린내를 맡게 되고 발작이 끝났을 땐 발작이 일어났던 순간의 기억을 잃는다.
유진이 복용하는 약은 유진의 힘을 억제하는 억제제와 같은 용도이다.
유진은 자신에게 이롭냐, 해롭냐 이 두 선택지를 통해서만 움직이는 사이코패스 중에도 최상위인
프레데터 즉, 포식자였다. 이를 알아본 정신병원 의사인 이모는 유진의 어머니에게 당신은 포식자를
낳았다며 약과 철저한 규칙 안에서 유진을 기르기를 권유하지만 약으로 인해 수영을 포기해야 하는
유진이 안쓰러웠기에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발작이 일어나는 순간 제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
유진 때문에 이모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유진이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단서를 수집하면서 어머니의 일기장을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영을 포기하고 엄마의 철저한 감시하에 살게하도록 이야기 한 사람이 이모였다는 사실과
이모의 말대로 행동한 어머니에게 유진은 분노함과 동시에 하나 둘 기억을찾게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알고 싶었던 것이 딱 두 개 있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전개, 위기 부분까지는
왜 이 책의 제목이 『종의 기원』인가와 작가의 의도는 대체 무엇인가가 너무 궁금해서 책 내용이 지루했을지라도 이 두개의 의문 때문에 끝까지 읽을 수 있을만큼 궁금했다.
종의 기원하면 떠오르는 것은 자연선택, 생물의 진화일 것이고 다들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설을 핀 순간에는 누가봐도 추리, 미스터리, 범죄가 장르인 소설이며 자연선택과 생물의 진화와 같은 생물에 관한 생각은 일절 나지 않아 왜 제목이 『종의기원』 인지가 정말 궁금했다.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던 까닭은 포식자, 프레데터, 사이코페스인 세상에 둘도 없을 것 같은 악인의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었던 추리소설의 화자는 대부분 작가거나 형사거나 범인의 주변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악인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잘 보였으며 여기서 깨닫는 교훈과 작가가 인간의 어떤 점을 비판하고 싶었는가가 잘 보였다. 하지만 『종의기원』 에서는 유진 즉, 범인의 시점으로 전개되고 범인은 일절의 죄책감은 커녕 분노하며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 하는 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서평을 찾아보았을때 이런 점이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존재하였다) 또한 범인은 처벌조차 받지 않은 채 오픈엔딩으로 소설이 마무리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과연 독자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평소엔 작가의 말이나 서론은 잘 읽지 않는데 꼼꼼하게 읽었다. ㅋㅋㅋ
소설의 제목이 왜 『종의 기원』인가
출처 입력
인류가 받은 저주 중의 하나가, 어떤 상황에도 적응한다는 거래.
-p.326
다윈의 가르침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죽거나, 적응하거나.
-p293
인간은 악하게 태어난 것도, 선하게 태어난 것도 아니다. 인간은 생존하도록 태어났다.
-작가의 말
세문장을 읽었을때 의문의 답을 찾은 느낌을 받았다.
답을 찾았다고 이야기 하지 않고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 한 이유는 내 해석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ㅎㅎ..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 ^^
나는 범죄자를 볼 때 경멸하는 것은 맞지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되었는가’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럴때마다 피해자에 대한 죄송함이 많이들고 내가 왜이러나 싶다)
소설 속 유진은 명백한 악인(惡人)이 맞으나 제목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자면 적응과 관련되어있는 게 아닐까?
적응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적응(adaptation)이란 생명체가 '자연선택이라는 진화의 과정을 통하여 특정 환경에서 잘 살아가게 된 모습'을 의미한다. 이 정의에서 키워드는 '자연선택이라는 진화의 과정을 통하여' 라는 말에 있다. 생물학적, 진화적 의미에서의 ‘적응’이란 다시 말하자면 '자연선택의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적응 [adaptation] (생화학백과)
유진을 보았을때 적응과 집단선택설의 모순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자기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희생할 수 있는 개체들로 구성된 종 내지는 종 내 개체군과 같은 집단은 각 개체가 자기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다른 경쟁자 집단보다 결멸의 위험이 적을지도 모른다」 즉, 자신보다 집단을 우선시 하는 개체로 구성된 개체군일 수록 생존하기 쉽다는 집단 선택설에 모순이 있다고 주장한다.
도킨스의 주장은 헌신하는 형질이 아닌 본능대로 이기적이게 행동하는 개체가 있다면 그 개체는 헌신만 하다 죽게 되는 이타적인 개체들보다 후손을 쉽게 만들 것일 뿐더러 이타적인 개체들이 모여있는 개체군 사이에 한 개체라도 이기적인 개체가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이기적인 개체를 제외한 이타적인 개체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진은 이런 개체들처럼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 아닌지, 사실 유진의 비윤리적인 태도들이 인간의 본모습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진은 사람을 죽일때 희열을 느끼는 천성을 갖고 태어났다. 다시 도킨스의 『이기적유전자』를 거론해서 이야기 해보면 『이기적유전자』에서는 '행복'은 '생존의 기회'로 정의된다고 한다. 유진의 생존의 기회란 살인이었으며 유진은 생존을 위해 살인에 적응하게 되었고 사회적으로 악인이 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에 책 제목이 종의기원이 아닐까.. 조심히 추측한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출처 입력
책을 편 독자들에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여정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는 하나 이야기 자체로서, 혹은 예방주사를 맞는다는 기분으로 부디 즐겨주었으면 감사하겠다.
광주에서 정유정
p.347
작가의 말을 읽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인 『모노노케 히메』는 사람의 팔과 머리가 잘리고 동물이 썩는 등 어린 관객이 보기에는 조금 잔인하고 어둡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인데 영화 등급은 전체 관람가이고 심지어 미야자키 하야오는 진정으로 어린이에게 보내는 영화라고 이야기 한다.이에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잔인한 영화가 아니냐? 라는 질문을 받자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고 밝게 살 것을 권장하는 많은 영화를 만들어왔지만 그 응원은 충분하지 않다고 대답한다. 꿈에 세계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야자키 하야오는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아이들의 성장을 응원한다고 대답하였다.
정유정 작가님도 이런 의도가 아니었을까?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이야기는 아니었으며 어쩌면 우리가 계속 외면해왔을 인간의 악한면을 과감하게 보여주면서 독자들의 성장을 응원하는 마음에 이 소설을 독자에게 선물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마음에 들었던 구절..^^
출처 입력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한쪽 눈을 감아줄 때도 있겠지만 그건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불시에 형을 집행하듯. 운명이 내게 자객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것도 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p.123
네가 떠밀면 너도 떠밀리는 게 세상 이치야. 떠밀지 않고 떠밀리지 않는 게 정답이다.
p.111
도덕이란, 말이 되는 그림을 그려 보이는 것이다.
p.128
마지막 말이 가장 와닿고 생각이 많아지는 말이었다.
도덕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이 지켜야할 도리 또는 바람직한 행동 기준이다. 가장 객관적이어야 하는 정의 조차 주관적인 단어이다. 사람은 지금까지 교육받았거나 자란 환경에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각자의 도덕을 만들어 나가면서 살아간다. 이것이 그림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토끼 그림으로 예를 들면 여러명의 사람에게 토끼를 그려보라고 하였을때 누군가는 큰 귀에, 누군가는 수염을 강조해 그린다. 또한 누군가는 분홍색으로 누군가는 희게 칠한다. 사람들은 각자 유심히 관찰해왔던 경험을 토대로 모두 다른 모양의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모두 대중적으로 토끼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 완성된다. 이것이 도덕과 닮았다. 때문에 도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란 ‘말이 되는 그림을 그려 보이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범인이 주인공이었던 점과 어머니의 일기가 담겨있다는 점이었다.
범인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범인에게 향하는 비난이나 비판이 거의 없이 읽다 보니까 내가 더욱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며 어머니의 일기를 주인공과 같이 읽으면서 생각을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었을때 무섭다, 거부감이 들어 꾸준히 읽기를 실패했다는 반응이 꽤 있었는데 무섭진 않았지만 리얼하게 표현한 것과 도덕성과 완전히 벗어난 주인공의 행동과 생각에 대한 거부감이 나를 더 몰입하게 도와줬던 것 같아 만족스러웠던 책이다...!!
여담으로 다음 책으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다가 고등학생때부터 읽고 싶었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다음 책으로 선택했는데 앞서 인용했듯이 종의기원에 대한 내 생각을 다양하게 펼치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공통분모가 있어서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당 ㅎㅎㅎ
이 책에 대한 감상은 뭐랄까, 그동안 어디선가 보았거나 읽으면서 품게 된 ‘악의 모호성과 진실’이다. 여러 곳에서 가져온 내용을 잘 짜깁기한 느낌도 없지 않다. 읽는 내내 두 작품,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맴돌았다. 기괴한 속도감과 긴장감마저 내 안의 ‘악’인 양, 마주하기 싫은 진실처럼 느껴진다. 들통난 거짓이 송곳에 찔려 벌받는 기분이 들었달까.
“행복한 이야기는 대부분 진실이 아니에요.”(533쪽)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의도적으로 피해 오다 오래전 영화 [7년의 밤]을 보게 됐다. [내 심장을 쏴라]의 작가가 맞나? 일순간 나는 전작의 원작이 궁금해졌다. 그럼에도 일독을 계획하진 않았다. 무심결 검색에 얻어걸려 읽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인간은 이 지상의 생명체 중 자기 욕망에 대해 가장 참을성이 없는 종이었다.”(441쪽)
소설 중반도 못 가 나는 화자인 ‘한유진’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가 처한 상황에서라면 그의 변명과 거짓은 정당한 것이라고. 두 여자, 어머니와 이모가 그를 망쳤다고. 잠재된 악을 일찍이 알아보고 대처하기 위한 그들의 처방이 잘못이었다고. 내가 유진이라면? 다른 이(가족이든 누구든)의 메모(일기)를 통해 나의 ‘악’을 들켜버린 것도 모자라 나를 무슨 사탄이나 악귀 같은 존재로 여기고 있음을 내내 숨기면서 날 조종/감시하고 억압해 왔다면?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에 출연해 이 책을 소개했던 강사(인지심리학자 김경일)에 따르면 그렇단다. 묘하게 유진에게 공감하게 된다고.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내 머리가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패이기도 하다.”(333쪽)
살면서 한두 번쯤 죽이고 싶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을 질투한 직장 동료들의 합동 계략으로 연거푸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 당신도 그렇잖아, 그랬잖아. 그때 죽이고 싶지 않았어? 차라리 내가 죽고 말지, 그렇다고 어떻게 사람을 죽여? 이쯤에서 저자의‘정답’을 끌어와보자. 미적거리며 부러 정답을 찾지 않으려는 심리, 도덕과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한 자책과 죄악을 일반적 대중심리로 엮어 나만 죄인이지 않다는걸, 결국 너희들(인간)도 다 같지 않냐, 그러니 인간이라면 결코 또 다른 인간을 단죄할 권리란 없다.
사이코패스가 된 유진에게 “도덕이란, 말이 되는 그림을 그려 보이는 것이” 된다. 김경일(인지 심리학자) 씨는 ‘말이 되는 그림’을 ‘논리’라고 했다. 바로 이 말을 증명하기 위해 한때 수영 유망주였던 유진은 법을 공부해 변호인이 되려 한다. 로스쿨 합격 통지를 받기도 전에 이미 모친을 살해하고 말았지만. 처음이 어렵지 어느덧 살인에 능숙해진 유진은 네 명을 살해하고 자신이 죽인 형을 살인범으로 위장하는데 성공한다. “누군가를 잃는 게 누군가를 죽이는 것보다 어렵다는걸, 난생처음 경험한” 자는 그렇게 자신이 그토록 의지하고 믿었던 유일한 존재를 스스로 저버린다.
원인 없는 결과 없듯이 소설은 시종일관 유진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한데 문득 드는 생각, 이유 없이 살인하는 경우(사람)야말로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요즘 범죄를 다루는 티브이 방송이 부쩍 많아졌다. 거기서 언급된 (연쇄) 살인자들의 경우만 봐도 다들 이유가 있었다. 정말 무서운 건 ‘이유 없는 살인’이 아닐까.
생각이 많아진다. 이참에 악의 3부작을 다 읽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