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잔인한 동물이에요. 말도 못하게 잔인한 짐승이에요.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어요. 제가 당한 것들을 들으시면 제 말이 맞다는 걸 아실 거예요.” “인간이 잔인한 짐승이라는 데는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에요.” --- p.49
“난 벌써부터 포기했어요. 포기하고 절망해버리니까 차라리 마음 편해요. 이 나라에는 인권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요.” --- p.113
“한국은 지금 미쳐 돌아가고 있어. 정상이 아니란 말이야. 그런 세상인데 네가 말려들어 넘버원 암살을 노린 간첩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다니 그게 말이 돼? 잘 들어. 미쳐 돌아가고 있는 사회에서는 절대 앞에 나서지 말고 쥐새끼처럼 안 보이는 하수구 같은 곳에 숨어 지내야 안전해. 이건 쥐새끼 이론이란 거야. 쥐새끼가 왜 잘 번식하고 잘 사는지 알아? 절대 잘난 체하고 앞에 나서지 않고 숨어 지내기 때문이야. 알아들어?” --- p.134
“말 안 듣는 놈들은 탱크로 확 밀어버려요. 백만 명 정도 없애버려도 이 나라는 끄떡없어요. 인구가 너무 많아서 걱정인데 우물쭈물할 필요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추 실장의 눈에는 살기가 번득이고 있었다. “탱크에 깔려 죽은 그 백만 명 가운데 만일 추 실장 가족이 끼어 있으면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 p.156
계엄령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것은 M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사면초가에 빠진 그는 손에 들어온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계엄령을 발동, 미친개처럼 이빨을 드러낸 채 권력에 도전하는 것은 무엇이나 물어버릴 듯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 p.142~143
“간첩이라는 거…… 믿으면 안 돼. 날조한 거니까.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한 건 맞아. 그놈은 나라를 망치고 있는 독재자니까. 난 비록 쫓기고 있지만 조금도 부끄럽지 않아. 미친개들이 쫓아오면 도망가는 건 당연해. 미친개한테 붙잡혀 찢겨 죽느니 차라리 도망 다니는 게 나아. 붙잡혀 죽는 건 개죽음이나 마찬가지야. 아무 의미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