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부산 유일의 '일제 위안부 역사관' 폐관 위기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다보니
리뷰에 긴 시간이 소요될 듯 하여 차일피일 미루던 임시저장된 포스팅이 생각나더군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 하교시간이 빨라져 엄두를 못내고 있던 터였는데
매일 조금씩이라도 써서 마무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간신히 마무리합니다.
꽃할머니
평화그림책 - 01
권윤덕 글/그림
48쪽 | 434g | 260*250mm
사계절
아이에게, 그것도 아직은 어린 남자아이에게 쉽게 보여주기 어려운 그림책 한권을
그림책 모임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게 되었습니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의 일환으로 '고노담화' 검증선언이 있었고
그에 대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세계의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외교부 장관이 유엔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었죠.
지난 달 프랑스의 앙굴렘 국제 만화전에서는
우리가 전시했던 '지지 않는 꽃 : 내가 증거다' 라는 만화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공감을 했던 반면,
일본에서는 '위안부는 없다' 라며 전시를 방해하거나 한국에 반하는 부스를 기획했다가 철거당하기도 합니다.
이런 세계의 흐름을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과 이야기나눠볼 때
함께 하면 더 좋을 책인듯 하여 리뷰를 남겨봅니다.
네, 이 책은 '위안부'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위안부 피해자이셨던 심달연 할머님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실화 그림책입니다.
권윤덕 선생님 특유의 비단 위에 아교를 칠한 후에 먹으로 선을 뜨고 색을 올리는 방식의
세세한 그림으로 자세히 표현되어 있구요.
할머니는 태평양전쟁 시기인 1940년 무렵 13살의 나이로
일본군에 끌려가 이루 말 못할 고초를 겪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엔 버려진 채 떠돌다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몸과 마음이 망가져 기억을 잃어버린채 수십년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꽃 할머니』는 그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봄나물을 캐던 두 자매.

탱크와 군수물자를 싣고 지나가는 기차 가 멀리 보입니다.
그리고 13살의 나이에 일본군에게 잡혀가게 된 할머니.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요.
일본군의 얼굴을 자세히 표현되어 있지 않습니다.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는 그림이죠.

이동하는 중에는 언니가 함께 있어 마음을 강하게 먹어보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자매는 두렵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언니랑도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국,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모여
2007년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를 주제로 그림책을 함께 만들어보고자 기획했던 시리즈의 첫 권입니다.
주제로 '위안부'를 선정하고 이야기를 엮어나갈 때
우리는 이런 슬픈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런 일들이 있었음을 있는 그대로 군더더기 없이 기록하고 전파하여
'국가적 성폭력' 이라는 방향으로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고자 했던 반면,
일본은 힘든 삶을 겪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희망과 힘을 획득한 한 개인의 삶으로 그려내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전쟁과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향은 동일하였으나
결국 일본에서는 이 책은 출판되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이 과정에 대한 영화가 2012년에 개봉되었었는데,
전 그때 관심을 가지지도 못했었네요.
부끄럽습니다.
유투브에서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보며 한
아이의 엄마로서 많이 바뀌어야겠구나 하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
그리고 싶은 것
The Big Picture, 2012 |
메인 예고편을 가져와봅니다. 한번 보시기를요.
사실 저도 '위안부' 에 대해서는
이전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에서 여주인공이 '정신대'로 끌려가는 장면에서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책 속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 1930년대 중일전쟁 시기부터 1945년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일본 군대에 끌려가 반복하여 강제로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을 말한다.
한국, 중국 등 한자문화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UN 등 국제기구를 포함한 영어권에서는
일본군 '성노예' (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 라 공식 표기한다. "
다시 책 속으로 돌아가볼까요.
작가는 사실적으로 그리고 담담하게 위안부 생활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대 이름, 시간표 그리고 다른 세밀한 주변 풍경들.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슬픔과 함께 소름마저 돋습니다.
작가는 할머니의 증언을 담은 증언록(「언니와 함께 끌려가서」-『강제로 끌려간 조선인 군위안부들 3』 한울,1999)을 토대로 대구에 계신 할머니를 여러 차례 방문, 인터뷰하여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꽃으로 표현되어 흩날리는 꽃잎들.
여자로서 읽는 내내 눈물이 납니다.
그러기에 앞으로 남자아이 밤톨군에게 어떻게 읽어주어야할까 걱정도 듭니다.
아이의 여러가지 "왜" 라는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을지 겁부터 더럭 납니다.
잘못 읽어주게 되면 아래 출판사의 소개글처럼 무조건적으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을 나타내는 경향' 을 보이게 될 것도 우려스럽습니다.
분명 요즘 일본이 보이고 있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고 어이없는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일본 사람들이 나쁜 것은 아니거든요.
분명 작은 움직임이지만 일본에서도 자성의 움직임들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기에 '객관적 사실' 로서의 역사인식과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방향.
그것이 작가가 이 그림책을 그려낸 의도일 것이고
부모로서 제가 바라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룬 그림책
'위안부'문제는 아동문학에서 드물게 다뤄진 적(『봉선화가 필 무렵』 윤정모)이 있으나 그림책으로는 『꽃 할머니』가 처음입니다. 역사문제, 민족문제뿐만 아니라 '성'문제가 결합된 복잡한 사안이어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작품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지요. 그래서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동안 스케치더미(채색작업에 들어가기 전 밑그림)를 12번이나 수정하면서, 어린이와 부모, 교사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들은 책의 내용에 깊이 공감하며서도 어린이에게 그러한 내용을 어떻게 전할까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어린이들을 뜻밖으로 '위안부'할머니들이 겪은 성폭력 피해에 대해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종 결과물로써 이 작품은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 어린이들이 홀로, 또는 교사나 부모의 조언을 받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듬어졌습니다.
진전된 시각과 정제된 슬픔
일제의 식민지배나 양민학살, 일본군 '위안부'와 같은 역사 문제를 접하는 어린이들은 대개 연령이 낮을수록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을 나타내는 경향을 보입니다.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본질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증요의 방향을 잘 잡아주어야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군국주의 국가가 저지른 제도적 성폭력이라는 점이며 그로 인해 인간성이 상실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점을 분명히 해 줄 때 어린이들은 무조건적으로 한 나라와 그 나라 사람들 전체를 증오하는 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양심적 일본인들을 포함한 인류 전체와 함께 그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수 있습니다. 『꽃 할머니』는 바로 그러한 시각으로 '위안부'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꽃할머니를 성폭행하는 군인들이 얼굴이 그려지지 않은 채 제복으로 표현된 것은 그런 까닭입니다. 제도적 성폭력과 말살된 인간성의 은유인 셈이지요. 작가는 그로 하여금 정제된 슬프에 이르고자 했습니다. 그랬을 때, 휘발하지 않는 분노가 본질을 겨냥하는 힘을 얻게 되는 것 아닐까요.
- 출판사 책 소개글 중 발췌. |
지도에 표시해보면 이렇게 많았던 위안부 동원 현황.
중일전쟁 시기부터 태평양전쟁의 종전까지 일본은
여러 피침략 국가의 여성들을 전선으로 끌고 가 강제로 군대 위안부 노릇을 시켰습니다.
이 제도적 성폭력에 희생된 여성은 최소 4만에서 최대 3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과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가 있을까요.

전쟁이 끝난 뒤엔 버려진 채 떠돌다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몸과 마음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기억조차 잃어버리고 수십 년 세월을 보냈습니다.
이후 마치 소설처럼 동생에게 발견되어 지극한 보살핌을 받고 정신을 되찾은 할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의 손자와 함께 대구의 작은 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원예치료를 받으며 배운 꽃누루미(압화 그림 만들기)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내고 계시다가 얼마전 돌아가셨습니다.
이 책은 '평화 그림책' 시리즈의 한권임을 잊지 말아야겠죠.
일제시대 동원된 우리나라의 '위안부' 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만의, 그리고 과거의 문제가 아님을 작가는 다시 이야기합니다.
"전시 성폭력"은 과거나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쟁이 일어났던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 나라,
여러 곳에서 전시 성폭력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여러 나라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죠.
그러기에 그림책 모임에서도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내
작은 움직임이라도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어떤 행동을, 그리고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가. 에 대한 것.
우리(부모)는 객관적인 역사인식을 하고 있는가. 에 대한 생각.
왜 일본의 그들을 바꾸려 분노하고 애쓰는 가에 대한 토론.
그리고 '침략' 의 역사든, '아픔'의 역사든 그것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을때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인가.
'전쟁' 기록의 역사가 아닌 '평화'의 역사를 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
'아는 만큼 느끼는 역사' 에 대하여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관계' 란 무엇인가. 에 대한 생각.
비슷하면서도 꼬리를 무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는 이유지요.
이 책, 아이와 함께 꼭 읽어보시기를요.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부모부터 먼저 읽어보시기를 추천해봅니다.
지식채널e 에서도 '꽃을 사랑하는 심달연' 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답니다.
유투브에서 가져와봅니다.
" 난 이 눌러서 말린 꽃이 죽었다고 생각 안 혀
줄기가 꺾이고 물기가 말라 비틀어졌지만
오히려 색깔이 더 곱고 생화보다 오래가잖아."
또한 위안부 피해자 e 역사관도 사이버상에서 운영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