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7년 05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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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357g | 128*182*18mm |
ISBN13 | 9788997092772 |
ISBN10 | 8997092774 |
발행일 | 2017년 05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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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357g | 128*182*18mm |
ISBN13 | 9788997092772 |
ISBN10 | 8997092774 |
『말의 품격』 서문 말은 나름의 귀소 본능을 지닌다 1강 이청득심(以聽得心)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존중 잘 말하기 위해선 잘 들어야 한다 경청 상대는 당신의 입이 아니라 귀를 원한다 공감 당신의 아픔은 곧 내 아픔 반응 대화의 물길을 돌리는 행동 협상 극단 사이에서 절충점 찾기 겸상 함께 온기를 나누는 자리 2강 과언무환(寡言無患)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침묵 때로는 말도 쉼이 필요하다 간결 말의 분량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긍정 말은 종종 현실과 공명한다 둔감 천천히 반응해야 속도를 따라잡는다 시선 관점의 중심을 기울이는 일 뒷말 내 말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3강 언위심성(言爲心聲) 말은 마음의 소리다 인향 사람의 향기 언행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 본질 쉽게 섞이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 표현 언어의 무늬와 결을 다채롭게 관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 소음 뾰족하고 시끄러운 소리 4강 대언담담(大言炎炎) 큰 말은 힘이 있다 전환 지는 법을 알아야 이기는 법을 안다 지적 따뜻함에서 태어나는 차가운 말 질문 본질과 진실을 물어보는 일 앞날 과거와 미래는 한 곳에서 숨 쉰다 연결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는 노력 광장 이분법의 울타리를 뛰어넘자 |
읽다보면 참담함을 느끼는 책이 있다. 시장은 결국 제품의 질과 무관하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책들. 이런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될까? 내 마음과 눈은 도대체 얼마나 뒤틀려있길래 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책이 참담하게 느껴지는 걸까? 차라리 눈이 멀고 귀가 닫혀 있었다면...
나같이 골방에 앉아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토록 엉망인 책을 비판하는데도 오해와 비난을 뒤집어 쓸 각오를 해야 한다. 100만부나 책을 판 작가가 아무렴 너보다도 글을 모를까?(물론 100만부 판매는 말의 품격이 아니라 <언어의 온도>다) 그렇게 잘났으면 너도 직접 써봐라. 어떤 사람은 권위자의 반대 주장을 댓글로 남기기도 한다. 내가 '틀렸다'는 것이다. 그럴때면 인간의 이성 능력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든다.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이 그토록 힘든 일일까?
<말의 품격>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0점 이상을 주기 힘든 책이다. 우선 문장. 읽어보면 생동감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답답함과 고루함이 느껴진다. 바로 감각할 수 있는 생어대신 개념화된 '한자어'로 도배를 해놓기 때문이다. '피'라는 단어를 '혈액'으로 고쳐쓰고 '똥'을 '생리현상'으로 바꿔보라. 문장의 힘은 현저히 약해진다. 이런 표현은 신문 기사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기자들은 글의 생생함이 자칫 객관성을 흐릴 수 있다는 공포감에 빠져있는 사람들이다. 생어는 글 속에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지만 한자어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숨겨준다. 기사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에세이에는?
이러한 습관은 작가의 이력에서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작가가 사람들을 가르치려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책에는 저 유명한 유교 성인들의 말씀이 가득하다. 마치 대중 계몽을 위해 국가가 편찬한 지침서같이, 무엇이 '품격'인지를 일일이 정해놓는다. 물론 자기 책이고 자기 생각이니 이것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내가 따지고 싶은 건 이런 글이 어떻게 '팔릴 수 있는가' 이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에게 가르침을 내려줄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두 번째. 책에 소개된 사연들이 전부 지어낸 이야기 같다. 작가가 실제 경험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본인이 가르치고 싶은 바를 전달하기 위해 가짜로 지어냈다는 느낌이다. 억지 감동과 억지 교훈. 사연을 읽고 있으면 어디선가 플라스틱 냄새가 진동을 한다. 공장에서 갓 뽑아온 공업용 사연들. 작가는 원래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니까 이런 비판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다. 내가 따지고 싶은 건 이런 글이 어떻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 이다. 나는 정말로 궁금하다. 이런 사연에서도 정말로 감동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있을 것이다. 오해하지 마시라. 나는 그들을 비하하는 게 아니다. 그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
글을 읽는 내내 작가가 80세를 넘긴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다. 문장과 내용이 모두 고루했는데, 사실 '고루' 라는 단어에 미안함이 들 정도였다. '고루' 가 이 책을 읽고나면 나에게 화를 낼지도 모른다.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른 세상을 살아왔기에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고, 그건 그거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꽤 젊은 축에 속한 작가였다. 어떻게 이리 다른 세계를 살 수 있을까? 계속해서 말하지만 나는 작가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런 생각이 요즘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가, 궁금한 것이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도 그 사람의 품격(品格)이 드러나는 법이다. 한자 품(品)자를 보아도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 한마디가 쌓여서 품격을 형성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사람의 향기는 그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존중, 경청, 공감, 반응, 침묵, 긍정, 언행, 본질 등 등 24개의 익숙한 키워드를 사용해 말과 관련된 단상들을 풀어간다.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작가의 감성을 더해 독자들이 편안하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대부분 익숙한 주제지만 한번 더 생각하고 되돌아보게 만드는 저자의 능력이 뛰어나다.
저자는 말을 잘하는 재주보다는 진심을 담아 전달하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말을 하는 입보다는 경청하는 귀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도 배울 수 있다.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두번 듣고 세번 공감해 주라는 123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활용해 거부감 없이 잘 전달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다. 말하는 자세와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결국 내가 내뱉는 말은 여기저기를 돌아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고 말이기도 하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사람의 향기를 뿜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말 한마디부터 살필 일이다.
먼저 들어라[경청(傾聽)]
“지금 우리는 ‘말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때문에) 말하기가 개인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 지도 오래다.
그래서인지 날카로운 혀를 빼 들어 칼처럼 휘두르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 [pp. 7~8]”
하지만 말과 글의 예리함을 통제하지 못하면 도리어 자신을 해치게 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 한다. “상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의 말할 권리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상대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열쇠를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이는 의사소통 과정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광활한 무대에서도 적잖이 도움이 되는 자세[pp. 26~27]” 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로 들어야 할까
“경청은 듣는 일 가운데 가장 품격 있고 고차원적인 행위다. 우리가 타인의 음성을 듣는 행위는 큰 틀에서 보면 ‘수동적 듣기’와 ‘능동적 듣기’로 나뉜다.
경청은 대화 도중 상대방의 말을 가만히 청취 하는 '수동적 듣기'기 아니라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인 다음 적절하게 반응하는 '적극적 듣기'에 해당한다.
경청은 말은 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말과 말 사이에 배어 있는 감정은 물론 상대의 목구멍까지 차오른 절박한 말까지 헤아리는 일이다. [p. 35]”
생각을 숙성(熟成)시켜라 [침묵]
말이 많으면 “말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는다. [p. 91]”
나아가 더 많은 황금을 얻기 위해 암탉의 배를 가른 어리석은 농부처럼, 숙성되지 않은 생각도 자꾸 언어로 내뱉어서 나도 모르게 어느새 가볍고 실속 없는 사람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하염없이 말을 늘어놓다 보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거르지 못해 결국 화를 자초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pp. 91~93]”
그래서 더욱 “침묵이라는 '비언어 대화'의 힘은 세다(고 느껴진다). 침묵은 차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가치를 함축하고 있으며, 종종 사람들에게 백마다 말보다 더 무겁고 깊게 받아들여진다. 침묵은 말실수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말은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대화라는 식탁 위에 올려놓다 보면 꼭 사달이 일어난다. [p. 84]”
그런 의미에서 말과 침묵은 아마도 빛과 그림자처럼 서로의 존재감을 더욱 드러나게 해주는 파트너인 것 같다. 그래서 저자도 “중요한 것은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때에 말을 거두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p. 86]” 라고 말한 것이리라.
말은 마음의 소리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괜히 옛 사람들이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사람의 선발기준으로 삼았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을 하고 글을 써야 될까?
매끄러운 발음, 화려한 입담, 세련된 동작으로 말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면 될까? 그것은 차라리 교언영색(巧言令色)에 가깝다.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 말더듬이 왕 조지 6세가 진심을 다해 연설하여 국민을 하나로 묶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말하기의 태도’가 중요하다.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 않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의 말은 물(水)을 닮았다.
천천히 흐르면서 메마른 대화에 습기를 공급하고 뜨거운 감정을 식혀준다. 언행과 행실에 수기(水氣)가 깃들었다고 할까. 그런 언어는 내 귀로 쉽게 흘러 들어오고, 그런 행동은 내 망막에 또렷하게 새겨진다. [pp. 110~111]”
이처럼 말과 글은 그저 뜻이 통하는 것에만 만족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에 다시 스며(들기)[p. 9]” 때문이다.
즉, 말은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