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지금은, 입수(入水) 자살에 관한 취재를 하고 있어.”
“그건 특정 장소나 인물에 초점을 맞춘 기사입니까?”
“아니, 좀 더 총체적인 내용이지.”
“구체적인 사례는 들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들 수 없을 리가 없잖아. 그야말로 자네가 좋아할 만한 괴담도 있으니 말이지. 하지만 나로서는 부족해. 좀 더 직접적이고 농후한 것을 다루고 싶어.”
“직접적?”
절대 다른 곳에는 발설하지 않겠다는 나의 맹세를 받은 뒤, 기류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직접적인 것도 보통 직접적인 게 아니지. 이제부터 죽으려고 하는 사람의 육성을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낼 생각이니까.”
“……무슨 말씀이시죠?”
“자살하기 직전에 가족이나 친구나 세상을 향해, 카세트테이프에 메시지를 녹음하는 사람이 가끔씩 있어. 그것들을 모아서 원고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지.”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입니까?”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중에서
쿵.
그때, 위층에서 소리가 났다. 마치 시끄럽다고 항의하는 듯한, 그런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집 안에는 지금 마이코밖에 없다. 히나코의 백모는 세상을 떠났으니까…….
집이 삐걱거리는 소린가?
아무리 고급스런 주택이라도 이따금씩 영문 모를 묘한 소리가 나는 법이다. 그래서 옛날 사람은 ‘야나리(家鳴り)’라는 요괴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마이코가 어릴 적에 시골의 할머니가 알려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곧바로 텔레비전을 껐다. 어째서인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다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렇게 되면 그녀가 조금 전의 소리를 항의의 표시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되지만…….
---「빈집을 지키던 밤」중에서
가쓰야의 추측을 뒷받침하듯이 세 사람은 모두 자기 이외의 세 사람에게 흘끗흘끗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만 모두가 소극적 성격인지 스스로는 전혀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그 안에는 물론 가쓰야도 포함되어 있다. 아무래도 네 사람 모두, 가쿠 마사노부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왜냐하면 이번 산행, 아마치 지방의 네가히산 하이킹 계획을 세운 사람이 가쿠였고, 참가자는 그의 지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이지 서로 간에는 전혀 면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가쿠가 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 시간으로부터 10분이 지나도 가쿠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연히 모인 네 사람」중에서
오싹한 이야기를 하자면, 노인이 맞고 있는 주사액이 줄어드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점도 그랬다. 똑같은 500밀리리터 주사액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줄어드는 속도가 달라진다. 그 사실을 K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정도로 빨랐다. 교환하러 온 간호사에게 큰맘 먹고 주사액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역시 얼버무리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름 끼치는 것은 노인이 되풀이하는 이야기의 내용이었다. 어째서 그는 그런 체험만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것도 일면식도 없던 타인인 K에게. 우연히 같은 병실에 있게 되었을 뿐인, 옆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의 딸에게.
---「시체와 잠들지 마라」중에서
“새하얀 분을 바른 얼굴에, 눈 두 개만 동그랗게 벌어져 있었어. 그렇게까지 화장이 진하면 립스틱을 바른 입술 같은 것도 눈에 띌 텐데, 어찌 된 영문인지 눈만 돌출되어 있는 거야. 그 두 눈도 검은자위가 아주 커서, 거의 흰자위가 안 보이는……. 정말 섬뜩한 눈이었어. 빤히 보고 있으면 마치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나서, 오싹했어. 그 눈이 말이지, 계속 아침부터 머릿속에서 떨쳐지지 않아. 강의에 집중하려고 해도 눈앞에 그 검은 눈이 떠오르고, 눈을 감아도 마찬가지야.”
“마치 요괴 같네.”
나는 농담처럼 가볍게 대꾸했어요. 그리고 그 여자에게 ‘기우메’라는 이름을 붙였던 거예요. 정체불명의 존재가 무서운 건, 그 것에 이름이 없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요괴 같은 호칭을 붙여서 최대한 사토루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했어요.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중에서
반복되는 매일이란 건 따분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평화라는 거구나.
이런 말을 친구인 가타기리 히나타에게 했다간, 분명히 “노인네 같은 소리 하네”라며 비웃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쓴웃음을 짓는 동안 건널목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유나는 이대로 길의 오른편으로 나아가도 괜찮을까 하고 저도 모르게 주저했다. 오늘 아침은 전철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곧 건널목을 건널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그녀는 어제 봤던 사람 형체가 서 있던 지점을 지나가야 한다.
지금까지도 아무 일 없이 지나다녔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곧바로 나아가려고 했지만, 건널목 수 미터 앞에서 왠지 모르게 길의 왼편으로 이동했다. 도로 폭만큼 역에서 멀어지게 되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였다.
그런데 건널목을 건너려는 순간, 앗 하고 유나는 비명을 외칠 뻔했다
……어제의 검은 사람이 있어.
---「스쳐 지나가는 것」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