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기온 영하 55도. 남은 식량은 펭귄 고기뿐
당신은 대원 전부를 살릴 수 있는가?
당신이 지금 남극의 얼음 위에 있다고 해 보자. 평균 기온은 영하 55도이고, 문명사회에서 떨어져 나온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식량은 떨어져 펭귄과 물개를 사냥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고, 텐트 바닥에 깔 것이 부족해 매일 얼음이 녹은 물속에서 뒹굴며 잠을 청한다. 당신의 지휘를 받는 대원들은 총 27명. 구조대가 올 가능성은 없다. 당신은 그들 모두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영국의 남극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실제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 1914년, 남극대륙 횡단을 위해 탐험에 나섰던 섀클턴과 대원들은 기상악화로 인해 배를 잃고 얼음덩어리 위를 떠돌며 생활하는 신세가 된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들이 살아올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섀클턴과 탐험대는 634일간을 버티고 살아 돌아온다.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이.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도 섀클턴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미 국방부를 비롯해 IBM, 타임지, 딜로이트, 록히드마틴, 월마트, 제록스, 시티은행, AIG, UBS은행 등 수많은 대기업들이 섀클턴의 리더십을 경영에 접목하였으며, 주기적으로 그의 리더십을 교육받고 있다. 2016년 페이스북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62인은 자신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친 책 10선으로 섀클턴의 모험을 다룬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Endurance』(뜨인돌)를 꼽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경영 전략과 기법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 비즈니스의 세계다. 그런데 100년 전 탐험가가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니. 섀클턴의 리더십은 무엇이 다른가? 어떻게 섀클턴과 대원들은 그 극한상황에서 전부 살아 돌아올 수 있었을까?
위기를 극복하는 10가지 리더십 전략
섀클턴의 탐험이 있은 지 100년 뒤, 예일 대학에서 CEO들을 상대로 리더십을 강의하던 퍼킨스 박사는 기존의 리더십 이론들이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롤모델을 찾던 중 어니스트 섀클턴을 발견, 그를 이상적인 리더로 제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어니스트 섀클턴 극한상황 리더십』은 퍼킨스 박사가 섀클턴을 연구하며 발견한 리더십 전략을 총정리한 책이다.
책의 1부에서는 섀클턴의 리더십 전략을 10가지 항목으로 분류한 뒤 존슨&존슨, IBM, AIG, 리바이스, 트래블스미스 등 다양한 기업들을 예로 들며 섀클턴의 리더십 전략이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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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종목표를 잊지 말되 단기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여라
2. 상징적인 행동, 인상적인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라
3. 낙천적 마인드와 자기 확신을 가지되 현실을 직시하라
4. 자신을 돌보라. 체력을 유지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라
5. 팀 메시지를 강화하라. “우리는 하나다”
6. 특권을 최소화하라. 예의를 지키고 서로 존중하도록 하라
7. 갈등을 극복하라
8. 함께 웃을 일을 만들라
9. 불가피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라
10. 절대 포기하지 말라. 항상 대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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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탐험일지’를 실어 독자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그 장에서 배운 전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였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리더십 전략의 특징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책은 위기상황에 필요한 리더십과 평상시에 필요한 리더십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런데 평소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점은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모든 조직은 위기를 겪는다는 것이다. 위기가 없는 조직은 없다. 다만 그 위기가 큰가 작은가, 그 위기를 재빨리 극복하는가 못 하는가 하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섀클턴의 극한상황 리더십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리더,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를 대비하려는 리더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스콧이 될 것인가, 섀클턴이 될 것인가?
섀클턴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무엇보다 팀워크를 바탕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퍼킨스 박사는 리더 스스로 무소불위의 영웅적인 존재가 아님을 인식해야 하며(4번째 전략 : 자신을 돌보라. 체력을 유지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라) 조직원들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6번째 전략과 8번째 전략)고 말한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극적인 행동을 통해 리더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야 하기도 한다(2번째 전략 : 상징적인 행동, 인상적인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라)고도 주장한다. 이는 모두 팀의 소통과 팀워크를 위한 것이다.
이런 섀클턴과 비교되는 리더가 바로 빌흐잘무르 스테팬슨Vilhjalmur Stefansson과 로버트 스콧Robert Falcon Scott이다.
빌흐잘무르 스테팬슨은 캐나다의 탐험가로 북극으로 탐험을 떠나 섀클턴과 유사한 상황에서 배를 잃었으나, 자신의 업적 달성을 위해 사냥을 간다는 핑계로 몇몇 대원들만 데리고 탐험대를 빠져 나온다. 결국 그 탐험에 참여했던 대원들의 반 이상이 죽고 만다.
남극점에 도달했다가 귀환 도중 숨지고 만 스콧은 사후에 영웅화되었으나 그의 죽음은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팀원들과 공유하지 않으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기회를 잃은 것이다.
소통과 팀워크는 현실적으로 조직원들 간에 업무 능력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도 중요하다. 최근의 경영 전략들은 개인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그것들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좋지만, 이 전략들은 자율적으로 일하되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조직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
이 책은 소통을 통하여 각자가 최적화된 위치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임무를 부여받아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섀클턴의 리더십을 달라고 기도하라!
책의 2부에서는 리더가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들을 다루며, 에필로그에서는 섀클턴, 아문센, 스콧을 서로 비교한다. 독자들은 각 리더들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면을 취사선택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부록에서는 자신의 리더십을 측정하고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도표들을 제공한다.
이 책은 지난 2005년 『섀클턴의 파워 리더십』으로 한 차례 개정된 바 있는 『섀클턴의 서바이벌 리더십』(2001)의 재개정판으로, 실정에 맞지 않는 옛 기업의 사례들을 최신 사례들로 교체하였다. 섀클턴의 리더십이 어떻게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 다시금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필 수 있다는 면에서, 『어니스트 섀클턴 극한상황 리더십』은 개정 전 도서를 본 적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항상 승승장구하는 기업이란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바로 리더의 능력이다.『어니스트 섀클턴 극한상황 리더십』이 바로 그 방법을 알려 줄 것이다.
새로운 사업을 앞두고 있는가? 새로운 모험을 벌일 참인가? 지금 당신의 조직이 정체되어 있다고 판단하는가?
에베레스트 산을 최초로 오른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재난이 닥치고 모든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 섀클턴의 리더십을 달라고 기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