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주로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창백한 언덕 풍경』, 『녹턴』, 『나를 보내지 마』,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가면의 생』, 『여자의 빛 』, 『솔로몬 왕의 고뇌』, 미셸 슈나이더의 『슈만, 내면의 풍경』, 야스미나 레자의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나의 프랑스식 서재』가 있다.
“일단 영국에 도착하면 네가 이 모든 걸 이내 잊어버릴 거라고 내 장담하지. 상하이는 고약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팔 년 이상 이곳에서 보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넌 필요한 만큼 이곳에서 지냈다. 더 오래 여기에 산다면, 넌 중국인이 될 거야.” --- p.46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너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겨도 돼, 퍼핀. 너는 언제나 아버지가 하신 일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돼.” --- p.151
“어렸을 때 우리는 좋은 세상에 살았어. 그런데 이 아이들, 우리가 지금까지 우연히 마주친 이 아이들은 어떤가. 그들이 세상의 실제 모습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를 그토록 일찍 알게 되다니 정말 끔찍해.” --- p.369
“중요한 일이야. 아주 중요해. 그리워한다는 것 말이야. 그리워하면 기억하게 되거든. 우리가 어른이 되면 세상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걸 말이야. 우리는 그 기억을 가지고 좋은 세상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거지.” --- p.370~371
“내가 받은 돈이…….” 내가 조용히 말했다. “내 유산이…….” “영국에 있는 네 이모 말이다. 그녀는 부자가 아니었어. 오랜 세월 동안 실질적인 네 후원자는 왕 쿠였지.” “그러면 그동안 나는…… 내가 먹고 살아온 게…… 내가 먹고 살아온 게…….” 차마 말을 잇지 못한 나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필립 삼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학비. 런던에 있는 너의 집. 네가 지금 성취한 것 모두가 왕 쿠에게 빚진 거야. 아니, 네 어머니의 희생에 빚진 거지.
1900년대 초 중국 상하이. 아편을 수입해 중국인들에게 파는 상하이 주재 영국 기업에서 일하는 아버지 덕에 어린 소년 크리스토퍼는 상하이의 외국인 공동 구역을 고향으로 여기며 자란다. 크리스토퍼의 어머니는 상하이 최고의 미인으로 알려질 만큼 아름답고 우아한 부인이지만, 사실은 중국인을 아편 중독에 빠뜨리는 데 일조하는 남편 회사의 일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아편 반대 캠페인을 펼치는 여장부이다. 외아들인 그는 부모님과 가까운 지인이자 어린 그를 언제나 이해해 주는 필립 삼촌, 친한 친구 아키라와 함께 강대국이 각축을 벌이는 상하이의 불안한 정세 속에서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크리스토퍼가 열 살이 되던 어느 날, 부모님이 차례로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는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된다. 크리스토퍼는 필립 삼촌의 주선으로 영국의 이모에게 보내지고, 거기서 상류층 청년으로 자란다. 어린 시절 아키라와 함께 탐정 놀이를 하던 대로 그는 영국 최고의 사립 탐정이 되어 런던 사교계에서 이름을 떨친다. 어느 날, 크리스토퍼의 눈에 세라 세밍스라는 야심에 찬 여인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의미 있게 해 줄 가치 있는 상대'를 찾는다며 그를 거부하고는 늙은 외교가인 세실 메더스트 경과 결혼해 상하이로 떠난다.
그녀가 상하이로 떠나자, 크리스토퍼는 마음속에 미뤄두었던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바로 어렸을 적 상하이에서 실종된 부모를 되찾겠다는 것. 그는 철저한 자료 조사와 어린 시절의 흐릿한 기억을 최대한 되살리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사를 계속해 나갈수록 그는 세라 헤밍스와의 엇갈린 인연과 함께,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이 감추고 있던 추악한 비밀에 대해 깨닫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