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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는 필요 없어, 네가 있으니까

베개는 필요 없어, 네가 있으니까

봉현 | | 2018년 03월 2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9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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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58g | 130*210*20mm
ISBN13 9791158160777
ISBN10 115816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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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끝이 났는데 사랑이 시작되었다. 너의 세계에 있을 때 나는 그것이 사랑인 줄 몰랐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너의 모든 사랑을 누렸다. 돌아보니 사랑이었다. 이제 와 그곳에 되돌아가고 싶다고, 그렇게 후회했지만 너의 세계는 이미 굳게 닫힌 뒤였다. 두 번 다시는 그곳에 갈 수 없었다. 네 안에서 길들여진 습관과 하루들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는데, 모든 것을 지워야 했다. 이제는 내 세계로 돌아가야 하는데, 너에게 머무는 동안 나의 세상은 허물어져 있었다.
---「당신의 국경을 넘어」중에서

지금도 가끔 그의 메일을 열어본다. 그 짧은 편지 속에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진심이 들어 있다. 흔하고 뻔한 말들이다. 너는 나에게 가장 특별하다는 말, 내 인생에 그런 사람은 너뿐이고 잊을 수 없을 거라는 말. 네가 있었기에 더 나다운 나로 살고 있다는 말.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아직도 그 말들은 내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런 사람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테니까. 그에게 다시 연락할 생각은 없다. 그 또한 내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메일은 지울 수가 없다.
---「소울메이트와는 잘 수 없었다」중에서

- 일단 와요.
‘좋아한다’는 글자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말하지 않아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수많은 문자 끝에 남긴 그 한마디 속에 마음이 담겨 있었다. 일단 와, 다 모르겠고, 보고 싶어. 나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서울로 돌아갈 이유는 충분했다.
- 돌아갈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중에서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것들로 너와의 시간들이 쌓여갔다. 우리는 함께인 것만으로 행복했다. 한쪽 벽에 서로의 키를 재서 연필로 표시하고, 거울 앞에 서서 겹쳐진 우리의 웃음을 카메라에 담았다. 가위바위보로 설거지 내기를 하거나, 진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사 오는 벌칙 게임 같은 걸 하곤 했다. 주로 내가 졌지만, 결국 네가 다 해주었다. 나는 그런 너의 갈색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강아지, 하고 불렀다. 너는 나의 가슴 안쪽에 깊게 안겨 얼굴을 부볐다. 내 옷과 베개에 밴 너의 냄새가 달달했다. 게으르고 간지러운 연애였다.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중에서

나는 네가 필요했다. 네가 있어서 살 수 있었다. 너는 그런 나를 위해 모든 걸 해주는 줄 알았다. 내 곁에 있어주는 거라 생각했다. 자기가 없으면 내가 죽을까봐. 아플까봐, 또 울까봐. 외로운 내가 불쌍해서 나를 안아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 네게도, 내가 필요한 것이었다.
---「네가 없으면 살 수 없어」중에서

결국 사랑한다고 네게 말하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큰 책임이 실려 있다. 입 밖에 내뱉는 순간, 감정의 무게와 결이 달라져서 나를 휘두르게 된다는 것을 경험했었다. 오른쪽 가슴 아래, 갈비뼈 어디쯤이 덜컥 아파온다. 그것은 결핍과도 같다. 사랑하기에 사랑받고 싶은 욕망. 욕망은 갈구할수록 외로움만이 더욱 강해질 뿐이다. 사랑인지 아닌지를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은 이미 알고 있다. 내 어디쯤에서 느껴지는 그 감각을 모른 채 지내고 있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을 때, 내가 사랑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사랑한다는 흔한 말」중에서

나는 늘 혼자여서 늘 유혹에 지고, 또 사랑에 빠지고 또 사랑에 힘들어 하며 사랑을 지워간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단 한 사람, 나를 자책하며.
---「늘 그렇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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