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6월 20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84쪽 | 300g | 130*225*20mm |
ISBN13 | 9791157280292 |
ISBN10 | 1157280293 |
발행일 | 2015년 06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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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84쪽 | 300g | 130*225*20mm |
ISBN13 | 9791157280292 |
ISBN10 | 1157280293 |
시인의 말 5 1부 내가 너를 12 그 말 13 좋다 14 사랑에 답함 16 바람 부는 날 17 허방다리 18 그리움 19 못난이 인형 21 사는 법 22 날마다 기도 24 한 사람 건너 26 첫눈 27 섬 28 느낌 29 서로가 꽃 30 부탁이야 31 꽃들아 안녕 33 어여쁨 34 이별 36 너를 두고 37 눈 위에 쓴다 38 끝끝내 39 황홀극치 40 꽃그늘 42 별 44 너도 그러냐 45 꽃·1 46 꽃·2 48 꽃·3 49 혼자서 50 개양귀비 51 초라한 고백 53 그래도 54 이 가을에 55 살아갈 이유 57 목련꽃 낙화 58 이별 59 어린 봄 60 나무 61 멀리 62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63 떠난 자리 64 멀리서 빈다 65 2부 내가 좋아하는 사람 68 말하고 보면 벌써 69 떠나야 할 때를 70 행복 72 풀꽃·1 74 안부 76 그리움 78 아름다운 사람 80 묘비명 81 내가 사랑하는 계절 82 별들이 대신해주고 있었다 84 봄 85 11월 86 풀꽃·2 87 기도 89 대숲 아래서 91 겨울 행 94 선물 95 바람에게 묻는다 97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99 떠나와서 101 풀꽃·3 102 부탁 104 아끼지 마세요 106 세상에 나와 나는 108 꽃잎 110 3월 111 풀잎을 닮기 위하여113 뒷모습 115 나무에게 말을 걸다 117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118 섬에서 119 다시 9월이 121 주제넘게도 123 그리움 124 잠들기 전 기도 126 3부 눈부신 세상 128 3월에 오는 눈 129 12월 130 사람 많은 데서 나는 131 보고 싶다 132 앉은뱅이꽃 133 연애 135 나의 사랑은 가짜였다 137 사랑은 138 내장산 단풍 139 별후 140 시 141 능금나무 아래 143 추억 144 지상에서의 며칠 145 통화 146 눈 147 안개 148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 149 시장길 151 그런 사람으로 152 시 153 돌멩이 155 들길을 걸으며 156 한밤중에 159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160 기쁨 163 들국화·1 164 슬픔 166 들국화·2 167 순이야 168 꽃 피우는 나무 169 제비꽃 172 말을 아껴야지 173 산수유꽃 진 자리 174 오늘의 약속 175 인터넷 시평 178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1> 中
너무나도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1'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년전 훌쩍 떠났던 군산여행에서였다.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였던 '초원사진관' 옆 벽담에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비롯하여 여러 시인들의 시들이 예쁜 그림과 함께 적혀있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를 읽으면 저절로 사랑이 전해져 따뜻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 외적인 이야기로 논란이 있긴 하지만)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같은 날 여행 중 철길마을 한켠의 벽에 적혀있던 그 시. 올라 갈 때는 보지 못했지만 내려올 때의 마음으로는 눈에 담을 수 있었던 그 꽃처럼,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말랑말랑한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만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싶다.
이름 모를 풀꽃으로 그저 흔하게 놓여있지만, 자세히보지 않으면, 그것을 꽃으로 볼 마음가짐이 되어있지 않다면,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 채 서로에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는 것. 꽃을 꽃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태도, 그리고 나의 마음이 전해졌을 때 꽃은 의미가 생길테니까. 그리고 꽃을 볼 줄 아는 마음의 공간을 가진 사람들은 온 세상의 존재들도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잠시 시간을 내서 찾은 서점에서 나는 무언가에 홀리듯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집었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그의 시집의 제목을 보며, 잠시나마 세상을 꽃처럼 보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었던 것일지도.
얼마 전,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옆동에서 시끌시끌한 일이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많이도 쏟아지던 날, 폴리스라인이 쳐지고, 과학수사대 경찰관분들이 들락날락할만큼. 나중에 알고보니 누군가가 투신을 했단다. 그 분이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뛰어내렸는지,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조차 나는 일체 알지 못한다. 비 오는 날 특유의 분위기와 조금의 숨실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세상의 매정함으로 인한 우울증 같은 것이 아닐었을지 감히 추측해 볼 따름이다. 다시 비가 그치고, 폴리스라인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다시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영위한다. 사고자리 근처의 벤치에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더위를 피해 앉아 담배를 피해 부채질을 하는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그저 온라인커뮤니티에만 그 사고? 사건? 의 흔적이 간헐적으로 남아있고, 그 마저도 집 값이 떨어질까봐 불안한 이들에 의해 쉬쉬하는 분위기로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가고있다. 살아있는 자들을 비난하거나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살 사람은 또 살아야 하는거니까.
다만, 그 분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정말 찰나만이라도 꽃 한송이 바라볼 수 있는 사치가 허락이 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마음 속 꽃 한송이 발견할 줄 알았다면, 가족들의 눈동자에 담긴 꽃 한송이 볼 수 있었더라면, 옆 집 이웃의 인사에 담긴 꽃 한송이 볼 수 있었더라면,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에 활짝 핀 예쁜 꽃 한송이 바라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나 역시 아름다운 꽃송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을텐데. 내 안에 아름다움을 꽃피울 씨앗 한 알 있음을 알 수 있었을텐데. 그랬었다면 이 아름다운 꽃밭을 등지려는 그런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짧은 점심시간, 그렇게 나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통해 마음에 꽃씨 한 알 심어본다.
새로움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씨를 지닐 것.
아름다움으로 바라볼 것.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
오늘의 약속 / 나태주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
매미 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 ,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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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듯 당신을 봅니다.
아침마다 출근하며 듣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 차를 가지고 출근하면서 시작된 라디오 방송 듣기.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가는 동안 두 개 프로그램을 듣는다. 두 사람의 진행자를 애청자들은 쩡디, 뀨디라고 부른다. 이름과 DJ를 합친 애칭인 걸 처음엔 몰랐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나서야 비로소 라디오 애청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고정 출연자들의 이름과 목소리가 친근해졌고,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 검색해 찾아보기도 하고, 인별그램에 접속해 방송 영상이나 사진을 찾아봐가며 점점 라디오팬이 되어 가고 있다.
하루는, 뀨디가 시 한편으로 오프닝을 장식한 날이 있었다. 낭송했던 시는 나태주 시인의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방송을 듣자 마자 인터넷 서점 앱을 열어 시인의 책 한 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행복'이 담긴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방송을 듣고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둔 덕분에, 오프라인 서점에 나간 날 책을 떠올리고 구입할 수 있었다. 이름만 익숙했던 나태주란 시인의 시집을 드디어 손에 넣은 것이다. 주위에서 나태주, 나태주 노래를 불렀어도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라디오 방송에서 내 두뇌가 무슨 신호를 받은 건지 그때서야 사자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출근 길 직장인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콕 찝어준 덕분인지 모르겠다.
첫 두 페이지에 놓인 두 시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12쪽)
보고 싶었다
많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남겨두는 말은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입속에 남아서 그 말
꽃이 되고
향기가 되고
노래가 되기를 바란다.(13쪽)
상대가 내 앞에 없는 사랑, 사랑한다 표현하지 못한 사랑. 그런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느낌 알지'라고 할 것 같다.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다가가지도, 표현하지도 못한 사랑.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거나 그래선 안 되는 이의 마음을 잘 담아낸 시란 느낌이다. 이 두 편에 탄력을 받아서 쭉 이어서 책 읽듯이 여러 시를 읽어냈다. 그리곤 자기계발서 읽던 습관대로 느낌 가는 표현에만 펜으로 표시를 했다. 느낌 있는 시가 있고, 한 편의 시 안에도 와닿는 표현이 있다. 잠든 줄 알았던 감성들이 조금씩 깨어나는 느낌.
나는 왜 내가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32쪽)
사랑의 열병을 앓아본 사람은 공감할 것 같다. 내 마음을 나도 알 수 없을 때. 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사랑이란 감정은 그렇게 이유도 없이 왔다가 갑자기 떠나기도 한다. 그런 친구가 있었다. 먼저 좋아서 만나기 시작했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친구. 헤어진 이유를 물었더니 이 한 마디가 다였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좋아하고 싫어지는데 이유가 있을까? 굳이 이유를 다는 건 핑계지 않을까? 친구의 대답도 그런 의미였던 것 같다. 시인이 말한 것처럼, 왜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행복'이란 시 다음에 너무나 잘 알려진 '풀꽃'이란 시가 나온다. 이 시 덕분에 나태주 시인은 아는 시인이었던 거다.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떠오르는 시 덕분에 아는 시가 하나 있었던 거다. 시를 중얼거리며 음미하다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평소 내 시선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무심함이 관성이 되어 주위를 잘 살피지 못하고 살기 때문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다. 그래서 놓치는 신호들이 숱하게 많다. 그 때문에 나도 사람들도 함께 아플 때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74쪽)
휴일, 어린이날 아침, 나만 빼고 아직 자고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바로보고 싶게 만드는 시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오래 보지 않아도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더 자세히 보고 오래 바라봐야 한다. 적어도 오늘 하루는 아이들 얼굴과 눈빛,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바라보자 결심한다. 어제 살짝 다투었던 아내의 얼굴도 지긋이 바라보기로 한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내 마음 때문에, 사랑하는 이의 얼굴에 그림자가 생기면 안 되겠단 생각에 이른다. 이 시 덕분이다. 아니 라디오 덕분이구나.
이번달은 내가 읽을 책은 말고 책을 선물하기로 작정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을 선물해준다고 하니 세상에나, 두명이나 이 책을 고른다. 가슴에 단번에 스며드는 시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 데 읽어보니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다. 말이 모난 데 없이 부드럽다.
굳이 사랑을 확인하지 않아도 불안을 단번에 없애주는 시들이다.
그래서 세상은 여전히 사랑으로 인해 아름다울 것이고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위로와 포옹으로 인해 영원할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시로 인해 세상은 정말로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의문을 갖지만 내가 너무 비관적인지도 모른다. 이런 잠깐의 위로가 생명을 구할 지도 모른다. 세상을 비참한 눈으로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이런 따뜻한 시집으로 더 즐거워지고 더 행복해지기를 바래본다..
-꽃그늘-
아이한테 물었다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