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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시인선-032이동
리뷰 총점8.9 리뷰 115건 | 판매지수 27,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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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08g | 130*224*20mm
ISBN13 9788954619578
ISBN10 8954619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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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시인의 말

1부 나의 사인(死因)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인천 반달
미신
당신의 연음
동지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동백이라는 아름다운 재료
꾀병
용산 가는 길-청파동 1
2:8-청파동 2
관음-청파동 3
언덕이 언덕을 모르고 있을 때

나의 사인(死因)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태백중앙병원

2부 옷보다 못이 많았다
지금은 우리가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유월의 독서
호우주의보
기억하는 일
야간자율학습
환절기
낙(落)
오래된 유원지
파주
발톱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학(鶴)
옷보다 못이 많았다
여름에 부르는 이름
이곳의 회화를 사랑하기로 합니다
별들의 이주-화포천
광장

3부 흙에 종이를 묻는 놀이
모래내 그림자극
마음 한철
별의 평야
청룡열차
천마총 놀이터
가을이 겨울에게 여름이 봄에게
낙서
저녁-금강
문병-남한강
꽃의 계단
눈을 감고
날지 못하는 새는 있어도 울지 못하는 새는 없다
꼬마

눈썹-1987년

4부 눈이 가장 먼저 붓는다
연화석재
2박 3일
잠들지 않는 숲
입속에서 넘어지는 하루
희망소비자가격
미인의 발
해남으로 보내는 편지
누비 골방
가족의 휴일
유성고시원 화재기
오늘의 식단-영(暎)에게
동생
당신이라는 세상
세상 끝 등대 1
세상 끝 등대 2
발문│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며 시인은 시를 쓰네
허수경(시인)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도 당신처럼 한번 아름다워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멀리 흘렀다. 내가 살아 있어서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이 세상에도 두엇쯤 당신이 있다. 만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
박준 시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서사성’을 들 수 있다. 일련의 서사 위에 최근 젊은 시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전위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대신 낯설지 않은 서정으로 무장해 오히려 참신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것은 특정한 사건사고의 묘사로 읽히는 시가 빈번하다는 점인데, 그것이 시적 화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건을 기록해두는 데 의의를 두는 듯해 더욱 눈에 띈다.

반디미용실에서 처음 낙타를 보았습니다 미용실 누나는 쌍봉낙타 봉 같은 가슴 사이에 제 머리를 묻고 비뚤어짐을 가늠했고 저는 실눈만 떴다 감았다 했습니다 (……) 누나는 동네 아저씨들 술자리의 기본 안주가 되기도 하고 아주머니들의 커피 잔에서 설탕과 함께 휘저어졌습니다 (……) 낙타가 떠난 날은 감나무집 형이 소주를 댓병으로 마신 날이었습니다 형 가슴보다 까맣게 그을린 반디미용실 건물, 석유 말 통과 담뱃불이 반딧불이처럼 날아들어왔다는 미용실 주인은 양귀비 염색약처럼 까맣게 울었습니다 (……) 낙타가 사하라로 갔는지 고비로 혹은 시리아 사막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마음을 걷던 발자국은 아직도 남아 저는 요즘도 간혹 그 발자국에 새로 만나는 미인들의 흰 발을 대어보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인의 발」 부분

총무는 채점을 하다 말고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매년 이차에서 떨어졌던 그도, 탈출해 나왔다면 내년쯤에는 아마 이등병이 되었을 겁니다 그나저나 왜 결핍의 누대에는 늘 붉은 줄이 그어졌는지 알고 계실까요?

3층에 사는 여자들이 이차를 마치고 돌아온 듯했습니다 공동 주방에서 부치는 달걀 냄새가 온 방실을 점유하고 있었죠 스탠드가 꺼지고 소방벨이 울린 것은 그때였습니다
―「유성고시원 화재기」 부분

‘반디미용실 화재, 여직원 1명 사망’으로 일간지 사건사고란에 간략히 보도되고 끝났을 일을 시인은 시로 남겼다. 덕분에 우리는 그녀를,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애도할 수 있다. 구청에서 직원이 나올 때마다 정신이 돌아와 바른말을 하는 치매 노인이 실은 사복을 입고 온 군인에게 속아 남편의 은신처를 알려주고 말았던, 그리하여 혼자가 되었던 사연을 기록으로 밝혀줌(「기억하는 일」)으로써 우리는 노인을, 노인의 바른말을 이해할 수 있다. 「유성고시원 화재기」를 읽으면 우리는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떠올려볼 수 있다. 화재가 누전인지 방화인지 끝내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울먹울먹했던 것들이 캄캄하게 울어버린 것이라 생각”된다는 진술자의 모호한 말이 어쩐지 명백한 진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역시 ‘유성고시원에서 화재가 일어나 얼마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있었다’로 요약될 일이었다. 이렇듯 박준 시인은 ‘사건’을 ‘삶’으로 바꾼다. 대개 결핍된 사람들의 삶이다. “결핍의 누대”를 사는 사람들. 시인은 들리지 않고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리고 보이게 기록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기억되도록 하는 일, 그저 그런 삶이라 치부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 그것은 박준 시인이 불편한 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자 그 안에서 쉬이 잊힌 숱한 삶들을 애도하는 형식일 것이다.

2.
불편한 세계를 사는 시적 화자는 자주 아프다. “나는 매일 병을 얻었지만 이마가 더럽혀질 만큼 깊지는 않았다 신열도 오래되면 적막이 되었다”(「용산 가는 길」), “빛을 쐬면서 열흘에 이틀은 아프고 팔 일은 앓았다”(「2:8」), “눈을 감고 앓다보면/ 오래전 살다 온 추운 집이// 이불 속에 함께 들어와/ 떨고 있는 듯했습니다”(「눈을 감고」),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꾀병」) 등과 같이 시집에는 병의 기록이 무수하다. 어째서인가.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마음 한철」)는 지나간 사실, “가족이 앉은 돗자리 위로 청룡열차 선로가 만든 그늘이 옥의 창살처럼 내”렸던 유년의 기억, 수학여행에 가지 못하고 “흙에 종이를 묻는 놀이”를 하며 “결국 무엇을 묻어둔다는 것은 시차를 만드는 일이었고 시차는 그곳에 먼저 가 있는 혼자가 스스로의 눈빛을 아프게 기다리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온몸에 새겨왔기 때문이다. 요컨대 범박한 일상 속에서 “노루처럼/ 방방 뛰어다”(「눈썹」)니다가 문득 고독한 자아를 마주하고 세계에 눈을 뜨며 얻은 일종의 성장통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자신의 병을 ‘꾀병’이라 말하는 것은 자신보다 이 세계가 더 아프리라는 인식에서 시작될 터이다.

3.
아픈 ‘나’의 이마를 짚어주는 손이 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라고 웃으며 말하는 ‘미인’이다. ‘유서도 못 쓰고 아픈’ 내 곁에 누워 잠든 미인(「꾀병」),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들을 자르기 시작”하는 미인(「호우주의보」). 시집 곳곳 출몰하는 미인은 ‘나’와 세계를 연결하고, 죽음과 삶을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활약한다. 때로는 그리움의 대상이자 연정의 대상이기도 한데, 그것이 이성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세계의, 그리고 시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인의 열망, 이상향으로서의 ‘미인’으로도 충분히 읽히며, 이는 끊임없이 앓고 있는 시적 화자를 지탱해주는 지향점으로 기능한다.

그는 이 세계가 자신의 위장 속에서 결국 소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에 시달린다. 위장 안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세계도 언젠가는 불쑥 바깥으로 나온다. 아마도 더이상 이 세계를 위장 안에 담고 있지 못할 거라는 시달림. 그 시달림은 소화되지 못한 세계를 바깥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동력이다. 시달림은 “애인의 손바닥,/ 애정선 어딘가 걸쳐 있는/ 희끄무레한 잔금처럼 누워”(「미신」) 있는 상태의 떨림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 떨림의 간곡함이 언어로 환원되었다. 우리는 그 결과를 ‘박준의 첫 시집’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허수경 발문,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며 시인은 시를 쓰네」 부분

세계는 내내 불편한 것일 터이고, 개인의 고통 역시 사라질 수 없는 것, 그러나 그것들 모두 쉽게 잊진 않으리라는 박준 시인의 윤리의식은, 그 ‘떨림의 간곡함’은 진정성 있는 언어로 남아 독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남길 것이라 기대한다.

회원리뷰 (115건) 리뷰 총점8.9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책장을 덮어도 자꾸 눈이 부시다 _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긍**넉 | 2016.06.23 | 추천21 | 댓글24 리뷰제목
 눈을 감고 있었지만 정신은 잠을 물리치고 점점 또렷해졌다. 다시 잠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해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은 몇 시일까?  결국 일어나서 시계를 보았다. 새벽 12시 25분. 한참 자고 일어난 느낌인데 잠든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오늘은 엄마 모시고 〇〇대학병원 가는 날. 긴장한 탓일까.;
리뷰제목

 

눈을 감고 있었지만 정신은 잠을 물리치고 점점 또렷해졌다. 다시 잠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해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은 몇 시일까?

 

 

결국 일어나서 시계를 보았다. 새벽 12시 25분. 한참 자고 일어난 느낌인데 잠든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오늘은 엄마 모시고 〇〇대학병원 가는 날. 긴장한 탓일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멀뚱하니 앉아 있다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2012.12.05. 문학동네)』를 펼쳤더니 「기억하는 일」이 반갑다고 손짓한다. 기억력이 남다르다고 해야 할까. 잘 잊어버리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잊지 못해서 더욱 쓸쓸해지는 비 오는 새벽에 「기억하는 일」을 만나는 일은 거북한데,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멀쩡한 얼굴을 하고 있다. 새벽부터 장마 비가 내린다더니 비 오시는 소리가 들렸다 안 들렸다 한다. 오락가락하나보다.

 

 

구청에서 직원이 나와 치매 노인의 정도를 확인해 간병인도 파견하고 지원도 한다 치매를 앓는 명자네 할머니는 매번 직원이 나오기만 하면 정신이 돌아온다 아들을 아버지라, 며느리를 엄마라 부르기를 그만두고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고 며느리를 며느리라 부르는 것이다 오래전 사복을 입고 온 군인들에게 속아 남편의 숨은 거처를 알려주었다가 혼자가 된 그녀였다 「기억하는 일」중에서

 

 

시는 나이가 들수록 좋아진다고 하던데 내 경우는 반대로 어릴 때 시를 즐겨 읽다가 한참 마음으로부터 멀리 두었다.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작년에 ‘비밀독서단’에서 접했고 궁금증이 동해서 구입한 시집이다. 며칠 동안 「마음 한철」만 읽고 또 읽기도 하고 「낙서」는 손으로 꾹꾹 눌러 써보기도 하고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시인에게 내 슬픔을 소곤소곤 속삭이기도 했으며 내 추억 속의 「청룡열차」를 끄집어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책상위에 버려두기도 하고 다시 찾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겨울과 봄을 함께 보내고 여름을 맞았다.

 

 

박준 시인의 시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나를 빈방으로 끌고 들어가는 여백(「당신이라는 세상」)과 같아서 벌어진 잇새로 함부로 뱉어낸 말들(「야간자율학습」)을 뉘우칠 시간을 주었고 짧은 손끝에서 무너지던 새벽(「동백이라는 아름다운 재료」)을 안쓰럽게 바라볼 줄 알게 하였으며, 내게도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 서로의 전부를 쥐여 주던 때가(「마음 한철」) 있었는지 뒤돌아보게 만들었고 작은 눈에서 /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자주 눈물을 쏟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흠집이 내가 되고 내가 흠집이 되는(「光」) 단단함을 가질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어서 책장을 덮어도 / 눈이 자꾸 부(「유월의 독서」)신 시집 곁을 떠나기 싫어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이제 생각한다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버리는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당신이라는 세상」) 그래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헤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이름으로 / 지어지지 못하는 글자들을(「입속에서 넘어지는 하루」) 결코 잊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이제 안녕!

 

 

나는 그곳에서

유월이 오도록

꽃잎 같은 책장만 넘겼다 「유월의 독서」중에서

 

 

* 6월 22일(수) 새벽에 쓰기 시작해서 6월 23일(목)에 끝낸 리뷰입니다.

 

2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1 댓글 24
구매 포토리뷰 [58]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소**기 | 2021.04.16 | 추천17 | 댓글6 리뷰제목
[ 지금은 우리가 ]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 별들의 이주(移住)-화포천 ]   오월 천변(川邊)에서는 멀리 보는;
리뷰제목

[ 지금은 우리가 ]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 별들의 이주(移住)-화포천 ]


 

오월 천변(川邊)에서는

멀리 보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하면

숭어는 겨울 동안

감고 있던 눈을 뜹니다

 

천변의

긴 밭에서

 

새들은

어제 심은 들깨씨를

잘도 파 물어갔고요


 

노인은

막대기에 양철통을 들고

밭으로 나가

 

새들을 쫓다가

졸다가

 

가져간 찰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새로 울고 싶은

오월의 밤하늘에는


 

날아오른 새들이

들깨씨를 토해놓은 듯

별들도 한창이었습니다

 

 

[ 가족의 휴일 ]


 

아버지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밀린 신문을 읽었고

 

나는 방에 틀어박혀

종로에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찌고 오후가 되자

어머니는 어디서

애호박을 가져와 썰었다

 

아버지를 따라나선

마을버스 차고지에는

내 신발처럼 닳은 물웅덩이


 

나는 기름띠로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번 주도 오후반이야"말하던

누나 목소리 같은 낮달이

길 건너 정류장에 섰다

 

[ 호우주의보 ]


 

이틀 내내 비가 왔다

 

미인은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꼭 오래전 누군가에게 받은 용서 같았다

 

이발소에 처음 취직했더니

머리카락을 날리지 않고

바닥을 쓸어내는 것만 배웠다는

친구의 말도 떠올랐다


 

미인은 내가 졸음을

그냥 지켜만 보는 것이 불만이었다

 

나는 미인이 새로 그리고 있는

유화 속에 어둡고 캄캄한 것들의

태(胎)가 자라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그날 우리는 책 속의 글자를

바꿔 읽는 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미인도 나도

흔들리는 마음들에게

빌려온 것이 적지 않아 보였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 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소/라/향/기  ...

1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7 댓글 6
박준 -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이* | 2019.02.22 | 추천13 | 댓글10 리뷰제목
종종 꺼내 읽는 박준 시인님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중 '마음 한철'이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이에요. 시집을 가끔씩 꺼내 봐요. 처음에는 책 속의 글자처럼만 보이다가 시간이 흐르고 제 감정이 깊어지면 그제서야 살짝 시의 얼굴을 엿볼 수 있는 거 같아요. 어떨 때는 그렇게 점점 친근해진 얼굴이 아닌 또 다른 얼굴로 다가오는 순간들도 있고요. 그래서 두고두고;
리뷰제목

종종 꺼내 읽는 박준 시인님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중 '마음 한철'이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이에요. 시집을 가끔씩 꺼내 봐요. 처음에는 책 속의 글자처럼만 보이다가 시간이 흐르고 제 감정이 깊어지면 그제서야 살짝 시의 얼굴을 엿볼 수 있는 거 같아요. 어떨 때는 그렇게 점점 친근해진 얼굴이 아닌 또 다른 얼굴로 다가오는 순간들도 있고요. 그래서 두고두고 봐도 새로운 게 시인 거 같아요.

 

 

 

미인이 절벽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며
내 손을 꼭 잡았고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미인의 손을 꼭 잡았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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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763건) 한줄평 총점 9.6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작명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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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d*****1 | 2020.11.24
구매 평점4점
성경책 보는거 같습니다 세번 읽어도 이해가 잘안되는 제가 아직 시를 잘 읽을줄 모르네요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좋**앜 | 2021.10.01
구매 평점4점
시가 어려움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로얄 착***c | 2021.09.27

이 상품의 특별 구성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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