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9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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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4쪽 | 368g | 128*186*18mm |
ISBN13 | 9791189217051 |
ISBN10 | 1189217058 |
발행일 | 2019년 09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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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4쪽 | 368g | 128*186*18mm |
ISBN13 | 9791189217051 |
ISBN10 | 1189217058 |
서시 ____ 8 자화상 ____ 10 소년 ____ 12 눈 오는 지도 ____ 14 돌아와 보는 밤 ____ 16 병원 ____ 18 새로운 길 ____ 20 간판 없는 거리 ____ 22 태초의 아침 ____ 24 또 태초의 아침 ____ 26 새벽이 올 때까지 ____ 28 무서운 시간 ____ 30 십자가 ____ 32 바람이 불어 ____ 34 슬픈 족속 ____ 36 눈 감고 간다 ____ 38 차 례 또 다른 고향 ____ 40 길 ____ 42 별 헤는 밤 ____ 44 못 자는 밤 ____ 48 거리에서 ____ 50 내일은 없다 - 어린 마음이 물은 ____ 52 초 한 대 ____ 54 삶과 죽음 ____ 56 공상 ____ 58 꿈은 깨어지고 ____ 60 남쪽 하늘 ____ 62 조개껍질 ____ 64 고향 집 - 만주에서 부른 ____ 66 병아리 ____ 68 오줌싸개 지도 ____ 70 창 구멍 ____ 72 기왓장 내외 ____ 74 비둘기 ____ 76 이별 ____ 78 식권 ____ 80 모란봉에서 ____ 82 황혼 ____ 84 가슴 1 ____ 86 종달새 ____ 88 닭 1 ____ 90 산상 ____ 92 오후의 구장 ____ 94 이런 날 ____ 96 양지쪽 ____ 98 산림 ____ 100 가슴 3 ____ 102 곡간 ____ 104 빨래 ____ 106 빗자루 ____ 108 햇비 ____ 110 비행기 ____ 112 가을밤 ____ 114 굴뚝 ____ 116 무얼 먹구 사나 ____ 118 봄 1 ____ 120 개 1 ____ 122 편지 ____ 124 버선본 ____ 126 사과 ____ 128 눈 ____ 130 눈 ____ 132 닭 ____ 134 겨울 ____ 136 호주머니 ____ 138 황혼이 바다가 되어 ____ 140 거짓부리 ____ 142 둘 다 ____ 144 반딧불 ____ 146 밤 ____ 148 만돌이 ____ 150 나무 ____ 152 달밤 ____ 154 풍경 ____ 156 한난계 ____ 158 그 여자 ____ 160 소낙비 ____ 162 비애 ____ 164 명상 ____ 166 비로봉 ____ 168 바다 ____ 170 산협의 오후 ____ 172 창 ____ 174 유언 ____ 176 산울림 ____ 178 비 오는 밤 ____ 180 사랑의 전당 ____ 182 이적 ____ 184 아우의 인상화 ____ 186 코스모스 ____ 188 고추밭 ____ 190 햇빛ㆍ바람 ____ 192 해바라기 얼굴 ____ 194 애기의 새벽 ____ 196 귀뚜라미와 나와 ____ 198 달같이 ____ 200 장미 병들어 ____ 202 투르게네프의 언덕 ____ 204 산골 물 ____ 206 팔복 마태복음 5장 3~12절 ____ 208 위로 ____ 210 쉽게 씌어진 시 ____ 212 사랑스런 추억 ____ 216 참회록 ____ 218 봄 2 ____ 220 간 ____ 222 흰 그림자 ____ 224 흐르는 거리 ____ 226 울적 ____ 228 창공 ____ 230 가슴 2 ____ 232 참새 ____ 234 아침 ____ 236 할아버지 ____ 238 개 2 ____ 240 장 ____ 242 야행 ____ 244 비 뒤 ____ 246 어머니 ____ 248 가로수 ____ 250 달을 쏘다 ____ 252 별똥 떨어진 데 ____ 256 화원에 꽃이 핀다 ____ 262 종시 ____ 266 시인 소개 ____ 276 화가 소개 ____ 277 |
윤동주 시인의 책이 몇 권 있음에도 있어도 또 다른 책을 갖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책도 서점에서 우연히 보다가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윤동주의 시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함께 있어 시 읽고 그림도 볼 수 있어 좋은 시화집입니다.
두께가 있는 만큼 윤동주의 시 전부가 들어 있는 듯 처음 읽는 시도 많았고 그림 또한 처음 보는 그림도 많았습니다.
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윤동주의 시와 산문을 포함하여 124편이 수록되어 있고,
고흐의 그림은 129점이 있습니다.
시를 읽다 보면 제목과 그림이 잘 맞아떨어지기도 합니다.
시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독립 염원에 대해, 그리고 자기 반성적인 시들도 있지만, 초2 교과서에 나오는 '봄'이나 '눈' 등 일상적이고 귀여운 시들도 있다.
독립 염원에 대한 시는 아련하기도 하고, 슬픈 마음이 들기도 하며 '위로'의 시는 말 그대로 '위로'를 해 주는 것 같다.
'시' 하면 학창 시절 의미와 상징들을 무수히 알아야만 했던 것만 생각이 나 '시' 읽기를 어려워했던 것 같다. 지금은 시험을 보기 위해 읽는 시가 아닌 만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편안하다는 게 먼저 다가오는데, 윤동주의 시 또한 편안하게 다가온다.
서정적이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시인 윤동주와 강렬한 색채와 그보다 더 강렬한 삶과 인생의 고흐가 만난 작품이다. 왠지 제목이 친근하다. 동주와 빈센트라니. 동네 친구들 부르듯 부르는 이름과 함께 그들의 불꽃같은 삶 속으로 들어가 본다.
윤동주는 말이 필요 없는 일제강점기 저항 시인이 자 독립운동가이다. 스물아홉의 짧은 삶을 감옥에서 마감했다. 말이 없었지만 다정했고 속이 깊었다는 시인의 시는 특유의 감수성과 삶에 대한 고뇌, 독립에 대한 소망이 서려 있는 작품들로 인해 대한민국 문학사에 길이 남은 전설적인 문인이다.
빈센트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약한 화가이며 서양 미술 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이다. 총 900여 점과 습작 1,100여 점은 정신질환을 앓고 자살을 감행하기 10년의 기간 동안 창작한 것들이다. 살아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았으나 사후에 대중들에게 알려지며 유명해졌다. 빈센트는 특유의 화풍으로 유명하며 이후 야수파, 초기 추상화, 표현주의 등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쳤다.
책은 윤동주의 시에 빈센트의 그림이 함께 실려 있다. 특별한 주제로 장을 나누지 않고, 윤동주의 시에 맞춰서 빈센트의 그림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읽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윤동주의 시집은 지난번에 한번 읽었고, 빈센트의 그림은 해바라기밖에 몰라서 온전히 느낄 수 있을지 책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책장을 넘긴다.
무서운 시간
아는 만큼 보이고 느껴지는 것을 실감한다. 단순한 느낌만으로 고른 시이다. 함께 실린 빈센트의 그림과 함께 마음과 시선을 잡아서 이 시를 골랐다. 그러나 그런 느낌만으로는 시를 온전히 느낄 수가 없는 한계를 느낀다. 네이버를 열고 이 시를 검색해 본다. 이 시를 자세히 풀어서 설명한 참고서 같은 글을 읽는다. 대충 읽고 나니 내가 느꼈던 단순한 느낌들이 조금 더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역시 아는 만큼 느끼는 것이다.
여기서 부른다는 것은 윤동주의 신앙에 의지하여 하나님의 부르심이 될 수도 있고, 그 당시 시대 상황으로 봤을 때는 독립군으로 부르는 부름일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함께 일본에서 하숙을 하던 송몽규는 이 시기에 독립군에 지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동주는 그 부름을 거절한다. 강력한 시대적 소명과 하나님의 부르심에 거절하는 시간이 무서운 시간이라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듣고 보니 정말 제목과 잘 어울리는 내용이다. 또 손들어 보지 못했다는 것은 자유가 없었다는 뜻으로, 손들어 표할 하늘은 신앙적으로 하나님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 자유가 없으며 신앙적으로 하나님께 완전히 순종하지도 못하는 자신의 상황을 표현하면서 하늘도 없다고 한다. 신앙인에게 하나님의 부르심을 거절하는 것, 대한민국 국민으로 독립군의 부름을 거절하는 것은 실로 무서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무서운 시간을 통해 보는 윤동주의 마음과 시대적 배경들이 뒤섞인다. 한없이 쓸쓸한 느낌. 자신의 삶에서 늘 고민하고 고뇌하며 길을 찾았던 시인의 마음들이 가랑잎처럼 뒹군다. 시대는 행동파인 송몽규 같은 사람을 원했지만 자신은 늘 조용히 고민하고 시를 썼으니 그 괴리감으로 인해 더욱 자신을 탓했을 것이다. 윤동주는 자신을 부르지 말라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간절히 그를 부르고 싶다. 그의 아름다운 시가, 사랑이, 한없이 깨끗하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도 간절한 시대이기에.
빨래
며칠을 햇살을 보지 못했다. 장마가 끝났지만, 장마인 듯 장마 아닌 날씨가 일주일가량 이어지고 있다. 비가 많이 오지도 않았지만 늘 흐렸고, 위세를 떨치던 한여름의 태양도 숨어버렸다. 그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투명한 날씨가 되었다. 그 햇살 아래 양산을 쓰고 걸으면서 이 시가 생각났다. 쨍쨍한 칠월의 햇발이 고요히 아담한 빨래에만 달린다는 표현이 너무 사실적이다. 어린 시절 빨랫줄에 널려 있던 아담한 빨래들이 떠오르고, 그 빨랫줄에 앉아 있던 잠자리까지도 선명하게 떠오르게 한다. 바람은 살랑거리며 빨래들의 귓속 이야기를 전하고, 부쩍 높아진 하늘의 푸르름이 배경색이 되어 빨래를 돋보이게 하는 풍경. 그 속에는 여름의 매미 소리가 있고, 어린 동생들과 내가 있다. 밭일로 늘 바쁘시던 어머니의 햇볕에 그을린 얼굴을 빨랫줄에 널어 함께 말리고 싶었던 그때가 있다. 그 투명하고 쨍한 햇살 하나로도 할 일이 많았고 행복했다. 그 햇살에 멱을 감았고, 나무 그늘의 시원함을 알았다. 가난한 살림 살이가 걸린 듯 빨래들이 낡고 빛바랬지만, 그 햇살로 깨끗해졌다. 이제는 편리한 건조기가 햇살을 대신한다. 건조기는 장마를 기분 좋게 하지만 햇살의 그 깨끗함과 살균은 주지 못한다.
오늘은 햇살과 시에 핑계 대며 빨래를 널어 볼까?
햇비
두 번쯤 읽으니 보이는 윤동주의 밝은 시다. 이 시를 읽으면서 여름이면 키를 훌쩍 넘던 옥수수 사이로 잘 익은 옥수수를 따던 기억이 떠오른다. 늘 한 여름이 생일인 둘째 동생의 생일 선물은 빈약했다. 옥수수와 감자, 간혹 운이 좋으면 수박을 먹을 수 있었다. 바구니를 옆에 끼고 동생들을 졸병처럼 거느리고 끝이 날카로운 옥수수 잎을 헤치며 옥수수를 땄다. 키가 닿지 않은 곳에 있는 옥수수를 꺾기 위해 셋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도 하고, 욕심으로 무거워진 바구니를 들고 오느라 낑낑대기도 했다. 한여름의 태양을 피해 해가 지던 저녁 무렵에 옥수수 따기는 우리들의 신나는 놀이였다. 그 옥수수를 삶고, 감자를 삶아서 동생의 생일 선물이라고 함께 웃으며 먹던 기억이 미소 짓게 한다. 며칠 후면 그 동생의 생일이다. 이제는 옥수수와 감자로는 채워지지 않는 풍부함 속에 살지만 어떤 선물도 그때의 행복감과 기쁨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 옥수수에는 우리들의 마음과 사랑이 담겨 있었으므로. 정성으로 키운 옥수수 감자는 그냥 옥수수 감자가 아니었으므로. 어린 시절의 추억 하나와 비 온 뒤 맑은 여름날의 무지개, 그때의 공기까지도 선명하게 떠오르게 하는 시다. 언제나 시 속에서 나이 들지도 바래지도 않는 시인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지는 예쁘고 즐거운 시다.
윤동주의 아름답고 슬프며 즐겁고 발랄한 시에 빈센트의 그림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책이다. 빈센트의 그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면서 이야기가 된다. 때로는 강렬한 색채로 인물로, 흑백의 습작으로, 싱그러운 자연으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림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냥 느낌으로 시와 함께 읽었다. 윤동주의 시는 처음 읽었을 때는 마음에 들어오지 않던 시들이 이번에는 새롭게 다가왔다. 너무 민족 시인, 독립운동가로만 평가하고 보아 와서 그 시도 그 이름에 맞게 가다 왔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는 사물을 풀어내서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하는 시인으로 보였다. 민족 시인과 독립운동가에 갇혀있던 인간 윤동주가 본래의 자유롭고 다정하며 섬세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대여 기일을 지켜야 하지만 시간을 오래 두고 읽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이 시가 아름다웠고, 빈센트의 그림이 아름다웠다.
그림의 제목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로 인해 빈센트를 더 알고 싶다는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한 명의 시인으로서 윤동주와 그림으로 온전히 빈센트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마음에 물감이 풀어지듯이 향기로운 그림이 그려지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시인과 작가를 만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