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6월 07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24g | 115*185*18mm |
ISBN13 | 9791170400608 |
ISBN10 | 1170400604 |
발행일 | 2022년 06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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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324g | 115*185*18mm |
ISBN13 | 9791170400608 |
ISBN10 | 1170400604 |
1부 그래도 괜찮아 오늘 하루 / 안녕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소망 / 가랑잎은 살아 있다 / 나의 아내 / 못난 아들 / 소년이여 조그만 꿈을 지녀라 / 통증 / 안부 전화 / 마스크 / 다시 포스트코로나 / 코로나 이후 / 채송화 / 실패한 당신을 위하여 / 그늘 아래 / 식욕 / 코로나 1 / 코로나 2 / 나에게 / 나이 / 그 아이 / 이를 닦다가 / 세상 속으로 / 내상 / 별 / 요절 / 눈을 감고 / 그나마 / 눈물점 / 문안 인사 / 코로나 시대 / 눈썹 미인 / 거울 / 입속의 봄 / 벌 / 인생 1 / 인생 2 / 끼니때 / 더딘 인생 / 옛집 / 지지 않는 꽃 / 원로 교사 / 이불 속에 / 해 저물 때까지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된장찌개집 2부 너무 애쓰지 마라 버스정류장 / 사막의 강 / 오아시스 / 발을 깨운다 / 눈물 찬讚 / 능소화 지다 / 꽃밭 귀퉁이 / 외눈 뜨고 / 하늘 이별 / 이른 봄 / 제비꽃 옆에 / 너를 만나는 날 / 동화 / 오후의 카톡 / 카톡 문자 / 클로버 이파리 / 내일 / 해운대 바닷가 / 오직 너는 / 별을 안는다 / 사랑은 그런 것 / 다시 이십대 / 나비 목걸이 / 은빛 / 대화 / 능소화 아래 / 달개비꽃 / 아무래도 내가 / 목걸이 / 만나고 돌아와 / 알고말고 / 문득 / 붓꽃 새로 필 때 / 웃는 인형 / 어린 벗에게 / 떠난 자취 / 사랑을 보낸다 / 사랑에게 1 / 사랑에게 2 / 사랑에게 3 / 사랑에게 4 / 사랑에게 5 / 사랑에게 6 / 사랑에게 7 / 사랑에게 8 / 사랑에게 9 / 오솔길 / 사진을 본다 / 미리 겁난다 / 마음의 거울 / 먹구름 때 / 양구 가는 길 3부 지금도 좋아 꽃 안부 / 리슬 한복 / 우리가 세상에 없는 날 / 콧등 위에 반창고 / 네마 니코데무 / 지구의 딸 / 어여쁜 여자 / 향기로 / 손님 / 미친 서울 / 나도 어쩔 수 없어요 / 하산길 / 먼 곳 / 중흥사에서 / 산 시인 / 두 시인 / 이성선 시비 / 비원 / 가족 / 성탄절 / 내가 없다 / 가인을 생각함 / 꼭지 없는 차 / 괜한 일 / 빵점 엄마 / 장례 일지 / 돌 거울 / 길 잃은 천사 / 강철의 언어 / 끝 집 / 기다리는 사람 / 뜨락에서의 일 / 사람 꽃 / 가을과 봄날 사이 / 축복 / 메리 포핀스 / 모교 앞길 / 오월 루치아의 뜰 / 비워둔 자리 / 가을의 전갈 / 영세 의원 / 민달팽이 / 정말 모른다고 / 사람의 별 4부 천천히 가자 에움길 / 하나의 고백 / 서울 사막 / 회심 / 지구 할아버지 / 일인 교회 / 사탄은 있는가 / 가시 / 세상을 사랑하는 법 / 그것은 실수 / 지구촌 / 사월 이일 / 양지 농원 / 사막 시집 / 반갑다 / 햇빛을 찬양 / 돌아가는 길 / 외딴집 / 천사를 만난 날 / 어리석음 / 시를 위한 기도 / 시의 출발 / 나무 / 잊지 말아라 / 봄 / 안개 속으로 / 간구 / 적막 / 일으켜 세웠다 / 짧은 말 / 김제 평야 / 무릎을 깨고 / 데이지꽃 |
"두 손에 아직도 시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나태주 시집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너나없이 고달픈 지구촌 여행길, 하루하루 피차의 안식과 평화, 자그만 행복을 빕니다.
- 시인의 말 中에서 -
○ 1부 그래도 괜찮아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지금 사람들 너나없이 / 살기 힘들다, 지쳤다, 고달프다, / 심지어 화가 난다고까지 말을 한다 //
그렇지만 이 대목에서도 / 우리가 마땅히 기댈 말과 / 부탁할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 밥을 먹어야 하고 / 잠을 자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 아낌없이 사랑해야 하고 / 조금은 더 참아낼 줄 알아야 한다 //
무엇보다도 소망의 끈을 / 놓치지 말아야 한다 / 기다림의 까치발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
그것이 날마다 아침이 오는 까닭이고 / 봄과 가을 사계절이 있는 까닭이고 / 어린것들이 우리와 함께하는 이유이다. (p18)
사표를 내고 싶었다며.. 그런 마음을 겨우 참으며 선술집에 앉아 한잔하고 있다는 사람..
속상한 일이 있어 눈물을 흘렸던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웃는다.. 새로운 날이니까..
[ 눈물점 ]
윗입술 오른쪽 볼 위에 / 숨어 있는 눈물점 / 어려서부터 오늘까지 / 나를 따라다닌 눈물점 //
눈물을 먹고 자란 / 점이 아니라 / 눈물을 기다리며 늘 / 목이 마른 눈물점 //
나를 사랑한 이들은 / 한결같이 눈물점을 걱정했고 / 나의 눈물 많음을 또 / 오래도록 사랑해야만 했다. (p61)
처음 본 그녀는.. 내눈을 보더니 그녀가 울어 버렸다.. 왜 이렇게 눈물이 많냐고..
내게도 숨어있는 눈물점이 있었나보다..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 /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p80)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이 말이 마음에 울림을 준다..
잘하고 싶었는데.. 잘하려 애쓰었는데.. 망쳐서 너무 속상했던 경험..
그럴 때.. 그냥 조금 날 보듬어 줄 걸.. 나라도 칭찬해 줄 걸..
○ 2부 너무 애쓰지 마라
[ 발을 깨운다 ]
어렵게 힘들게 저녁 시간 / 잠을 이루고 난 아침 / 뜨거운 물 한 잔 끓여 / 우선 마시고
그다음에 하는 일은 / 손으로 다리를 주무르고 / 골고루 발가락과 발바닥을 / 쓰다듬어주는 일
이제 자네도 일어나야 해 / 일어나 오늘도 나와 함께 / 일을 해야지
먼 길 떠나야 하고 / 좋은 사람 낯선 풍경들 / 만나러 가야 해
나보다 먼저 / 자네가 한 발자국 / 먼저 가주기를 부탁해
날마다 아침마다 그렇게 / 발을 깨운다. (p90)
아빠는 저녁마다 따뜻한 물로 발샤워를 마치면.. 그다음엔 내가 다리를 주무른다..
그 시간엔 하루일과를 이야기하다.. 가끔씩 들려오는 아빠의 질문이 멈춘다..
피로가 풀려 몸이 시원해진 아빠는 그대로 잠이 든 것이다..
그렇게 난.. 저녁마다 아빠의 발을 재운다..
[ 문득 ]
창문의 종이를 만져본다 / 꺼끌꺼끌하다 //
가을 겨울 / 그리고 봄 //
볼우물이 고운 아이 / 지금은 내 앞에 없는 아이 //
그 아이가 문득 / 보고 싶었다. (p127)
[ 오솔길 ]
멀리 있는 사람을 두고 / 말을 한다 / 보고 싶다고! / 그리웠다고! //
바람에게 말을 하고 / 나무에게 말을 한다 / 바람더러 전해달라고
그 사람 이 숲속 길 / 혼자 지날 때 / 살그머니 귓속말로 / 들려달라고 //
여기 없는 사람을 두고 / 말을 한다 / 우리 곧 만나자고! / 웃으면서 만나자고! (p152)
바람에게 이야기하면 전해줄까.. 바람에 실려 내 마음이 전해질까.. 웃으면서 곧 만날 수 있는 걸까..
바람아!! 부탁해!!
○ 3부 지금도 좋아
[ 민달팽이 ] - 이어령 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에 드림
평생 무거운 집 한 채 / 등에 지고 다니며 허위허위 / 힘겹게 살았지요 //
그러다가 어느 날 / 어이없는 딸의 죽음 / 그 아픔과 슬픔으로 / 달팽이 등이 터져버렸습니다 //
'지성에서 영성으로' //
민달팽이 집이 없는 민달팽이 / 아프게 힘들게 맨몸으로 기어서 / 하늘나라로 돌아갔습니다
영원히 죽지 않는 목숨이 되었습니다. (p225)
지금쯤이면.. 만나셨겠죠..
등에 지고 다니신 그 짐.. 내려놓으셨지요..
그동안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계실까요..
이젠 아프지 않으시지요..
○ 4부 천천히 가자
[ 잊지 말아라 ]
다만 지금 누군가 너를 /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아라 / 세상 살맛이 조금씩 돌아올 것이다 //
다만 지금 누군가 너를 위해 / 기도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아라 / 세상이 좀 더 따스하게 느껴질 것이다 //
다만 지금 누군가 너를 위해 /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아라 / 세상이 갑자기 눈부신 세상으로 바뀔 것이다 //
어쩌면 너는 누군가를 위해 / 기도하는 사람이 되고 / 함께 울어주고 싶은 사람이 / 될지도 모를 일이다. (p272)
아플 때.. 네가 생각나서라며 연락을 해주는 사람..
새벽예배가면 널 위해 기도하고 있어 말해주는 사람..
이젠 내가.. 당신을 위해 생각하고, 기도하고, 울어줄께요..
가끔은 실수하고 서툴러도 / 너눈 사랑스런 사람이란다. - 「어린 벗에게」 중에서
실수하고 서툴어도 사랑스런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힘들고 지칠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애쓰지 마라며.. 위로가 되어주는 시를 만나서.. 지친 마음을 안아준 이 시간.. 감사합니다..
... 소/라/향/기 ...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의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책 표지부터 '예쁘다'라는 설레임과 안정감을 주는 초록 자연 속을 걷고 있는 여자가 보이는 예쁜 책이 내게 왔다.
표지 그림은 세계적인 중국 일러스트레이터 ‘오아물 루(Oamul lu)’의 작품이라고 한다.
나태주 시인의 신작,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2020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작가가 쓴 176편의 시을 담아 위로와 응원을 한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지금 모습 그대로 너는 충분히 예쁘다
다시 재개된 대학 축제에서 수많은 젊은 청춘들의 시원한 외침을 듣고, 봇물처럼 터진 감정들을 볼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이 결코 평범하게 얻고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하게 알게 되었다.
“오늘은 비록 내 마음 시무룩하지만 머지않아 널 만나는 날”
“조그만 이름 모를 새들처럼 나도야 기뻐서 지절거릴 것이다.”
“분명 우리가 만날 날이 오기는 올 것이”
“하루하루가 최선의 날이고 순간순간이 그야말로 금쪽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생”이기에 우리는 “오직 유일무이한 한 번뿐인” 이번 생을
“진저리 치도록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오랜만에 감성 가득한 시집을 읽게 되어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태주 작가의 시는 가만히 읽다보면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받게 된다.
인간관계망, 다양한 SNS 채널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내 자신이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것으로 관계를 극복하고
괴로움도 즐거움도 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며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아이
겉으로 당신 당당하고 우뚝하지만
당신 안에 조그맟고 여리고 약한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작은 일에도 흔들리고
작은 말에도 상처받는 아이
순하고도 여린 아이 하나 살고 있어요
초록빛 풀밭 위 고운 모래밭 위
통통통 뛰어가는 작은 세 발걸음
그렇게 가볍게 살아가주길 바라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풀꽃으로 유명한 시인의 시집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시집을 멀리하기도 했고, 내 시선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시의 깊이 때문이기도 했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시집에 싱그럽게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좋지 않은가?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194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시를 써온 시인은 현재까지 150여권의 시집과 산문집, 그림 시집, 동화집을 펴냈다. 풀꽃의 선풍적인 인기로 풀꽃 시인이라 불리며 많은 상도 수상했다. 현재는 2014년부터 공주에서 나태주 풀꽃 문학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시집은 시인의 가장 최근 시들이 실려 있으며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그래도 괜찮아를 주제로 시들이 모여 있고, 2부는 너무 애쓰지 마라를 주제로 시들이 빼곡히 실려 있다. 3부는 지금도 좋아이고, 4부는 천천히 가자는 제목으로 시인을 닮은 시들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 평생을 시와 함께 산 시인의 입으로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큰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책의 시작에서 나오는 말처럼 가끔은 실수하고 서툴러도 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란다는 말이 내게 하는 것처럼 들린다. 시가 시인의 바램처럼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들이 일으키는 푸른 바람 속으로 들어가 본다.
채송화
난쟁이 꽃/ 땅바닥에 엎드려 피는 꽃
그래도 해님을 좋아해/ 해가 뜨면 방글방글 웃는 꽃
바람 불어 키가 큰 꽃들/ 해바라기 코스모스 넘어져도
미리 넘어져서 더는/ 넘어질 일 없는 꽃
땅바닥에 넘어졌느냐/ 땅을 짚고 다시 일어나거라!
사람한테도 조용히/ 타일러 알려주는 꽃.
꽃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시인답게 시인의 눈을 통해 보는 채송화는 겸손을 말하고 위로를 말한다. 처음 나팔꽃을 보았던 때가 불쑥 떠올려지는 시다. 해가 뜨면 꽃잎을 펼치고 해가 지면 꽃잎을 오므리던 나팔꽃을 위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책에서 몇 줄의 글로 나오던 해가 뜨면 피고 해가 지면 오므린다던 나팔꽃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 꽃이 단순한 꽃이 아니고 생명으로 다가오던 순간. 마당 다 덮던 시멘트 끝자락에 그 나팔꽃과 함께 색깔별로 피었던 채송화. 그 선명한 색깔을 무엇으로 표현할지 몰라 오래 들여다보던 꽃이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노란색 빨간색 피던 채송화가 기억 속에서 불쑥 떠오른다. 기억의 저편 어딘가에 떠돌던 파편처럼 흩어졌다가 시를 읽는 순간 어제처럼 시간을 뛰어넘어 말을 한다. 그렇구나! 미리 넘어져서 더는 넘어질 일이 없는 꽃으로 우리에게도 조용히 타일러 주는 꽃으로 오래도록 살아남았구나! 형형색색 화려한 꽃들 속에서도 꿋꿋하게 소박한 아름다움을 품고, 자신의 이야기들을 만들면서 우리 주위에 가까이 그렇게 있었구나. 시를 읽으면 시를 통해 시인의 마음과 눈을 갖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오늘 말을 걸어오는 채송화처럼, 주위의 사람들을 하나의 꽃으로 보는 사랑의 눈을 가져야지 다짐해 보게 되는 아름다운 시다.
지지 않는 꽃
하루나 이틀 꽃은/ 피었다 지지만
마음속 숨긴 꽃은/ 좀 더 오래간다
글이 된 꽃은/ 더 오래 지지 않는다.
마음속에 꽃이 피고, 글이 꽃이 되는 아름다운 말과 사랑이 그리운 요즘이다. 오래 두고 사랑의 시선으로 관찰하는 시인의 시선이 꽃이 된다. 마음속 숨긴 꽃이 스스로 드러나서 그 향기를 풍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일깨우기를 기도하는 심정이 된다. 뉴스 속 넘쳐나는 사건 사고들을 모두 가리고도 남을 꽃들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타인을 향한 시선이 꽃이 되고, 말이 꽃이 되고, 글이 꽃이 되는 아름다운 이어짐이 생활 속에서 깨어나기를.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깨어나기를 바란다. 이미 갖고 있었던 아름다움과 존엄이 조용히 강력하게 깨어나기를 바라는 심정이 된다. 꽃이 된 글이 오래 지지 않아서 사람들의 얼굴 위에서 활짝 피어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읽어 본다. 누군가에게 꽃이 되는 말과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과 함께.
정말 모른다고 --이어령 선생
모른다는 말을 그는/ 평생 모르고 살았다.
모른다는 말은 그에게/ 수치였으며 패착이었으니까
인생의 종반에 가서야 겨우/ 죽음과 사랑에 대해서만은
모른다고 정말 모른다고/ 어린아이처럼 고백했다
가전제품 가게 주인이/ 골동품 가게 주인으로 바뀌는 순간
정말로 아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시인이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추억하면서 쓴 시중 하나이다. 이어령 선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어령. 살아있는 지성이라고 불리던 사람. 얼마 전 그렇게 고대하던 큰 따님을 만나러 먼 길 떠나신 분. 이름으로 유명한 분이었지만 이분을 가까이 느낀 것은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읽고 난 후였다. 그 책을 통해 종교를 갖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오래 화해하지 못했다고 하시던 큰 따님 이민아 목사님도 알게 되었다. 고작 책 몇 권으로 사람을 어떻게 안다고 말하겠는가 마는 그분의 마무리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시인의 탁월함을 느끼는 시이기도 했다. 그분의 이름 정도만 안다고 해도 시를 읽으면 아하하고 공감을 하게 된다. 모른 다는 말을 평생 모르고 살았다는 말. 죽음과 사랑에 대해서만은 모른다고 아이처럼 고백했다는 말이 누가 봐도 이어령 선생이지 않은가? 정말로 아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만이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 이어령이라는 이름과 함께 무게를 갖는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느라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른다는 고백이 담담하지만 울림이 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자.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따지기 전에. 사소한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진솔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 먼저 다른 사람의 무지를 비난하지 않는 내가 되는 것부터 실천하자.
오직 너는
많은 사람 아니다
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너는 한 사람
우주 가운데서도
빛나는 하나의 별
꽃밭 가운데서도
하나뿐인 너의 꽃
너 자신을 살아라
너 자신을 빛내라.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갖게 되는 이름들이 있다. 누구의 아내, 엄마, 딸, 며느리 등등. 거기에 직장에서의 직급이 호칭이 되기도 하고, 모임에서의 호칭이 이름이 되기도 한다. 그런 많은 이름들 가운데 오직 나는 한 사람이다. 시를 읽고 뛰는 가슴으로 잠을 설치는 사람도 나고, 딸아이의 고민에 주체할 수 없는 화를 느끼는 사람도 나다. 피곤으로 집안일을 대충대충 마무리하는 것도 나고, 먹을 것을 참지 못해 기어이 과자를 먹는 것도 나다. 이런 나이지만 나 자신으로 살기로 결단한다. 누구의 평가나 인정, 비난에도 단단한 나로 살기로 결정한다. 존엄을 깨달은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존엄을 일깨우며 살아가기로 선택한다.
이 시는 그런 나 자신의 선택에 강력한 응원이 되어 주었다.
마치 나를 위해 쓰인 시처럼. 시인의 바람이 시에 모두 들어가 있어서 읽는 사람이 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시인은 시를 통해 위로와 격려를 주고 싶었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책을 시작에서 말했다. 열매를 위한 삶인가? 꽃을 피우기 위한 삶인가?
나 자신 스스로 빛나는 삶으로 열매 맺으며 살리라 다짐하게 되는 시. 굳이 꽃이 아니어도, 혹은 꽃이 화려하거나 크지 않아도 괜찮다고 무심히 웃게 해주는 시. 괜찮다. 꽃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인정이 없어도 나 자신이어서 나 자신이므로 빛나는 웃음을 지을 수 있다. 그 웃음에 힘을 더하여 준시와 함께.
시집에는 시인의 마음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읽을 사람, 함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사랑이 꽃처럼 피어 있다. 꽃이 되는 말처럼 오래 지지 않는 아름다운 시들이 꽃밭을 이루고 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오래 함께 했던 어린이들을 향한 마음이, 항상 그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내조해 준 아내에 대한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눈 내린 겨울 풍경에서 느껴지는 아늑함과 포근함에 꽃향기까지 나는 시집이다. 시와 함께 살아온 시인의 삶이 자연스럽게 시가 되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정말 어렵지 않게 대화처럼 이어지는 말들이 시의 옷을 입는다. 마치 물 위를 우아하게 떠있는 오리의 물밑 발처럼 일상을 시로 채우는 시인의 몸부림도 있겠지 짐작만 해 본다. 그 시인이 우리에게 말한다. 너무 잘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직 너로 살라고 말한다. 그 말에 용기와 위로와 힘을 얻는다. 지금 여기서 자신이 너무 못나 보여서 자기를 사랑할 수 없을 때 조용히 꺼내 읽어 보길 권한다. 세상 속에 오직 하나인 당신을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 잔잔하지만 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어린 벗에게는 제목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한다.
우리는 모두 그런 사람이다!!!.
지금 모습 그대로 있어도 너는 가득하고 좋은 사람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