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8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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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0쪽 | 224g | 128*205*10mm |
ISBN13 | 9788932040448 |
ISBN10 | 8932040443 |
[예스24XEBS] 구매 시 리딩 트래커 or 포함 3만원 ↑ 구매 시 리딩 저널 (각 포인트 차감)
발행일 | 2022년 08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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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40쪽 | 224g | 128*205*10mm |
ISBN13 | 9788932040448 |
ISBN10 | 8932040443 |
MD 한마디
[‘그러니까 시는 여기 있다’] 시인 진은영의 언어로 되살아나는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 슬픔, 그리움, 치유. 지난날 당신이 경험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의 시 속에서 비로소 선명해진다. 가라앉았던 저편의 기억이 불현듯 기다린 듯 다시 떠오르는, 맑고 단단한 시의 목소리, 시인의 음성 -시 PD 박형욱
시인의 말 Ⅰ. 사랑의 전문가 청혼 그러니까 시는 당신의 고향집에 와서 어울린다 사랑합니다 봄에 죽은 아이 모자 카살스 사랑의 전문가 조직생활자 파울 클레의 관찰 일기 생일 남아 있는 것들 종이 봄의 노란 유리 도미노를 Ⅱ. 한 아이에게 우주의 옷장 속에서 올랜도 그날 이후 뱀 이야기 단조로운 시 천칭자리 위에서 스무 살이 된 예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빨간 풍선 나는 도망 중 아빠 언제나 봄여름가을겨울의 모놀로그 시인 만세 한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Ⅲ. 사실 봄여름가을겨울 월요일에 만나요 사실 스타바트 마테르 아뉴스데이, 새뮤얼 바버 일대기 죽은 마술사 라푼젤, K를 기다리다 방을 위한 엘레지 죽은 엄마가 아이에게 아르스 포에티카 쓰지 않은 것들 빨간 네잎클로버 들판 시를 쓰며 참고한 것들 해설 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 · 신형철 |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마음이 열려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진은영의 시집을 읽으면서, 누군가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은 희미해진 9년 전 남쪽 바다에서 일어났던 ‘세월호’를 기억하고, 여전히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의 마음을 안아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집 목차의 하나를 ‘한 아이에게’라는 제목을 붙이고, 세상에 없는 아이의 목소리를 담아 시로 아빠와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전하고 있다.
엄마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
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
(‘그날 이후’ 부분)
이미 들을 수 없는 자식의 목소리이지만,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서 대신 전하는 시를 통해 아마도 가족들은 아이의 진심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진실보다는 오로지 정치적 득실만 따지면서 가족들을 폄하하고 모욕하던 난폭한 자들의 행태를 목격했던 부모들에게는 자신들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시인의 목소리에서 얼마간의 위안을 받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무엇보다 이 시를 쓰기 위해 아이의 마음에 닿으려고 노력했던 시인의 절실함이 충분히 느껴지기도 했다.
어언 ‘세월호’로부터 9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그 책임 또한 명확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을 돌아보면, 여전히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에도 세상은 까마득하게 잊은 듯이 시간을 흘려보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인은 ‘아빠’의 목소리를 빌어 “잔실이 어서 세상으로 나오기를 /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온 심장처럼”(‘아빠’ 부분) 간절한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과 상관없이 위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인은 “우리가 절망의 아교로 밤하늘에 붙인 별 / 그래 죽은 아이들 얼굴 / 우수수 떨어졌다 / 어머니의 심장에, 단 하나의 검은 섬에”(‘그러니까 시는’ 부분)와 같은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정한 세상에서 시인은 자신의 시를 통해서 남은 이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시집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멈추어야만 했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시를 써야만 했던 시인의 마음을 충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시집의 제목이 퍽 인상적이다. 이 구절만큼 마음이 멎는 다른 구절을 얻지 못했다고 하면 이건 다행인 것일까 섭섭한 것일까. 봄날의 괜히 어수선한 마음을 다잡으려 들여다본 시들, 이만해도 되었다는 생각이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일상을 돕는 기운을 얻는 데에 시를 읽는 일만한 게 없다고 여긴다. 그래서 종종, 할 수 있다면 자주 시집을 열고 그의 시를 읊어 보려고 애쓰는 편인데, 이렇게 마음 설레는 순간을 자주 맞이했으면 좋겠다. 시집을 덮고도 웅얼거리는 시의 구절이 남아 있기를, 외운 시 구절에 내가 보내는 시간이 겹쳐 흐르기를, 시를 찾는 내 의욕이 줄어들지 않기를.
낯선 시어를 자주 본 느낌이다. 내가 잘 모르는 낱말을 보게 되면, 우리말이 아닌 경우 더더욱, 새로 뜻을 찾아 보아야 하기도 하고, 과정도 내 속 사정도 답답해서 그만 포기하곤 한다. 내가 앞으로 더 알아야 할 낱말들은 얼마나 많을까?
2014년 세월호에 희생된 이들을 그리며 쓴 시들은 그저 먹먹하기만 했다. 잊지 않게 해 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10 시여 네가 좋다 너와 함께 있으면 나는 나를 안을 수 있으니까
16 하루나 이틀쯤 모자라는 슬픔이
41 간지러워 나무들은 재채기했네
50 내 사랑 한 줄로 된 현악기 울리거나 멈추거나
58 너는 얼마나 멀리 날아갈까 네 몫의 어리석음으로부터
75 작은 엽서처럼 네게로 갔다. 봉투도 비밀도 없이.
87 모든 이가 어느 다락방에 쌓인 낡은 몰락의 일종이었음이 문득 자연스러워지는 오후 한때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아, 이 시는 이걸 말하고 있구나!'
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시는 솔직히 아니다.
물론 시가 낯선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내가 얕게 이해한 바로는, 이 시의 대부분은 시인이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인 듯하다.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나를 사랑한다...
낡아서 사람들이 예전만큼 오지 않고 한산한 날이 대부분이지만,
계속해서 그 자리에 있는 오래된 거리처럼,
그렇게 나를 사랑한다.
이런 뜻인가 싶다가도, 이게 아닐 것 같기도 하고.
갸우뚱하면서도 계속 이 시집을 읽게 되는 건
익숙한 단어들로 만들어낸 낯선 조합들이 자꾸만 마음을 간지럽히기 때문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