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7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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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8쪽 | 558g | 140*205*30mm |
ISBN13 | 9791168340510 |
ISBN10 | 1168340519 |
에코백 or 보틀 증정 (택1/포인트 차감)
발행일 | 2022년 07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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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8쪽 | 558g | 140*205*30mm |
ISBN13 | 9791168340510 |
ISBN10 | 1168340519 |
소설에 이어 드라마 제작까지 이어진 파친코의 인기와 작품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작년에 베스트셀러라는 이유 하나로 파친코를 읽었고 시대의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들의 아픔을 너무 현실감 넘치게 담아냈던 책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에 다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인플루엔셜 출판사의 새로운 번역으로 화사한 표지로 단장한 파친코를 다시 읽게 되었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p.15)
부산 영도에서 하숙집을 꾸려나가는 늙은 어부와 아내에게 유일한 아들 훈이는 언청이에 발이 뒤틀린 채로 태어났다. 훈이는 온화하고 사려 깊은 성격의 청년으로 자랐지만, 장애로 인해 늦은 나이인 1911년 봄, 스물여덟 살이 되었을 때 가난한 집 막내딸 양진을 아내로 맞이한다. 이들 부부는 세 명의 아이를 잃고 네 번째 아이이자 유일한 딸인 선자를 낳는다. 선자는 건강히 자랐고 훈이는 딸을 소중히 아낌없이 사랑했지만, 선자가 열세 살이 되던 해에 훈이는 결핵으로 죽는다. 1932년 16살의 선자는 시장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던 생선 중개상 고한수의 도움을 받은 이후 몰래 만남을 이어오다 임신을 한다. 이미 오사카에 부인과 세 딸이 있는 고한수는 선자와 아이를 돌보겠지만 결혼은 할 수 없다고 하자 선자는 고한수에 대한 미련을 버린다. 오사카로 가기 전 하숙집에 찾은 백이삭이 결핵으로 사경을 헤매고 양진과 선자가 병간호를 한다. 건강을 회복한 백이삭은 이들 모녀에게 감사한 마음과 함께 모든 아이는 축복이라는 믿음으로 임신한 선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같이 일본으로 가자고 제의하고 선자는 그렇게 이삭을 따라 오사카로 가게 된다. 오사카에서 이삭의 형 요셉과 부인 경희와 함께 일본에서의 낯선 생활을 시작하고 노아를 낳는다. 둘째 모자수가 태어나고 부목사이던 이삭이 감옥생활을 하며 선자와 경희가 김치 장사에 이어 식당 주방에서 일하게 된다. 이삭이 죽고 1945년 미국의 폭격을 피해 시골로 내려가라는 한수의 충고에 따라 오사카를 떠난다. 한수의 도움으로 양진을 만나게 된 선자 가족은 전쟁이 끝이 나지만 독립된 조선의 혼돈 상태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다시 오사카로 돌아와 장사하며 한수의 도움 없이 아이들을 키우지만, 경제적으로 여전히 넉넉하지 못한 상태였다. 노아는 대학 진학을 원할 정도로 학업에 충실하지만 모자수는 학업에 관심이 없이 겨우 학교에 다닌다.
요즘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을 읽으며 우리의 아픈 역사 그리고 아직도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반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던 차에 그 시절 일본에서 살아온 이들의 삶을 담은 이 작품을 다시 읽게 되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30년 가까이 준비하고 자료를 모았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작가의 노력으로 탄생한 작품답게 다시 읽어도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절한 감정의 표현보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주는 것 같은 서술 방식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이 험난한 시절 조국도 개개개인의 존엄성도 잃어버린 상태로 살아가는 아픔을 너무나 잘 표현되었다. 야쿠자인 친아버지 한수의 존재를 모르고 모범적인 조선인의 표상으로 이삭을 존경했던 노아. 뛰어난 학업 성적에도 불구하고 조선인이라는 멸시에 일본인이 되고 싶은 마음을 남몰래 품었던 노아의 그림자가 너무 무거워 보였다. 이미 노아 앞에 놓인 길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처음 읽었을 때도 가장 안타까웠던 인물인 노아에게 감정이입이 더 많이 된 것 같다. 같은 민족이기에 이들의 아픔을 내가 더 깊이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이리라. 다시 읽어도 역시나 페이지터너인 파친코의 깊은 울림은 2권을 또 기대하게 만든다.
소설 파친코의 원서가 출간되었던 2017년 당시 뿐만 아니라 2018년 국내에서 번역본이 출간되고 그 이후에도 외서와 국내서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항상 올라와 있어 궁금해 하면서도 언젠가 읽겠지.. 하며 미루다 올초 애플TV에서 드라마가 이슈가 되고 나서야 뒷북치듯 책을 찾았지만 판권완료로 책이 절판되며 도서관에서 예약하고 순번을 기다리다 보니 의도치 않게 2권을 먼저 읽고 1권을 읽어야 했었다. 그게 벌써 두 달 전이다. 다행이 드라마가 1, 2권의 내용을 혼합하여 과거와 현재(소설 속 시점에서)를 오가며 그리다 보니 순서를 바꿔 읽어도 전반 내용을 파악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당시 번역과 관련된 논란도 꽤 많았지만, 시즌제로 준비중인 드라마에서 아직 책의 전체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데 주로 집중을 하다보니 선자와 이삭이 오사카로 간 이후 3개의 이름을 사용했던 부분에서 그들의 성인 '백'을 왜 '보쿠'라고 번역이 되었냐 외에는 번역 부분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이 된다는 보도가 나오다 보니 그 떄 다시 제대로 읽자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책이 나오자 마자 1권을 구입하고도 일부러 2권이 출간될 때까지 읽지 않다가 2권을 받아보고 나서 이번엔 2권을 순서대로 읽었다. 이전 판을 읽은지 2달 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드라마를 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내용은 동일하기에 이번 리뷰에서는 전반적인 내용 보다는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될 것 같다.
[사진] 파친코 일본어판(パチンコ(上)) 의 주요 등장인물 소개 부분
참 쓸데없는 짓이지만 이 소설을 보며 주인공의 일본 이름(성)이 왜 '보쿠'로 번역되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한국어판에 굳이 일본어 원서 사진을 넣은 이유는 이 부분 외에도 영어 원서에서도 일본어를 표기한 부분이 왜 이렇게 쓰였는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단어인지 찾는데 오래걸린 단어들이 여럿 발견 되었기 때문이다. 사진 속 빨간 상자(백이삭의 가족들 이름)를 보면 'パク(파쿠, 백 >> 한국어의 모음 'ㅐ'를 표현할 수 발음이 없어 '파'라고 표기한 것 같다.)' 라고 표기하고 있다. 근데, 한국어 번역본은 왜 '보쿠'일까 계속 찾아 봤는데, 원서에 영어로 'boku'로 표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 허무한 결말이다. ^^;
두 달 만이긴 하지만 분명히 내용에 더 신경을 쓰며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이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나..' 하는 순간이 너무 자주 찾아왔다. 도서관에서 대출해 본 책은 이미 반납을 해 버려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다행이도 2018년 번역본의 온라인 소개란에 앞 부분의 미리보기 부분이 아직 남아있어 비교하며 읽다보니 번역 과정에서 달라진 표현이 꽤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내용 자체가 달라질 이유는 없지만, 번역에 따른 표현 만으로도 같은 내용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거나 새로운 내용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런 상황을 자주 마주치게 되자 마침 영어 원서를 가지고 있어 어설픈 영어 실력이지만 해당 부분을 찾아 확인해가며 읽었다. 그랬더니 읽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앞서 들었던 생각은 점차 사라졌다.
달라진 표현들을 몇 개 확인해 보면 이렇다. 선자의 부모 훈이와 양진이 하숙집을 어렵게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이전판에서는 ''~ 매달 꼬박꼬박 집세를 지불하지 않고는 ~' 라는 내용을 신판에서는 '마름(지주를 대리하여 소작권을 관리하는 사람, p.27)' 이라는 2글자로 표현하고 있었다. '~ 짚신을 만들어야 ~' 라는 표현은 '~ 짚신을 삼다(짚이나 삼실 따위를 결어서 만들다, p.30)' 로 표현하고 있었고, '~ 고개를 끄덕였다 ~'는 '~ 고개를 주억였다. ~ (p.35)' 로 표현했다. 해당 부분을 원서와 이전 번역판에서는 모두 동일 단어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번 번역판에서는 동일 단어도 같은 내용을 번갈아가며 표현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어려운 용어를 쓸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했다. 마치 그전에 없었던 새로운 내용을 읽는 듯한 착각이 여러번 들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쉬운 표현을 썼으면 했지만, 그래도 바뀐 번역이 옳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선자가 이삭과 결혼 후 오사카에서 생활을 하다 이삭이 순사에게 잡혀간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이삭의 직업이 목사이다 보니 성사와 관련된 내용이 이 소설에 꽤 자주 등장한다. 눈에 띄었던 단어는 '풀무불(p.242)'로 번역된 부분이었다. 해당 부분의 원서를 찾아보니 용광로 라는 뜻의 'furnace'였다. 번역된 문장만으로 보았을 땐 불 속으로 뛰어 드는 불나방 이라는 뜻으로 이해했는데, 해당 단어를 찾아보니 '풀무불'과 관련된 이야기가 성서에 등장하는지 관련 포스팅이 꽤 많이 나왔다. 이런 단어의 경우는 굳이 풀어쓰기 보다는 그래도 쓰고, 주석으로 해석을 달아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된다. 이런 부분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두 번째 읽는 것이지만, 내용에 더 집중하자던 본래 목표와 달리 의도치 않게 새로운 번역에 더 집중해서 읽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원서만 달랑 있었더라면 분명 제대로 펼쳐보지 않았을 원서도 꽤 많이 펼쳐 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원서에서 특이하게 표기된 단어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soo nee' 라는 부분이다. 이 단어는 정말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포털 검색만 몇 시간을 했던 것 같다. 이 단어는 일본어로 'そう-ね(소우네~, 그렇네요)'를 표기한 거였다. 일본어 사전에서도 히라가나가 아닌 알파벳으로 검색할 때는 발음대로 'soune'라고 입력해야 검색이 되는데 말이다. 나처럼 'soo nee'가 뭘 말하는 건지 몰라 헤맨 사람들이 국내 블로거 외에도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도 왜 이렇게 표기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본어 품사와 관련된 포럼 관련 내용을 포스팅한 글에서 'そう'를 'soo''로 표기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해당 포스팅 https://blog.naver.com/faithbelief/80012227192) 2005년 포스팅이라 현재에도 그대로 유효한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1권은 이전판에서도 신판에서도 선자와 이삭이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부산의 한 교회를 찾았다 선자가 신목사로부터 종교적인 이유로 모욕 아닌 모욕을 당하는 부분과 종교적 내용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부분은 참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다. 두 달 전도 그랬지만, 1권에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이 번에도 똑같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소설 읽겠다고 책 펼쳤다가 어학 공부를 잔뜩 한 시간이었다. 뭐 그것도 나쁘진 않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일제강점기의 한민족, 특히나 친일파가 아닌 일반 사람들은 어렵게 살 수밖에 없었다. 이 소설은 그들 중 훈이와 영진의 자식인 선자로부터 비롯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설 속에서 그나마 잘 살던 한수도 결국은 일본인 오야붕의 딸을 아내로 맞이한 덕에 그렇게 지낼 수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정당하고 떳떳한 방법으로는 잘 먹고 잘 살 수 없는 시절이었다. 그 시절, 그 세상 속에서 역사 속에 버려진 듯한 사람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하루하루 버텨 나간다. 이 소설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위와 같은 소설 첫 문장은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하다.
부산 영도의 늙은 어부와 아내 사이에서 시작한 훈이의 심장 박동으로 이어졌고 양진과 함께한 후 다시 선자로 넘어갔다. 아들이 귀한 시대에 딸로 태어났지만 훈이는 그런 딸을 어여쁘게 여겼고 그 모습이 선자의 매력으로 남겨졌다. 그 당시 시대와 다르게 훈이는 아들이 아닌 딸을 소중히 여겼고 그런 마음이 선자에게 넘어가 둥글둥글하면서도 강단 있는 여인으로 남았다.
[파친코]라는 소설을 알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애플TV에서 나온 [파친코] 드라마 시리즈 덕이 크다. 이 시리즈를 다 보지 못했고 유튜브를 통해서 요약한 것이나 부분 장면만 보았다. 선자 역을 맡은 김민하 배우는 소설 속 선자의 이미지와 매우 잘 어울렸다. 투박한 시골처녀이지만 어딘지 끌리는 매력을 지녔고, 날카로운 도시 여자들과 달리 둥글둥글한 몸매에 한수의 시선을 담박에 끌 수 있는 이미지. 어수룩해 보이지만 강하고 강단 있는 생활력을 지닌 여성. 그런 여성의 이미지인 선자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의 어려운 생활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한수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배고, 한수가 아내가 있는 것을 알고 이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 동안에도 속절없이 선자의 배는 불러오고, 마침 선자와 엄마가 하던 하숙집에 머물고 있던 병약한 목사인 이삭과 만나 일본으로 가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어렵지만 일본 생활에 적응하여 그럭저럭 살아가는 동안, 갑작스레 이삭이 경찰서에 끌려가고 만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이삭이 어느날 거의 죽어가는 몰골로 집에 나타났을 때 아들인 노아가 장사를 하는 선자에게 알리러 간다.
선자의 아버지는 선자가 잘한 일이 있으면 항상 칭찬했다. 선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조차 아버지는 습관처럼 선자의 정수리를 쓰다듬거나 등을 토닥거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선자는 아버지의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반짝이는 보석처럼 소중히 여기며 의지했다.
그리고 지금, 남편이자 노아의 아버지인 이삭이 생사를 헤메는 상태로 돌아온 시점에서 이를 알리러 온 노아에게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듯 칭찬의 말을 한다. 선자의 아버지, 훈이의 내리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며 선자의 강단있는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었을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선자와 함께 이 소설의 주된 인물은 한수이다. 노아라는 아들로 맺어진 인연은 이 소설이 끝날 때까지 한수와 선자를 이어간다.
12년이 흘렀다. 그때와 똑같은 얼굴이 여기 있었다. 자신이 몹시 사랑했던 그 얼굴이었다. 선자는 밝은 달빛과 차갑고 푸른 바닷물을 사랑했듯이 한수의 얼굴을 사랑했다. 한수는 여전히 침착했고 신중하게 내뱉은 모든 말은 확신에 차 있었다. 한수는 선자 아버지나 이삭, 요셉과 창호와도 달랐다.
선자가 사랑한 한수의 이미지는 애플 TV에서 방영한 [파친코]시즌1에 나오는 이민호 배우와 잘 들어맞는다. 날카롭지만 잘생긴, 잘생겨서 밝은 달빛과 같지만 푸른 바닷물처럼 한없이 차가운 성질을 가진 모습. 그렇게 오랜 시간 후에 찾아온 한수는 선자에게 "오사카를 떠나야 해."라고 말한다. 한수는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고 있었다. 오랜시간 동안 보이지 않았지만 선자와 결국에는 자신의 유일한 아들인 노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일을 아는 일" 그것이 한수가 자신의 가족인 노아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었다.
어찌 생각하면 그나마 선자는 한수를 사랑했던 덕에, 한수의 보호 아래 험난한 일본생활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요릿집 주인인 창호를 만나 김치를 만들어 팔던 것도 결국 한수가 뒤를 봐준 것이었다. 전쟁의 화마를 피해 시골 농장에 몸을 의탁하게 된 것도 한수의 보호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젊었을 때 맺어진 사랑은 선자의 일생 동안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리고 선자와 이삭 사이의 아들, 모아수가 다른 일본인 왕따 학생을 친구로 두는 것으로 1권의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변호사 생활을 그만두고 오랜 세월동안 한국인에 대한 소설을 써온 작가의 글은 단숨에 1권을 읽어가가게 만들 만큼 흡인력이 있었다. 선자를 중심으로 한수와 이삭, 요셉과 경희, 창호 등등 모두 생명력 있는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려운 시절을 강인한 생명력으로 버텨나갔던 예전 우리 선조들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