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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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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656g | 140*210*35mm
ISBN13 9791198042026
ISBN10 119804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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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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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꼬박 열네 시간을 밭에서 보낸 참이었다. 그는 저녁의 고요가 몸을 감싸자 밭을 떠나기에 앞서 잠시 멈칫했다. 노새는 집과 휴식을 원하며 푸르르 떨었다. 모지스는 눈을 감고 몸을 수그려 흙을 한 꼬집 집더니 이건 한 조각 옥수수빵일 뿐이다 하는 생각으로 입에 넣었다. 그는 흙을 입속에서 굴리고 삼키고 하더니 태양의 빛줄기가 검푸른 색으로, 그러다 무(無)로 이우는 게 마침 보일 때쯤 고개를 젖히고 눈을 떴다. 노예건 자유민이건 흙 먹기 분야에서 남자는 그가 유일했지만, 노예 신분인 여자들, 특히 임신한 여자들이 알 수 없는 욕구 때문에, 즉 잿불빵(ash cake)과 사과와 비계가 주지 않는 무언가를 몸이 원해서 흙을 먹는 데 비해 그가 흙을 먹는 건 그래야 땅심을 파악할 뿐 아니라 흙 먹는 일 자체가 작은 세상 속의 그를 나름 인생이라 부를 만한 것과 묶어주는 유일한 끈이었기 때문이다.
--- p.15~16

모지스는 헨리 타운센드가 사들인 첫 노예였다. 325달러를 치르고 백인인 윌리엄 로빈스에게서 매도증서를 넘겨받은. 누가 저를 함부로 다루고 있지 않다는 사실과 저보다 두 단계나 까만 흑인이 정말로 저와 제 그림자까지 소유한다는 사실을 모지스가 이해하기까지는 두 주 이상이 걸렸다. 매매 후 첫 주간에 헨리와 한 오두막에서 나란히 누워 자던 모지스는 제가 백인의 노예가 되는 것만으로도 이상한 세상인데 흑인이 같은 인종을 소유하도록 해놓은 걸 보면 하느님은 정말이지 매사를 비비 꼬아두셨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이젠 저 위에 계신 하느님까지도 사업에 관여하시나?
--- p.25

오거스터스는 제 자유를 산 지 3년쯤 지나서, 그러니까 아내 밀드레드가 스물여섯이고 제가 스물다섯일 때 아내의 몸값을 완불했다. 버지니아 하원의 1806년 법안에 따르면 전(前) 노예는 자유를 취득하고 12개월 안에 연방을 떠나야 했다. 노샘프턴 카운티 출신의 어느 하원은 해방된 니그로가 “자연스럽지 못한 생각”을 노예한테 과도하게 전파할 수 있다고 법안 통과 전 지적한 바 있었고, 거기에 글로스터 출신의 다른 하원은 해방된 니그로가 노예에게 가해지는 “자연스러운 통제”를 결핍하고 있다고 덧붙인 바 있었다. 하원이 포고하길 해방된 자는 누구든 1년 안에 버지니아를 떠나지 않으면 다시 노예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오거스터스가 탄원을 하던 해에 그 일을 겪은 건 열세 명이었다―어른 남자 다섯, 어른 여자 일곱, 가족끼리 버지니아를 벗어나기도 전에 부모를 여읜 루신다라는 여자아이 하나. 오거스터스는 주로 제가 가진 기술을 내세워 윌리엄 로빈스 외 한 명의 백인 시민을 설득한 끝에 이대로 머물도록 허락해주십사 하는 탄원을 주 의회에 겨우겨우 올린 터였다. “우리 카운티는―사실상 우리의 소중한 연방은―오거스터스 타운센드의 재능이 없다면 그만큼 가난해질 것입니다”라는 게 탄원 내용의 일부였다. 그해에 받아들여진 탄원은 스물세 개 중에서 그와 기타 두 명의 전 노예를 위한 탄원이 고작이었다. 파티에 쓰일 정성 어린 케이크와 파이를 만드는 노퍽시티의 한 여자와 리치먼드의 한 이발사, 흑인보다 백인 고객이 많은 이 두 사람이 자유민이 되어도 버지니아에 남도록 허락된 거였다.
--- p.33~34

패터슨이 아버지에 대한 호의로 저를 고용해주었단 걸 늘 잊지 않았던 스키핑턴은 맨체스터 카운티의 재원이 받쳐주는데도 당장은 보안관보를 고용하지 않았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혼자서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키핑턴은 하느님에게 속하지 않은 건 죄다 카이사르가 지배했음에 유념해 콜팩스와 로빈스의 의중을 알아듣곤 “야간 조력자”로 근무할 열두 명의 순찰반, 노예 순찰대를 조직했다. 그는 맨체스터 카운티를 셋으로 쪼개어 구역별로 세 사람씩 야간 조를 짜 배치했다. 체로키족 사내 하나를 제외하면 그들은 모두 가난한 백인 순찰대원으로 그들 중 저희 이름으로 노예를 거느리고 사는 건 겨우 둘뿐이었다. 하나는 바넘 킨지, 당시 카운티에서 가장 가난한 백인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내로 한 이웃이 말하길 “오직 피부 색깔 때문에 검둥이 신세를 면한” 인물이었다.

바넘의 유일한 노예 제프는 제 주인이 순찰대원이 될 무렵 쉰일곱 살이었다. 이 노예는 금줄이 멋들어지게 들어간 5제곱야드짜리 푸른 비단, 사람이 올라타면 태양으로 쭉 빨려 들겠다고 남들이 말하던 그 비단과 함께 가져온 후처의 혼수품이었다. 제프는 일을 못 하게 되고부터 1년 동안 바넘 부부의 보살핌을 줄곧 받다가 예순두 살에 죽었다. 사후에 어디로 갔든 제프는 프랭클린의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을 바넘이 마지막 몇 달 동안 읽어준 데 고마워했을 것이다. “그 책 갖고 저를 마냥 웃기시는데 거 그만두셔야 해요, 바넘 씨,” 제프는 껄껄대면서 말하곤 했다. “제가 죽으면 그건 당신이랑 그 웃긴 책 때문이에요.” 제프가 죽은 뒤 바넘은 재혼에서 얻은 맏이를 밭일에 내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아이는 네 살이었고 그즈음 금줄이 들어간 마법의 푸른 비단은 죄다 팔렸거나 사용된 참이었다. 보안관 존 스키핑턴은 어느 날 바넘 킨지에 관해서 그는 나와 같은 종교를 지닌 사람들한테 모질 수 있는 곳엔 익숙해지지 못할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게 될 터였다.
--- p.68~69

“주인님이 죽었다고, 모지스?” 델피는 말했다. “우린 어떻게 되는데?” 그녀는 몇 달 뒤 마흔네 살로 제가 평생 가졌던 어떤 조상보다도, 그들을 하나하나 따져보아도 오래 산 터였다. 그녀는 자신에 관한 그 누대의 역사를 몰랐다. 다만 그녀의 뼛속에는 언제부턴가 미지의 세계에 발 들였다는 기분이 스며 있었고 그 기분 때문에 그녀는 제 발과 영혼에 너무 깊은 상처가 나지 않는 길을 걷게 되길 바랐다. 살아서 오십을 보는 게 그녀가 감히 갖기 시작한 소원이었다. 내 이름은 델피고 나이는 오십이에요. 세어봐요. 하나부터 시작해 전부 세어봐요. 델피 하나, 델피 둘, 델피 셋…….
--- p.93

헨리를 묻기 전날 밤 일라이어스는 제 딸 테시에게 줄 인형을 완성했다. 그는 제가 앉은 나무 그루터기 옆 땅바닥에 조각칼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한동안 인형을 든 채 이제 일이 다 끝났다는 공허함과 초조함을 느꼈다. 설레스트와 결혼한 이래로 자면서도 손이 쉬지 못할 땐 차라리 내내 뭘 붙들고 있는 게 도움이 되었다. 그의 다리는 한 번도 쉰 적이 없었다―잠결에 걷어차고 씰룩거리고 해서 설레스트가 밤엔 다릴 묶어놓겠다고 늘 협박이었다. “정말이지, 남편, 당신은 그 뜀박질하는 발로 나를 더 심한 불구로 만들 셈인가 봐.” 그는 손가락으로 인형의 얼굴을 죽 그어보더니 인형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인형이 테시처럼 보였으면 했지만 그러기엔 제가 한참 부족하단 걸 알았다. 이제 그는 손에 붙들 다른 무엇이 되도록 빨리 필요했다. 어쩌면 장남에게 줄 말 조각상. 그는 언젠가 어머니와 함께한 마지막 날 배를 본 일이 있었지만 제 머릿속에 남아 있는 첫 배처럼은 깎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파란 하늘 밑을 조용히 항해해 가던 갈색의 거선. 배를 깎을라치면 아내 설레스트를 위해 만든 첫 빗 꼴이 될 터였다. 게다가 아들놈은 그걸 어디에 띄우게? 우물, 끝도 안 보이는 우물 저 밑에? 그는 테시에게 이 인형 얼굴은 네 할머니 얼굴이다 하고 말할 셈이었는데 그것은 딸아이 머릿속의 할머니 얼굴이 그가 기억하는 어머니 얼굴, 30년 동안 산산이 부서진 기억 속의 그 얼굴과 틀림없이 같아질 거란 이유에서였다.
--- p.11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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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최상급. 깊은 감동으로 절묘하게 만든 이 소설은 노예제를 다룬 위대한 미국 소설들이 놓인 선반에서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와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의 옆자리를 영원히 맡을 것으로 보인다.
- [보스턴 글로브]
군계일학. 서사시적 규모와 건축적 구조로 이룬 위업.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존스는 도덕적 혼란을 다룬 어마어마한 책을 써냈다.
- [뉴요커]
이 책은 위대한 예술이 모두 그렇듯 아름다움과 연민과 유머와 사랑으로 가득한 긍정의 힘을 품고 있다―즉 삶의 힘을. 과장하는 건 내 체질에 안 맞으므로…… 최대한 직설적으로, 최소한의 과장법으로 이렇게 말하겠다. 『알려진 세계』는 결국엔 최고의 미국 문학 반열에 오를 위대한 소설이다.
-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
토니 모리슨이 미국 노예제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신화의 경지를 일구었다면 존스는 서로 대등한 일련의 삭막한 일화들로 국가의 전설을 조각해냈다.
-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권위 있는 작품. 미국 주요 문학작품 목록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걸작.
- [타임]
가슴을 찢는 소설. 『알려진 세계』는 어떨 땐 포크너의 울림을 띠고 어떨 땐…… 성경의 보폭으로 걷는다.
- [댈러스 모닝 뉴스]
역사소설의 모범. 이 소설은 당신의 선입견을 제압할 것이고 당신의 지각을 넓힐 것이며 당신의 잠을 괴롭힐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하는 존스의 화법은 코맥 매카시, 윌리엄 포크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연상시킨다.
- [뉴스데이]
숨이 멎을 정도다.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와 평형추를 이루는 매혹적인 작품. 필독서.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너무나도 완전히 깨달았고 너무나도 훌륭히 설계되었으며 너무나도 강렬히 마음에 남아 읽으면 기뻐지는 책. 자기가 창조하는 세상에 이토록 완전히 들어가 사는 소설가, 혹은 그 세상을 이루는 사람들에게 이토록 완전히 살을 붙이는 소설가는 본 서평가의 경험상 귀하다.
-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
상처이면서 치유인 귀한 소설 작품.
- [오프라 매거진 O]
서사시. 만약 이 수준을 유지한다면 존스는 미국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에 관해 쓴 토니 모리슨의 최고작에 필적하는 소설을 내놓을 것이다.
- [스피크이지]
이 나라 역사의 가장 경멸스러운 일면조차 인간애와 시어(詩語)로 전하는 대가다운 솜씨에 당신은 몇 번이고 보상을 받을 것이다. 이 마술 같은 소설은 당신을 심오한 방식으로 감동시킬 것이다.
-「비평가의 선택」
- [피플]
비범하다. 존스가 펼쳐 보이는 소설의 지형에는 음악성, 기동성, 마음을 휘어잡는 탄력성이 있다. 상상의 도약과 기교를 독자에게 『알려진 세계』만큼 거하게 차려놓는 작품은 없다.
- [시애틀 타임스]
황홀하다. 이 복잡하고 훌륭한 소설에는 비탄과 두려움, 진심 어린 사랑과 시샘이 있다.
-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주요한 업적.
- [타임 아웃 뉴욕]
탁월한 스토리텔링. 존스의 인물들은 완전하고 생생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는 남북전쟁의 시발점에 올라선 미국의 복잡한 초상을 전지적 시점의 글쓰기로 독자에게 제공한다.
- [로키 마운틴 뉴스]
찬란한 장편 데뷔작.
-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입이 떡 벌어진다. 이야기꾼이자 문장가로서 존스의 재능은 가타부타 말할 게 없다. 조용히 흐르는 단어들이 점점점 쌓이다가 최고조에서 끝내 마음을 찢어놓는다. 대사는 완벽한 음정을 띠고 배경은 진짜 같으며 개인들의 분쟁은 언제나 지혜의 판결을 받는다.
- [워싱턴 타임스]
일단 시작하면 훅 걸려드는 책. 끝에 가서 책을 내려놓으면 남북전쟁 이전 남부 노예들의 삶을 알게 될 뿐 아니라 깊은 감동이 밀려든다. 이 소설은 필독서로 넣으시길.
-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
마음을 찢는 복잡하고 아름다운 글. 마지막 장(章)은 응보의 장면들을 우리에게 제공하는데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그 깊이 있는 연민으로 당신의 숨을 멎게 할 것이다.
- [QBR 블랙 북 리뷰]
매혹적이고 마음에 사무친다. 복잡하고 세련된 소설.
- [볼티모어 선]
감동적이다. 매혹적이다.
- [뉴스위크]
성경 같은 운율이 깊은 도덕적 혼란을 다룬 이야기에 깊이를 더한다.
- [덴버 포스트]
놀랍도록 풍성하다. 타인을 소유하는 인간이 지닌 ‘권리’의 특수성과 결과를 전례 없는 독창성과 강렬함으로 극화했다. 주요 문학상 수상 후보가 되어야 마땅하다.
- [커커스 리뷰]
흥미진진한 야심작. 이 책은 독서 모임의 이상적인 선택이다.
- [라이브러리 저널]
생생하다. 서사시 같은 소설.
- [북리스트]
눈부시다. 철저히 독창적이어서 노예제에 관하여 이전에 쓰인 대부분의 책을 시시한 구식으로 만든다.
-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
방대하고 신들린 역사소설. 어떤 찬사를 받든 이 소설은 자격이 된다.
- [시카고 트리뷴]
힘들게 얻은 지혜와 매우 효과적인 절제가 빛나는 작품. 모순의 영역을 파고들어 노예제가 받을 형벌의 무게를 단다.
- [뉴욕 타임스]
엄청나다. 몇 년간 내 책상에 다녀간 미국 소설 중 최고의 작품.
- 조너선 야들리 (Jonathan Yardley. 퓰리처상 수상 도서비평가)
내가 긴 세월 읽어온 책들 중에서 가장 강렬한, 깊이 깨달은 책. 에드워드 P. 존스가 써낸 이 현대의 고전은 잊히지 않을 이야길 들려주되 그것도 끝내 상상력을 뒤흔드는 고상함과 우아함과 수수께끼로 들려준다. 문학이 가야 할, 문학이 갈 수 있는 바로 그 문학의 모습이 이 소설이다.
- 제프리 렌트 (Jeffrey Lent. 소설가)
알려진 세계의 아이러니와 슬픔, 기쁨, 고통, 수수께끼, 우리 덧없는 인간 존재에 대한 날카로운 유머를 또렷이 드러내 보이는 엄청나게 감동적인 소설―깊은 연민과 드문 재능을 지닌 작가의 강단 있고 섬세하고 대담한 책.
- 피터 매티슨 (Peter Matthiessen. 소설가, [파리 리뷰] 공동 창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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