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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올리브 키터리지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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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5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609g | 128*188*30mm
ISBN13 9788954611152
ISBN10 89546111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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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 파도가 다시 몰려올 때 두 사람은 모두 머리를 한껏 높이 쳐들고 한번 더 크게 숨을 쉬었다. 키터리지 선생님이 위에서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도와줄 사람이 오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패티가 떠내려가지 않게만 하면 되었다. 소용돌이치며 두 사람을 집어삼키는 바닷물 속에 다시 잠겼을 때 그는 패티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녀의 팔을 꼭 붙잡았다. 널 놓지 않을게. 파도가 칠 때마다 햇살이 반짝이는 짠 바닷물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케빈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그 옛날 여왕처럼 줄넘기를 하던 소녀, 지금은 바다에 빠진 젖은 머리의 여인이 두 사람의 구조만을 바라며 바다의 힘만큼이나 격렬하게 그를 붙잡고 있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오, 미친, 이 우스운, 알 수 없는 세상이여! 보라. 그녀가 얼마나 살고 싶어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붙잡고 싶어하는지. --- p.86

그녀는 외로움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 p.124

그 가을 공기는 아름다웠고, 땀에 젖은 건장하고 젊은 몸뚱이들은 다리에 진흙을 묻히고 공을 이마로 받으려고 온몸을 내던지곤 했다. 골이 들어갔을 때의 환호, 무릎을 꺾고 주저앉는 골키퍼. 집으로 걸어가면서 헨리가 올리브의 손을 잡던 날들이 있었다. 이런 날들은 기억할 수 있었다. 중년의 그들, 전성기의 그들. 그들은 그 순간을 조용히 기뻐할 줄 알았을까? 필시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정작 인생을 살아갈 때는 그 소중함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올리브는 지금은 그 추억을 건강하고 순수한 것으로 간직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축구장에서의 그 순간들이 올리브가 지녔던 가장 순수한 추억들인지도 모른다. 순수하지 않은 다른 추억들도 있었으니까. --- p.292

작은 비행기는 하늘 높이 올라갔고, 올리브는 비행기 아래로 밝고 연한 초록 들판이 아침 햇살 아래 펼쳐지는 걸 보았다. 더 멀리로는 해안선이 보였다. 반짝이는 바다는 거의 잔잔했으며, 바닷가재잡이 배 몇 척 뒤로 조그만 흰 파도가 일었다. 그러자 올리브는 예상치 못한 기분을 느꼈다. 갑자기 삶에 대한 탐욕이 솟구쳤다. 올리브는 앞으로 몸을 숙여 창밖을 내다보았다. 다정하고 연한 구름, 새파란 하늘, 풋풋한 연둣빛 들판, 광활한 바다, 높은 곳에서 보니 모든 것이 경이롭고 경탄스러울 뿐이었다. 희망이 무엇인지 기억났다. 이것이 희망이었다. 저 아래 배들이 반짝이는 물을 가르듯이, 그녀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곳을 향해 비행기가 하늘을 가르듯이, 삶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내면의 일렁임이었다. 올리브는 아들의 인생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 pp.363~364

때때로, 지금 같은 때, 올리브는 세상 모든 이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 --- p.378

조용히 그의 곁에 앉으면서, 잭의 눈빛에서 올리브는 두려움을, 손을 내미는 여린 마음을 보았다. 그리고 손을 펼쳐 그의 가슴에 대고 쿵쿵 뛰는 심장을 느껴보았다. 다른 모든 심장처럼 언젠가는 멎을 심장을. 그러나 그 ‘언젠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햇살이 따스한 작은 방의 고요뿐. 그들은 이 자리에 있고, 그녀의 몸은, 늙고 뚱뚱하고 살갗이 축 처진 몸은 그의 몸을 처절히 원했다. 헨리가 죽기 전 몇 년 동안 자신이 이렇게 헨리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올리브는 눈을 감았다.
젊은 사람들은 모르지, 이 남자의 곁에 누우며, 그의 손을, 팔을 어깨에 느끼며 올리브는 생각했다. 오,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 모른다. 그들은 이 커다랗고 늙고 주름진 몸뚱이들이 젊고 탱탱한 그들의 몸만큼이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걸, 다시 한번 내 차례가 돌아올 타르트 접시처럼 사랑을 경솔하게 내던져서는 안 된다는 걸 모른다. 아니, 사랑이 눈앞에 있다면 당신은 선택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그녀의 타르트 접시는 헨리의 선량함으로 가득했고 그것이 부담스러워 올리브가 가끔 부스러기를 털어냈다면, 그건 그녀가 알아야 할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알지 못하는 새 하루하루를 낭비했다는 걸.
--- p.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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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삶은 선물이라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순간이 그저 찰나가 아니라 선물임을 아는 것이라고.” 삶이 선물이라는 걸 몰라서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그 선물이 어떤 것인지 모두 확인해봤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아주 외로운 밤이 되면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풀어보는 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세속적인 판단과 욕망들, 편견과 진부함과 선입견의 포장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에야 우리는 그 선물이란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함께 보낸 시간들, 혹은 혼자서 보낸 시간들. 후회스럽기만 한 시간들, 혹은 영원히 반복하고 싶은 시간들. 좋은 선물이 있고 나쁜 선물이 있을 리 없지 않겠는가? 선물이란 다 좋은 것이지. 만약 삶이 선물이라면, 우리가 그 모든 시간들이 다 좋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의미에서 선물일 것이다.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시선과 인물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파고드는 사건을 통해 우리 인생의 여러 나날들의 의미를 묻는 소설이다. 따뜻하고 지혜로운 『더블린 사람들』을 읽는 듯하다.
김연수(소설가)
우리는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간에 사랑하게 되어 있다. 존재는 사랑하면서 반짝인다. 살면서 눈물겨운 것은 마음에 가득 넘치는 사랑이 있어서가 아니라, 마음 가득 채워야 할 사랑이 있어서다. “사람들은 대개 정작 인생을 살아갈 때는 그 소중함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라는 문장 앞에서 심하게 심장을 끄덕끄덕하다가, 이 소설의 마지막 언저리에서 맥없이 흘릴 수밖에 없었던 눈물. 그러다 또 “인생은 뼈와 마찬가지로 서로 얽혀 직조되며 어긋난 뼈는 치유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문장은 십여 년 동안 짊어지고 왔던 생각들을 일제히 덮으며 흐려지게 하는 것만 같다. ‘불량 옷감’에서 잘라낸 것 같은 우리들은 흐벅지게 이 소설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세상에, 이 이상하고 불가해한 세상에” 이토록 선명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얼마나 참 다행인지! 우리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사랑하게 되어 있다. 그래야 비로소 생의 잔인한 아름다움 속으로 걸어갈 수 있다.
이병률(시인)
『올리브 키터리지』는 세찬 바닷바람을 쏘인 듯 예리하지만 조용하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울린다. 올리브는 상실과 인생에 대해, 그리고 심지어 예상치 못한 사랑에 대해 깨달음을 주는 독창적인 인물이다.
수전 스트레이트(소설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글에 대한 나의 믿음을 되찾게 해주었다. 그것은 깊숙한 어둠까지 비추면서도 독자에게 산뜻하고 정제된 기쁨을 느끼게 하는 소설의 장점에 대한 믿음이다. 스트라우트는 우리의 진정한 보물이다. 세상에, 독서가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리처드 바우시(소설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우리가 성숙한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의 화해와 소소한 즐거움에 관한 아름다운 글을 쓴다. 섬세하고 미묘하며, 우아하고 통찰력 넘치며, 깊은 감동을 주는 『올리브 키터리지』는 내가 소설을 읽을 때 갈망하는 바로 그 기쁨과 깊은 감정을 선사한다.
앤 패커(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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