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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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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64g | 130*200*16mm
ISBN13 9788954686853
ISBN10 8954686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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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펠의 영약에 들어 있던 성분에서 탄생한 파란색은 결국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호쿠사이의 〈가나가와의 파도 아래〉에서뿐 아니라 마치 이 색깔의 화학 구조에 들어 있는 무언가가 폭력을 유발하기라도 하는 듯 프로이센군의 제복에서도 빛난다. 그 무언가는 저 연금술사의 실험에서 이어져내려온 과오, 그늘, 실존적 얼룩이었다.
--- p.22~23

처음에는 슈바르츠실트 본인조차 이 결과를 수학적 기현상으로 치부했다. 하긴 물리학은 종이 위의 숫자에 지나지 않는 것, 현실의 사물을 표상하지 않는 추상, 단순한 계산 착오로 가득하지 않던가. 그의 결과에 들어 있던 특이점은 실수, 기현상, 비현실적 환각 중 하나가 분명했다.
--- p.48

전쟁의 아수라장에서도 특이점은 얼룩처럼 그의 마음속에 퍼져 참호의 지옥도를 덮었다. 진흙 구덩이에 파묻힌 죽은 말의 눈에서, 동료 병사의 총상에서, 흉측한 가스 마스크의 뿌연 렌즈에서 그는 특이점을 보았다. 그의 상상력은 자신이 발견한 결과에 매혹되었다.
--- p.49~50

“가장 작은 아이조차 손가락 하나로 태양을 가릴 수 있다니 우주는 얼마나 신기하고 광학과 원근법의 법칙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 p.55

“나는 종종 하늘에 충성을 다하지 못했다. 나의 관심은 결코 달 너머 우주에 있는 것들에 국한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사이로 누벼진 실들을, 인간 영혼의 가장 어두운 구석을 좇았다. 그곳이야말로 과학의 새로운 빛이 비쳐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p.58

하이젠베르크는 그들이 전부 틀렸음을 알고 있었다. 전자는 파동도 입자도 아니었다. 아원자 세계는 그들이 이제껏 알고 있던 그 무엇과도 달랐다. 이것은 그에게 절대적으로 확실한 사실이었다. 확신이 어찌나 깊던지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었다,
--- p.120

“고작 흙 입자 하나에 원자 수십억 개가 들어 있다면 대체 어떤 방법을 써야 그토록 작은 것에 대해 유의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나?” 시인과 마찬가지로 물리학자 또한 세상의 사실들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은유와 정신적 연결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 p.125

핵이 작은 태양이고 전자들이 행성처럼 그 주위를 공전하는 유치하고 단순한 이미지를 하이젠베르크는 혐오했다. 그가 상상하는 원자에서는 이런 정신적 표상이 사라졌다.
--- p.127

이 한계들은 결코 이론상의 한계가 아니다. 모형의 결함이나 실험의 한계, 기술적 제약이 아니다. 과학이 연구할 수 있는 범위 바깥의 ‘현실 세계’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하이젠베르크가 설명했다.
--- p.224~225

[아인슈타인은] 세상의 사실들이 상식과 그토록 상반된 논리를 따른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자연법칙이라는 관념을 버리고서 우연을 왕좌에 앉힐 수는 없었다.
--- p.226

슈뢰딩거도 양자역학을 혐오하게 되었다. 그는 정교한 사고 실험(게당켄엑스페리멘트)을 고안하여 불가능해 보이는 생물을 탄생시켰다. 그것은 살아 있는 동시에 죽은 고양이였다. 그의 취지는 이런 사고방식이 얼마나 터무니없는가를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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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프러시안블루, 빛과 그늘

라바투트는 첫번째 글에서 등장하자마자 유럽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킨 안료 프러시안블루를 최초로 합성해낸 연원과 그 치명적 부산물인 시안화물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시안화물은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사용된 독가스 치클론B의 시원이기도 하며 2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패망을 예감한 독일 장성들이 자살할 때 사용한 약물이기도 했다. 컴퓨터의 아버지 앨런 튜링 역시 동성애라는 죄목으로 영국 정부에 의해 강제로 화학적 거세를 당해 가슴이 커지는 부작용을 겪은 뒤 시안화물을 주입한 사과를 깨물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의 일부 벽은 지금도 치클론B로 인해 푸른색으로 물들어 있다.

디펠의 영약에 들어 있던 성분에서 탄생한 파란색은 결국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호쿠사이의 〈가나가와의 파도 아래〉에서뿐 아니라 마치 이 색깔의 화학 구조에 들어 있는 무언가가 폭력을 유발하기라도 하는 듯 프로이센군의 제복에서도 빛난다. 그 무언가는 저 연금술사의 실험에서 이어져내려온 과오, 그늘, 실존적 얼룩이었다. _본문 22~23쪽

프러시안블루의 기초가 된 화학 합성물을 만든 이는 극단적으로 잔인한 동물 실험으로 악명 높았던 연금술사 요한 콘라드 디펠로, 메리 셸리의 걸작 『프랑켄슈타인』에 영감을 선사한 인물이다. 한편 1차대전 당시 독일의 무지막지한 독가스 공격을 주도한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공기 중에서 질소를 추출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고, “공기에서 빵을 끄집어낸 사람”으로 칭송을 받기도 했다. 그의 발견 덕에 질소 비료를 무한히 만들 수 있게 되어 전 세계 인류가 기아에서 해방되는 데 커다란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는 죽어가면서 자신의 발견으로 인류 대신 식물이 미래의 지구를 지배할까봐 두려워했다.

장면 2. 최초의 특이점

전쟁이 한창이던 1915년 12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러시아 전선 참호에서 발송된 편지를 받는다. 편지를 쓴 사람은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이자 독일군 중위 카를 슈바르츠실트였다. 그 편지에는 일반상대성 방정식에 대한 최초의 정확한 해가 쓰여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방정식에 관한 이론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때였다. 슈바르츠실트의 해는 정확했으며 항성의 질량이 주변의 시공간을 구부리는 방식을 완벽하게 기술했다. 그러나 슈바르츠실트의 해는 무언가 기묘한 것을 드러냈다. 슈바르츠실트의 해를 붕괴하기 시작한 별에 적용하면, 그 밀도와 중력은 무한히 증가해 시공간을 찢는 특이점을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슈바르츠실트의 해에 열광하면서도 그것이 물리학을 토대에서부터 파괴할까 두려워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틀렸고 블랙홀은 존재한다. 슈바르츠실트는 자신의 발견에 끝없이 매혹되면서도 불안해하며 블랙홀의 존재를 엿본 최초의 인류였다.

처음에는 슈바르츠실트 본인조차 이 결과를 수학적 기현상으로 치부했다. 하긴 물리학은 종이 위의 숫자에 지나지 않는 것, 현실의 사물을 표상하지 않는 추상, 단순한 계산 착오로 가득하지 않던가. 그의 결과에 들어 있던 특이점은 실수, 기현상, 비현실적 환각 중 하나가 분명했다. _본문 48쪽

그의 상상력은 자신이 발견한 결과에 매혹되었다. 만에 하나 특이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우주의 종말까지 지속될 것임을 두려운 마음으로 깨달았다. (…) 그것은 여느 천체와 달리 어떤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이중으로 탈출이 불가능했다. 특이점은 기묘한 기하학적 공간을 만들어내 시간의 양끝에 자리잡았다. 특이점으로부터 가장 먼 과거로 달아나거나 가장 먼 미래로 탈출하더라도 다시 한번 특이점을 마주칠 뿐이었다. _본문 50쪽

장면 3. 국적 없는 수학자와 수학의 심장

2012년 8월 31일 오전 일본의 수학자 모치즈키 신이치는 자신의 블로그에 논문 네 편을 발표했다. 600쪽에 이르는 이 논문들에는 정수론에서 가장 중요한 추론 중 하나인 ‘a+b=c’의 증명이 실려 있었다. 이날까지도, 그의 증명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_본문 77쪽

소위 ABC추론으로 알려진 정수론 난제에 대한 증명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일본의 수학자 모치즈키 신이치는 어렸을 적부터 뛰어난 집중력의 소유자였다. 열여섯 살에 프린스턴대에 입학해 스물세 살에 박사 학위를 받았고 그후 교토대 수리해석연구소에서 강의는 하지 않으면서 연구에만 전념하는 교수로 부임했다. 2000년대 초부터는 국제 학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2014년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에서 자신의 ABC추론 증명에 대한 강연을 하기로 했으나 돌연 강연을 취소하고 일본으로 돌아와 블로그에 올린 증명을 모두 삭제해버렸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그로텐디크의 저주에 걸렸다고 했다.
알렉산더 그로텐디크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수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의 우크라이나 출신 유대인 부모는 혁명적 무정부주의자들로 스페인내전 당시 국제여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그로텐디크는 어머니와 프랑스 난민 수용소를 전전하며 프랑스에서 학교 공부를 시작했다. 수학 천재로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으나 프랑스 68혁명 시기를 전후로 사회운동에 전념하며 일체의 학문적 활동을 접고 점차 은둔하기 시작했다. 청년 시절의 모치즈키 신이치는 그로텐디크가 ‘수학의 심장부’에서 발견한 실체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장면 4. 불안한 확률로서 존재할 뿐이다: 더 볼수록 덜 보인다

하이젠베르크가 보기에 슈뢰딩거의 제안은 용납할 수 없는 뒷걸음질이었다. 고전 물리학의 방법을 써서 양자 세계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원자는 한낱 구슬이 아니다! 전자는 물방울이 아니다! 슈뢰딩거의 방정식이 정확하고 심지어 유용할지도 모르지만 물질이 가장 작은 규모에서 극단적으로 기이하게 행동하는 현상을 무시하는 건 가장 근본적인 잘못이다. 하이젠베르크를 격분시킨 것은 파동 함수가 아니라?어차피 그게 뭔지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원리의 문제였다. 그는 슈뢰딩거의 재주가 아무리 모든 사람을 매혹시켰더라도 이것이 막힌 길임을, 참된 이해로부터 멀어지는 막다른 골목임을 알고 있었다. _본문 200~201쪽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네번째 글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이론이 정립되어가는 과정을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20세기의 천재 물리학자들인 슈뢰딩거, 드 브로이, 하이젠베르크가 심리적이고 신체적인 쇠약을 견디며 양자 이론을 수립하고 서로의 주장을 치열하게 반박하며 역설적인 우주를 발견해가는 이야기는 최초의 증명을 위해 그들이 거칠 수밖에 없었던 어두운 심연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해준다. 견딜 수 없는 오류, 증명을 향한 끝없는 터널, 자신도 모르게 찾아낸 해결 공식이 기이한 환희와 절망 속에서 명멸하는 장면들이 쉽사리 형언하기 어려운 장관으로 펼쳐진다.

입자와 파동, 사실과 허구 사이

라바투트가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 속 인물과 이론, 역사적 사건들은 모두 치밀한 자료 조사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 빈틈을 매끄럽고 스릴 넘치는 소설적 허구로 메우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밝히지는 않지만, 「감사의 글」에서 책의 구조와 방법론에 대한 단서를 남겨놓았다. 우리는 가짜 뉴스에 몸살을 앓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실과 허구는 과연 별개의 범주로 엄격히 다뤄질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인간이 지식의 한계를 어떻게 메워왔는가, 불가지한 자연을 어떻게 견뎌왔는가에 대한 하나의 아름다운 대답이다.

이 책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허구다. 뒤로 갈수록 허구의 비중이 커진다. 「프러시안블루」에는 허구의 문장이 하나밖에 없는 반면에 뒤에서는 더 자유분방하게 쓰되 각 작품에서 다루는 과학 개념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_「감사의 글」에서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역사에는 빈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픽션은 그곳에서 시작되고, 논픽션은 그곳을 비워둔다. 이 책은 그 빈 곳에 픽션 양념을 뿌려보면 의외로 맛있는 요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자역학 이야기에 뿌려진 엄청난 양념 덕분에 나의 물리 영웅들이 바로 눈앞에서 이야기하는 착각에 빠졌다. 신박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단어가 아닐까. 짧지만 깊고, 쉽지 않지만 다정하고, 논픽션이지만 픽션 같은 책이다. 노승영의 완벽한 번역은 덤이다.
_김상욱(물리학자)

모든 대학의 교과 과정이 과학사와 사상의 역사에 관해 질문하는 이 철학적 소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아이러니하고 스산한 이 작품은 대단한 걸작이다.
_조이스 캐럴 오츠(작가)

24년 전,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전율을 이 작품을 통해 느꼈다. 강력한 여운이 남는 충격적인 작품이다. _로런스 웨슐러(작가, 뉴욕대 인문학연구소 명예소장)

과학과 과학자들에 대한 흡입력 있는 이야기들을 담은 ‘제발디언’의 책으로, 이야기의 끝에서 인류 파괴의 역사에 대한 하나의 명상에 도달한다. “우리가 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라는 질문을 던진 뒤, 완전히 독창적이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대답한다. (…) 벵하민 라바투트는 비상한 상상력으로 사실과 허구, 진보와 파괴, 천재와 광기 사이에 놓인 영역을 깊게 파고든다. 픽션과 역사적 사실을 혼합해,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확장시킨 위대한 정신들에 관해 풀어놓는 매혹적인 책이다. _2021 부커상 최종 후보 선정의 이유

매우 기묘하고 독창적인 책이다. 픽션과 논픽션, 또는 파동과 입자 사이에서 맴돌며, 현대 수학과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위대한 유령 이야기처럼 섬뜩한 것으로 만든다.
_뉴스테이츠먼 ‘올해의 책’ 선정의 이유

라바투트는 이 책에서 문학적이지만 결코 가식적이지 않은 문장들로써 발견을 향한 인간의 온갖 강렬한 욕망,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위험성에 대해 탐구한다. 규정하기 힘들고 그렇기에 읽는 즐거움을 주는 이 특별한 작품은 곱씹을 만하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인간의 지식과 오만에 대한 매혹적인 명상. 라바투트는 다섯 편의 자유분방하고도 뛰어난 글로 지식과 파괴, 천재성과 광기의 상관관계를 조명한다. _뉴욕 타임스

W. G. 제발트, 혹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산문적인 명상이다. 이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들은 과학자들의 전기를 절묘하게 엮으면서 상상의 영토로의 모험을 감행하게 한다. _뉴요커

정말 잘 쓰인 작품이다. 나는 이 책에 완전히 사로잡혀 허겁지겁 읽었다. 아무래도 라바투트가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것 같다.
_마크 해든(작가)

위대한 성취를 이룬 물리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에 대해 고도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짜릿한 글.
_제프 다이어(작가)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만은 멈추지 않겠다는, 아름다운 충동을 심어준 책
- 구병모 (소설가)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부터 허구인지 의심하면서 읽다보니 어느 순간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 권제훈 (작가)
[2022 내 맘대로 올해의 책]
과학과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모두 아우르지만 그 어떤 장르로도 규정할 수 없는 구름 같은 책이다. 계속 함께 흘러다니다보면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슈바르츠실트의 말. “가장 작은 아이조차 손가락 하나로 태양을 가릴 수 있다니 우주는 얼마나 신기하고 광학과 원근법의 법칙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이 말을 멋대로 리메이크한다면, “가장 얇은 책 한 권으로도 우리는 우주의 비밀을 느낄 수 있으니 이야기란 얼마나 신기한가!”
- 김중혁 (소설가)

회원리뷰 (40건) 리뷰 총점9.4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과학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i*****n | 2022.07.03 | 추천12 | 댓글0 리뷰제목
복잡한 수식이 등장하고 뭔가 증명을 해야만 하는 과학이론들이 여전히 나에게 낯설저만, 과학을 소재로 한 글들은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과학사의 주요 사건들을 소설처럼 다룬 이 책의 내용들이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저자 자신은 이 책의 성격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허구’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과학사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생애를 저;
리뷰제목

복잡한 수식이 등장하고 뭔가 증명을 해야만 하는 과학이론들이 여전히 나에게 낯설저만, 과학을 소재로 한 글들은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과학사의 주요 사건들을 소설처럼 다룬 이 책의 내용들이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저자 자신은 이 책의 성격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허구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과학사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생애를 저자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한 팩션(faction)’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주지하듯이 팩션이란 사실(fact)과 허구(fiction)가 결합된 합성어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낸 것을 일컫는다.

 

모두 5작품으로 구성된 이 책을 읽다보면, 과학이론과 과학자들의 생애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과학자의 이름과 그들의 행적이 소개되고, 자신의 연구에 무섭게 집착하는 그들의 행동이 지닌 의미를 깊이 고민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과학을 소재로 한 이 작품들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치밀하게 진행하고, 이미 알려진 사실의 바탕 위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구성했음을 밝히고 있다.

 

첫 번째에 수록된 작품인 프러시안 블루는 과학적 성과가 인류에게 긍정적인 작용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재앙을 초래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프러시안 블루는 미술사에서 가장 뛰어난 안료로 활용되었지만, 그것이 전쟁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일시에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는 화학전의 소재가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식물생장에 필수 요소인 질소를 공기 중에서 채취하는 법을 알아냈던 과학자 프리츠 하버의 기술은 1차 세계대전에서 화약과 폭탄을 제조하는 것으로 전용되어, 끝내 하버 자신을 전쟁 범죄자로 규정하도록 만들었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라는 제목의 두 번째 작품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해를 전쟁터에서 찾아낸 과학자의 사례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그의 발견은 뒤이은 과학사에서 블랙홀 이론으로 증명되었다고 한다. 참혹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참호 속에서 군인의 신분으로 화학전의 후유증으로 피부병에 걸려 죽어가면서도, 상대성 이론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투했던 과학자 슈바르츠 실트의 업적을 토대로 하고 있다. 세 번째 작품인 심장의 심장은 수학자들에 대한 일화를 다루고 있으며, 표제로 활용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이제는 보편적인 학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양자역학의 정립 과정을 실감나게 형상화하고 있다. 마지막 작품인 밤의 정원사는 과학적 사고가 때로는 인류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조용히 정원에서 식물을 키우는 과학자의 상황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비록 저자의 상상력이 더해지기는 했지만, 이 책을 통해서 과학적 사고와 우리의 삶에 대해서 조금은 진지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기술의 발전에 의한 인류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급속한 과학 발전이 부정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과학에 대한 맹신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다고 하겠다. 과학자들의 생애와 그들의 업적을 일방적으로 칭송하지도 않고, 또한 과학의 진보와 그것이 초래할 파국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른 조금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0
파워문화리뷰 소설이라고 하든, 과학 교양이라고 하든...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e*a | 2023.06.21 | 추천10 | 댓글0 리뷰제목
당혹스러웠다. 첫 번째 단편 <프러시안블루>를 읽으면서도 그랬는데, 두 번째 단편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은 더욱 그랬고, 세 번째 단편 <심장의 심장>도 그랬다. 이게 소설이라고?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독가스를 만들어낸 과학자들에 대한 <프러시안블루>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해를 처음으로 구한, 그것도 제1차 세계대전 참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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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웠다. 첫 번째 단편 프러시안블루를 읽으면서도 그랬는데, 두 번째 단편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은 더욱 그랬고, 세 번째 단편 심장의 심장도 그랬다. 이게 소설이라고?

 

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된 독가스를 만들어낸 과학자들에 대한 프러시안블루,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해를 처음으로 구한, 그것도 제1차 세계대전 참호에서, 아인슈타인에게 해를 구한 결과를 편지 뒷면에다 적어 보낸 후 얼마 되지 않아 아마도 독가스의 여파로 죽게 된 카를 슈바르츠실트의 이야기를 담은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나, 수학자 알렉산더 그로텐디크의 삶을 재구성한 심장의 심장모두 차라리 과학 교양서의 한 챕터라고 하면 더 어울릴 듯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과학적 해석과 과학자의 삶을 그대로 다룬 이야기는 심장의 심장의 일본인 수학자 모치즈키 신이치에서부터 조금 균열을 보여주고(그러나 모치즈키 신이치는 실재하는 수학자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표제작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에서 비로소 소설 같아 보이고(물론 과학적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과학 교양서에 손색이 없다), <밤의 정원사에 이르러서는 진짜 소설이 된다.

 

그럼 이런 소설에서 과연 무엇을 읽어야 할까?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답을 양자역학의 토대를 세운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를 중심으로 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에서 찾아볼까 한다.

하이젠베르크는 행렬을 통해, 슈뢰딩거는 파동 방정식을 통해 양자역학을 만들어냈다(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좀 어렵다). 과학에서는 이 두 가지 방식이 양자역학의 서로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는, 같은 해답을 내놓는다고 설명한다. 물론 하이젠베르크나 슈뢰딩거 모두 이야깃거리가 많은 삶을 살았기에 많은 과학 교양서에서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라바투트는 소설에서는 좀 더 달리 둘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이젠베르크나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에 한 걸음 성큼 접근하여 불멸의 업적을 남기는 순간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소설은 그 순간이 전혀 논리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이젠베르크는 헬골란트에서 요양하며 극단적인 제약 속에서 간신히 그 길을 찾아냈고, 슈뢰딩거는 별 볼 일 없는 물리학자였지만, 결핵으로 인해 알프스에서 요양하는 와중 한 소녀와의 염문을 일으키며(그는 평생 염문 속에서 살았지만) 어찌어찌 파동 방정식을 고안해냈다. 또한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을 받아들일 수 없던 하이젠베르크가 낙심 끝에 불가사의한 경험을 하면서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견해낸 이야기도 이어진다.

 

이런 발견의 뒷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소설인 셈인데, 소설가는 하이젠베르크나 슈뢰딩거, 드 브로이, 아인슈타인 등과 관련한 과학적 사실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으로서 그들의 발견이 어쩌면 논리적이거나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소설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소설집을 과학 교양서처럼 읽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알렉산더 그로텐디크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이름을 처음 들었다. 이건 나로선 좀 불가사의하기도 한데, 어떻게 이런 인물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을까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찾아본 그로텐디크는 힐베르트와 함께 20세기의 대표적인 수학자로 여겨지고 있단다. 아니, 정말 그럴까 싶은데, 진짜 그렇단다. 이게 분명 소설로 쓴 이 책이 내게는 과학 교양서인 이유인 셈이다.

 

그런데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

이 정도면 이 책이 소설이든 과학 교양서든 별 상관이 없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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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인간 정신의 한계를 문학의 언어로 지펴낸 걸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필*아 | 2022.06.24 | 추천7 | 댓글3 리뷰제목
“양자역학, 신기한 기적처럼 작동하지만 이해하는 사람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막론하고 단 한명도 없다. 우리 정신은 양자 역학의 역설과 모순을 감당할 수 없다. (...) 만지작거리고 노리개로 쓸 뿐 결코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 253쪽   알지 못하며 이용하는 것이 어디 위의 문장처럼 양자역학 뿐 이겠는가? 리볼버 권총을 손에 쥔 세 살 아이 같은 아찔한 위기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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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신기한 기적처럼 작동하지만 이해하는 사람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막론하고 단 한명도 없다. 우리 정신은 양자 역학의 역설과 모순을 감당할 수 없다. (...) 만지작거리고 노리개로 쓸 뿐 결코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 253

 

알지 못하며 이용하는 것이 어디 위의 문장처럼 양자역학 뿐 이겠는가? 리볼버 권총을 손에 쥔 세 살 아이 같은 아찔한 위기의 장면들이 인간의 역사를 가로지른다. 책은 화학, 물리학, 수학이 문학적 예술의 언어로 버무려져 그 주체였던 인물들을 통해 욕망의 우연적 과실(果實), 이 세계에 대한 이해를 묘사해보려는 집요한 탐구의 역사를 빚어내고 있다. 그것은 인간 정신의 한계, 지적 파열의 순간에 대한 성찰이다.

 

다섯 편의 픽션+논픽션으로 구성되어 바로 오늘의 인간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정신, 그 거대한 전환적 이정표가 되었던 과학적 사건과 인물들을 중심으로 천재와 광기의 영역을 파고든다. 그 시작은 나치의 강제수용소 벽돌을 물들인 프러시안 블루로 불렸던 고운 파란색, 치명적 독가스인 치클론 AB가 남긴 흔적이다.

 

이것은 18세기 고급의 화려한 안료를 얻으려는 실험의 부산물이다, 극미량의 황산을 입힌 스푼으로 프러시안 블루를 휘저어 탄생한 비소계 안료, ‘에메랄드 그린은 나폴레옹 숙소에 칠해짐으로써 성분의 유해성을 알지 못했던 황제와 그의 가솔들을 서서히 죽음으로 몰았음은 물론이다. 분명 창조적 노력의 결실이지만 알지 못하는 사용이 무엇을 초래하는지의 한 사례일 것이다. 첫 편인 프러시안 블루는 이처럼 화학 물질의 발견과 추출을 둘러싼 영광과 분노의 역사이다.

 

오늘날 인류의 먹거리 증산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공기 중 질소 채취에 성공한 유대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천연 비료를 대체케 한 이 연구는 그에게 노벨상을 선사했지만, 1차 대전 최초의 독가스 공격이었던 이프르 전투에서 화학전을 지휘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독일의 카이저 빌헬름 2세로부터 전과를 인정받아 전쟁부 화학부서 책임자가 되기도 했으며, 2차 대전에는 자신의 활약으로 탄생한 시안화물 살충제, 즉 치클론 가스가 동족을 살해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인간을 산업적 규모로 몰살할 수단을 고안하고 우쭐대던 과학 맹신자의 뒤늦은 죄책감을 읽는 것은 안타까움이다.

 

 

슈바르츠실트 특이점, 심장의 심장, 우리가 이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이들 세 편은 인간 지성의 한계, 그 지적 파열의 지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의 주제를 살필 수 있을 것 같다.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은 독일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인 카를 슈바르츠실트무한한 중력으로 공간이 휘어져 스스로를 감싸고 우주의 나머지 부분과 영원히 단절되는 맹점, 불가지(不可知)”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원리를 발표하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인 19151222, 전쟁의 참호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든다. 일반 상대성 방정식의 정확한 해()를 기록한 흙먼지 묻은 편지의 주인공, 이 천재 수학자 슈바르츠실트는 특이점’,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억누를 수 없는 힘으로 그의 모든 생각에 어둠을 드리우는, 형태도 차원도 없는 공허를 본 것이다. 그것은 한번 넘으면 무지막지하게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어떤 표시도 경계도 없는 찰나의 지점이다. 빠져나갈 수 없는 심연, 훗날 학계는 이를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라 명명한다. 이것은 저자 벵하민 라바투트에 의해 이러한 물음을 낳는다.

 

물질이 이런 종류의 괴물을 낳는다면 그것은 인간 정신과도 상관관계가 있을까? 인간 의지가 충분히 집중되면, 수백만 명의 정신이 하나의 정신 공간에 압축되어 하나의 목적에 동원되면 특이점에 비길만한 일이 벌어질까?”  -71

 

메타버스, 인공지능, 오늘의 세계는 자신들이 지향하는 것이 도달했을 때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함에도 마치 천상의 낙원이 열릴 것처럼 질주한다. 인간 정신이 이렇듯 압축 동원되면, 그 선, 특이점을 넘어섰을 때 바라던 인간의 희망이 성취될까? 특이점 너머의 세계는 암흑, 공허, 영혼의 그림자만 있을 뿐이라고 그토록 신봉하는 수학, 물리학이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인간의 이 무모한 질주의 동력인 이기적 욕망, 자본이란 신의 추구는 분명히 바른 길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심장의 심장역시 슈바르츠실트의 심연과 그리 멀지 않다. 아마도 1958~1973 세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명석한 수학자였던 모양이다. 수학의 거성으로 불리는 알렉산더 그로텐디크의 탁월한 추상 능력이 발견한 수학적 우주의 핵심에 자리 잡은 기이한 실체, ‘심장의 심장에 대한 문학적 단편이랄 수 있다. 희미하디 희미한 미광 말고는 아는 것이 없는,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무수한 이론들을 묶을 수 있는 은밀한 뿌리를 밝혀내려 했던 인간의 돌연한 도피와 은둔의 삶을 지펴내고 있다. 그는 대체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소외된 자들에 대한 아낌없는 베풂과 단식과 헐벗음의 길을 걸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슈바르츠실트와 같이 그 공허의 심연을 보았기에 동료 인간에게, 인류에게 보내려했던 연민 아니었을까 

 

우리가 이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이젠베르크슈뢰딩거의 우주 입자, 원자 내부 현상을 지배하는 규칙을 둘러싼 갈등과 마침내 배타와 적대와 동시에 상보적인 그 불가해의 세계에 대한 선언, 우연을 가지고 노는 천수(千手)여신의 변덕에서 탄생한 놀랍고도 희한한 이 세상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결정론 종말의 이야기다.

 

양자 물체에는 본질적 성질이 전혀 없다. (...) 측정되기 전에는 어떤 성질도 없다. (...)입자를 실재하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측정 행위다. - 223~224

 

어느 시인의 말처럼 과학과 문학의 언어가, 우리 의식의 뿌리에 질긴 방식으로 얽혀있다고 느꼈듯이 이 단편은 행렬과 파동 방정식이 두 천재 물리학자의 감성적 직관, 그 원초적 삶의 감각들과 조우하며 아름다운 문학의 언어들로 번역되어,  세계의 근원, ‘실재라는 모호하고 불가해한 인간 한계에 대한 겸허한 이해로 안내한다. 19271024일은 어쩌면 인류의 사상적 거대한 전환점이라 할 것이다.

 

이날, 폴 디랙, 볼프강 파울리, 막스 플랑크, 마리 퀴리. 헨드릭 로런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닐스보어... 최고의 천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물리학은 실재가 아니라 우리가 실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에만 관여해야 한다며 전통과의 가차 없는 결별을 선언했던, 훗날 코펜하겐 해석으로 불리는 인간 사고의 대혁명이 있었던 날이기 때문이다. 하이젠베르크는 말한다.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객관적이고 초연한 관찰자로서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과 맺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오늘의 과학이 치달으려하는 곳이 어디인가를 윤리적으로 성찰토록, 우주 자연, 인간이라는 자연과의 관계를 잊지 말라는 주문 아니겠는가 

 

책을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단편 밤의 정원사는 아름다운 한 편의 에세이에 가깝다. 앞 선 네 편의 글들을 포괄적으로 정리하는, 그러면서 오래되어 썩어가는 할머니가 아끼던 한 그루의 나무와 훼손되지 않고 듬성듬성 남아있는 작은 숲과 호수가 있는 자신의 정원, 한 때 수학자였던 밤의 정원사와의 나지막한 대화를 들려준다. 밤의 정원사는 수학이 우리 세상을 무시무시하게 변화시키리라는 돌연한 깨달음과 함께 은거하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우리 안에 있는 인간성의 진짜 의미를 점차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악화되는 세상에 대해서.

 

하이젠베르크도, 슈뢰딩거도 아인슈타인도, 그 어느 누구도 인류 삶을 지배하는 많은 수식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세계를 이해하는 인간 존재가 더는 없다는 말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 가뭄, 질병, 역병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레몬 나무가 어떻게 죽는지 아느냐는 물음이 등장한다. 마지막 봄이 되면 거대한 꽃송이가 대기에 향기를 가득 채우고, 엄청난 열매를 맺고는 그 과잉의 결실로 쓰러져 죽는다는 것이다. 이 메타포는 우리에게 심원한 울림을 전달한다.

 

죽음을 앞둔 풍요, 이 야릇한 광경, 과숙(過熟)의 과시는 오늘의 인류 개체들을 향한 자문의 요구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은 과학 천재들,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 욕망의 집요한 추구와 결실로서의 파괴와 죽음, 낙천적 희망과 무지의 그림자 지대를 거닐며 인간 인식의 한계를 가히 최고의 미적 언어로 그려낸 물질계의 승화된 문학예술이요, 정신사의 걸작 중 걸작이라 하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3

한줄평 (10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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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최고의 과학소설중 하나. 읽어보시라. 추천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골드 냥* | 2023.01.26
평점5점
너무 좋은데,, 어케 표현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힘..ㅠㅠ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김*랭 | 2023.01.16
평점5점
단편적인 지식의 사이사이에 이야기를 연결해 하나의 소설로, 지식으로, 과학으로 완성한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플래티넘 현****해 |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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