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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11
제2부 … 275 제3부 … 383 1999년 런던 … 503 감사의 말 … 535 해설 | 세상을 파괴하는 상상력과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상상력 … 537 이언 매큐언 연보 … 545 |
저이언 매큐언
관심작가 알림신청Ian Russell McE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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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한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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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믿는 브라이어니는 이제 다른 차원에서 만족을 찾게 되었다. 글쓰기는 자기만의 비밀이 생겼다는 짜릿함뿐만 아니라 세상을 축소하여 손안에 넣는 즐거움까지 맛보게 해주었다. 단 다섯 페이지 안에 세상을, 장난감 농장보다 훨씬 더 기쁨을 주는 세상을 그려넣을 수 있었다.
--- p.19 소설은 직접적이고 단순해서 그 어느 것도 작가와 독자 사이에 개입할 수 없었다. 개인적 욕심이나 무능력 같은 것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고, 시간 압박을 느낄 필요도, 제한된 자원 때문에 애태울 필요도 없었다. 상상하고 바라는 대로 글을 쓰기만 하면 그 자체로 완벽한 세계가 탄생했다. --- p.62 인생이라는 이야기는 얼마나 빨리 끝나버리는가. 압도되지도 않았고 허무하지도 않았다. 다만 너무 빨리 끝나는 것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p.223 그녀는 자기가 만든 미로 속에 자신을 가두고 맹목적으로 걸어들어갔으며, 너무나 어렸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에 갔던 길을 되돌아나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독립심이 없었거나 독립심을 가지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다. --- p.252 로비는 어둠 속에서 그 마지막 두 문장을 소리 없이 되뇌어보았다. 내 삶의 이유. 생활의 이유가 아니라 삶의 이유. 바로 그거였다. 그녀는 그의 삶의 이유였고, 그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였다. --- p.304 그녀의 어깨를 농가 대문 쪽으로 미는데, 슈투카 특유의 사이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악몽이 과학의 힘을 통해 현실이 되었다. 누군가가, 한낱 인간이 이런 악마의 소리를 상상하고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효과는 만점이었다. 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고, 점점 더 커지며 모든 사람이 곧 맞닥뜨릴 파멸을 예고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운명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알리고 있었다. --- p.341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그 편지는 그녀의 아픈 곳을 찌르고 있었다. 소녀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그들에게 끔찍한 불행을 가져다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 정말로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그래놓고 보잘것없는 글재주로 하찮은 소설 한 편을 써냄으로써 그 사실을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 소설을 잡지사에 보냄으로써 허영심을 만족시키려 한 건 아닐까? 빛과 돌과 물에 대한 장황한 묘사, 세 명의 관점으로 나뉜 서술방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끝없이 계속되는 고요. 그 어떤 것도 그녀의 비겁함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정말로 남을 모방한 소위 현대적 글쓰기 방식 뒤에 숨어서 의식의 흐름─그것도 세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의식의 흐름─속에 죄책감을 익사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녀의 소설에 없는 것은 그녀의 삶에도 없었다. 그녀가 삶에서 정면으로 부딪치길 원치 않았던 것은 소설에서도 빠져 있었다. 진정한 소설이 되기 위해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그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소설의 척추가 아니었다. 그녀 자신의 척추, 그녀 인생의 척추였다. --- p.458 지난 오십구 년간 나를 괴롭혀왔던 물음은 이것이다. 소설가가 결과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과 같은 존재라면 그는 과연 어떻게 속죄를 할 수 있을까? 소설가가 의지하거나 화해할 수 있는, 혹은 그 소설가를 용서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소설가 바깥에는 아무도 없다. 소설가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 한계와 조건을 정한다. 신에게도 소설가에게도 속죄란 있을 수 없다. 비록 그가 무신론자라고 해도. 소설가에게 속죄란 언제나 불가능한 일이며,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다. 오직 속죄를 위한 노력만이 존재할 뿐이다. --- p.533 |
시간이 멈춰버린 뜨거운 오후,
소녀의 오해가 불러온 젊은 연인들의 비극 그리고 이를 되돌리려는 한 소설가의 평생에 걸친 지난한 속죄! 이야기는 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 상류층이 마지막으로 좋은 시절을 보낸 1935년, 교외의 저택에서 시작된다. 제1부에서 브라이어니 탤리스는 작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질서정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브라이어니의 언니 세실리아는 뭔지 모를 답답함과 자립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세실리아의 소꿉친구이자 탤리스가家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 터너가 있다. 계급적 거리감, 그리고 둘 사이에 막 싹트기 시작한 성적 긴장감 때문에 세실리아를 멀리해온 로비와 이를 눈치채고 표현하기 힘든 울분을 느끼는 세실리아가 어느 뜨거운 여름 오후 정원에서 마주친다. 두 사람은 꽃병을 사이에 두고 공연한 실랑이를 벌이고, 결국 깨져버린 꽃병 조각이 분수대 물속에 빠지자 세실리아는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여봐란듯 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저택의 위층 창가에서 브라이어니가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그날 저녁 저택에서는 또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탤리스가에 와 있던 친척 쌍둥이 형제가 실종되고, 손님으로 방문한 폴 마셜까지 동원되어 아이들을 찾으러 나섰다가 쌍둥이의 누나 롤라가 강간을 당한 것이다. 몇 시간 전 로비와 세실리아 사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하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인 브라이어니는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하고, 의대에 진학하려던 총명한 청년 로비와 그를 향한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세실리아의 운명은 비극을 향해 치닫는다. 후반부에서 소설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2차세계대전의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제2부에서는 강간 혐의로 복역하던 로비가 조기 석방을 조건으로 참전해 프랑스의 전장에서 지옥을 겪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언 매큐언의 충실한 역사적 고증과 이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풀어낸 장인적 묘사가 돋보이는 대목으로, 연합군이 마지노선에서 퇴각해 됭케르크까지 철수하는 아비규환의 상황과 폭격의 공포, 본국으로 떠날 배가 없어서 절망에 처한 병사들이 저지르는 집단적 폭력이 그려진다. 제3부에는 공습이 이어지는 런던에서 브라이어니가 안락한 가정환경을 버리고 간호사로 자원해 참혹한 전쟁의 와중에 부상을 입은 군인들을 돌보며 시간을 쪼개 소설을 쓰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려 애쓰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롤라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든 비극을 몰고 온 장본인과 결혼식을 올리고, 브라이어니는 잘못을 빌고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세실리아를 찾아간다. 세실리아는 그 여름밤의 사건 이후 집을 나가 브라이어니보다 먼저 간호사로 일을 시작해 혼자 살고 있다. 브라이어니는 언니의 하숙집에서 뜻밖에 로비와 마주치고, 자신이 저지른 그 엄청난 잘못도,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전쟁도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과연 두 연인은 정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것일까? 현대 영문학의 최고 지성 이언 매큐언 그의 모든 것이 집약된 필생의 역작 『속죄』는 치밀한 구성,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진진한 스토리, 뚜렷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 섬세하고도 장중한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주요 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는 사이 우연과 오해, 악의가 절묘하게 맞물려 무시무시한 결과를 빚어내기까지 전반부의 이야기는 서스펜스를 조절하는 특유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긴장감을 자아내고, 전쟁의 무상함과 공포,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다양한 수위를 포착하는 후반부에서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치밀한 서술과 역사의식에 대한 거시적인 통찰이 결합되어 장인의 경지에 이른 예술적 기교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영문학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동시에 문학 창작의 본질에 대해 숙고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제인 오스틴, 새뮤얼 리처드슨, T.S. 엘리엇, D.H. 로런스 등 영문학사에 쟁쟁한 자취를 남긴 문인들이 거론되고 시릴 코널리, 엘리자베스 보엔 같은 실존 문학비평가가 등장하며, 주인공 브라이어니는 소설가가 되는 과정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그리고 소설을 씀으로써 평생에 걸친 속죄를 하려 했던 브라이어니의 삶은 그 자체로 상상력과 그 산물인 문학작품에 어떤 힘과 한계가 있는지에 대해 매큐언이 던지는 진지한 물음이기도 하다. 소설이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사이 이러한 메타픽션적 요소는 전체 이야기와 결합되어 묵직한 울림을 안긴다. 브라이어니에게, 그리고 브라이어니로 인해 운명이 송두리째 흔들린 두 연인에게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나하나의 조각이 서서히 맞춰지면서 마침내 충격적이고도 감동적인 결말에 이르렀을 때, 독자는 오직 1급의 소설만이 선사할 수 있는 환희와 여운을 만끽할 것이다. ▶ 추천의 말 러브스토리이자 전쟁 이야기인 동시에 상상의 파괴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 천진함이 초래한 파국, 영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거의 사건, 평범한 일상에 침입하는 악 등 작가가 천착해온 모든 주제를 결합한 관현악 같은 소설이다. 한마디로 걸작. 이야기의 서스펜스를 조절하는 매큐언의 능력은 장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_뉴욕 타임스 ‘마스터피스’라는 칭호를 기꺼이 붙일 수 있는 작품은 드물지만, 이 작품은 진정으로 자격이 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깊이 있고 인간에 대한 연민과 통찰이 빛나는 소설. _이코노미스트 원래 좋은 글을 쓰는 작가라는 기준으로 봐도 『속죄』는 특출난 작품이다. 빠짐없이 설득력 있고, 특유의 정묘한 문체는 이 작품에서 더욱 깊은 울림을 안긴다. _타임스 우연과 윤리적 선택 사이의 갈등을 탐구하는 이 위대한 소설에서 우연히 선택된 단어는 단 하나도 없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아무런 갈등 없이 이언 매큐언의 최고 걸작으로 꼽고 싶은 작품. _런던 리뷰 오브 북스 절묘한 엔딩으로 유명한 소설은 서두를 잊기 쉽다. 하지만 『속죄』는 끝까지 읽은 뒤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_벌처 심리를 꿰뚫어보는 통찰과 관능적인 순간의 분위기와 역사적 디테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누구라도 몰입할 수밖에 없는 소설적 세계를 창조해냈다. _월스트리트 저널 매큐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국문학의 거인이다. 매혹적으로 기이하고 독창적이며 눈을 뗄 수 없는 소설. _인디펜던트 이것은 픽션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픽션에 대한 옹호다. _뉴 리퍼블릭 아름답고 황홀한 픽션의 파노라마. _존 업다이크 |
이언 매큐언의 작품 중 단연 최고이자 위대한 소설. - 이동진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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